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이길 수 있는 방법
은골로 캉테.
왕성한 활동량과 좋은 태클, 뛰어난 오프 더 볼 움직임, 빠른 속도 등,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한 많은 능력을 갖춘 그는 월드클래스로 평가받고 있는 미드필더였다.
월드클래스라는 말이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인 그는, 축구실력으로도 유명했지만 착하고, 검소하고, 소심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작은 체구에 항상 쑥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 때문에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듣는 그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바닥에 주저앉은 채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때문에…….’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흥분한 나머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드리블을 하는 김상훈에게 위험한 반칙을 한 것이다.
그 이후에 받게 된 레드카드는, 그가 더 이상 오늘 경기에서 뛰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아직 전반전인데…….’
팀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가 빠짐으로 팀이 11대 10으로 싸우게 되는, 어려움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
그 사실들이 은골로 캉테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었다.
“캉테.”
“……?”
캉테의 눈이 커졌다.
갑작스레 다가온 김상훈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찬수가 소리쳤다.
- 야 뭐하려고? 괜히 착한 애 괴롭히지 마.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의 말을 무시했다.
동시에 캉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야! 김상훈! 다른 애는 몰라도 캉테는 건들지 말라니까? 걔 되게 여린 애라고!
김상훈은 여전히 이찬수의 말을 무시한 채, 캉테에게 무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은골로 캉테의 순한 눈망울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 아오! 야! 캉테 울잖아! 또 뭐라고 했길래 애가 울어?!
은골로 캉테.
프랑스 대표팀 내에서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던 그가 울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프랑스 선수들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달려왔다.
“이 새끼! 감히 캉테를 괴롭혔어?”
“얼마나 심한 말을 한 거야?!”
“저 새끼가!”
“네가 뭔데 은골로 캉테를 울려!”
관중들 역시 당황한 얼굴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저러지……?”
“김상훈이 다른 선수들을 괴롭힐 만한 사람은 아니지 않아?”
“에이! 김상훈 이상한 짓 잘하는 거 몰라? 충분히 괴롭히고도 남지! 그리고 방금은 김상훈이 캉테에게 위험한 태클을 당했잖아.”
“그래도 캉테는 너무 착한 선수인데…….”
관중들이 김상훈의 행동에 아쉬움을 나타낼 때.
은골로 캉테가 기어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헐! 캉테 좀 봐봐! 우는데?”
“아…… 김상훈이 엄청 심한 말을 했나봐!”
“얼마나 심한 욕을 했길래 저렇게 슬프게 우는 거지?”
“아무리 태클을 당했다고 해도 저건 너무한 거 아니야?”
“헐! 김상훈 진짜 못됐네! 실망이야!”
캉테의 눈물을 본 관중들은 김상훈을 욕하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은골로 캉테가 김상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헐! 뭐야? 은골로 캉테가 김상훈을 때리려고 하는데?”
“저 착한 캉테가? 에이 설마!”
“말도 안 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캉테의 행동에, 관중들이 경악했다.
하지만.
관중들이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상훈에게 달려든 은골로 캉테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는 김상훈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으허어어어엉!”
김상훈은 그런 은골로 캉테의 등을 두드려줬다.
“……괜찮아 캉테.”
잠시 후, 은골로 캉테는 김상훈의 품을 빠져나간 뒤 그라운드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이찬수가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김상훈을 쳐다봤다.
- 상훈아.
“예?”
-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냥 별말 안 했어요.”
- 아오! 그냥 쫌 말해봐. 궁금해서 미칠 것 같으니까.
“……푸흡!”
김상훈이 입을 막고 웃기 시작했다.
- 뭐, 뭐야? 미친놈아 왜 그래? 진짜 무슨 말을 한 건데?
이찬수가 계속해서 김상훈을 보챘다.
그러자, 드디어 김상훈이 입을 열었다.
“그냥…… 캉테에게 너는 최고의 선수라고 했어요. 상대하기 어려웠고, 너는 충분히 잘했다고. 비록 운이 좋지 않아서 퇴장을 당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물론 캉테 네가 중요한 선수지만 너희 프랑스는 네가 없어도 굉장히 강한 팀이라고…… 그렇게 얘기해줬어요.”
김상훈의 말을 들은 이찬수가 침묵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 ……근데 왜 웃음을 참냐?
“아~! 몰라요! 저 이제 프리킥 차야 돼서 집중 좀 할게요.”
그때였다.
이찬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김상훈을 향해 속마음을 뱉었다.
- 너…… 이미지 메이킹한 거지? 나중에 캉테가 네 칭찬하도록?
“……예?”
- 내가 아는 넌, 아무런 꿍꿍이 없이 상대팀 선수를 위로하는 녀석이 아니거든.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는 못 속여.
“크힠!”
김상훈이 웃음을 터트렸다. 더 이상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이찬수의 표정은 굳어졌다.
- 맞지?
“역시 스승님이시네요.”
- 뭐?!
“이렇게 제 의도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분은 이찬수 선수밖에 없을 거예요.”
- ……너는 정말 미친놈이야.
김상훈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좋은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에 모든 집중력을 쏟기 시작했다.
***
훈련 때,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들은 정말 많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선수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었다.
과거에 뛰었던 선수들 역시 많았지만, 현재 그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에만 해도 프리킥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아주 많았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 등, 훈련 때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아주 많았다.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팀에도 많았다.
지금은 부상으로 빠진 기성영도 프리킥을 굉장히 잘 차는 선수였고, 구자천과 정우용, 김영곤도 프리킥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들도 실전에서는 쉽게 골을 넣지 못한다.
훈련 때처럼 정확한 궤적으로 프리킥을 차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훈련 때와는 달리, 실전에서는 수많은 관중들의 앞에서 프리킥을 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니까.
그 부담감이 생각보다 더 컸으니까.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훈련 때만큼의 프리킥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도 역시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이 김상훈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 저놈의 멘탈은 정말…….
이찬수마저 놀랄 정도로 단단한 멘탈.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오히려 그 많은 시선들과 부담감을 즐기는 멘탈 때문이었다.
“크히히힠!”
프리킥을 찰 준비를 마친 김상훈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 때문이었다.
[주닝요의 프리킥(L)효과가 적용중입니다.]
‘다른 스킬들 효과가 끝난 건 아쉽지만…….’
모든 버프형 스킬들의 제한시간이 끝이 난 상황.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슈팅 능력은 효과를 받을 때에 비해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93이니까. 충분하지.’
스킬 효과를 받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그의 슈팅 능력치는 93이라는 것.
충분히 높은 슈팅 능력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김상훈의 자신감을 높여줬다.
더불어 주닝요의 프리킥 스킬까지 적용중인 상황이지 않은가.
[주닝요의 프리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브라질의 주닝요, 그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한 경기당 1회 사용 가능)
최고의 프리킥커였던 주닝요.
그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
김상훈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김상훈이 프리킥을 찰 준비를 합니다. 김상훈 선수는 프리킥 정확도가 아주 높은 선수로 유명하죠?]
[기록으로 봤을 때는 세계 최고입니다. 김상훈 선수는 소속팀에서도 그렇고, 월드컵에서도 프리킥으로 많은 재미를 보고 있는 선수죠.]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 침착하게. 호흡 제대로 하는 거 까먹지 말고.
이찬수는 언제 장난을 쳤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조언했다.
김상훈은 싱긋 미소를 지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시원하게 한 방 박고 올게요.”
말을 마친 순간, 김상훈은 공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김상훈이 공을 향해 달려갑니다! 김상훈 슈티이이잉!]
해설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김상훈이 실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대부분의 프리킥을 골대 안으로 넣는 선수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역시 김상훈의 발에 맞은 공은 정확한 궤적으로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엉!
[골입니다! 김상훈 고오오올!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대한민국이 3대 2로 앞서갑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김상훈 선수!]
김상훈의 프리킥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골키퍼가 가장 막기 힘들다는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프랑스의 골키퍼이자 김상훈과 소속팀 동료인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프리킥 방향을 예측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완벽에 가까운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김상훈의 골이 터진 직후.
전반전이 종료됐다.
***
프랑스의 라커룸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악이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들 정신 차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주장, 위고 요리스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팀이야! 너희들, 그동안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이겨냈던 선수들 맞아? 왜 이렇게 한심한 표정들을 하고 있어?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라고!”
위고 요리스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고개를 숙인 선수들 사이에서 한 선수가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한 명이 없잖아. 그리고 김상훈을 막지도 못하고 있고. 이대로는 못 이겨.”
목소리의 주인공은 폴 포그바였다.
그리고 포그바의 말이 끝나자마자 뤼카 에르난데스가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봐 포그바. 네가 김상훈을 막아봤어? 네가 상대했으면, 너는 이미 형편없이 자빠졌을 걸?”
“뭐 이 새끼야?”
순식간에 두 남자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싸움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 순간, 라커룸 안에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짓들이야!”
폴 포그바와 뤼카 에르난데스가 행동을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리를 지른 남자는 프랑스의 감독, 디디에 데샹이었으니까.
그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선수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정신들 차려. 경기에서 진 것처럼 행동하지 마!”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른 디디에 데샹이 말을 이어갔다.
선수들이 고개를 돌려 데샹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제 45분이 지났을 뿐이야. 비록 스코어에서 밀리고 있지만, 우리는 충분히 잘했다. 겨우 1골 차이야. 아쉽게 캉테가 퇴장을 당했지만, 우리는 그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말을 마친 디디에 데샹이 강렬한 눈빛으로 선수들의 눈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바라봤다.
그때였다.
폴 포그바가 상기된 얼굴로 질문했다.
“캉테가 없이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디디에 데샹이 폴 포그바를 바라봤다.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던 그는, 이내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