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긴장
강화.
무언가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뜻이 이 단어는 김상훈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단어였다.
과거, 인터넷 방송을 하던 시절의 김상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런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강화를 하거나 합성을 하는, 도박성이 짙은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률이 낮은 게임을 성공시켰을 때, 그 짜릿함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강화도 진짜 많이 했었지.’
때문에 김상훈에게는 여러 게임방송을 진행하며, 수많은 강화를 해봤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많은 경험들 때문일까?
김상훈은 강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강화는 자칫 잘못하면 원하던 아이템이나 스킬을 날려버릴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레인보우 박스에서 나온 스킬을 바라봤다.
[스킬 강화]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원하는 스킬을 100%확률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1회 사용가능.)(레전드 등급에도 사용가능.)
“100%라고?!”
놀란 김상훈이 소리를 질렀다.
더불어 그의 옆에 있던 이찬수도 커진 눈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 야이……! 이건 아니잖아! 무슨 강화를 백퍼센트 확률로 성공시켜줘?! 그리고 레전드 등급도 강화할 수 있다고? 야! 이건 진짜 아니지!
“으하하핫!”
김상훈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스킬이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최근 얻었던 보상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보상이었다.
그때, 이찬수가 질문했다.
- 야, 상훈아. 근데 레전드 스킬을 강화하면 뭐가 나오려나?
“글쎄요. 그냥 효과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 그런가? 레전드 다음 등급은 없겠지?
“일단 시스템 상으로는 없죠. 근데 나중에 업데이트가 되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러면 그것도 나름 재밌어지겠네.
“그러게요.”
- 그럼 넌 당연히 레전드 등급 스킬을 강화하겠네?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이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요.”
- 뭐? 뭔 소리야? 레전드 스킬을 강화 안하면 뭘 강화하려고?
“다 생각이 있습니다.”
- 뭔데? 짜증나려고 하니까 빨리 말해봐.
“일단 레전드 등급 스킬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 그건 맞는데, 레전드 등급 스킬은 대부분 효과가 좋잖아. 예를 들어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같이.
“그렇죠. 근데 대부분의 레전드 스킬이 제한시간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풀타임 지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가장 효율적인 스킬을 강화하고 싶어요.”
- 효율성? 그래서 네 생각에 가장 효율적인 스킬이 뭔데?
“일단 조건이 있죠.”
- 그러니까 그 조건이 뭐냐고?
“경기 내내 사용할 수 있고, 강화를 했을 때 그 효율이 극대화될 것 같은 스킬이죠.”
- ……몇 개가 떠오르긴 하네.
이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빙의를 하며 직접 스킬을 경험한 그는, 김상훈의 선택이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그쵸? 사실 저도 그 몇 개중에서 고민을 했어요.”
- 그래서 결정은 했고?
“예.”
대답과 함께 김상훈이 스킬 강화(L)를 사용했다.
[스킬 강화(L)를 사용하셨습니다.]
[원하는 스킬을 결정해주세요.]
시스템 메시지가 뜬 순간, 김상훈은 마음속에 있던 스킬을 떠올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한테는 이 스킬이 최고야.’
이내 김상훈은 환한 미소와 함께 강화할 스킬의 이름을 외쳤다.
“정확한 슈팅.”
최초로 얻은 스킬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킬.
더불어 그 효과 역시 히어로(Hero)등급임에도 레전드(Legend)등급 스킬에 밀리지 않는, 오히려 더욱 좋게도 느껴지는 스킬.
김상훈은 그런 정확한 슈팅 스킬을 선택했다.
[정확한 슈팅]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체력을 랜덤으로 1에서 20까지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체력을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때릴 수 있게 해주는 정확한 슈팅(H)의 강화가 시작됐다.
[정확한 슈팅(H)스킬의 강화가 시작됩니다.]
***
정확한 슈팅 스킬은 김상훈이 가진 스킬 중, 가장 사기적인 효과를 지닌 스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이 스킬에도 단점은 존재했다.
체력소모.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랜덤으로 1에서 20까지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
단순히 운에 의지해야한다는 것.
운이 좋지 않을 때는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
그 사실이 바로 정확한 슈팅 스킬의 큰 단점이었다.
그리고 지금.
[정확한 슈팅(H)스킬의 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킬 강화가 완료됐다.
“됐다!”
- 오오! 근데 이거 언제 나오는 거야?
“그러게요.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네요?”
두 남자의 눈앞에서 정확한 슈팅 스킬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정확한 슈팅 스킬의 강화판이 그 정체를 드러냈다.
[정확한 슈팅(L)]
그 이름은 전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름 뒤에 붙은 등급이 달라졌다.
“워!”
김상훈의 입 꼬리가 높이 치솟았다.
이찬수 역시 흥미진진한 눈으로 스킬을 바라봤다.
- 정확한 슈팅 스킬이 레전드 등급이 됐네. 가뜩이나 사기였는데, 얼마나 더 사기가 됐을까?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만족할 것 같아요.”
- 그럼 얼른 확인해보자.
“예.”
대답을 한 김상훈은 눈앞에 스킬의 정보를 띄웠다.
[정확한 슈팅]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체력을 5만큼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슈팅을 하는 순간, 슈팅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이야쓰!”
정보를 확인한 김상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될 놈 될~! 될 놈은 된다~! 될 수밖에 없드아아아아! 이야쓰으!”
- 야!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스킬 아니냐? 무슨 이렇게 강화가 돼?
“레전드 등급 강화 스킬이었잖아요. 이 정도는 돼야죠.”
- 와…… 이건 진짜 너무한다.
“크히히힠!”
김상훈이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강화된 정확한 스킬의 효과는 그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좋았다.
그때, 이찬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일단 축하한다. 정말 좋은 결과가 나왔어! 그러니까 이제 발 뻗고 푹 자면 되겠다. 그치?
“예? 무슨 말씀이세요? 자긴 왜 자요?”
- 안 자면 뭐하게?!
“뭐하긴요. 이 기세를 이어서 포인트 써야죠.”
- 아오! 설마 했는데 진짜 포인트를 쓴다고?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하지?
“에이~! 아시는 분이 또 왜 이러실까? 이 기세를 이어가서 포인트를 쓰면 더 좋은 게 뜰 수도 있잖아요.”
김상훈은 여기서 그만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가진 포인트를 전부 사용할 생각이었다.
‘곧 펼쳐질 결승전에서 이기려면 최대한 성장해야 돼.’
곧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진다는 것과.
결승에서 만날 팀이 세계 최고의 전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라는 것.
그 사실들이 김상훈을 긴장시켰다.
‘지금의 프랑스는 정말 강해. 아마도 가장 힘든 경기가 되겠지.’
김상훈은 프랑스의 강함을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랑스는 강팀으로 평가받았던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벨기에를 꺾어내며 결승까지 올라온 팀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경기력 또한 대단했다.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있는 프랑스는 조직력도 좋아서 그 어떤 팀을 상대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를 상대로도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겠지.’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 전력도 강했다.
절대로 약하다고 볼 수 없는 전력이었다.
더불어 김상훈은 주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한 슈팅 스킬까지 강화가 된 상태이지 않은가.
하지만.
‘더 성장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대표팀의 에이스인 김상훈이 더 성장한다는 것.
그건 대한민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김상훈 역시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곧바로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박스 선택 창 띄워줘.”
띠링!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레인보우 박스 ▷ 300,000포인트]
그때였다.
박스 선택 창을 바라보던 김상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 응? 표정이 왜 그래?
“느낌이 좋지 않아요.”
- 갑자기? 방금 전까지는 기세를 이어간다며?
“생각해보니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서요.”
- 엥? 그럼 뭐 어쩌겠다고?
“다른 방법을 써야죠.”
김상훈, 그는 대답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소모품 상점 좀 열어줘.”
***
일요일.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주 큰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는 것.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의 바로 전날이라는 것이 그 단점이었다.
쉬는 날이지만 술을 마시기에는 애매하고, 조금 쉰 것 같은데 자야할 시간이 와버리는 날.
그게 바로 일요일이기도 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일요일 저녁에는 조용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잘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런데.
2018년 7월 15일, 일요일 저녁 6시인 지금.
한국의 축구팬들은 잘 준비는커녕 이불조차 깔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망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되는 시간이었으니까.
결승전에 진출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경기가 펼쳐지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축구팬들의 기대감이 이전경기와는 180도 달라져있었다.
“드디어 시작한다! 우리가 프랑스를 이길 수 있을까?”
“충분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우리한테는 김상훈이 있잖아?”
“김상훈이 있는 한 우리는 절대지지 않아.”
“김상훈이 어떻게든 골을 넣어줄 거야. 우리는 골을 많이 먹히지만 않으면 돼.”
“이거 진짜 우승을 할 것 같은데? 왠지 김상훈이 일을 낼 것 같아!”
김상훈에 대한 믿음.
그 믿음이 너무나도 커진 지금, 한국 축구팬들은 희망을 가졌다.
비록 상대가 세계 최강의 전력을 지닌 프랑스였지만,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들의 믿음을 받는 주인공, 김상훈은 조금은 경직된 얼굴로 이찬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표정이 왜 그래? 어디 불편하냐?
“긴장이 좀 돼서요.”
- 엉? 네가 긴장을 한다고? 에이~! 거짓말하지 마.
“진짜에요. 아무래도 결승이라 그런가, 조금 떨리네요.”
- 이야. 세상 살다보니…… 아니, 죽다보니 별 일을 다보네. 김상훈이 긴장을 했다고?
“저도 사람입니다.”
- 사람? 너 지금 나 귀신이라고 놀리는 거야?
“설마요. 와…… 근데 진짜 이상하네요. 심장도 빨리 뛰고 평소보다 부담이 너무 많이 돼요.”
- 왜 긴장을 하고 그러냐. 너는 그냥 네 할 것만 하면 돼. 그리고 지금까지 강한 팀들 많이 만났잖아. 레알도 만났고, 바이에른 뮌헨도 만나봤잖아. 쟤들이 그 팀보다 셀 것 같냐? 아니야. 개개인의 능력은 더 뛰어날 수 있어도 조직력에서 국가대표 팀은 클럽 팀을 이길 수가 없어.
“…….”
- 물론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긴 해. 그땐 네가 토트넘에서 뛰었고, 지금은 대표팀에서 뛰고 있으니까.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 건 있어.
“……그게 뭐죠?”
- 너.
“저요?”
- 그래. 팀은 달라졌어도 네 실력은 그대로잖아. 동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선수가 있고, 혼자서도 잘하는 선수가 있어. 근데 내가 아는 너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놈이야. 그러니까 쫄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알겠습니다.”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찬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 ……너 뭐하냐?
“감사합니다. 스승님 덕분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이 특유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여유까지 느껴졌다.
동시에 그는 눈앞에 떠오른 물약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