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41화 (141/200)

141화 마지막 기회(2)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고, 그런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기력을 지켜보는 것.

그것은 축구 팬들에게는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때문에 월드컵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끄는 대회였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 축구 팬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8강전을 지켜보며 열광하고 있었다.

경기를 치르는 팀은 잉글랜드와 대한민국.

개인 전력만 보면 누구나 잉글랜드의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팬들의 예상처럼 전반전은 잉글랜드가 대한민국을 몰아쳤다.

대한민국은 몸을 던져가며 잉글랜드를 상대했지만, 2골을 허용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축구 팬들은 잉글랜드가 큰 점수 차이로 승리하며, 4강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후반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상을 당했던 김상훈이 출전을 했다는 것.

그 사실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경악했다.

이후, 복귀를 한 김상훈이 골을 넣기까지 한 순간.

축구 팬들은 생각했다.

‘이러다 대한민국이 이기는 거 아니야?’

‘김상훈이 대한민국을 4강으로 올려놓을 것 같은데?’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갑자기 좋아졌어!’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이러다 정말…….’

잘하면 대한민국이 잉글랜드에게 승리하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김상훈이 있기 때문에 아직 경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축구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대한민국의 공격은 잉글랜드에게 통하지 않았다.

김상훈이 고군분투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그를 도와줘야 할 선수들이 너무 지쳐버렸다.

더군다나 잉글랜드의 센터백 해리 맥과이어가 김상훈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시작하면서, 양 팀의 경기는 이대로 굳혀질 것만 같았다.

추가 시간이 주어졌을 때는 양 팀의 선수들마저 이미 승부가 난 것처럼 행동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가 아니었다.

코너킥.

대한민국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세트피스 상황이 시작됐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여러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받고 있었다.

- 옷 잡는 거 빨리 뿌리쳐내고, 계속해서 움직여! 그리고 집중력 잃지 마! 공이 날아오는 순간, 궤적 잘 살피면서 움직이고! 알지?!

이찬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사실, 지금 그가 말하는 것들은 김상훈도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EPL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김상훈은, 지금도 이찬수와의 개인훈련을 빼먹지 않고 있었으니까.

매일 이찬수에게 축구를 배우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이찬수가 조언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부담감은 선수에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만들고, 이찬수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이찬수의 말을 들은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급한 이찬수의 표정과는 달리, 김상훈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집중하자.’

그는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온전히 코너킥 상황에 집중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그런 김상훈을 방해하려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키커로 나선 손홍민이 코너킥을 찼다.

퍼엉-!

***

손홍민의 발이 공을 찬 순간.

김상훈은 그를 방해하던 선수들을 뿌리친 뒤,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가속!”

갑자기 속도를 낸 것이지만, 스킬의 효과가 적용된 지금.

김상훈의 순간속도는 엄청났다.

때문에 잉글랜드 선수들이 그의 움직임을 놓쳐버렸다.

투다다닷-!

빠른 속도로 달려든 김상훈이 손홍민이 공을 차는 방향으로 점프했다. 모든 힘을 다한 점프였다.

동시에 스킬이 발동됐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헤딩]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하루에 한 번, 한계를 뛰어넘는 헤딩을 할 수 있습니다.(코너킥 상황에서만 발동)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헤딩(L) 스킬이 발동된 지금,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계를 뛰어넘는 점프력, 위치선정, 타이밍, 경합능력을 발휘합니다.]

그 순간, 스킬효과를 받은 김상훈의 몸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 높이 날아올랐다.

해설들은 그런 김상훈의 움직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김상훈 뛰어올랐습니다! 압도적인 점프력입니다!]

[김상후운~! 헤딩!]

이윽고 그의 이마에 공이 맞은 순간, 해설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올! 고오오오오오올!]

[으어어어어어! 고오올! 골이에요! 으어어어어어!]

기적.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김상훈과 손홍민이라는 스타플레이어가 있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의 전력은 잉글랜드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더불어 경기 역시 2대 1스코어로 마무리가 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어코 대한민국의 에이스, 김상훈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골을 넣은 김상훈이 제 자리에 선 채, 관중석을 올려다봤다.

“우와아아아아아! 김상훈! 김상훈! 김상훈!”

“우오오! 고오오오올!”

“으허어어어어!”

기적 같은 골이 터진 것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중들도 있었고 다 쉬어버린 목으로 함성을 지르는 관중들도 있었다.

김상훈은 그런 관중들을 바라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저 약속 지켰습니다!”

경기는 곧바로 연장전으로 흘러갔다.

주심이 연장전을 선언한 직후, 선수들은 휴식을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선수들의 휴식시간이 시작된 지금, 한국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삼한뿌리 : 고오오오오올! 진짜 미쳤다!

남자옷은룸301 : 이러다 진짜 4강 가는 거 아니야?ㄷㄷㄷㄷ

dncu5k3p2 : 김상훈이 잘하긴 잘하는구나....그동안 의심해서 미안하다 상훈아. 네가 짱이다.

참이슬은오리지널 : 진짜 기적이다...와....충격이다 진짜ㅋㅋㅋㅋ 이게 말이 되냐? 잉글랜드랑 연장전을 가버리네.

sportstiti : 솔직히 대한민국을 이렇게 멱살잡고 끌고 갈 정도면 메시급 아님? 막말로 메시도 아르헨티나에서 이 정도로 못했잖아.

아르헨팬 : 위에 정신 좀 차려라. 무슨 김상훈을 메시랑 비교하냐? 잘하는 건 맞는데 아직은 멀었지.

wqnebu1883 : 누가 더 잘났고 그런 거는 관심없으니까 일단 즐기자! 이거 진짜 모르는 거잖아.

에르메스지갑 : ㄴㄴ솔직히 동점골 터지기 전까지 발린 거 아님? 그리고 한국선수들 다 지쳐서 헥헥거리던데. 이거 내가 봤을 때는 연장전가면 더 털릴 듯.

nnwoo918lk :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그리고 우리한테는 김상훈이 있잖아. 손홍민도 있고.

커뮤니티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대한민국이 연장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견과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었다.

김상훈이 후반전이 종료되기 직전까지 잉글랜드를 괴롭힌 것이 사실이었고,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팬들의 마음은 비슷했다.

‘우리나라가 이겼으면 좋겠어.’

‘2002년 월드컵의 기적을 다시 한 번 내 눈으로 보고 싶어!’

‘4강에 간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

‘이겼으면 좋겠다. 제발 한 골만 더 넣어줘!’

대한민국이 잉글랜드에게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것.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기적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 대부분 팬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8강전 연장전이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 체력은 괜찮냐?

“예. 문제없죠.”

- 하긴 후반전부터 뛴 거니까 아직 여유가 있겠지. 근데 네 동료들은 괜찮지 않은 것 같다.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주변을 둘러봤다.

라커룸에 앉은 선수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얼굴색은 창백했고, 끊임없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모든 힘을 쏟아 뛰었던 만큼 다들 지쳐버린 것이다.

“……상대로 많이 지치지 않았을까요?”

- 지쳤겠지. 근데 후반전 내내 공격을 한 한국과, 자리를 지키고 수비만 한 잉글랜드 중에 어디가 더 지쳤을까?

“저희가 더 지쳤겠죠.”

- 그래. 그게 문제야. 솔직히 말하면 쟤들 지금 10분도 뛰기 힘든 상태일걸? 근데 연장전은 15분을 뛰어야 되네?

“……동점골을 넣고 나니까 또 문제가 생기네요.”

- 원래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지. 근데 뭐 그나마 다행인 건, 지키는 운영을 할 거니까.

“그렇죠.”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찬수의 말처럼, 대한민국 대표팀이 연장전에 할 것은 수비였다.

강하게 몰아칠 것이 분명한 잉글랜드의 공격을 15분 동안 막아내는 것.

그게 바로 신태웅 감독의 지시였으니까.

물론 모든 선수들이 지친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대부분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노릴 수 있는 것은 승부차기뿐이었으니까.

김상훈 역시 그런 신태웅 감독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동료들의 도움과 스킬 효과가 모두 없다면, 골을 넣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때,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 어?

“예? 왜요?”

- 저기! 반짝거리잖아!

“예?”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돌려서 시스템을 바라봤다.

- 맞다. 저거 퀘스트잖아!

“갑자기 웬 퀘스트지?”

김상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퀘스트가 생성됐다.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퀘스트 : 연장전에서 골을 넣으세요. 보상 – 퍼플 박스]

퀘스트를 확인한 김상훈이 이찬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찬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 으, 으악! 너 지금 그 더러운 눈빛 뭐야?

“제가 뭘요?”

- 지금 네 눈빛! 그 탐욕에 찌들어버린 찐득찐득한 눈빛 뭐냐고!

“……표현력이 좋으시네요. 근데 좀 서운하네요.”

- 뭐? 뭐가 서운한데? 네가 먼저 더러운 눈빛 쐈잖아!

“제가 언제 또 더러운 눈빛을 보냈다고…… 거참. 너무하시네요.”

김상훈이 서운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이찬수는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 그래서 탐욕에 찌든 게 아니라고? 내가 볼 때는 16만 포인트짜리를 보상으로 준다는 거 보고 눈빛이 변한 거 같은데? 응? 아니야?

이찬수의 계속된 질문에, 김상훈이 백기를 들었다.

그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찬수를 쳐다봤다.

“어으~! 그래요! 탐납니다. 탐나요! 다른 박스도 아니고 퍼플 박스잖아요. 막말로 한 골에 16만 포인트짜리 퍼플 박스를 받는 거면 당연히 눈이 돌아가지, 안 돌아가요?”

-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러냐?”

“화낸 거 아닙니다. 언성 안 높였잖아요.”

- 화낸 거 같은데? 언성은 귀신 보는 거 들킬까봐 낮춘 것 같고.

“아오! 장난 좀 그만치세요.”

- 와~! 그러다가 한 대 치겠다? 엉? 평소 싸가지가 없는 건 알았는데, 이젠 스승도 치겠어?

이찬수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겁에 질린 눈으로 김상훈을 쳐다봤다.

“……뭐하세요?”

- 으아아악! 오지 마! 이 스승 패는 놈아! 이미 죽어서 귀신이 되어버린 스승을 패려는 천하의 나쁜 놈!

이찬수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김상훈을 노려봤다.

그때, 작게 한숨을 내쉰 김상훈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졌어요. 멘탈 나갈 것 같으니까 그만해주세요.”

완벽한 패배선언이었다.

그제야 이찬수가 연기를 끝냈다.

- 어때? 연기 좀 늘었지?

“예. 많이 좋아지셨네요. 저 이제 집중 좀 하겠습니다.”

이찬수와의 대화를 끝낸 김상훈이 그라운드 위에 올라선 잉글랜드 선수들을 바라봤다.

‘양 팀 모두 지친 건 똑같아. 그나마 나는 후반전에 투입돼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결국 내가 해야 돼.’

그가 생각을 마쳤을 때.

주심이 분 휘슬소리가 경기장 내에 울려 퍼졌다.

15분간 진행되는, 연장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박스 구매 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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