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34화 (134/200)

134화 받은 건 제대로 돌려준다

“젠장!”

김상훈이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심했다. 꽤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괜찮냐?

“아파요.”

- 발목 돌려봐. 돌아가?

“으윽! 돌아가긴 돌아가는데, 너무 아픈데요?”

- 부러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발목 부은 걸로 봐서는 인대가 늘어났을 확률이 높아.

“그럼 저 오늘 경기 못 뛰나요?”

- 지금 그게 중요하냐?

“예. 저한테는 중요해요.”

- 내가 의사도 아니고, 네가 뛸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겠냐? 움직일 수 있으면 일어나 보던가.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반응했다.

그는 한 팔로 땅을 짚은 뒤, 몸을 일으키려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크윽!”

발목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 꽤 심각한 상태인 거 같은데?

“후욱! 잠시만요.”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을 참던 김상훈이 저 멀리서 의료진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빠르게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근육통 방지 물약 좀.”

김상훈은 예전에 얻어놨던 소모성 아이템 중 하나를 꺼냈다.

그나마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었다.

[근육통 방지 물약]

- 등급 : 브론즈(Bronze)

- 효과 : 물약을 섭취하면 한 달간 근육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꿀꺽! 꿀꺽!

김상훈은 물약을 망설임 없이 마셨다.

[근육통 방지 물약(B)를 섭취하셨습니다.]

[한 달간 근육통이 생기지 않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동시에 발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사라졌다.

때문에 김상훈은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 너 지금 뭐하냐?

몸을 일으키는 김상훈을 본 이찬수가 소리쳤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상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져서 뛰려고요.”

- 상훈아, 네가 미친놈인 건 알겠지만. 지금 네 발목을 좀 봐.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숙이고 발목을 바라봤다.

발목은 여전히 심하게 부어있었다.

“조금 부어있네요. 뛸 수 있어요.”

- 조금? 그게 조금 부은 걸로 보여? 미친놈이 선수 생활 종치려고 그래? 까불지 말고, 당장 제대로 치료 받고 벤치에 쳐 앉아.

이찬수가 화를 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를 불렀다.

“이찬수 선수.”

- 왜 이 새꺄.

“저 모르세요? 저 김상훈이에요.”

- …….

“당한 것은 수십 배로 돌려줘야 하는 놈이, 저란 놈이라고요. 아시잖아요?”

- 그래서 어쩌겠다고?

이찬수가 체념한 얼굴로 질문했다. 아무리 얘기해도 김상훈의 고집을 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상훈이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저 새끼들 다 조져야죠.”

***

해설들이 경악했다.

[아~! 김상훈 선수, 다시 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데요. 근데 분명히 발목이 부어있거든요?]

[아무래도 고통을 참고 뛰려는 것 같습니다. 아…… 저는 그냥 김상훈 선수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눈앞의 경기를 위해서 부상을 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에서 지면 탈락이라는 것이, 김상훈 선수가 계속해서 뛰려는 이유 같습니다.]

[국가를 위해 고통을 참고 뛴다는 말씀이시죠?]

[예.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김상훈 선수의 발은…… 아! 지금 나오네요. 김상훈 선수의 발목은 분명히 강하게 꺾였고, 지금도 눈에 띄게 부어있습니다. 저런 상태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하거든요.]

해설들은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김상훈은 나라를 위해 고통을 참고 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더러운 플레이를 하는 스위스 선수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뛰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해설들만큼이나 축구팬들도 김상훈을 걱정했다.

이태원메시 : 발론 베라미 저 새끼 영구정지 때려야 돼! 어떻게 저딴 태클을 할 수가 있지? 저건 누가 봐도 일부러 김상훈을 조지려고 한 거잖아!

리버풀팬2호 : 영구정지는 게임에서나 당하는 거고. 출장정지겠지. 하여튼 베라미 저 놈이 너무 심하기는 했어. 근데 김상훈은 어떻게 뛰고 있는 거야? 발목 엄청 부었던데.

piniu1997 : 님들 김상훈 강철 몸인 거 모름? EPL에서는 더 심한 태클도 당했음. 근데 항상 멀쩡했음.

메시날두311 : 위에 piniu말이 개소린게 지금까지 김상훈은 저렇게 발목이 부은 적이 없었어. 그리고 태클 당할 때 얼굴 안 보이냐? 겁나 아파보이던데ㄷㄷ....

실제로 김상훈이 쓰러졌던 장면을 지켜본 관중들은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어떡해! 저거 괜찮은 거 맞아?”

“상훈이 오빠 땀 흘리는 것 좀 봐! 아파서 저러는 거 같은데…….”

“태클이 너무 강하게 들어갔어. 그리고 스위스 새끼들 계속 반칙하잖아. 심판! 싹 다 카드 주라고!”

“스위스 이 새끼들아! 페어플레이 안 하냐!”

관중들은 김상훈이 당한만큼 더욱 뜨겁게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직접 프리킥을 차기 위해 공을 들었다.

[주닝요의 프리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브라질의 주닝요, 그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한 경기당 1회 사용 가능)

주닝요의 프리킥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 김상훈은 냉정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 발목은 어때? 괜찮아?

“힘이 잘 안 들어가요. 그래서 왼발로 차려고요.”

- 아니 아프지는 않냐고.

“물약을 먹어서 그런지 고통은 안 느껴져요.”

- 어휴! 그래서 계속 뛰겠다고?

“예.”

- 그래. 알아서 해라.

프리킥을 차기 위해 선 김상훈은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경기력 상승 물약 꺼내줘.”

시스템의 반응은 빨랐다.

곧바로 그의 손에 물약을 쥐어줬다.

[경기력 상승 물약]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물약을 섭취 시, 20분간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김상훈은 아껴뒀던 또 하나의 물약을 입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이찬수가 놀라서 소리쳤다.

- 그걸 지금 쓰겠다고?

“어차피 이번 경기에서 못 이기면 8강에는 못 올라가요. 그냥 있는 거 다 쓸 겁니다.”

말을 마친 김상훈은 물약을 빠르게 삼켰다.

[경기력 상승 물약(H)를 섭취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 지금, 김상훈은 주심의 휘슬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의 귀에 커다란 휘슬소리가 들렸다.

삐익-!

김상훈은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능력치가 잔뜩 올라간 그의 슈팅은 평소보다도 강력했고, 정확했다.

더군다나 주닝요의 프리킥 능력을 가진 상태.

그의 왼발 슈팅은 빠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때렸습니다! 어어! 고오오올! 골입니다!]

[우어어어어어! 들어갔어요! 김상훈 선수! 퉁퉁 부은 발목으로 프리킥 골을 넣습니다!]

[분명히 고통이 있을 텐데도 기어코 골을 만들어냅니다. 정말 무서운 집념입니다!]

[어~! 김상훈 선수 골을 넣은 뒤, 인상을 찌푸리고 있어요! 역시 발목에서 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인상을 찌푸린 김상훈은 발목에 슬쩍 손을 댔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해! 어떡해! 발목 아픈가봐! 나 진짜 눈물 날 것 같아…….”

“진짜 대단하다. 저렇게 고통을 참으면서 골까지 넣다니. 국가를 위해 저렇게까지 하다니! 너무 멋있어.”

“나는 오늘부터 존경하는 인물을 김상훈으로 결정했어!”

그리고 그 순간.

이찬수가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 왜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냐? 발목 아파?

“아뇨. 물약 먹었잖아요. 고통은 전혀 안 느껴져요.”

- 응? 근데 왜 그렇게 발목을 쳐다보고 인상을 써?

“이래야 사람들이 감동받을 거 아니에요.”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입을 벌렸다.

- 와……. 진짜 극혐이다. 진짜 가식 덩어리 그 자체네?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해주시죠. 크힠!”

- 우와! 이 새끼 고개 숙이고 웃는 거 봐! 사악한 새끼!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표정을 숨겼다.

이찬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뒤, 중얼거렸다.

- 그래도 이렇게 집중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골을 넣긴 넣었네.

“이제부터가 조금 빡셀 거 같아요.”

- 그렇겠지. 아직 경기 초반이고, 스위스는 더 더럽게 나올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이겨낼 방법은 있고?

“당연하죠.”

말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아직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 경이로운 탈 압박, 괴물 같은 드리블 등의 스킬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친 드리블(J)를 사용하셨습니다.]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5분)]

미친 드리블까지 사용하며 드리블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는 플레이 스타일까지 바꾸었다.

평소에 하지 않던 거친 플레이로 스위스 선수들을 상대했고, 패스를 줄이고 드리블 횟수를 늘렸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스위스 선수들과 더욱 자주 부딪혔다.

[김상훈, 스위스의 그라니트 자카와 강하게 부딪칩니다. 조금 전에 쓰러졌던 선수답지 않게 굉장히 터프하네요. 몸싸움을 전혀 피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욱 몸싸움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김상훈 선수의 상태가 걱정됩니다.]

[다행히도 움직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피지컬이 좋은 스위스 선수들에게 몸싸움이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은 경기 중이고, 흥분상태라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팀을 위해 희생 것은 좋지만, 김상훈 선수가 너무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지금 역시 김상훈은 상대 선수에게 강한 몸싸움을 걸었다.

공을 몰고 드리블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평소라면 턴이나 개인기로 피해갔을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김상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덤벼.”

그는 빠르게 달려드는 요안 주루를 노려봤다.

요안 주루는 베라미처럼 백태클을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옷을 잡아당기고 옆구리를 꼬집는 더러운 반칙을 일삼던 선수였다.

그리고 김상훈은 지금, 커다란 덩치를 지닌 요안 주루를 향해 공을 소유한 채로 강한 차징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팔꿈치를 살짝 들었다. 주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펼쳐진 반칙이었다.

동시에 강한 타격음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뻐억-!

“끄아아아악!”

당연하게도 비명의 주인공은 요안 주루였다.

“으억! 으어억! 으아아악!”

요안 주루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어깨를 감싼 채 울부짖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공을 몰고 전진했다.

주심은 정당한 차징으로 판단하고, 반칙을 불지 않았다.

이찬수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상훈에게 정보를 줬다.

- 옆에 태클 들어온다. 표정을 봤을 때 너를 묻으려는 태클일 가능성이 높아. 웬만하면 피하자.

이찬수의 말과 동시에 김상훈은 공과 함께 몸을 돌렸다.

휘익-!

그러자 방금 전까지 김상훈이 있던 자리로 스위스의 풀백 미하엘 랑이 다리를 높게 든 채, 스쳐지나갔다.

촤악!

[어어! 방금 또 스위스의 미하엘 랑이 위협적인 태클을 했습니다. 발이 분명히 높게 들린 것처럼 보였는데요! 스위스 선수들 너무 고의적으로 위험한 반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페어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저런 식으로 김상훈 선수를 노린다면, 경기가 끝난 뒤 스위스는 전 세계 국가들에게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해설들이 흥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위스 선수들이 김상훈을 다치게 하려는 것이 뻔히 보였으니까.

너무 대놓고 더러운 플레이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공을 몰며 전방을 바라봤다.

손홍민, 황희창이 각각 양쪽 사이드로 파고들고 있었고, 그의 눈앞에는 오로지 한 명만이 서있었다.

마누엘 아카나이.

요안 주루가 쓰러지고 남은, 스위스의 유일한 센터백이었다.

‘여기서 홍민이나 희창이에게 패스하면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김상훈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머릿속을 스친,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는 방법은 최소 3가지가 넘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받은 건 제대로 돌려준다. 그리고,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만든다.’

그는 지금, 스위스 선수들을 박살낼 생각뿐이었다.

생각을 마친 김상훈이 강력하게 다리를 휘둘렀다.

타겟은 골대가 아닌, 마누엘 아카나이의 머리였다.

이윽고.

“정확한 슈팅.”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폭발적인 파워를 머금은 채, 아카나이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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