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40화 (140/200)

140화 마지막 기회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는 수비력이 약한 팀이 아니다.

당장 주전으로 나온 수비수들은, 전부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었고.

미드필더 역시 수비가담이 좋은 애슐리 영, 델레 알리가 뛰고 있었다.

웬만한 팀의 공격은 우습게 막아버릴 수 있는, 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 바로 지금의 잉글랜드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그런 잉글랜드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약속까지 했다.

어떻게든 골을 넣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신태웅 감독이 불끈 쥔 주먹에 더욱 힘을 줬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인 그는, 김상훈의 약속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너라면 할 수 있다.’

신태웅 감독의 믿었다.

김상훈이 무조건 골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멋진 골로 분위기를 바꾸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신태웅 감독의 믿음처럼 대한민국의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김상훈, 윙어로 교체되어 들어왔지만 중앙까지 내려와서 동료들을 돕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탈 압박과 패스가 좋은 김상훈 선수가 내려와 주면, 다른 선수들이 받는 압박이 줄게 되거든요. 김상훈, 팀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김상훈이 지원을 하기 시작하자, 대한민국의 중원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해설들의 말처럼, 김상훈은 윙어로 출전했음에도 계속해서 중앙으로 내려가며 팀의 윤활유 역할을 자처했다.

이건 신태웅 감독의 지시이기도 했고, 김상훈 스스로가 선택한 움직임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두 명의 선수를 상대로 공을 지켜내고 있었다.

[델레 알리와 조던 헨더슨이 김상훈을 강하게 압박합니다. 김상훈 선수! 두 명의 선수에게 압박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공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정말 놀라운 데요? 빙글빙글 돌며 잉글랜드의 압박을 얄미울 정도로 잘 빠져나갑니다.]

[보면 볼수록 더 놀랍습니다. 어떻게 저런 탈 압박이 가능한 걸까요? 최고의 탈 압박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받는 루카 모드리치가 와도 저런 움직임까지는 보여주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하! 물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만, 김상훈 선수의 탈 압박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상훈은 델레 알리와 조던 헨더슨의 협동 수비를 버텨내며, 작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때 이찬수가 소리쳤다.

- 오른쪽에 황희창이 쇄도할 준비하고 있고, 대각선 뒤에는 손홍민이 기다리고 있다.

이찬수라는 축구도사가 주는 정보였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을 듣자마자, 오른쪽 대각선을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퍼엉-!

황희창은 그의 별명인 황소처럼, 김상훈이 뿌려낸 공을 향해 뛰어들었다.

투욱-!

평소 기본기가 좋은 황희창이었지만, 아직 어린 그는 월드컵 8강이라는 무게감에 짓눌려있었다.

강한 부담감 때문일까?

황희창은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티익-!

너무나도 받기 좋게 날아온 김상훈에 패스였지만, 황희창은 공을 받지 못했다.

그는 발에 맞은 공이 라인 밖으로 튕겨나가는,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했다.

[아……! 황희창 선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어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을 잡아냈어야죠!]

[너무 아쉽습니다. 황희창 선수. 김상훈의 패스가 굉장히 좋았거든요.]

[맞습니다. 한순간에 잉글랜드의 수비를 무너뜨린 패스였는데요, 황희창 선수가 아쉽게도 기회를 놓칩니다.]

[아무래도 황희창 선수가 부담감이 큰 것 같습니다. 전반전부터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체력적으로 지친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그래도 조금 더 집중해야합니다!]

그때였다.

후반 40분이 지나가던 시점에서, 신태웅 감독은 선수를 교체했다.

[대한민국, 선수를 교체합니다. 많이 지친 황희창 선수를 교체해주고 김신훅 선수가 들어오네요.]

[신태웅 감독의 승부수입니다. 피지컬이 좋고 신장이 큰 김신훅 선수를 투입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김신훅 선수는 공중볼 경합능력이 좋은 선수죠. 하지만 잉글랜드의 해리 맥과이어 선수나 존 스톤스 선수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존 스톤스 선수는 몰라도, 해리 맥과이어 선수는 괴물 같은 피지컬을 지닌 선수거든요.]

[부디 김신훅 선수가 해리 맥과이어 선수와의 경합에서 승리해주기를 바라겠습니다!]

김신훅이 투입되는 것을 본 김상훈의 표정이 굳었다.

근처에 있던 이찬수의 표정 역시 일그러졌다.

- 아……! 잘나가다가 왜 이래?

“아쉽네요.”

-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김신훅보다는 주세준을 쓰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감독은 김신훅 선수가 잉글랜드 수비수들을 상대로 공중볼 경합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이길 것 같아?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 그치? 김신훅이 물론 좋은 선수는 맞아. 키도 겁나 크고, 피지컬도 좋고. 쟤 정도면 K리그에서는 공중볼에서 밀리는 일이 거의 없을 거야. 근데 상대는 잉글랜드잖아. 저쪽 수비수들은 김신훅보다 훨씬 피지컬이 강한 루카쿠나 올리비에 지루를 상대하는 애들이라고.

“…….”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이찬수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실제로 대부분의 잉글랜드 선수들이 활약하는 EPL은 피지컬이 중요한 무대였다.

특히 센터백이라면 그 중요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중앙수비수, 존 스톤스와 해리 맥과이어는 그런 리그에서 살아남고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었다.

‘이찬수 선수의 말처럼, 김신훅 선수가 힘든 싸움을 하겠지.’

씁쓸한 미소를 지은 김상훈은 이내,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감독님이 어떤 생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비록 축구라는 스포츠는 혼자서하는 것이 아닌, 11명이 만들어나가는 것이었지만.

김상훈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절대로 팀을 패배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가진 스킬들은 전부 지속시간이 끝난 상태였고, 잉글랜드는 지금의 점수를 지킬 생각이었는지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스킬효과의 부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김상훈의 경기력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

잉글랜드는 패스와 빌드업 능력이 좋은 조던 헨더슨을 빼고,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를 투입시키며 수비력을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김상훈은 여전히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잉글랜드의 빈틈을 찾아다녔다.

그때,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하던 김상훈이 바닥을 굴렀다.

[아! 김상훈 선수! 해리 맥과이어 선수에게 밀려 넘어집니다. 아! 주심이 반칙을 불지 않네요.]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김상훈 선수는 몸싸움 능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인데, 해리 맥과이어 선수에게 조금은 쉽게 밀려 넘어졌습니다.]

[해리 맥과이어 선수가 괴물 같은 피지컬을 지닌 선수이긴 하지만, 김상훈 선수는 그보다 더 강한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이겨낸 선수거든요! 아마도 부상의 여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상훈 선수의 상태가 걱정되네요. 김상훈 선수! 지금도 발목을 잡고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싸움 관련 스킬효과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김상훈의 몸싸움 능력치는 낮은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91로 아주 높은 편이었다. 더군다나 피지컬 능력치 역시 85로 준수한 편이었다.

“……무슨 탱크야?”

그런 김상훈이 바닥에 쓰러진 채, 해리 맥과이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쟤는 진짜 피지컬이 엄청나긴 한가보다. 아무리 스킬효과가 끝났다고 해도 네가 그냥 나가떨어져 버리네?

“어휴! 그냥 탱크에요. 탱크.”

해리 맥과이어.

194cm에 100kg이라는 피지컬을 가진 그는, 월등한 피지컬로 상대 선수를 찍어 누르는 플레이에 최적화된 선수다.

그리고 그는 수비 실력 역시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센터백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경기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해리 맥과이어는 김상훈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다.

그때, 이찬수가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 근데 발목은 왜 붙잡고 있냐? 아파?

“아뇨. 혹시나 반칙을 줄까 해서 엄살 부린 거예요. 근데 안 주네요.”

- 아으! 그럼 빨리 일어나서 뛰어! 시간 없잖아!

“옙!”

이후,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골을 노렸고.

잉글랜드는 그런 대한민국의 공격을 철벽처럼 막아냈다.

모든 선수들이 지친 시간대임에도, 잉글랜드는 절대로 골을 먹히지 않겠다는 듯 단단한 수비를 보여줬다.

김신훅은 해리 맥과이어가 아닌 존 스톤스에게 완벽하게 묶여버렸고, 손홍민은 너무 지친나머지 공을 잡는 모습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갔다.

- 추가시간 3분이다. 모든 걸 걸어야 돼.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요. 이렇게 빡센 경기는 진짜 오랜만인 거 같아요.”

- 챔스 때보다?

“예. 더 빡세요. 진짜 역대급으로 어려운 경기에요.”

- 그런데도 재밌다고 하는 걸 보면 넌 진짜 정상이 아니야.

“감사합니다. 이런 걸 두고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하죠?”

- 어휴! 이런 상황에서도 입은 살아있네.

“전 인터넷방송인 출신이에요. 입이 죽는 순간, 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 아~ 예. 잘나셨습니다. 빨리 골이나 넣으세요.

“그러려고 노력중이에요.”

김상훈은 이찬수와의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말을 하면서 뛰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하지만 그의 강해진 체력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맥과이어에게 고전하고, 동료들이 지쳐버렸지만 김상훈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었다.

[김상훈 슈우우웃! 아! 해리 맥과이어 선수가 몸을 던져서 막아냅니다. 대한민국! 조금만 더 힘을 내야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김상훈 선수를 조금 더 도와줘야 돼요! 모두 힘들겠지만 조금 더 뛰어주고, 집중해야합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잉글랜드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힘을 내준다면, 동점골을 터트릴 수 있습니다!]

해설들이 애써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것이라는 것을.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한계는 8강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생각처럼 경기종료시간이 빠르게 다가왔다.

추가시간 2분이 넘어가는 순간, 잉글랜드 선수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패배를 직감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포기를 하지 않는 선수가 있었다.

[김상훈 선수! 빠릅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며 드리블을 하고 있습니다!]

[김상후우우운! 에릭 다이어를 가볍게 제쳐냈습니다! 어어?! 존 스톤스마저 제쳐내네요! 기회입니다! 슈팅을 때리나요? 슈우우웃!]

잉글랜드의 수비를 제쳐낸 김상훈이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때렸다.

모든 것을 담은 슈팅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내는 선수가 있었다.

[아아아아아! 해리 맥과이어 선수가 또 다시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냅니다!]

[해리 맥과이어 선수, 무섭네요! 오늘 김상훈 선수의 슈팅을 여러 차례 막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주심이 코너킥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진짜 마지막 기회네요. 제발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해설들은 기적을 바라며 경기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대표 헤더라고 할 수 있는 김신훅과 김상훈은 잉글랜드 수비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크윽!”

잉글랜드의 수비수들은 심판 몰래 옆구리를 꼬집는 것은 기본이었고, 거의 끌어안다시피 김상훈을 견제했다.

그리고 그때, 대한민국의 손홍민이 코너킥을 찼다.

퍼엉!

추가시간이 끝난 지금, 대한민국 선수들은 마지막 기적을 바라며 높이 점프했다.

김상훈 역시 심한 견제를 받아가면서도 몸을 띄웠다.

그 순간.

스킬이 발동됐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헤딩(L)이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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