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48화 (148/200)

148화 패스가 너무 세다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4강전은 치열했다.

양 팀 모두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다녔고, 김상훈의 활약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2대 1스코어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크로아티아의 기세는 계속해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때, 김상훈이 그 기세를 끊어내기 위해 가진 무기들을 꺼냈다.

[경기력 상승 물약(H)을 섭취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뛰어난 리더십(G)를 사용하셨습니다.]

[동료들의 기세가 올라갑니다.(제한시간 20분)]

사실, 이렇게 빨리 모든 스킬들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위험해. 지금은 스킬을 아낄 때가 아니야.’

당장 눈앞의 상황을 해결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이 손홍민을 불렀다.

“홍민아.”

“예, 형!”

“토트넘에서 하던 거 해보자. 지금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야.”

“예.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손홍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두 남자는 토트넘에서 그랬던 것처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상훈! 손홍민에게 패스합니다. 오! 손홍민이 바로 멋진 힐패스로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습니다. 김상훈! 달립니다!]

[두 선수의 호흡이 굉장히 좋네요! 역시 한 팀에서 뛰는 동료답습니다!]

[실제로 토트넘의 경기를 보면 두 선수가 멋진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죠.]

[김상훈과 손홍민의 호흡에,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체력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손홍민은 체력에 큰 영향을 받는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전반전과 후반 60분까지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그 이후부터는 급격히 지친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전반 30분도 되지 않은 지금, 손홍민의 플레이는 과감하고 깔끔했다.

휘익-!

크로아티아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를 제쳐낸 손홍민이 김상훈에게 공을 넘긴 뒤, 쇄도했다.

김상훈은 그런 손홍민의 앞 공간을 향해 공을 찍어 찼다.

툭-!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능력을 갖고 있는 김상훈의 패스였다.

그의 공은 무서울 정도로 정교하게 크로아티아의 페널티 박스 안에 떨어졌다.

퉁-!

그리고 손홍민이 그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김상훈의 패스가 너무 좋습니다! 손홍미이이인! 때리나요?!]

발리 슈팅은 정확한 임팩트로 때리는 것이 아주 어렵다.

물론 그건 프로축구 선수에게도 통용되는 것이었다.

정확한 슈팅 스킬이 있는 김상훈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선수에게나 어려운 슈팅이 바로 발리 슈팅이었다.

때문에 손홍민은 평소, 발리 슈팅 같은 정확도가 낮은 슈팅을 시도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십(G)스킬 효과가 발동중입니다.]

[동료들의 기세가 올라갑니다.]

뛰어난 리더십 스킬 효과가 발동되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손홍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더불어 높아진 자신감은 침착함과 집중력도 함께 향상시켜줬다.

‘넣을 수 있어!’

손홍민이 공중에 뜬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두를 때.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손홍민! 때립니다! 고오오오올~!]

[손홍민이 멋진 골을 넣어주면서 스코어는 3대 1이 됩니다!]

[이야~!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대한민국! 너무 강합니다!]

골을 넣은 손홍민은 가장 먼저 김상훈을 향해 달려왔다.

“형! 패스 진짜 최고였어요! 형 덕에 넣을 수 있었어요!”

김상훈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받아쳤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 네가 잘 찬 거잖아.”

“에이~! 허엉! 형 패스가 진짜 꿀이었어요.”

“알면 잘해 인마.”

“넵!”

김상훈에게 안겼던 손홍민이 한국 관중들을 향해 달려간 뒤,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날리기 시작했다.

- 어우~! 홍민이 쟤는 참 팬서비스를 참 잘한다니까? 어쩜 애가 저렇게 호감이지? 우리 상훈이는 이렇게 비호감인데.

“갑자기요?”

- 응? 갑자기라니? 홍민이는 누구랑은 다르게 인성이 좋고, 팬들을 끔찍하게 생각하잖아.

“어째 저를 까시는 것 같습니다?”

- 뭔 소리여? 내가 언제?

“그쵸? 아니죠? 저는 인성도 좋고, 팬들을 되게 사랑하잖아요.”

- 스승한테 대들고, 팬들이 보는 앞에서 엄살이나 부려대겠지.

“예……? 지금 먼저 공격하신 거죠?”

- 우와~! 이거, 이거! 이제는 스승한테 도끼눈을 뜨네!

이찬수가 붉게 물든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김상훈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제가 사랑하는 스승님이니까 한 번만 참겠습니다.”

- 와! 이런 싸가지 없는 놈! 네가 안 참으면 어쩔 건데? 엉? 어으! 내가 진짜 호랑이 새끼를 키웠네!

“전 원래 말빨 하나는 호랑이였습니다.”

김상훈과 이찬수는 경기가 재개되었을 때도 계속해서 다툼을 이어갔다.

***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비상이 걸렸다.

비교적 쉬운 상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에게 무려 3골을 허용했다는 것.

그 사실이 크로아티아의 코치진과 감독, 선수들의 멘탈을 흔들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크로아티아의 감독, 즐라트코 달리치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쳤다.

“이런 젠장!”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믿고 싶지가 않았다.

분명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대한민국과의 경기가 펼쳐지기 전, 자국 내에서 영웅과도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크로아티아를 훌륭한 경기력으로 4강에 안착시킨 그는, 더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의 머릿속에 패배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의 자신감의 원인은 간단했다.

뛰어난 클래스를 가진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과.

차기 발롱도르 후보인 최고의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들이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자신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그런데.

“왜 밀리는 거냐고!”

물론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김상훈 저 놈……!’

지금 이 순간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눈에는, 저 멀리서 얄미운 미소를 짓고 있는 김상훈이 보였다.

‘녀석이 이렇게 대단한 선수였을 줄이야……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버렸어.’

물론 그는 김상훈의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상훈이 훌륭한 실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은, EPL경기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설마 모드리치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펼칠 줄이야…….’

김상훈이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루카 모드리치보다도 좋은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게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가장 큰 실수였다.

‘어떻게든 막아야 되는데…….’

그때였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생겼다.

삐이익-!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금, 양 팀의 전술에 변화는 없었다.

이제 막 전반전을 치렀을 뿐이었고, 양 팀 모두 경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양 팀의 감독 모두 큰 변화는 주지 않았네요?]

[맞습니다. 사실 크로아티아의 경우에는 전술을 바꾸기는 이릅니다. 비록 3대 1로 밀리고 있지만, 경기력이 밀리는 것은 아니거든요.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입장에서 전술을 건드리는 것은 부담이 큰 일일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헌데 대한민국이 전술변화 없이 후반전을 시작하는 것은 조금 의외인데요? 평소의 신태웅 감독이었다면 점수 차이를 지켜내기 위해 후반전에는 선수를 교체하며 조금 더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을 것이거든요.]

해설들의 말이 이어지던 도중, 크로아티아가 전반전보다도 더욱 빠른 템포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이반 페리시치! 루카 모드리치와 짧은 패스를 이어받으며 빠르게 전진합니다. 이반 페리시치, 패스! 마리오 만주키치가 김영곤을 등진 채 공을 받아냅니다.]

투욱-!

김영곤의 표정이 굳었다.

그를 등진 채, 공을 받은 마리오 만주키치의 몸이 너무나도 단단했기 때문이다.

‘무슨 벽이야, 뭐야?’

김영곤 역시 대한민국의 주전 센터백으로 단단한 피지컬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김영곤이 모든 힘을 다해 밀어붙여도, 만주키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만주키치가 순간적으로 몸을 회전하려했다.

휘익-!

“크으윽!”

그 순간 김영곤이 만주키치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 어깨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몸을 돌리게 만들면 안 돼……!’

페널티 박스에서 가까운 곳에서 스트라이커에게 각을 열어주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 스트라이커가 마리오 만주키치라면 그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때문에 김영곤은 이를 악물고 만주키치의 회전을 방해했다.

“쳇!”

결국 만주키치가 몸을 돌려내는 것을 포기한 채, 동료를 향해 패스했다.

[김영곤 선수! 멋진 수비를 보여줍니다!]

[오늘 김영곤 선수가 굉장히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투욱-!

만주키치의 패스를 받은 이반 라키티치가 과감한 드리블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어?! 위험합니다! 라키티치에게 공간을 내주면 위험합니다!]

[라키티치가 정우용의 압박을 손쉽게 벗어납니다! 막아야합니다!]

이반 라키티치는 코웃음을 쳤다.

“다 뚫어줄게.”

바르셀로나에서의 그는, 돌파시도보다는 경기를 조율하고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하지만 지금, 라키티치는 과감한 돌파로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그의 드리블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반 라키티치가 윤영석까지 제쳐냅니다! 선수들 집중해야 돼요!]

[이반 라키티치! 슈팅 각도를 만듭니다. 각을 주면 안 돼요! 아아!]

해설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이반 라키티치가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로 어느새 대한민국의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반 라키티치를 막으러 달려오는 선수가 있었다.

“순간 가속.”

스킬까지 사용한 채, 질풍처럼 달려드는 선수는 바로.

김상훈이었다.

[김상훈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옵니다!]

[라키티치 선수가 바로 슈팅을 때릴 준비를 하네요! 아! 때리나요! 어억?! 김상훈!]

라키티치의 근처까지 달려온 김상훈은 그의 뒤에서 슬라이딩을 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태클!”

더불어 그는, 무려 70%의 확률로 태클을 성공시키는 완벽한 태클(H) 스킬까지 사용했다.

아직 거리가 있던 상황이었지만 마치 썰매를 타듯, 김상훈의 몸이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갔다.

촤아악-!

이런 상황을 모르는 이반 라키티치는 골을 확신한 채,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때.

마침내 이반 라키티치에게 붙은 김상훈의 다리가 움직였다.

[우와아아아! 김상훈 선수! 정말 완벽한 태클입니다. 너무 환상적인 태클이에요!]

[거의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냅니다! 어떻게 이런 태클을 할 수가 있죠?!]

[백태클은 보통 굉장히 위험한데, 김상훈 선수는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공만을 빼냈습니다! 아~! 라키티치 선수 허탈한 얼굴로 김상훈을 쳐다보네요!]

라키티치는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김상훈을 쳐다봤다.

김상훈은 그런 라키티치에게 윙크를 날린 뒤, 전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전방을 향해 길게 공을 뿌렸다.

[역습입니다! 대한민국의 황희창과 손홍민이 쇄도합니다! 그리고 김상훈이 전방을 향해 공을 길게 뿌립니다!]

해설들은 당연히 김상훈의 차낸 공이 패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상훈이 찬 공이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어?! 패스가 너무 센데요? 이건……?!]

그 순간, 김상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 있었다.

[정확한 슈팅(H)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12만큼 소모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