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38화 (138/200)

138화 화려한 복귀

후반전을 치르기 위해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해설들은 경악했다.

[어어? 김, 김상훈?! 김상훈 선수가 나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교체명단에 있기는 했지만, 모두들 신태웅 감독의 트릭일 뿐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김상훈 선수가 진짜 출전을 했습니다.]

[분명히 김상훈 선수는 2주간 출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거든요. 그리고 아직 회복 기간이 일주일 넘게 남은 상태고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부상 회복이 빨랐던 걸까요?]

[어찌됐건 김상훈의 부상이 많이 회복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상훈 선수의 발목이 전혀 부어있지 않아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대한민국은 큰 전력을 얻었습니다. 비록 스코어는 2대 0으로 밀리고 있지만, 저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선수도 아닌 김상훈 선수거든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어떻게든 골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바로 김상훈 선수입니다. 오늘 역시 그의 기량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라운드 위에 올라선 김상훈은 잔뒤 위에서 가벼운 점프를 하며 감각을 일깨웠다. 사실 며칠 전부터 훈련에 참여하며 감각을 살린 상태였지만.

실전에서의 감각은 또 다른 것이었으니까.

- 복귀 축하한다. 아마도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전부 경악하겠지. 부상을 당했던 선수가 갑자기 경기에 튀어나왔으니까.

“재활을 하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발목이 아주 새 것 같아요.”

- 지랄! 물약빨이잖아.

“에이~! 또 왜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서운하게.”

- 에엥? 아니야? 물약빨 맞잖아?

“맞는데, 그래도 재활도 했잖아요.”

- 자기 전에 발목 까딱까딱 거린 거? 요즘엔 그런 것도 재활이라고 하냐?

“저 경기 집중할게요.”

- 예~ 예! 그러세요.

최근 멘트가 부쩍 강해진 이찬수를 마저 상대했다가는, 경기력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았다.

때문에 김상훈은 빠르게 대화를 마친 뒤, 그의 포지션을 찾아들어갔다.

자리에 선 김상훈은 발목을 내려다봤다.

발목은 언제 부상을 당했었냐는 듯, 조금의 부기도 없이 깨끗하게 변해있었다.

‘물약의 효과가 대단하긴 하네. 하긴, 그만큼 비싸니까 이 정도는 돼야지.’

그때 이찬수가 감탄했다.

-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고쳐주지? 진짜 볼수록 신기하네. 이건 진짜 의학계에서 알게 되면 너를 잡아가서 각종 실험을 하려고 할 텐데. 내가 진짜 마음 같아서는 다 퍼트려버리고 싶다.

“왜 또 그런 무서운 말을 하세요. 물약 값이 얼마나 비쌌는지 아시잖아요.”

- 그럼 비싸야지 싸면 말이 되냐? 엉? 인대 다친 발목을 순식간에 회복시켜주는데, 당연히 비싸야지!

“10000포인트인데요?”

김상훈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실제로 부상을 회복시켜주는 물약의 가격은 10000포인트로 굉장히 비쌌다.

그 아이템의 정체는.

[부상 회복 물약]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섭취 시, 부상이 회복됩니다.(경기 중 당한 부상에만 적용.)(1회 사용가능)

조커 등급의 회복 물약으로 뛰어난 부상 회복효과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시스템 업데이트 이후 생긴 소모품 상점에는 이런 물약들을 여러 종류 판매하고 있었다.

다만, 너무 비쌀 뿐이었다.

- 그래 조금 비싸긴 한데, 그래도 한 번 부상당하면 재발할 확률도 굉장히 높아. 근데 너는 그럴 걱정이 아예 사라져버린 거잖아.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은 합리적인 걸 수도 있어.

“……그렇긴 하죠.”

- 그리고 너는 이제 포인트만 있으면 부상에서 자유롭고, 일시적인 버프효과를 받을 수도 있잖아. 여러모로 개이득이지.

“굉장히 논리적이신데요……?”

- 너한테 칭찬받으니까 기분이 더럽네.

“예?”

- 됐고 경기에나 집중해. 보여줘야 할 거 아니야? 네가 돌아왔다는 걸.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잉글랜드에게 지고 있는 상태였고, 그는 에이스가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줄 때였다.

“그렇죠.”

대답을 마친 김상훈이 스킬들의 이름을 줄줄 뱉어내기 시작했다.

***

[뛰어난 리더십(G)를 사용하셨습니다.]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립니다.(제한시간 20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을 사용하셨습니다.]

[몸싸움 능력과 피지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미친 드리블(J)를 사용하셨습니다.]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5분)]

[경이로운 탈 압박(L)을 사용하셨습니다.]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괴물 같은 드리블(L)를 사용하셨습니다.]

[드리블, 민첩, 몸싸움, 피지컬 능력치가 각각 2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강철 체력(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제한시간 10분)]

모든 버프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동시에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순간적으로 상승한 능력들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한 것이다.

- 야!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

- 갑자기 왜 그래?

“오랜만에 한 번에 스킬을 사용했더니 적응이 잘 안돼서요. 갑자기 힘이 너무 넘치니까, 오히려 몸을 컨트롤하기가 힘드네요.”

- 금방 적응되겠지. 그리고 아직 스킬 하나 더 남았잖아.

“예.”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남은 스킬을 마저 사용했다.

그런데.

재밌는 결과가 나와 버렸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잉글랜드의 레전드이자 리버풀 FC의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스티븐 제라드의 중거리 슈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스티븐 제라드.

리버풀 역사상 최고의 주장이자, 2000년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던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

공격, 수비, 전술이해도, 체력, 프리킥, 피지컬, 헤더, 터치, 빌드업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던 선수.

그런 스티븐 제라드를 대표하는 능력은 바로 중거리 슈팅이었다.

현역시절 세계 최고의 중거리 슈터 중 하나로 평가받던 그는, 실제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 능력을 얻은 김상훈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재수 없게 잉글랜드랑 경기하는데, 왜 제라드의 능력이 나와?”

-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효과나 확인해봐. 아마 제법 대단할 거야. 현역시절 스티븐 제라드의 중거리 슈팅은 정말 괴물 같았으니까.

“그렇게 대단했어요?”

- 말도 마. 정확도도 얼마나 정확한지, 그 사람이 슈팅을 때리면 일단 골키퍼는 똥줄 오지게 탔지.

“그런 이상한 단어는 좀 안 쓰시면 안 돼요?”

- 왜? 인마 똥줄 타는 걸 똥줄 탄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긴장하다 같은, 이런 단어 있잖아요.”

- 유식한 척하기는. 아 빨리 확인이나 해보자니까?

“옙.”

대답을 한 김상훈은 곧바로 레전드의 기억 스킬로 얻은 능력을 확인했다.

[스티븐 제라드의 중거리 슈팅]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패널티 박스 밖에서 슈팅을 때릴 시, 슈팅 능력치가 25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능력의 효과를 확인한 김상훈의 입 꼬리가 높이 치솟았다.

그와 반대로 이찬수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크힠! 재밌겠네요.”

- 하. 진짜 미치겠군. 이 새끼 이제 어떻게 플레이 할지 뻔히 보이네·······.

***

현재 김상훈의 슈팅 능력은 93으로 아주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능력치가 90이 넘어가면, 최상위권으로 보곤 한다.

실제로 오늘의 위닝에서의 평가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스티븐 제라드의 중거리 슈팅 능력을 얻은 김상훈의 슈팅 능력치는 무려 118이었다.

물론,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만 적용되는 효과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은 원래 중거리 슈팅을 즐겨하는 선수였으니까.

먼 거리에서 때려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골대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였으니까.

더불어 김상훈은 소모품 상점에서 부상 회복 물약과 함께 구매한, 아이템을 꺼냈다.

- 어어? 너 뭐해? 그걸 지금 사용한다고? 이미 충분히 스킬 효과 오지게 받았잖아?

“2대 0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아끼면 똥 된다는 건 이찬수 선수가 가르쳐준 겁니다.”

- 야 그거 10000포인트짜리잖아!

“괜찮습니다. 어차피 4강에 올라가면 시스템이 포인트 좀 주겠죠.”

말을 마친 김상훈은 그의 손에 있는 작은 병을 바라봤다.

[경기력 상승 물약]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물약을 섭취 시, 20분간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이미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박스에서 나온 것을 사용하는 것과, 직접 포인트를 주고 구매한 뒤 사용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10000포인트를 주고 사니까, 진짜 쓰기가 아깝네.’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김상훈은 이내 병에 들은 액체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경기력 상승 물약(H)을 섭취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김상훈이 모든 스킬과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 휘슬소리가 들렸다.

삐이이익!

후반전이 시작됐다.

[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잉글랜드는 아직 교체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구요, 대한민국은 이승운 선수를 빼고 김상훈 선수를 투입했습니다. 선수들 천천히 공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황희창이 뒤로 패스합니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요? 김상훈이 투입되고 나서부터 대한민국 선수들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습니다.]

[실제로 클로즈업된 화면을 보면, 선수들의 표정에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전반전만 해도 우리 선수들은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이기고 있는 선수들처럼 표정이 밝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김상훈 효과일까요? 만약 김상훈 효과가 맞다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됩니다!]

황희창에게 공을 받은 이재선은 거칠게 압박하는 잉글랜드 선수들을 피해 이용훈에게 패스했다.

툭!

이용훈은 곧바로 반대편에 위치한 유홍철에게 길게 공을 보냈다.

[유홍철 선수, 안정적으로 공을 받습니다. 유홍철 선수. 기다렸다는 듯 김상훈 선수에게 바로 패스합니다!]

[김상훈! 우리 모두가 기다렸던 김상훈이 드디어 공을 잡습니다!]

퉁.

김상훈이 공을 받는 순간.

다른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와는 달리, 아주 작은 소리만이 그의 발에서 들렸다.

그만큼 김상훈의 터치는 정교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지금.

공을 잡은 김상훈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

각종 스킬 효과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 김상훈.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무서울 것은 없었다.

그 사실은 상대가 유명하고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잉글랜드라도 변함이 없었다.

‘진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네…….’

자신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김상훈은 그를 가로막은 선수를 바라봤다.

‘델레 알리.’

김상훈의 앞을 가로막은 선수는 소속팀 동료인 델레 알리였다. 델레 알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김상훈을 노려봤다.

‘이 친구, 참 승부욕이 강한 친구지. 하지만 너도 알잖아?’

델레 알리의 얼굴을 바라본 김상훈이 싱긋 미소 지었다. 같은 팀 동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은 국가를 위해서 골을 넣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토트넘에서의 훈련 때마다 겪었던 상황을 그대로 재연할 생각이었다.

‘나를 막지 못할 거라는 걸.’

생각과 동시에 김상훈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들었다. 공과 한 몸이 된 그는 순간적으로 여러 번의 페인팅을 넣으며 델레 알리의 시야를 교란시켰다.

[김상훈 선수! 화려한 발재간을 보여주네요! 계속해서 델레 알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델레 알리 선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쉽사리 김상훈 선수에게 발을 뻗지 못하고 있네요!]

[어?! 김상훈! 턴을 하는 척 페인팅을 넣은 뒤, 델레 알리를 제쳐냅니다. 델레 알 리가 다시 김상훈의 뒤를 쫓지만, 두 선수의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델레 알리 선수도 굉장히 빠른 선수인데요. 하지만 김상훈 선수의 속도는 EPL 최정상급입니다. 세간에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죠!]

[예 그렇습니다. 실제로 김상훈 선수의 속도는 특히나 짧은 거리를 뛸 때 더욱 빨라지는데…… 어어?! 김상훈 슈우우우웃!]

간신히 해설을 이어갔지만, 해설들의 얼굴에서 당혹스러운 감정이 묻어나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델레 알리를 제친 뒤, 슈팅을 때린 위치가 43m가 넘는 먼 거리였으니까.

다른 선수라면 슈팅을 때릴 엄두조차 내지 않는 거리였으니까.

하지만, 김상훈은 달랐다.

슈팅을 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경기력 상승 물약까지 마신 그의 슈팅 능력치는 123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김상훈에게는 원하는 곳으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이 때려낸 슈팅은 굉장한 파공음(破空音)과 함께 잉글랜드의 골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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