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자신감
부상을 당했던 김상훈이 잉글래드 전에 출전한 순간.
많은 축구 팬들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부상을 당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김상훈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야. 다친 부위가 발목이잖아. 축구선수에게 발목 부상은 치명적이라고.”
“그치? 큰일났네. 김상훈의 가장 큰 무기는 슈팅이잖아. 발목이 다치면 제대로 된 슈팅을 하지 못할 텐데…….”
“그래도 김상훈은 슈팅 말고도, 패스, 헤딩, 몸싸움 모두 좋으니까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야…… 상대가 잉글랜드야. 듣보잡 팀도 아닌 잉글랜드라고. 부상이 전부 회복된 건지 아닌 지도 모르는 김상훈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같이 뛰는 팀원들이 토트넘 선수들이 아니고 대한민국이잖아.”
“그런가? 힘들긴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김상훈인데…….”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그러다 실망만 커져.”
김상훈이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
부상 부위가 하필이면 축구선수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발목이라는 것.
그 사실에 축구 팬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실제로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가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축구계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잠시 후, 경기장에 투입된 김상훈은 곧바로 그들의 의심을 날려버리는 움직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뭐야?! 부상당했었다며!”
“저, 저 발재간은 뭐야? 부상을 당했던 선수가 어떻게 저렇게 몸놀림이 가벼워?”
“우와! 델레 알리가 아무것도 못하네. 엉? 어억?! 저기서?!”
“슈, 슛?!”
마침내 델레 알리를 제쳐낸 김상훈이 중거리 슈팅을 때린 순간.
축구 팬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너, 너무 먼데?!”
“이걸 때린다고?”
자칫 무리해보일 수 있는 먼 거리에서의 슈팅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스스로의 슈팅에 조금도 의심을 하고 있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확한 슈팅!”
그에게는 원하는 곳으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정확한 슈팅 스킬이 있었고.
그의 발등에 공이 걸린 순간, 또 하나의 스킬이 발동됐으니까.
[몬스터 슈터(H)를 사용하셨습니다.]
[슈팅력이 굉장히 강력해집니다.]
캐논 슈터 스킬의 상위버전인 몬스터 슈터 스킬의 발동되었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의 자신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
그가 때려낸 슈팅은 엄청난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뻐어엉-!
[김상훈 슈우우우웃! 고올! 골입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골입니다!]
[굉장히 먼 거리에서의 슛은 김상훈 선수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죠! 사실 김상훈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걱정을 하셨을 텐데요.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김상훈 선수,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멋진 골을 터트리며 부활을 알렸습니다!]
[정말 명불허전이네요!]
해설들이 김상훈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던 그 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러시아 월드컵 8강전에서 전무후무한 세레머니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
골을 넣은 김상훈은 많은 한국 관중들이 모여 있는 코너킥 라인으로 달려갔다.
동시에 그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 야, 야! 상훈아! 너 뭐하냐?
“뭐하긴요 세레머니하죠.”
- 아니 근데 엉덩이를 왜 그렇게 흔들어대는 거야?
“무슨 소리세요? 이게 요즘 트렌디한 춤인데요?”
- 누가 그래? 나는 그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예전부터 많이 했거든요. 다 보셨으면서 또 괜히 그러신다. 하여튼 저 집중 좀 할게요. 지금은 팬들을 위한 세레머니 시간이니까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엉덩이를 흔들고 팔을 휘젓는 이상한 춤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분명히 이상한 춤이 맞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멋진 골을 넣었기 때문일까?
관중들은 그런 김상훈의 세레머니를 보며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우와아아! 김상훈 춤춘다! 뭔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괜찮은 것 같기도 해!”
“이상하다니! 저게 어떻게 이상해? 멋있기만 한데!”
“그, 그래. 자꾸 보니까 멋있는 것 같기도 하네!”
이후,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변했다.
잉글랜드에게 일방적으로 갇힌 채, 2대 0으로 밀리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없었다.
김상훈의 골로 2대 1스코어가 된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은 무서운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김상훈! 뒤에 있던 유홍철에게 공을 넘깁니다. 유홍철이 바로 구자천에게 패스하네요. 깔끔한 원터치 패스였습니다.]
[우리 선수들 패스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기세를 타고 있어요.]
[이 기세를 타고 동점골까지 나오기를 바라보겠습니다.]
투욱!
공을 받은 구자천이 순간적인 속도를 내며 사이드 돌파를 노렸다. 하지만 키어런 트리피어가 노련하게 구자천을 밀어버리며 대한민국의 공격을 끊어냈다.
삐익-!
누가 봐도 의도된 반칙이었음이 분명했기에,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관중석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 이열~! 관중들이 조용해졌다? 간접 프리킥을 찰 가능성이 높은 자리인데도 그러네.
“하하…….”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민망한 얼굴로 웃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관중들이 그의 프리킥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멋진 동점골을 넣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때문에 김상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웃어? 왜? 긴장 안 돼? 월드컵인데? 4강이 걸린 경긴데?
“긴장되죠.”
- 긴장이 된다고? 근데 왜 내 눈에는 네가 긴장이 되기보다는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일까?
“기분이 진짜 좋으니까요.”
- ……응?
“좋잖아요.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제 움직임에 집중해주고, 기대해준다는 게. 정말 너무 행복한 일이죠.”
- 프리킥을 제대로 못 차면 바로 욕을 할 텐데?
“그렇겠죠. 근데 잘 차면 되잖아요? 이찬수 선수 말대로 간접 프리킥 자리여서 부담이 덜 되기도 하고요.”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재차 질문했다.
- 그래서 슈팅 안 때리고, 공 띄우려고?
“그럴 리가요. 당연히 직접 때려야죠.”
- 스읍…… 각이 좀 애매한데. 어려운 프리킥인 거 알지?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니고.
“알죠. 근데 훈련 때, 충분히 많이 차본 자리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전체적으로 능력치가 많이 오른 상태이기도 하고요.”
- 너도 참…… 대단하다.
이찬수가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김상훈의 멘탈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로 강할 것이라고.
녀석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진 실력을 100% 발휘해낼 것이라고.
그리고 지금.
주심이 프리킥을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삐익-!
“스읍…… 후우우……!”
휘슬 소리를 들은 김상훈이 크게 숨을 마셨다가 내쉬었다. 동시에 공을 향해 천천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사이드에 가까운 거리였고,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김상훈은 직접 슈팅을 때릴 생각이었다.
프리킥 상황에서는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김상훈은 정확한 슈팅 스킬이 없어도 매우 정교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상태였으니까.
각종 스킬과 아이템 효과로 인해, 무려 123의 괴물 같은 슈팅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이 터질 듯한 근육이 꿈틀대는 다리를 휘둘렀다.
***
조던 픽포드, 그는 에버튼 FC의 골키퍼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이다.
그는 골키퍼치고는 작은 185cm의 키를 가지고 있지만, 뛰어난 민첩성과 반사 신경으로 중요한 순간에 좋은 선방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조던 픽포드였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하락한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프리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는 상대 선수 때문이었다.
‘……김상훈.’
소위 프리미어리그를 씹어 먹어버린 남자이자, 월드컵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선수를 바라보는 픽포드.
그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젠장……! 부상이라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스러웠다.
이런 상황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조던 픽포드뿐만 아니라 모든 잉글랜드 선수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생각지 못했다.
다른 선수도 아닌 현재 최고의 프리킥 실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최고의 슈팅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김상훈의 프리킥이었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프리킥을 막기 위해 서 있는, 잉글랜드 선수들의 얼굴에는 짙은 긴장감이 흘렀다.
그리고 잔뜩 겁을 먹은 동료들을 본 조던 픽포드는 생각했다.
김상훈이 직접 슈팅을 시도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발 동료들을 향해 롱패스를 했으면 좋겠다고.
[김상훈 슈팅 준비를 마칩니다.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는 것 같네요. 아! 주심이 휘슬을 불었습니다.]
[김상훈 선수, 과연 직접 슈팅을 때릴까요? 간접 프리킥을 시도하는 것이 더 좋은 위치지만, 김상훈 선수라면 충분히 슈팅을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 데요.]
[맞습니다. 김상훈! 달립니다! 김상후우우운……! 때립니다!]
조던 픽포드가 바라던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공을 향해 빠르게 달리던 김상훈은 엄청난 파워가 담긴 슈팅을 때려냈다.
거리나 위치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때려낸 프리킥이었다.
그리고 그의 발에 맞은 공은 커다란 소음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퍼어엉-!
김상훈이 슈팅을 때린 순간, 해설들과 대한민국 축구 팬들은 주먹을 꽉 쥔 채, 골이 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이 동점골을 넣으며 4강에 오를 수 있는 신호탄을 터트릴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슈우우우우웃!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 김상훈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튕겨나갑니다! 너무 아쉬운 슈팅입니다!]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김상훈의 슈팅은 골대에 강하게 맞고 라인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너무…… 너무 아쉽습니다. 굉장히 정교한 슈팅이었거든요……! 이게 골대에 맞습니다…….]
[김상훈 선수도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어? 김상훈 선수 웃고 있어요?]
[……전혀 아쉽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아쉽게 골을 놓친 김상훈을 보며 관중석에서는 커다란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슈팅을 한 장본인, 김상훈은 조금도 아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관중석을 돌아봤다.
동시에 그는 박수를 치며 시선을 끌어 모았다.
“뭐, 뭐하는 거지?”
“왜 저래? 왜 박수를 치지? 별로 아까워하지도 않는데?”
“뭐야? 도대체?”
알 수 없는 김상훈의 행동에 관중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찬수 역시 당황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 야! 너 뭐하냐? 왜 그래? 욕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야? 엉? 아니면 드디어 진짜 미쳐버린 거야?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손가락 하나를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김상훈 선수……? 박수를 치며 웃더니, 이제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는데요……? 무슨 뜻을 의미하는 걸까요?]
[어? 김상훈 선수 어떤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입 모양을 살펴보면…….]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손가락을 하늘 높이든 채, 무언가를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고.
해설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잠시 후, 해설들이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고, 골 예약입니다! 김상훈 선수! ‘골 예약’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뭔가요? 김상훈 선수! 무조건 골을 넣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프리킥으로 골을 넣는 것에 실패했음에도 전혀 자신감을 잃지 않은 모습입니다. 정말 대단한데요?!]
[후반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다른 선수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많은 의심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가 아닌 김상훈입니다. 우리는 기대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해설들은 특유의 무거운 목소리로 김상훈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더불어 뒤늦게 김상훈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깨달은 축구 팬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함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 미, 미친놈! 진짜 너는 리얼 미친놈이야! 도대체 왜 그래?!
그때, 김상훈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는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이찬수의 말에 대답했다.
“여기서 골 못 넣으면, 저 진짜 큰일 나겠죠?”
- 그걸 말이라고 해?! 왜 네 무덤을 파는 거야?
얼굴이 붉어진 이찬수의 외침에, 김상훈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크히힠!”
- 상훈아 진짜 미쳤냐? 정신 좀 차려!
“그러게요. 진짜 미친 것 같아요.”
- ……뭐?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찬수가 당황했다.
그 순간, 김상훈에게서 흘러나오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동시에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골을 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거든요.”
말을 마친 김상훈이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