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44화 (144/200)

144화 퍼플 박스

[환상적인 드리블을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 2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44회 – 보상으로 44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3골 –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김상훈이 잉글랜드 전을 마치고 받은 포인트는 총 3240P.

그런데.

보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퍼플 박스가 지급됩니다.]

김상훈은 연장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내용의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으로, 무려 16만 포인트가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퍼플 박스까지 받았다.

그리고 보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월드컵 8강에서 3골을 기록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3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월드컵 8강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 보상으로 1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월드컵 4강에 진출하셨습니다. - 퍼플 박스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45220P입니다.]

각종 보상을 합친 지금, 김상훈이 가진 포인트와 박스는 다음과 같았다.

45220포인트와 16만 포인트가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퍼플 박스 2개.

그야말로 놀라운 보상이었다.

때문에 지금.

김상훈은 고민에 빠졌다.

“퍼플 박스는 그냥 까면 되는데…… 포인트로 뭘 구매해야 될까요?”

몸값이 비싼 퍼플 박스를 오픈하기 전, 가진 포인트로 어떤 박스를 구매할지.

그게 바로 김상훈의 고민이었다.

그때, 이찬수가 코를 후비면서 대답했다.

- 걍 대충 아무거나 까~ 아오, 근데 왜 오늘따라 코가 간지럽지?

“……귀신이 간지럼도 타요?”

- 뭐 인마? 갑자기 왜 시비야?

“먼저 제자의 고민을 무시하셨잖아요.”

- 아니 그런 걸 고민이라고 하고 앉아있는 네가 문제 아니냐? 엉? 어차피 운도 좋은 놈이 걍 아무거나 까면 되지 왜 맨날 고민한답시고 지지리 궁상이야? 그리고 네가 언제 내 말을 들었냐? 청개구리 새끼마냥 매번 반대로 행동하면서!

“……제가 잘못했네요.”

김상훈이 고개를 숙였다.

이찬수의 말을 듣다보니,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찬수가 당황했다.

- 그 반응은 뭐냐……? 안 어울리게 왜 그래? 엉? 너 지금 괜히 불쌍한 척 하는 거지?

그때였다.

김상훈이 손가락을 움직여,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 엇?! 뭐하냐? 너 설마…… 우냐? 상훈아! 고개 좀 들어봐!

당황한 이찬수의 말에도, 김상훈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깨까지 들썩이고 있었다.

- 너 진짜 왜 그래? 야! 내가 미안해. 내가 미안하니까 울지 마! 어으! 미안하다니까?

이찬수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찬수 선수 사과니까 특별히 받아드리죠.”

- 어억……!

고개를 든 김상훈의 얼굴이 너무나도 멀쩡하다는 것을 보자마자.

이찬수는 뒷목을 잡았다.

동시에 또 다시 김상훈의 연기에 속아버린 스스로를 원망했다.

- 이런 젠장! 이걸 또 속네!

“크힠! 역시 이찬수 선수 놀리는 게 제일 재밌네요.”

- ……싸가지 없는 놈! 아 그래서 뭐부터 깔 건데? 결정은 했어?

이찬수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김상훈이 특유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예. 결정했습니다.”

***

[그린 박스 2개를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5220P입니다.]

김상훈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그린 박스를 2개 구매하는 것이었다.

총 4만 포인트를 사용해서 박스를 구매한 그는, 시간을 끌지 않고 그린 박스를 오픈했다.

분명 개당 2만 포인트라는 비싼 녀석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김상훈은 떨지 않았다.

‘적응이 된 건가? 아니, 퍼플 박스가 있어서겠지.’

그린 박스보다 8배나 비싼 퍼플 박스가 있다는 것.

그 사실이 김상훈의 긴장감을 완화시켜줬다.

그리고.

그린 박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린 박스 2개를 오픈합니다.]

쉬쉬쉬쉬쉿-!

김상훈은 빠르게 회전하는 그린 박스를 무덤덤한 눈으로 바라봤다.

- 오올! 비싼 거 있다고 이제 그린 박스는 거들떠보지도 않네?

“빨리 회전을 멈췄으면 좋겠어요. 지금 퍼플 박스 까고 싶어서 미칠 것 같거든요.”

- 슬슬 멈추려고 하네.

두 남자가 대화를 마쳤을 때.

빠르게 회전하던 그린 박스가 천천히 그 힘을 잃어갔다.

이윽고 완전히 멈춰선 박스 안에서 두 개의 결과물이 튀어나왔다.

[드리블 향상 막대사탕(J)]

[체력 상승 목도리(J)]

“오!”

김상훈이 감탄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 조커 등급의 아이템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이템의 이름으로 보아 능력치 상승 아이템일 확률이 높았다.

- 에라이!

이찬수가 짜증을 냈고, 김상훈은 다급하게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드리블 향상 막대사탕(J)]

- 등급 : 조커(J)

- 효과 : 막대사탕을 다 녹여 먹으면 드리블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씹어서 먹을 시,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체력 상승 목도리(J)]

- 등급 : 조커(J)

- 효과 : 따뜻한 목도리입니다! 30분간 목도리를 착용하면, 체력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아이템들의 정보를 확인한 순간, 김상훈과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엥? 두 개 다 발동조건이 좀 특이하네요.”

- 재밌게 잘 만들었네. 근데 저 정도 발동조건이면 개꿀 아니냐? 능력치를 올려주는데.

“그렇긴 하죠. 근데.”

그때, 김상훈의 인상을 찌푸렸다.

“목도리가 너무 두꺼운 데요?”

- 두꺼운 게 뭐? 따뜻하고 좋지.

“……지금 7월인데요?”

- 좋네! 너 이열치열이라는 말 알지? 사람들이 더울 때일수록 삼계탕 먹고 그러잖아. 여름에 목도리! 캬! 간지네.

이찬수의 공격에, 김상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전혀 모르겠네요. 그리고 여기 러시아인데요? 걍 한 겨울이에요.”

- 아, 맞네? 야! 너 지금 겨울인거 알고 있었으면서 또 나를 놀린 거네?

“놀리다니요. 그리고 방안은 따뜻하잖아요.”

대답과 함께 김상훈은 에어컨을 틀었다.

띵-!

전원을 켜자마자, 에어컨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즉시 김상훈이 목도리를 착용하고 입에 사탕을 넣었다.

[체력 상승 목도리(J)를 사용하셨습니다. 30분 뒤, 효과가 적용됩니다.]

[드리블 향상 막대사탕(J) 섭취를 시작하셨습니다. 녹여드세요. 깨물어먹을 시,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김상훈은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침대에 누웠다.

그때, 이찬수가 소리쳤다.

- 야! 에어컨은 반칙이잖아! 그리고 보일러를 빵빵 튼 채로 에어컨까지 트는 놈이 어딨어?!

“축구도 아니고 반칙이라뇨. 쉬운 길이 있으면 쉽게 가야죠. 그리고 30분 정도는 이렇게 틀어놔도 괜찮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보일러와 에어컨을 동시에 트는 사치 정도는 부려도 되잖아요?”

- 야비한 놈! 사치에 찌든 놈!

“감사합니다!”

- 못생긴 놈!

“얼굴은 이찬수 선수가 더…….”

- 닥치자.

“먼저 시작하셨는데요?”

- 아오!

한껏 이찬수를 놀려댄 김상훈이 침대에 누운 채, 시스템을 불렀다.

진짜를 오픈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시스템, 퍼플 박스 2개 좀 띄워줘.”

그때 이찬수가 소리쳤다.

- 이야~! 팔자 좋다. 증말! 목도리에 사탕까지 빨면서 박스를 까네. 참 축구 쉽게 한다. 쉽게 해.

“박스 까는 건데요?”

- 오늘따라 말대꾸를 왜 이렇게 많이 하냐?

“말대꾸라뇨. 꼰대같이 왜 그러세요. 그리고 저 오늘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이랬는데······.”

- 한 마디를 안지네?

“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 후우……! 이 새끼가!

더 이상 참지 못한 이찬수가 김상훈의 뒤통수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하지만 귀신인 이찬수의 손바닥은 김상훈의 몸을 통과했다.

- 아오! 진짜 개열받네!

“사랑의 매를 맞지 못한다는 것에 참 슬픕니다. 그럼 저는 슬픈 마음을 간직한 채 박스를 까겠습니다.”

- ……어째 말빨이 점점 느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시스템! 퍼플 박스 2개 다 오픈할게.”

[퍼플 박스 2개를 오픈합니다.]

드디어 잉글랜드 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것에 대한 진짜 보상을 오픈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쉬는 날은 없었다.

쉴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4강에 진출한 지금, 이들의 목표는 더욱 높아졌으니까.

결승, 그리고 우승까지도 꿈꿀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와버렸으니까.

때문에 선수들은 하얀 입김이 나오는 러시아에서,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다.

관계자들 역시 쉬지 못했다.

4강에서 만나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선수들에게 주입하는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신태웅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훈련장 안을 멀쩡한 모습으로 뛰어다니는 한 남자 때문이었다.

‘김상훈을 계속 기용하는 것이 맞는 걸까?’

분명 김상훈은 대한민국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4강은커녕 8강에 오르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태웅 감독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이 없다면 4강에서 승리하는 것이 몇 배는 힘들어질 거야.’

다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김상훈을 기용하는 것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김상훈이 기절을 해버렸으니까.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김상훈의 상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잉글랜드 전에서 기절한 김상훈, 혹사 논란.」

「김상훈, 건강에 적신호?!」

「신태웅 감독, 기절한 김상훈 기용하나?」

「김상훈, ‘국민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너무 지쳐서 단순히 기절했을 뿐이다. 지금은 몸 상태가 아주 좋다.’」

「계속된 김상훈 혹사 논란에 토트넘 팬들이 분노하다.」

김상훈의 건강에 관련한 기사들이 수두룩했고, 댓글들도 그 숫자를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이 올라왔다.

춘천닭갈비 : 솔직히 4강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 김상훈은 쉬게 해주는 게 맞아.....

boboibu11 : 상훈아 충분히 할 일 다했다. 이제 그만 쉬어도 돼.

FM만10년차 : 신태웅아 이번에 김상훈 나오면 진짜 뒤진다. 쉬게 해줘라. 진짜 상훈이 기절할 때, 내가 기절할 거 같드라... 그리고 김상훈이 기절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얘 은근히 자주 기절해. 진짜 조심해야 돼.

ni1bi1iw : 다들 진정해. 어차피 선수기용은 감독 권한이야. 그리고 김상훈 스스로가 멀쩡하다잖냐.

짜파게리요리사 : 위에 말이 맞음. 감독이 알아서하는 거임. 그리고 솔직히 니들은 결승 욕심 안 나냐? 이렇게 4강까지 진출했는데?

양념반똥집반 : 아 진심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김상훈이 대단하긴 해. 이 정도면 인간계 최강 아님?

aih9180 : 일단 러시아 월드컵 MVP는 확정임.

이런 상황에서, 신태웅 감독은 다시금 김상훈을 바라봤다.

김상훈은 여전히 멀쩡한 몸 상태를 보여주며 훈련에 참여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는 괜찮다고 나오긴 했는데, 진짜 괜찮을까?’

그렇게 신태웅 감독의 걱정이 점점 더 커져갈 때쯤.

대표팀의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났을 때.

신태웅 감독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김상훈 쟤 지금 몇 골 째야……?”

***

전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러시아 월드컵에 쏠려있었다.

그러던 와중, 4강 1경기에서 프랑스가 벨기에를 치열한 경기 끝에 1대 0으로 잡으며 결승에 올랐다.

자연스레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은 4강 2경기로 쏠리게 됐다.

“한국이 이길 수 있을까?”

“이기겠냐? 김상훈도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던데.”

“한국은 약팀이야. 솔직히 4강까지 온 것도 기적이지.”

“김상훈이 없었으면 4강은커녕 16강에도 못 올라갔을 걸?”

“그래도 축구는 붙어봐야 알잖아.”

“그건 그렇지.”

4강 2차전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2018년 7월 12일 목요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인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4강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퍼플 박스로 새로운 무기들을 얻은 김상훈이 선발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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