160화 근거 있는 자신감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 리그를 양분하는 팀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로 뽑힌다.
더불어 빠르고 정확하게 여러 번 패스를 시도해서 점유율을 높이는 티키타카(Tiki-taka)를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자,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
그게 바로 FC 바르셀로나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의 바르셀로나 이적이 확정됐다.
「김상훈, FC 바르셀로나 이적확정. 메시와 경쟁?」
「김상훈, 리오넬 메시와 한솥밥.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리오넬 메시, ‘김상훈과 함께 뛰게 돼서 기쁘다.’」
「바르셀로나에서 김상훈의 역할은?」
「발베르데 감독, ‘김상훈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 이런 선수를 지도하게 돼서 행복하다.’」
「루카 모드리치, ‘아쉽다. 김상훈은 레알 마드리드에 더 잘 어울리는 선수.’」
「김상훈이 선택한 바르셀로나는 어떤 팀?」
당연하게도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바르셀로나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FC 바르셀로나는 원래 인기가 많은 구단이었지만, 김상훈의 이적이 확정이 된 지금은 그 수준이 달랐다.
포털 사이드의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기본이었고, 벌써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에게 한국 과자를 보내는 팬들도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바르셀로나에 대한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빠르게 커졌다.
아반떼에엠 : 국뽕 오지게 차오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상훈 바르셀로나 실화야?
어벤저스꿀잼22 : 대박ㅋㅋㅋㅋㅋ한국인이 메시랑 같이 뛴다고? 이건 진짜 미쳤닼ㅋㅋㅋ
titioohi091 : 근데 김상훈이 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 난 좀 걱정됨. 토트넘에선 주전이지만 바르셀로나는 좀.....
bwomnn1942 : 위에 축알못새끼는 좀 꺼지면 안 되냐? 챔스도 씹어 먹은 놈이 김상훈이야. 바르셀로나 주전은 걍 껌으로 먹을 거라고.
2온음yo : 김상훈이 어떤 포지션에서 뛰려나? 원톱? 아니면 미드필더?
모1듬4해5물찜 : 김상훈이 바르셀로나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을까? 나는 레알 마드리드랑 어울린다고 봤는데....ㅠㅠ
phwoiwh1 : 근데 김상훈이 레알로 가긴 좀 애매했음. 지금 레알 마드리드 상황이 안 좋잖아. 호날두도 없고.
fnnni9991 : 너무 기대된다. 우리 그냥 응원합시다. 김상훈 파이팅!!!!!!
김상훈에 대한 한국축구팬들의 평가는 아주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상훈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으니까.
매 경기마다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까려야 깔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지금의 김상훈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스페인에 가기 전, 런던에 들렸다.
- 팀도 옮기고, 시원섭섭하겠다?
“예.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런던에 도착한 김상훈은 토트넘 홋스퍼의 훈련장을 방문했다.
이적이 확정된 지금,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상훈이 형!”
목소릴 들은 김상훈이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손홍민이 보였다.
“잘 있었어?”
“예 형. 잘 있었죠. 형은 잘 지내셨죠?”
“어우, 스페인 왔다갔다했더니 피곤해.”
“근데 왜 바르셀로나로 선택했는지 물어봐도 돼요?”
“그냥 간단해.”
“예? 뭔데요?”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잖아.”
“오……!”
손홍민은 곧바로 수긍했다.
리오넬 메시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바르셀로나에 가는 이유는 충분했다.
“메시와 같이 축구를 한다는 게 너무 재밌을 것 같았어.”
“그렇죠.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메시랑 뛰고 싶어 하니까요.”
김상훈이 손홍민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어느새 다른 토트넘 선수들이 다가왔다.
김상훈은 이제는 과거의 동료가 된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김상훈에게 다가왔다.
“킴.”
“감독님!”
“스페인으로는 언제 떠나는 거야?”
“……내일 떠납니다.”
김상훈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
구단을 떠나는 것이 확정된 지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포체티노 감독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답지 않게 왜 이렇게 기가 죽었어? 안 어울리는 행동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예. 그럼 하던 대로 할게요.”
김상훈은 언제 기가 죽었냐는 듯, 곧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포체티노 감독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자네는 정말 특이한 친구야.”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기분이 어떤가?”
포체티노 감독의 질문에 김상훈이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대돼요.”
“기대가 된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것이 기대된다는 말인가?”
“아뇨.”
김상훈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바르셀로나에 가는 것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어차피 어딜 가든 가진 실력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그럼……?”
포체티노 감독이 의아한 눈빛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김상훈은 그런 포체티노 감독을 보며 씨익 웃었다.
“스페인 리그를 박살내러갈 생각에 너무 기대가 돼요.”
***
바르셀로나 이적이 확정됐지만, 김상훈의 데뷔전은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스페인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엄청 바쁘네.
“그러게요. 런던하고 스페인을 찍고 다시 한국이라니. 강행군이네요.”
- 그러게 왜 사서 고생을 하고 그러냐.
“에이, 그래도 국가의 부름을 받았으면 가아죠.”
스페인 리그, 즉 프리메라리가의 시즌은 곧 시작된다.
그럼에도 김상훈은 한국으로 날아갔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하는 이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뽑혔다는 것.
그게 바로 김상훈이 한국으로 향하는 이유였다.
- 그래, 이왕 가는 거 금메달 따라.
“당연하죠.”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스스로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아.’
무려 30개의 오렌지 박스를 오픈하며, 많은 성장을 거둔 그는, 자신감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런 그의 능력치는 다음과 같았다.
[김상훈]
- 키 : 180cm
- 주발 : 양발
- 체력 : 111
- 민첩 : 124
- 패스 : 98
- 슈팅 : 101
- 개인기 : 99
- 헤딩 : 89
- 드리블 : 100
- 피지컬 : 101
- 몸싸움 : 94
- 매력 : 91
- 잠재력 : 133
“하하…….”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능력치였다.
“오늘의 위닝에서 이런 능력치를 가진 선수는 없었는데…….”
김상훈이 아는, 오늘의 위닝이라는 게임에서 이 정도의 능력치를 가진 선수는 없었다.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능력치도 이 정도수준은 아니었다.
- 그래 능력치로만 보면 네가 짱이다 야. 이 정도면 아시안 게임은 그냥 씹어 먹겠는데?
“그래도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아시아에도 강팀이 많잖아요. 변수도 많고요.”
- 그래 변수가 많긴 하지. 대표팀 선수들도 더 어리고 너랑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 많을 거고, 축구에서는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예. 그래도 이상하게 질 것 같지는 않네요.”
- 나라도 네 능력치면 질 생각은 하지도 못하겠다. 막말로 걍 슈팅 때리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런 사기 능력을 갖고도 못 이기면 그게 정상이냐?
“에이~! 또 왜 말을 그렇게 하세요. 그래서 요즘엔 상대방이 제가 슈팅하지 못하게 방해하잖아요.”
- 근데 그런 방해를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능력도 있잖아.
“두세 명이 붙으면 쉽지 않잖아요.”
- 버프 스킬들 쓰면 쉽잖아.
“……저 한숨 잘게요.”
- 예~ 그러세요.
오늘만큼은 이찬수에게 말로 이길 자신이 없었던 김상훈은 억지로 눈을 감았다.
한국은 여전히 축구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곧 아시안게임이 열린다는 것.
그리고 대한민국의 슈퍼스타인 김상훈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게 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상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 월드컵 우승에 이어 금메달까지 노리나?」
「김상훈, ‘소속팀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겠다.’」
「김영곤, ‘김상훈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게 돼서 너무 든든하다.’」
「강력한 우승후보가 된 대한민국. 이대로 금빛메달을 향해 달려가나?」
「바르셀로나의 발베르데 감독, ‘김상훈의 아시안게임 합류는 팀의 큰 손실. 아쉽지만 선수가 원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김상훈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당연하게도 관심을 받는 당사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찬수는 그런 점을 걱정했다.
- 상훈아 이럴 때일수록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네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돼.
“예? 부담이요?”
- 그래. 괜히 모르는 척하지마. 너도 지금 네가 얼마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지 알잖아?
“알죠. 인터넷 들어가면 죄다 제 얘기뿐이니까요.”
- 그러니까 더 부담이 될 거 아니야. 네 말처럼 사람들이 죄다 너한테만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
“근데 부담은 별로 안 돼요.”
- 응? 너 진심이냐?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김상훈이라고 해도, 그가 겪을 부담감이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상훈의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예. 부담 안 돼요. 이게 자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팬들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 ……자신감 쩌네. 그래, 뭐 잔뜩 쫄아 있는 것보단 이게 낫겠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자신감으로 밀어붙여보려고요.”
김상훈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로 이끌었고, 대한민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어느 선수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 지금, 그에게 겁날 것은 없었다.
이제는 금메달을 따러가는 것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최됐다.
***
「대한민국, 2018 아시안게임 축구예선전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5대 1 대승!」
「김상훈 4골 1어시스트로 바레인을 침몰시키다!」
…….
「대한민국,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 6대 0으로 가볍게 조 1위 확정!」
「역시 김상훈! 5골을 몰아치며 클래스를 증명하다.」
…….
「이변은 없었다. 월드컵에서 우승한 대한민국, 키르기스스탄마저 4대 1로 꺾으며 손쉽게 본선 진출!」
「김상훈의 대한민국, 순조로운 황금빛 길을 걷다.」
김상훈이 주장으로 나선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예선경기들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 국가들을 꺾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김상훈이 있었다.
김상훈은 너무나도 쉽게 상대 선수들을 제쳐내고 골을 넣는 장면을 연달아 보여줬다.
상대 선수들이 반칙을 하면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고, 여러 명이 압박을 하면 압도적인 기술과 피지컬로 압박을 부숴버리고 골을 넣었다.
그야말로 수준이 달랐다.
그리고 지금.
E조에서 조 1위를 기록한 대한민국과. 다른 D조에서 조 2위로 올라온 일본과의 경기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16강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이었다.
- 너무 나대지 말고, 상훈아. 응? 괜히 상대 도발하지 말라고.
“예.”
- 야! 듣고 있지? 상대가 일본인 건 알지만, 그래도 괜히 서로 감정상해서 좋을 거 없잖아.
“예. 알겠습니다.”
- 아오! 상훈아 듣고 있어? 와! 얘 또 눈 돌았네.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대답하며 사전 인터뷰가 진행되는 의자에 앉았다.
파바바밧!
곧바로 수많은 플래시들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인터뷰가 시작됐다.
한일전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