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35화 (135/200)

135화 호나우두의 공격력

뻐억-!

그라운드 위에 커다란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반면, 방금 전까지 환호성이 터져 나오던 관중석에 정적이 흘렀다.

“헐…….”

“저거…… 괜찮을까?”

“방금 소리 들었어? 너무 세던데…….”

“기절한 거 같은데? 맞지?”

관중들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김상훈의 슈팅에 맞은 마누엘 아카나이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놀란 스위스 선수들이 아카나이를 향해 달려왔고, 의료진이 다급하게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으니까.

[아…… 스위스의 마누엘 아카나이 선수가 쓰러져있습니다.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 지금 느린 화면을 보여주네요. 김상훈 선수가 강하게 슈팅을 때렸고, 마누엘 아카나이 선수의 얼굴을 정확히 강타했습니다.]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결국 아카나이 선수가 실려 나가네요. 스위스에서 아카나이 선수를 교체해줍니다.]

스위스의 페트코비치 감독은 부상을 당한 마누엘 아카나이 대신 니코 엘베디를 투입했다.

190cm에 가까운 장신에 강한 몸싸움 능력을 가진 니코 엘베디는 경기장에 들어오면서부터 김상훈을 노려봤다.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니코 엘베디는 동료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그는 스위스 선수들이 먼저 김상훈을 건드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 이야~! 쟤 눈빛 겁나 살벌한데?

“누구요?”

- 지금 들어온 애. 이름이…… 니코 엘베디라네.

“저 키 큰 선수요?”

- 그래. 딱 표정만 봐도 너를 혼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은데?

“오히려 잘됐네요.”

- 응? 잘됐다고?

“덤비는 애들 하나씩 다 상대해주면, 결국 지들이 먼저 나가떨어질 것 같아요.”

- 설마 너…….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예. 더럽게 축구하는 놈들한테는 정확한 슈팅 한 방씩 먹여주려고요.”

***

대한민국과 스위스, 양 팀의 경기력은 팽팽했다. 서로 슈팅을 주고받았고,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분위기가 더 좋은 쪽은 스위스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스위스는 지금, 한 명이 퇴장당한 상태에서 대한민국과 대등한 경기력를 펼치고 있었으니까.

11명이 뛰는 대한민국이 10명이 뛰는 스위스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이용훈의 크로스! 아……! 너무 길었습니다.]

[이용훈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크로스를 올릴 때 조금 더 집중해야 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스위스의 골킥 상황.

골키퍼인 얀 조머는 중앙 수비수인 니코 엘베디에게 짧게 패스했다.

공을 받은 엘베디는 전방을 살핀 뒤, 왼쪽 풀백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를 향해 패스했다. 그때, 황희창이 빠른 속도로 로드리게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로드리게스는 다급하게 니코 엘베디에게 다시 공을 넘겼다.

툭-!

엘베디는 이번에는 반대쪽에 위치한 미하엘 랑에게 공을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젊은 공격수 이승운이 미하엘 랑에게 달려들었다.

[이승운 선수! 미하엘 랑 선수에게 달려듭니다. 미하엘 랑 선수, 다급하게 골키퍼를 향해 패스합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지가 굉장히 좋네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다들 열심히 뛰어주고 있습니다.]

[다만 스위스의 저항이 굉장히 거세네요. 우리 선수들은 조금 더 집중해야 됩니다. 한 번의 역습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해설들은 역습을 조심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역습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팀이고, 스위스는 지금 계속해서 역습을 노리고 있었다.

스위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 명의 선수가 빠진 상태에서 적극적인 공격을 하다간, 한순간에 수비진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위스의 역습을 조심하며, 라인을 많이 올리지 않고 조심스러운 경기를 이어갔다.

때문에 양 팀의 경기가 조금은 답답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하! 답답~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

“맞아요. 답답하네요.”

- 왜 다들 쫄아있는 거야? 엉? 10명을 상대하는데 이딴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역습을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빌드업을 좀 끌어가려고 해도 잘 안 따라와 주네요.”

- 빌드업이고 뭐고, 그냥 라인 다 내리고 주구장창 백패스만 해대는데 뭐가 되겠냐. 어우! 답답하다 진짜.

이찬수가 분통을 터트렸다.

그만큼 그가 본 대한민국 대표팀은 좋지 못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경기에서 승리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도전적인 패스를 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백패스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위축된 선수들의 기세를 올려줘야겠네요.”

- 그래. 할 거면 빨리 좀 하자. 보는 사람 답답해 죽겠다.

“예.”

김상훈에게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뛰어난 리더십.”

말과 동시에 김상훈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뛰어난 리더십(G)을 사용하셨습니다.]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립니다.(제한시간 20분)]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고, 표정에도 자신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역시나 경기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 캬! 효과 직빵이네. 그 스킬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골드 등급보다 훨씬 좋아 보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상훈 역시 이찬수의 말에 동의했다.

모든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리는 것은 직접적인 능력치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굉장히 뛰어났다.

때문에 김상훈 역시 뛰어난 리더십 스킬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 근데 후반전을 생각하면 한 골 정도는 더 넣어야 되는 거 알지?

“예. 알고 있죠.”

전반 23분이 된 지금, 김상훈은 가진 스킬을 거의 다 사용했다. 더군다나 발목에 부상까지 당한 상태였다.

근육통 방지 물약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고통만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사실상 언제 몸이 고장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발목이 점점 더 부어오르고 있어. 여기서 상태가 더 나빠지면 후반전에는 뛰지 못할 수도 있어.’

때문에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처럼 어떻게든 전반전에 추가골을 넣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골을 넣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힘이 필요했다.

“레전드의 기억.”

***

레전드.

단어 그대로 전설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물론 확실히 레전드라 평가받는 선수도 있고, 조금은 애매한 선수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레전드의 능력을 얻었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브라질의 레전드, 호나우두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호나우두의 공격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호나우두.

축구황제라는 말이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렸던 선수인 그는, 발롱도르를 2회 수상하고, FIFA 올해의 선수에 3번 선정되었을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던 선수다.

뛰어난 피지컬과 괴물 같은 스피드에 드리블, 골 결정력까지.

헤딩 경합 능력을 빼면 단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완벽했던 선수.

당연하게도 김상훈과 이찬수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 미쳤구만.

“……와.”

- 호나우두라니. 크하핫! 진짜 미쳤어 이건.

“호나우두의 공격력이래요…….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 나도 감이 안 온다. 솔직히 호나우두는 다른 레전드들과는 그 격이 다른 선수거든. 확실한 건 개사기일 것 같다는 거지.

“……그럼 확인해볼게요.”

격이 다른 레전드답게 능력의 효과가 좋을 것이 분명했다.

김상훈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호나우두의 공격력’의 정보를 확인했다.

[호나우두의 공격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피지컬, 몸싸움, 개인기, 슈팅, 스피드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동시에 두 남자는 경악했다.

“헉!”

- 어억!

“이, 이십을 올려준다고?”

- 허허……! 다섯 개 능력치를 20 올려준다고……? 이런 미친.

“이건 진짜 미쳤는데요?”

- 네 입에서 먼저 미쳤다는 말도 나오네.

“와…… 이찬수 선수 말대로 격이 다르다는 게 맞네요. 다른 레전드들이랑은 비교도 안돼요.”

대화를 하던 도중, 이찬수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김상훈을 바라봤다.

- 근데 상훈아, 너무 무리해서 뛰진 마라. 선수생활 길게 가자. 넌 지금 발목에 100% 부상이 있는 상태야. 능력치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건 좋지만, 네 몸뚱아리가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김상훈은 스스로의 발목을 천천히 움직였다.

퉁퉁 부은 발목은 그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찬수 선수의 말이 맞아. 고통만 느껴지지 않을 뿐이지, 위험한 상태야.’

김상훈은 고민에 빠졌다.

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할지.

아니면 부상이 심해지는 것을 조심하면서 안정적으로 뛸 것인지를.

‘이번 경기에 이기면 8강에 오르지만, 부상이 심각할 경우 8강전에서 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민을 길지 않았다.

‘당장 앞에 있는 경기에 신경 쓰자.’

눈앞에 보이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바로 김상훈의 결정이었다.

“이찬수 선수.”

- 왜?

“조언 너무 감사합니다.”

- 오냐. 그래서 결정은 했어?

“예. 근데 질문하나 해도 됩니까?”

- 이미 결정했다면서 웬 질문?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만약 이찬수 선수였다면, 저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실 거죠?”

김상훈의 질문을 들은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 뭔 질문이 그따구야? 나는 당연히 존내 뛰지. 부상이고 뭐고 일단 지는 건 용납이 안 되니까.

“알겠습니다.”

역시 스승님이라니까. 작게 중얼거린 김상훈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

뛰어난 리더십 스킬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연하게도 해설들은 달라진 분위기를 빠르게 눈치 챘다.

[대표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변했습니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팀을 보고 있는 것 같네요.]

[맞습니다. 백패스의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네요.]

[정말 놀랍습니다. 어디서 동기부여가 된 것일까요? 스위스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아~! 손홍민! 슈웃~! 아!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대 구석을 노려봤지만 아쉽게 벗어납니다.]

[하지만 매우 좋은 시도였습니다. 이렇게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때려주면, 스위스의 수비진은 라인을 올려서 수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되죠. 그리고 수비라인을 올리게 되면 자연스레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손홍민이나 황희창이 스위스를 공략하기가 조금 수월해지겠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어어?! 김상훈 선수, 제르단 샤키리에게 태클을 시도합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태클인데요!]

완벽한 태클 스킬로 샤키리의 공을 뺏어낸 김상훈이 사이드로 쇄도하는 황희창을 향해 롱패스를 뿌렸다.

황희창은 뛰어난 신체능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공을 향해 달렸다.

툭-!

발을 쭉 뻗어서 공을 잡아낸 황희창이 페널티 박스 안을 바라봤다.

‘패스할 곳이 없어.’

그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의 앞을 뒤늦게 달려온 니코 엘베디가 가로막았다.

‘뚫는다.’

뛰어난 리더십 스킬로 인해, 기세가 올라간 황희창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니코 엘베디의 앞에서 헛다리를 짚은 뒤, 순간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를 시도했다.

툭! 투욱!

하지만 니코 엘베디는 그런 황희창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스피드가 빠른 황희창의 움직임은 알고도 막는 것이 어려웠지만, 니코 엘베디는 끈질기게 어깨를 집어넣으며 돌파를 막아냈다.

“어딜 감히……!”

니코 엘베디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빠르게 공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니코 엘베디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는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는,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온 김상훈이었다.

“완벽한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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