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56화 (156/200)

156화 김상훈의 농락

디디에 데샹.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인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지금, 비록 3대 2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다.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김상훈은 전반전 내내 무리해서 뛰었어.’

한국의 에이스인 김상훈의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디디에 데샹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였다.

터무니없는 상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분석하고 고민한 결과, 김상훈이 무리한 일정으로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김상훈은 전반전에는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반전에는 제 기량을 못내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디디에 데샹이 강렬한 눈빛으로 그라운드 위를 바라봤다.

‘김상훈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면, 한국은 너무나도 쉬운 상대지.’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디디에 데샹이 생각했다.

김상훈이 날뛰지 못하는 대한민국은 아주 쉬운 먹잇감일 뿐이라고.

1명의 선수가 적은 상황임에도 프랑스가 압도해버릴 수 있는 상대라고.

물론 디디에 데샹 감독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김상훈의 체력은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을.

전반전의 그는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 강철 체력 스킬을 사용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그가 바라보는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 이찬수가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 체력은 좀 괜찮아?

“예? 갑자기 체력은 왜요?”

- 너 꽤 많이 뛰잖아. 슈팅도 많이 때렸고.

김상훈을 걱정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찬수의 표정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김상훈 역시 진지하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체력 80 넘게 남았습니다. 지금 힐링 스킬 사용할 예정이고요.”

- 체력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크힠! 그렇죠. 막 뛰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 관리를 했어요.”

이찬수가 코웃음을 쳤다.

- 관리는 개뿔! 그냥 강철 체력 스킬 효과 때문이잖아.

“스킬 효과를 잘 이용하는 것도 관리죠.”

- 웃기고 있네! 걍 스킬빨이지!

“아오! 또 저렇게 얘기하시네. 하여튼 몸 상태는 좋아요.”

김상훈은 동료들과 상대 선수들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양 팀 선수들 모두 조금은 거칠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많은 소모가 있을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다들 힘들어하고 있어. 그래도······· 나쁘진 않아.’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한 김상훈의 표정이 밝았다.

‘확실히 프랑스 선수들이 더 많이 지쳐있어.’

대한민국의 선수들보다 프랑스의 선수들이 더 지쳐 보인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은 웃을 수 있었다.

더불어.

‘상대는 10명이서 뛴다.’

1명이 부족한 프랑스는 그만큼 더 많이 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체력적으로 힘든 프랑스 선수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 이찬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 경기 시작한다. 집중해!

“예.”

대답을 한 김상훈이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며 몸을 달궜다.

그리고 잠시 후 주심이 후반전을 시작하는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후반전은 10명이서 뛰는 프랑스보다 11명이 뛰는 대한민국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겠죠?]

[그렇습니다. 프랑스는 은골로 캉테 선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더 많이 뛸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질 것이고요. 더군다나 프랑스는 선수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선수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겁니다.]

[디디에 데샹 감독에게도 10명이서 뛰는 후반전 초반부터 선수를 교체하는 건, 부담이 된 것 같습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프랑스는 선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더불어 대한민국 역시 별다른 교체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양 팀 모두 전술에는 변화가 생겼다.

대한민국은 손홍민과 김상훈이 위치를 바꾸며, 손홍민이 김신훅과 함께 투톱을 서게 됐고, 김상훈이 왼쪽 윙어로 뛰게 됐다.

프랑스는 윙어로 출전했던 블레즈 마튀디를 은골로 캉테가 뛰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내렸다.

[프랑스는 블레즈 마튀디 선수를 밑으로 내렸네요.]

[맞습니다. 마튀디 선수는 수비력이 뛰어나고, 스피드도 빨라서 풀백으로도 많이 뛰는 선수죠. 충분히 은골로 캉테 선수의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 역시 변화를 주었는데요, 손홍민 선수와 김상훈 선수의 자리가 바뀌었네요?]

[이건 신태웅 감독의 노림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렇죠?]

[일단 김상훈 선수는 윙어로도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신태웅 감독의 진짜 의도는 김상훈 선수의 공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의도를 예상하시는 거죠?]

[김상훈 선수의 수비력입니다. 대한민국은 전반전 내내 킬리안 음바페 선수에게 돌파를 허용했습니다. 사실상 음바페 선수를 막을 선수가 없었죠.]

[……그럼 신태웅 감독은 김상훈 선수가 음바페를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네요?]

[맞습니다. 이전 경기들에서 보여주었듯이 김상훈 선수는 수비력, 특히 태클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신태웅 감독은 김상훈이 충분히 음바페 선수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해설들의 예상은 정확했다.

신태웅 감독은 김상훈에게 세 가지 임무를 맡겼다.

프랑스의 사이드를 박살낼 것.

수시로 중앙으로 내려와서 빌드업과 수비를 도울 것.

킬리안 음바페를 막아낼 것.

세 가지 임무 모두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아니, 보통 선수라면 한 가지도 해내지 못할만한 아주 어려운 임무였다.

하지만.

김상훈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 있었으니까.

- 상훈아 해야 될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많죠.”

- 할 수 있겠어? 아무리 너라도 쉽지는 않을 텐데?

“당연히 가능하죠. 근데 왜요? 이찬수 선수는 제가 못할 것 같아요?”

- 하겠지.

이찬수가 피식 웃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신태웅 감독이 준 임무를 김상훈이 전부 해낼 것을.

김상훈이 프랑스를 힘들게 만들고, 음바페를 처참하게 발라버릴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김상훈의 앞에서 킬리안 음바페가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음바페! 김상훈을 상대로 화려한 개인기를 펼칩니다. 김상훈이 신중하게 음바페를 바라봅니다.]

[음바페 선수, 자신감이 넘치네요! 하지만 김상훈을 상대로는 긴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킬리안 음바페의 자신감은 가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전반전 내내 손홍민과 김민욱을 상대로 완벽한 돌파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지금 역시 음바페는 김상훈을 손쉽게 제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더불어 멋진 돌파로 완벽하게 김상훈의 기를 눌러줄 생각이었다.

“한 번 막아봐!”

크게 소리친 음바페가 김상훈의 옆으로 공을 밀어 넣고 땅을 박찼다.

프랑스 리그의 수비수들을 처참하게 박살내버린 음바페 특유의 드리블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태클.”

김상훈은 그런 음바페의 공을 너무나도 쉽게 뺏어냈다.

태클에 당한 음바페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관중들이 경악했다.

동시에 해설들 역시 너무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

[김상훈……? 음바페의 앞에 서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음바페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바페! 벌떡 몸을 일으킵니다!]

음바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김상훈을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 쯧……! 저렇게 흥분해서 되겠냐. 이러면 저 사악한 놈한테 농락당할 텐데.

이찬수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킬리안 음바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김상훈이 음바페를 농락하고 있습니다! 화려합니다!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개인기도 화려했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김상훈 선수! 음바페 선수를 상대로 드리블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바페는 당황했다.

동시에 분노했다.

김상훈이 그를 농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이 새끼가!”

결국 참지 못한 음바페가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리 달려들어도 공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얄미웠고, 또 패스를 하거나 전진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개인기를 펼치는 것도 얄미웠다.

약이 올라 미칠 것 같았다.

결국 그런 음바페를 돕기 위해 폴 포그바가 달려왔다.

그때였다.

두 명의 선수를 상대하기 직전, 김상훈이 공을 강하게 걷어찼다.

뻐엉-!

***

스코어는 3대 2였고 후반전이었다.

가뜩이나 선수숫자가 부족한 프랑스로서는 더욱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이 킬리안 음바페를 상대로 드리블 묘기를 펼치고 있었다.

음바페가 김상훈의 공을 뺏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음바페는 김상훈의 발밑에 있는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어쩔 수없이 폴 포그바가 달려들었고, 다른 선수들까지도 라인을 올려서 김상훈을 막으러 달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이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롱패스였다.

퍼엉!

[김상훈, 기습적인 패스! 전방으로 공을 뿌립니다!]

[전방으로 달리는 선수는…… 손홍민입니다!]

손홍민.

그는 프리미어리그 최상급의 스피드를 지닌 선수였다.

더불어 김상훈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슈팅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런 손홍민이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손홍민 공을 몰고 달립니다! 빠릅니다! 프랑스의 수비수들이 손홍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무엘 움티티와 라파엘 바란이 빠른 속도로 손홍민의 뒤를 쫓았지만, 제대로 가속이 붙은 손홍민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 순간, 손홍민이 과감한 슈팅을 때렸다.

반대편 골대 쪽을 노리며 감아 찬 슈팅이었다.

퍼엉!

[고오오올! 골입니다! 손홍민이 해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역시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답게, 김상훈과 손홍민의 호흡이 대단합니다!]

1골을 더 먹히며 4대 2로 밀리게 된 프랑스는 과감한 교체를 시도했다.

프랑스는 수비를 3명으로 줄인 뒤, 블레즈 마튀디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김상훈이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을 뚫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역습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역습을 허용한 프랑스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전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결국 프랑스는 더 이상 유효슈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완전히 멘탈이 무너져버린 프랑스 선수들은 계속해서 패스 실수를 했고, 좋은 자리에서 때린 슈팅 또한 골대보다 훨씬 높이 떠 버렸다.

반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의 골 욕심을 내지 않고, 전원수비를 펼치며 2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한민국이 남은 시간 동안 지지 않으려는 운영을 이어가자, 프랑스 관중석 쪽에서 커다란 야유가 나왔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 경기는 평가전과 같은 연습경기가 아니었으니까.

무려 월드컵 결승이었으니까.

신태웅 감독,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로서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으니까.

- 조금만 더 버텨!

“예!”

김상훈 역시 이를 악물고 완벽한 태클(H)스킬을 난사했다.

때문에 많았던 체력은 어느덧 23까지 떨어져버렸다.

그럼에도 김상훈과 대표팀 선수들은 계속해서 프랑스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추가시간을 포함한 주어진 시간이 모두 끝이 났다.

[대한민국 우승! 우승입니다! 정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대한민국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어떻게……! 정말 어떻게……!]

해설들의 목이 메였다.

결국 해설들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녀노소가릴 것 없이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의 순간을 누렸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그 순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 드러누웠다.

모든 선수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경기였다.

- 고생 많았다…… 정말 고생 많았어!

이찬수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김상훈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런데.

김상훈의 표정이 이상했다.

“이, 이게 뭐지……?”

이찬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 왜? 왜 그래? 부상이라도 당한 거야?!

“이거…… 제가 지금 잘못보고 있는 거 아니죠?”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에는, 김상훈의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 메시지가 보였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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