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52화 (152/200)

152화 킬리안 음바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월드컵의 결승에 올랐다는 무게감은 다른 리그들보다도 무겁기 마련이었다.

그 부담감은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도 그랬고,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담감은 실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나라의 대표로 나왔다는 것과 우승컵이 걸린 마지막 경기라는 것이 원인이었다.

때문에 지금.

양 팀의 선수들은 모두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천이 형, 형은 안 떨리세요?”

“떠, 떨리긴! 떨리는 게 뭔데? 자고로 프로선수는 그런 걸 느끼면 안 되는 거야.”

“형 목소리부터가 떨리는데요?”

“전혀 아닌데? 난 모르겠는데?”

손홍민과 구자천은 많은 경험이 있는 선수답게,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긴장감을 덜어냈다.

그리고.

김상훈은 눈앞에 떠오른 물약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시적 속도 상승 물약(H)]

[일시적 피지컬 상승 물약(H)]

[일시적 수비 상승 물약(H)]

[일시적 민첩 상승 물약(H)]

[일시적 개인기 상승 물약(H)]

[일시적 드리블 상승 물약(H)]

[일시적 몸싸움 상승 물약(H)]

[일시적 슈팅 상승 물약(H)]

[일시적 패스 상승 물약(H)]

- 너는 진짜 미친놈이야. 어떻게 9만 포인트를 전부 물약을 사냐?

“확실하게 경기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 박스를 까면 훨씬 좋은 스킬이나 아이템이 뜰 수도 있잖아?

“그렇긴 하죠. 근데 다른 경기도 아니고 월드컵 결승전이잖아요.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 세상에서 도박을 제일 좋아하는 놈이 무슨!

“그래도 저 불법은 안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놈이에요.”

- 참신한 개소리는 그만하고, 물약은 언제 빨려고?

“흐음…… 타이밍을 봐야죠.”

- 초반에 안 써? 너 이거 안 쓰면 프랑스한테 많이 밀릴 텐데? 그리고 너 이 물약들, 다른 스킬들이랑 같이 쓸 거 아니야?

“예. 같이 써야죠.”

- 초반엔 그냥 버티게?

“예.”

이찬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김상훈의 선택이 이해가되질 않았다.

- 프랑스의 공격이 초반부터 거셀 텐데, 차라리 초반에 도핑하고 맞불 놓는 게 낫지 않겠어?

“아뇨. 어차피 저희는 수비적인 전술로 맞설 거고, 전반은 버티는 운영을 할 거예요. 프랑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을 노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김상훈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스스로의 판단을 믿었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 아~ 예. 하고 싶은 데로 하시죠.

“지켜보시죠.”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중얼거린 김상훈, 그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전반 10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상훈이 물약을 꺼내기 시작했다.

- 야! 너 뭐하냐? 전반전엔 안 쓴다며?

“지금 그딴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요!”

- 으하하하핫!

***

대한민국의 월드컵 결승 진출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는 강팀이지만, 전 세계에서는 약팀에 불과했으니까.

월드컵 4강에 오른 적이 있지만, 벌써 16년이나 지난 일이었으니까.

때문에.

대한민국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지켜본 전 세계 축구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돌풍은 어디까지? 과연 프랑스를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을까?」

「앙투안 그리즈만, ‘김상훈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 하지만 우리는 김상훈 같은 선수가 11명이나 있다.’」

「위고 요리스, ‘김상훈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선수다. 우리는 분명히 골을 먹힐 것. 하지만 우리가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다.’」

「한국의 감독 신태웅, ‘어떻게든 프랑스를 이기겠다. 프랑스는 최고의 선수들로 바글바글하다. 당연히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우리는 김상훈이라는 최고의 선수가 있다.’」

「프랑스의 감독 디디에 데샹, ‘5대 1스코어를 예상한다.’」

「김상훈, ‘우리는 역사를 쓸 것이다.’」

양 팀 모두 기세가 대단했다.

감독, 선수할 것 없이 모두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유독 강한 자신감에 차있었다.

‘질 수가 없는 싸움이야.’

그는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에겐 캉테가 있으니까.’

EPL에서 김상훈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경험이 있는 은골로 캉테, 그를 김상훈에게 맨투맨 마크를 붙였다는 것이 자신감의 이유였다.

물론 은골로 캉테가 김상훈을 완벽하게 막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대로 플레이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캉테는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지.’

최소한 김상훈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김상훈이 캉테를 상대할 때, 다른 선수들이 한국을 박살낸다. 그리고…….’

우리에겐 뤼카 에르난데스가 있다.

엄청난 주력을 가진, 센터백과 레프트 백을 소화할 수 있는 뤼카 에르난데스가 캉테를 돕는 것.

‘캉테와 뤼카 에르난데스의 협력수비라면, 김상훈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거야.’

그야말로 필승 시나리오였다.

디디에 데샹 감독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였다.

삐이이이이익-!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됐다.

[경기 시작합니다! 올리비에 지루가 안정적으로 공을 넘깁니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공을 받네요.]

[그라즈만 선수는 프랑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죠. 그리즈만 선수, 뒤로 패스합니다.]

해설들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리 떨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스쿼드가 너무 강력한데……?’

‘이거 진짜 이길 수 있는 거야……?’

프랑스의 스쿼드가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보이는 선수들의 명단이 가득하다는 사실이 해설들을 위축시켰다.

그리고 그런 프랑스의 스쿼드는 올리비에 지루, 블레즈 마튀디,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안 음바페, 은골로 캉테, 폴 포그바, 뤼카 에르난데스, 사무엘 움티티, 라파엘 바란, 뱅자맹 파바르, 위고 요리스로 이뤄진, 그야말로 월드클래스 군단이었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스쿼드는 유난히 약해보였다.

[프랑스가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원톱으로 세운 4-2-3-1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과연 프랑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일단 블레즈 마튀디와 킬리안 음바페 같은 선수들의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를 많이 노릴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음바페 선수의 돌파는 다른 팀들이 알고도 막지 못했었죠?]

[예. 음바페 선수는 굉장한 개인기량과 돌파능력을 갖춘 선수로, 그리즈만 선수와 함께 대한민국이 가장 조심해야하는 선수입니다.]

해설들은 유독 킬리안 음바페를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제 2의 티에리 앙리라고 불릴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민첩성을 가진 킬리안 음바페.

그는 혼자의 힘으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슈퍼 크랙이자, 미래에는 최고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 중 하나였다.

더불어 해설들은 또 다른 선수를 강조했다.

[또 조심해야할 선수가 있습니다.]

[블레즈 마튀디 선수를 말씀하시려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블레즈 마튀디는 오늘 윙어로 출전했지만, 사실은 제 2의 마켈렐레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수비력이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선수가 은골로 캉테, 뤼카 에르난데스와 함께 김상훈을 막을 것이라는 겁니다.]

[김상훈 선수, 오늘 힘든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경기가 시작된 직후, 프랑스는 천천히 공을 돌렸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전방 압박을 펼치지 않고, 라인을 내린 채 프랑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대한민국이 예상대로 수비적인 운영을 하네요. 라인을 내린 채로 체력을 아끼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더군다나 프랑스 못지않게 대한민국도 제대로 프랑스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를 해온 것 같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렇죠?]

[프랑스의 수비진은 생각보다 신장이 큰 편이 아닙니다. 센터백으로 출전한 사무엘 움티티의 경우 182cm이고, 라파엘 바란 역시 191cm로 장신이긴 하지만 독일의 수비들처럼 거인은 아닙니다. 그리고 신태웅 감독은 이런 프랑스를 상대로 196cm의 장신, 김신훅 선수를 원톱으로 내세웠습니다.]

[김신훅 선수의 큰 키를 이용해서 프랑스의 수비진을 무너뜨리겠다는 계산이겠네요.]

[그렇습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신태웅 감독이 오늘 준비한 전술은 4-4-1-1.

가장 최전방에 김신훅을 세우고, 그 뒤를 김상훈이 받쳐주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선수들이 오로지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후반전, 더 나아가 연장전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프랑스의 매서운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할 텐데요. 아! 말을 하던 도중에 폴 포그바가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투욱-! 툭!

폴 포그바는 특유의 리듬을 섞은 드리블로,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손홍민과 정우용이 동시에 폴 포그바의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폴 포그바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강한 피지컬로 두 선수의 압박을 가볍게 이겨냈다.

투웅-!

“크윽!”

튕겨나간 손홍민이 이를 악물고 다시 폴 포그바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우용 역시 중심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포그바의 뒤를 쫓았다.

[폴 포그바! 엄청난 드리블입니다! 손홍민과 정우용 선수를 순식간에 제쳐버리네요!]

[손홍민과 정우용이 빠르게 쫓지만, 폴 포그바! 바로 사이드로 공을 밀어 넣습니다!]

[음바페가 달립니다! 킬리안 음바페! 빠릅니다!]

폴 포그바가 스루패스를 찔러 넣고, 킬리안 음바페가 엄청난 속도로 공을 향해 달렸다.

투다닷-! 투욱-!

빠른 속도로 달린 음바페는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잡아냈다.

김민욱이 전속력으로 음바페를 쫓았지만, 두 선수의 속도는 많은 차이가 났다.

투욱-! 투욱-!

마치 한 마리 말처럼 달리는 음바페를, 그 누구도 쫓아가지 못했다.

***

정승헌.

대한민국의 센터백이자, J리그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뛰고 있는 선수로 제공권과 일대일 대인마크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였다.

그러나.

킬리안 음바페의 순간적인 속도에 정승헌은 너무나도 쉽게 제쳐 졌다.

[아~! 음바페가 정승헌을 너무나도 쉽게 제칩니다! 아! 슈웃!]

[아…… 아쉽습니다.]

전반 5분 만에 터진 프랑스의 선제골이었다.

그 순간, 김상훈의 표정이 변했다.

이찬수 역시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음바페를 바라봤다.

- 제법 빠른데?

“김민욱이 느린 선수가 아닌데, 아예 쫓아가질 못하네요.”

- 기본기, 드리블, 민첩성, 슈팅까지 좋은 녀석이야. 아무래도 오늘 김민욱이 영혼까지 털리겠는데?

“예. 확실히 위험한 선수에요.”

골을 허용한 이후, 대한민국의 공격이 시작됐다.

툭!

공을 받은 김상훈이 다시 이재선에게 공을 넘겼다.

이재선은 전방으로 쇄도하는 김신훅을 향해 과감한 전진패스를 뿌렸다.

하지만 김신훅이 공을 잡아내는 것보다 프랑스의 사무엘 움티티의 태클이 더 빨랐다.

퍼엉-!

그런데.

여기서 대한민국에게는 운이 좋지 않은 일이 생겨버렸다.

투욱-!

움티티가 걷어낸 공이 전방에 있던 킬리안 음바페의 발밑으로 향했다는 것.

음바페가 한 번의 터치로 다시 한 번 정승헌을 제치고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버렸다는 것.

그 사실에 대한민국 선수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 하필 공이 음바페에게 연결되네요!]

[음바페가 골대를 향해 달립니다. 조연우 골키퍼가 튀어나옵니다!]

음바페와 조연우의 일대일 상황.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공격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서.

킬리안 음바페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철렁-!

[……골입니다. 프랑스가 추가골을 넣는 것에 성공합니다.]

[스코어가 2대 0이 됩니다…….]

해설들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이 다급한 손놀림으로 물약의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그때, 이찬수가 소리쳤다.

- 야! 너 뭐하냐? 전반전엔 안 쓴다며?

“지금 그딴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요!”

- 으하하하핫!

김상훈은 이찬수의 웃음을 무시한 채, 눈앞에 있는 9개의 물약을 빠른 속도로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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