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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42화 (142/200)

142화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남자

현재, 김상훈이 보유한 포인트는 많지 않았다.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 포인트가 쌓이는 족족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요 며칠간 부상 때문에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현재 보유 포인트는 6980P입니다.]

기껏해야 레드 박스 하나를 구매할 수 있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은 포인트였다.

- 상훈아 뭐하려고?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질문했고, 김상훈은 곧바로 대답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 레드 박스라도 사려고? 경기 중에?

“아뇨.”

- 응? 그럼 뭘 하려고? 그냥 구경하려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고개를 저은 김상훈이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소모품 상점 열어줘.”

시스템의 반응은 빨랐다.

[랜덤 물약(S) ▷ 5,000포인트]

[일시적 속도 상승 물약(S) ▷ 10,000포인트]

[일시적 피지컬 상승 물약(S) ▷ 10,000포인트]

[일시적 수비 상승 물약(S) ▷ 10,000포인트]

[부상 방지 물약(G) ▷ 15,000포인트]

[부상 회복 물약(J) ▷ 20,000포인트]

…….

여러 종류의 물약이 즐비한 소모품 상점.

그곳을 바라보던 김상훈이 빠르게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

[랜덤 물약(S)을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남은 포인트는 1980P입니다.]

5000포인트로 구매한 물약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랜덤 물약]

- 등급 : 실버(Silver)

- 효과 : 섭취 시, 랜덤 효과가 적용됩니다. *경고! 능력치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적용시간 10분)

그때,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 야! 이거 불길한데?!

“어쩔 수 없잖아요. 이대로 가다간 답이 없어요.”

- 미쳤군.

김상훈은 망설임 없이 물약을 마셨다.

꿀꺽!

랜덤 물약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씁쓸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크!”

- 어이구! 누가 보면 소주라도 마신 줄 알겠다.

“이거 진짜 쓰다고요.”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먹어본 적이 없는데. 근데 인상 좀 피면 안 되냐? 지금 얼굴이면 관중들한테 위압감을 줄 것 같은데.

“아오! 지금 정신없으니까 장난 좀 치지 마세요!”

소리를 지른 김상훈이 긴장되는 눈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기다렸다.

정신력이 강한 김상훈이었지만, 지금은 그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랜덤 물약을 먹은 효과가 나타났다.

[랜덤 물약(S)을 섭취하셨습니다.]

[효과가 랜덤으로 적용됩니다.]

[슈팅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지속시간 10분)]

시스템 메시지를 본 김상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치가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슈팅 능력치가 상승한 것은 그의 예상보다 좋은 상황이었다.

비록 10분의 제한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슈팅 능력치 10이 상승된 것은 대단한 효과였다.

더군다나 김상훈의 주특기는 슈팅이었다.

때문에 랜덤 물약의 결과는 그의 주 무기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연장전이 시작된 지금.

김상훈은 필사적으로 수비를 하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

해설들은 목이 쉰 채로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었다. 계속해서 잉글랜드의 공격이 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 케인! 슈티이이잉! 아! 다행히 골문을 벗어납니다!]

[위협적인 슈팅이었어요! 대한민국! 집중해야 됩니다!]

[지금 김영곤 선수가 해리 케인 선수를 완전히 놓쳤어요! 해리 케인 선수는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곧바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선수거든요! 조심해야합니다.]

[더군다나 잉글랜드에는 해리 케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델레 알리, 라힘 스털링, 애슐리 영 같은 돌파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 선수들은 이 선수들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조금 더 힘을 내야합니다! 김상훈 선수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혼자서 두세 명의 선수를 막을 수는 없거든요. 다른 선수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골킥이 선언된 이후, 김상훈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허억! 허억!”

- 괜찮냐? 숨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후우……! 진짜 죽겠네요.”

- 체력도 좋아진 놈이 왜 이렇게 빌빌대?

“지금 제 활동량 아시잖아요.”

- ……힘 좀 내자.

이찬수는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못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투입된 김상훈이, 연장전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뛰고 있는 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연장전에 돌입한 이후부터, 김상훈은 정말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 계속해서 돌파를 시도하고 슈팅을 때려댔기 때문이다.

물론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라인을 올려서 공격에 집중하는, 지금의 잉글랜드 전술 상 역습에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습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선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잉글랜드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만 급급했다.

체력이 바닥나버린 상태에서 역습을 노릴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후우! 쉴 틈이 없네요 진짜.”

김상훈은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그때, 대한민국의 조연우 골키퍼가 길게 골킥을 뿌려냈다.

하지만 최전방에 위치한 김신훅이 공을 따내는 것에 실패했다. 공을 따낸 선수는 잉글랜드의 해리 맥과이어였다.

투욱!

해리 맥과이어의 이마에 맞은 공은, 에릭 다이어가 잡아냈다.

에릭 다이어는 곧바로 사이드로 달리는 애슐리 영에게 롱패스를 뿌렸다.

퍼엉-!

하지만 패스가 정확하지 않았다.

애슐리 영이 끝까지 따라가 봤지만, 공은 라인 밖으로 빠져나갔다.

휘익!

이용훈이 이재선을 향해 공을 던졌다.

이재선은 안정적으로 공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가 공을 받자마자 강한 압박이 들어왔다.

애슐리 영과 제시 린가드의 압박이었다.

퍼억!

이재선은 몸을 낮추며 빠르게 근처에 있던 정우용에게 공을 패스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공을 처리했기 때문일까?

공이 너무 빠르게 굴러갔고, 정우용은 그 공을 제대로 터치해내지 못했다.

틱-!

스스로의 터치에 놀란 정우용이 길게 튀어나온 공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이미 제시 린가드가 공을 잡아낸 상태였다.

정우용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서 린가드에게 달려들었지만, 린가드는 공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

[정우용! 공을 빼앗깁니다. 제시 린가드 선수가 공을 잡아냈습니다!]

[터치가 너무 길었어요. 대한민국 선수들, 지친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 더 집중하고 힘을 내야합니다!]

[제시 린가드, 반대편 사이드로 쇄도하는 라힘 스털링에게 길게 공을 뿌립니다.]

[스털링! 빠릅니다!]

라힘 스털링은 제시 린가드가 뿌려준 공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린가드의 패스는 정확히 스털링이 달리는 앞쪽 공간을 향해 날아갔다.

투욱!

부드럽게 공을 잡아낸 라힘 스털링이 고개를 돌려 패널티 박스 안을 바라봤다.

해리 케인이 쇄도하고 있었지만,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라힘 스털링은 돌파를 선택했다.

스털링은 오늘 경기 내내 대한민국을 괴롭혀왔던 선수였다.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엄청난 스피드를 이용한 그의 드리블을, 대한민국의 수비수들은 막아내지 못했다.

[라힘 스털링! 유홍철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합니다! 아! 유홍철 선수! 너무 쉽게 공간을 내줬어요! 뚫렸습니다!]

[막아야합니다! 어? 김상훈 선수! 언제 여기까지 내려온 거죠?]

대한민국의 풀백, 유홍철이 뚫린 순간.

어느새 나타난 김상훈이 라힘 스털링을 향해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퍼억-!

라힘 스털링은 중심을 낮춘 뒤, 김상훈의 차징을 버텨냈다.

동시에 스털링은 바디페인팅으로 김상훈의 시선을 교란시켰다.

[라힘 스털링! 김상훈 앞에서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상훈 선수! 쉽게 발을 뻗지 못합니다!]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드리블러인 스털링의 바디페인팅을 읽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때 이찬수가 크게 소리쳤다.

- 집중해! 지금 잘하고 있어. 발 뻗지 말고 계속 기다려! 결국 급한 건 상대방이야. 그리고 스털링은 우리가 계속 분석해왔던 선수 중 하나잖아? 충분히 막을 수 있어.

김상훈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스털링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스털링은 드리블 폼이 특이해서 막기 어려워. 하지만 결국 틈은 생긴다.’

그 순간, 라힘 스털링이 침착하게 기다리는 김상훈을 상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승부수를 걸었다.

꾸준히 바디페인팅을 하던 스털링은 왼쪽으로 강하게 몸을 흔든 뒤, 순간적인 스피드로 오른쪽으로 공을 치고 달려 나가려했다.

그때, 김상훈이 몸을 날렸다.

“완벽한 태클.”

체력을 1부터 10까지 랜덤으로 소모해서 70%의 태클 성공확률을 얻을 수 있는 완벽한 태클(H)스킬.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라힘 스털링의 공을 완벽하게 빼내는 것에 성공했다.

촤아악-!

동시에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김상훈! 환상적인 태클입니다! 라힘 스털링의 공을 뺏어낸 뒤, 달립니다!]

[역습입니다! 모든 선수들! 김상훈 선수를 도와야합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서 달려야합니다!]

김상훈은 모든 힘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평소보다 빠르지 않았다.

‘젠장!’

체력소모가 큰 상황에서, 완벽한 태클을 사용했고.

하필이면 체력이 10이나 소모되며 가뜩이나 떨어졌던 체력이 바닥을 보이게 됐다.

당연하게도 체력이 바닥난 김상훈의 움직임은 처음에 비해 현저히 느려졌다.

느려진 스피드 때문일까?

잉글랜드 선수들은 김상훈이 중앙선을 넘기 전에, 그를 둘러싸버렸다.

순식간에 3명에게 둘러싸인 김상훈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하.”

호나우지뉴의 개인기와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 스킬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의 드리블 능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졌고 속도마저도 떨어져버린 지금, 3명의 선수를 제쳐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고, 김상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3명을 상대로 간신히 버텨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제발! 아무나 와줘!’

그때, 김상훈의 눈에 붉어진 얼굴로 미친 듯 뛰어오는 선수가 보였다.

다리가 다 풀려서 휘청거리면서도 마지막 스퍼트를 내고 있는 그 선수는.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에이스, 손홍민이었다.

‘홍민아.’

그 순간, 김상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그는 달려오는 손홍민의 앞쪽 공간을 향해 공을 찍어 찼다.

투웅-!

***

해설들의 눈이 커졌다.

[김상훈! 달려오는 손홍민을 향해 공을 찍어 찼습니다!]

[정확합니다! 지쳐버린 상황에서도 김상훈의 패스는 무섭도록 정확합니다!]

해설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신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버린 상태에서, 프리미어리그 최상급 선수들 3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이었으니까.

김상훈이 그런 상황에서도 달려 나가는 손홍민을 향해 무섭도록 예리한 패스를 찔러 넣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손홍민이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손홍민 달립니다! 퍼스트 터치도 좋았습니다! 손홍미이이이인!]

[모든 힘을 쥐어짜내고 있습니다! 존 스톤스가 손홍민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존 스톤스 빠르네요! 손홍민 선수가 따라잡혔습니다!]

[양 선수! 몸싸움이 치열합니다! 손홍민! 그래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손홍민과 존 스톤스의 몸싸움 상황.

뚫어내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존 스톤스는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손홍민이 슈팅을 때릴 수 없게 방해했다.

그리고 그때.

이를 악물고 슈팅 각도를 만들던 손홍민이 간절한 마음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제발! 제발 아무나 있어라!’

손홍민에게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이미 다리가 풀려버렸고, 쥐가 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몸 상태로는 존 스톤스에게서 공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손홍민은 도박성 짙은 힐패스를 시도했다.

투웅-!

그리고, 손홍민이 빼낸 공을 향해 달려오는 선수가 있었다.

[손홍민! 뒤꿈치로 공을 빼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김상훈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김상후우우우운! 공을 향해 곧바로 슈팅을 때립니다!]

김상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나 버린 상황이었고, 스킬을 사용하기엔 위험했지만.

그는 스킬을 사용했다.

“정확한 슈팅!”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생각했다.

이 슈팅으로 골을 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절할 수 있다고.

제발 잉글랜드의 골키퍼, 조던 픽포드가 막아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김상훈의 발에 맞은 공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손홍민이 굴려준 힘에, 정확한 임팩트가 가해져서 나온 파워였다.

뻐어어엉-!

[김상훈 슈우우우웃! 조던 픽포드가 미리 예상했다는 듯 몸을 날립니다!]

[제바아아아알!]

해설들이 양 주먹을 움켜쥔 채, 소리쳤다.

동시에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한국 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소리쳤다.

“제발! 제바아아알!”

“들어가라아아아앗!”

“제바알!”

모든 한국 팬들과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 그리고 해설들이 골을 바라는 그 순간.

그라운드 위에는 강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터엉-!

그 소리는 공이 골대에 맞았을 때 나는 소리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지 못했다.

그저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건……!”

“어억……!”

잠시 후, 침묵이 맴돌던 경기장 안에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골대에 맞은 공이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골이에요! 으아아아악! 흐어어어엉!]

[기적입니다! 2002년 월드컵의 기적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기적처럼 터진 골에, 해설들이 울부짖었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많은 한국 팬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은 멍하니 골대 안을 굴러다니는 공을 바라봤다.

- 상훈아! 골이야! 골! 으하하하핫! 야 이 새꺄! 4강이라고! 나는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인마!

이찬수가 기뻐하며 김상훈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김상훈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 어? 상훈아? 너 왜 그래? 야! 야?!

놀란 이찬수가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멍하니 서 있던 김상훈의 몸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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