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업그레이드(2)
데이비드 베컴.
잉글랜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인 그는 슈퍼스타다.
말 그대로였다.
영화배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가진 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남자였다.
심지어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데이비드 베컴의 얼굴을 알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데이비드 베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에이스로 뛰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선수였다.
클래식 윙어로서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던 베컴,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킥과 패스.
괴물 같은 킥력과 칼날처럼 날카로운 정확도를 지닌 패스는 데이비드 베컴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능력이 굉장했던 선수이자, 택배 크로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교한 크로스를 보냈던 선수.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그런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를 얻었다.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 그의 크로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정보를 본 김상훈,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 좋냐? 엉? 좋아?
“그럼 안 좋겠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인데.”
- 너는 베컴의 크로스가 아니라 베컴의 얼굴이나 베컴의 외모가 나왔어야되는데. 그래야 네 못생긴 얼굴이 좀 바뀌지.
“거참 그런 말은 이찬수 선수가 할 말이 아니라니까요?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못생긴 선수께서 왜 자꾸 얼굴 얘기를 하시는지 모르겠네.”
-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지?! 그거 다 조작된 거라니까?
“아~ 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야! 야 인마!
김상훈은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이찬수를 무시했다.
그의 시선은 마지막 남은 보상에 고정돼 있었다.
[경기력 상승 물약Lv.2(L)]
‘히어로 등급의 경기력 상승 물약은 이미 알고 있는 거야. 근데…… 레벨2 라고?’
섭취 시, 20분간 모든 능력치를 5만큼 상승시켜주는 물약.
그런 뛰어난 효과를 지닌 물약이 바로 히어로 등급의 ‘경기력 상승 물약’이었다.
그런데 지금, 김상훈의 눈앞에 있는 것은 그보다도 높은 등급인 레전드 등급의 물약이었다.
게다가 Lv.2가 붙어있었다.
“최소한 내가 알던 물약보다는 좋은 거겠네.”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일회성 아이템이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물약의 정보를 확인했다.
[경기력 상승 물약Lv.2]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물약을 섭취 시, 20분간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이야쓰!”
김상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려 10만큼이나 능력치를 올려주는 물약이었다.
게다가 모든 능력치를 10만큼 올려주는 효과였다.
- 이야. 개사기네. 개사기야.
“크히히힠!”
- 어떻게 5개에서 전부 좋은 게 뜨냐? 진짜 어이가 없네. 이거 그냥 밸런스는 버린 거 맞지? 응? 걍 너 혼자 다 해먹으라고 하는 거 맞지?
“크히히히히힠!”
- 아오! 웃지 말고 얘기 좀 해보라니까?
“크힠! 에이~! 그래도 제일 비싼 레인보우 박스인데 이 정도는 나와 줘야죠.”
- 야 인마, 너도 아깐 양심에 찔린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30만 포인트짜리 레인보우 박스잖아요.”
- ……아오! 그래, 그래서 이제 뭐할 건데?
“업그레이드해야죠.”
- 응?
이찬수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환한 미소를 띤 얼굴로 그런 이찬수를 바라봤다.
“아직 포인트가 남았잖아요.”
***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259,690P입니다.]
- 진짜 겁나 많네! 젠장!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거야?
“월드컵 우승했잖아요. 이 정도도 안 주면 말이 안 되죠.”
- 레인보우 박스 5개 받은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에이~! 정말 왜 이러실까? 리그 우승도 아니고 월드컵 우승이라고요. 이 정도는 받는 게 밸런스에 맞죠. 솔직히 그 누가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리라고 생각했겠어요? 당연히 시스템도 예상하지 못했겠죠.”
- ……그래 너 잘났다.
이찬수가 몸을 홱 돌렸다.
“이찬수 선수? 삐지셨어요?”
- 뭐? 미쳤냐? 난 살면서 삐져본 적이 없는데?
“지금 삐지신 것 같은데…… 귀도 빨개졌어요.”
- 웃기는 소리하지 말고 포인트나 써!
“예~!”
이찬수를 시원하게 놀려댄 뒤, 김상훈은 박스 선택 창을 띄웠다.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레인보우 박스 ▷ 300,000포인트]
그때였다.
이찬수가 피식 웃으며 질문했다.
- 고민되지? 25만 포인트로 어떤 것을 사야 될지 선택 못하겠지?
그러자 김상훈이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예? 고민이요? 저 이미 다 정했는데.”
- 뭐? 뭘로?!
“물량공세로 갑니다.”
김상훈은 레인보우 박스들의 결과를 본 순간부터, 포인트를 어떤 박스에 사용할지 결정해놓은 상태였다.
물량공세.
저렴한 가격의 박스를 많이 사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는 의도였다.
- 그럼 레드 박스로 사려고?
“아뇨. 요즘 레드 박스는 너무 결과가 안 좋아요. 밸런스 조정된 것 같아요.”
- 밸런스 조정은 개뿔! 웃기고 있네 증말! 그래서 어떤 걸로 사려고?
“옐로우 박스로 갑니다.”
김상훈, 그는 옐로우 박스를 선택했다.
[옐로우 박스 25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그래. 구매할게.”
[옐로우 박스 25개를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9,690P입니다.]
무려 25만 포인트를 사용해서 구매한 박스 25개.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양이었다.
- 근데 이걸 언제 다 까려고 그러냐? 동시에 오픈하려고?
“아뇨.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그냥 조금씩 까보려고요.”
- 설마 옐로우 박스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 그냥 안전빵으로 자잘하게 성장하려는 거지?
“안전하게 성장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레드 박스도 아니고 옐로우 박스니까요.”
- 난 모르겠다. 그래서 하나씩 까려고?
“일단 5개요.”
김상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옐로우 박스 5개를 오픈했다.
[옐로우 박스 5개를 오픈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박스였지만, 5개가 동시에 회전하는 모습은 꽤나 화려했다.
그리고 잠시 뒤, 모든 박스가 회전을 멈췄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B)]
[부상 회복 물약(J)]
[능력치 상승 양피지(S)]
[복불복 항아리(G)]
[포인트 박스(G)]
“아…….”
결과가 나온 순간, 김상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 크하하핫! 마음에 안 드나보네?
“나쁘진 않은데, 레인보우 박스를 깐 직후라서 그런지 감흥이 없네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조커 등급 1개, 골드 등급 2개, 실버 등급 1개, 브론즈 등급 1개로 옐로우 박스 5개를 오픈한 것치고는 분명히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만족이 되지 않았다.
- 일단 까보기 전에는 모르잖아. 그리고 저기 네가 좋아하는 사행성 아이템도 있네.
“……복불복 항아리 말씀하시는 거죠?”
- 그래.
“이 녀석은 오랜만에 만나네요.”
[복불복 항아리]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하나의 능력치를 선택하면 복불복으로 –10이 되거나 +10이 됩니다.
50% 확률로 선택한 하나의 능력치가 +10이 되거나 –10이 되는 복불복 항아리.
도박성이 짙은 아주 위험한 아이템이었지만, 김상훈에게는 좋은 기억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 설마 이걸 쓰려고? 잃을게 너무 많은데?
“잃을 것이 많긴 하죠.”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와는 달리, 많은 성장을 한 지금은 복불복 항아리를 사용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더군다나 아직 옐로우 박스가 20개나 남은 상황.
굳이 도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찬수가 질문했다.
- 이건 그냥 버릴 거지?
“예? 버리다뇨?”
- 뭔 소리야? 당연히 버려야지! 너 아직 박스 20개나 남았는데, 굳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는 없잖아?
“제가 언제 이런 거 뺀 적 있습니까?”
- 뭐? 너 미쳤어?
“저 미친놈인 거 아시면서 또 그러신다.”
- 야! 상훈아!
아주, 아주아주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김상훈은 망설이지 않았다.
[복불복 항아리(G)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사용한다.”
[원하는 능력치를 선택하세요.]
“개인기.”
김상훈이 말을 마친 순간.
항아리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개인기라고 적힌 판이 쏘옥- 들어갔다.
이윽고 다시 뚜껑이 닫히고.
두두두두두둥!
항아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우와! 왜 내가 쫄리냐?
“크히힠! 오랜만에 느끼는 쫄깃함이네요.”
- 너, 너 설마 지금 즐기냐?
“크히히히힠!”
- 이 미친놈!
잠시 후, 항아리가 움직임을 멈췄다.
퍼엉!
큰 소음과 함께 뚜껑이 열리고, 결과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김상훈의 눈앞에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복불복으로 개인기 능력치가 +10이 됩니다!]
[현재 개인기 능력치는 95입니다.]
“촤아!”
- 으억! 이게 된다고?!
이찬수가 질린 눈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김상훈은 여전히 실실 웃으며, 옐로우 박스에서 나온 양피지 2개를 찢었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B)를 찢었습니다.]
[민첩이 4만큼 상승합니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S)를 찢었습니다.]
[체력 능력치를 선택하셨습니다.]
[체력이 3만큼 상승합니다.]
“우와! 오늘 되는 날이네요. 운이 안 좋으면 1이나 2가 올랐을 텐데, 생각보다 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 네가 언제는 운이 안 좋았던 적이 있냐?
이제 겨우 5개의 옐로우 박스를 오픈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가 너무 좋았다.
김상훈은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포인트 박스를 바라봤다.
[포인트 박스]
- 등급 : 골드(G)
- 효과 : 박스를 오픈하면 랜덤으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설마 여기서도 운이 따르진 않겠지?
“에이~! 이건 기대도 안 해요.”
- 네가 하도 운이 좋아서 난 여기서도 대박이 날 것 같은데?
“설마요.”
기대는 전혀 없었다.
아무리 대박이 터져도 1만 포인트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김상훈은 기대감이 전혀 없는 표정으로 포인트 박스를 오픈했다.
그런데.
[포인트 박스(G)를 오픈합니다.]
[10만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대박이 터졌다.
***
랜덤으로 포인트를 지급해주는 포인트 박스(G)는 많은 포인트를 뱉어낼 확률이 아주 낮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 유저들은 포인트 박스(G)를 쓰레기 아이템으로 취급하곤 했다.
김상훈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 포인트 박스(G)에서 대박이 터져버렸다.
“헐.”
- 시, 십만?
“대박이…… 터졌네요?”
- 이런 미친! 이거 왜 이래? 그냥 너 다 퍼주고 시스템 종료하려는 거야 뭐야?!
“이건 저도 당황스럽네요. 왜 이렇게 운이 좋지……?”
김상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웃음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온 아이템을 바라봤다.
[부상 회복 물약]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섭취 시, 부상이 회복됩니다.(경기 중 당한 부상에만 적용.)(1회 사용가능)
“이야~! 이것도 대박이고!”
부상으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 김상훈은 이 아이템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상훈아, 10만 포인트는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옐로우 박스 20개 남았으니까 이거 다 까고 쓸 거야?
“아껴서 뭐하겠어요.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제대로 업그레이드 할 거예요.”
김상훈은 포인트를 아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오늘, 그에게 모든 운이 따라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흐름을 타는 것이 맞았다.
그래서.
김상훈은 남은 10만 포인트로 박스를 구매했다.
[옐로우 박스 10개를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하신 옐로우 박스는 30개입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9,690P입니다.]
- 이열~! 아주 그냥 박스 부자네. 어때? 막 부자가 된 기분이야?
“그건 아니지만, 옐로우 박스 30개를 가진 적은 처음이라서 그런가, 뭔가 기분이 이상하긴 해요.”
- 그렇구만. 근데 상훈아 이거 다 까려면 하루 종일 걸리겠는데? 30개를 언제 다 까냐.
“예? 웬 하루 종일이요? 5분이면 될 것 같은데.”
- 뭐?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시스템을 불렀다.
동시에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옐로우 박스 30개 동시에 오픈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