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32화 (132/200)

132화 러시아 월드컵, 독일 전(4)

최고의 피지컬을 지녔던 선수인 네마냐 비디치.

그의 능력을 얻은 김상훈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때문에 그는 4명의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무조건 뚫을 수 있어!’

저 선수들의 사이를 뚫어낼 수 있다는 것을.

돌파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커다란 소음과 함께 독일 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촤아아앗!”

4명의 선수들 사이로 파고 들려는 김상훈.

그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쿠웅-!

그 즉시, 그라운드 위에 커다란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억!”

차징이 일어나면서 날아간 선수는 단 한 명이었다.

바로 김상훈이었다.

- 크하하하하핫!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건 안 되네요.”

- 그럼 되겠냐? 다른 스킬들까지 쓴 거면 몰라도, 비디치 능력 하나로 어떻게 4명을 뚫겠냐. 야 인마, 상대는 독일이야.

“후. 제가 너무 스킬을 과신한 것 같아요.”

-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네. 근데 웃기려고 한 거면 제대로 성공했어.

“웃기려던 거 아닙니다.”

김상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고통이 느껴지는 어깨보다도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어우 쪽팔려.’

관중들이 웃고 있다는 것.

김상훈은 그게 가장 신경 쓰였다.

- 와…… 이런 상황에서 관중들 시선을 신경 쓰는 거야? 그게 그렇게 중요해?

“당연하죠. 아! 멋있는 모습 보여주려다가 망신만 당했네요.”

- 솔직히 좀 추해보이긴 했어.

“많이 추했나요?”

- 엄~청!

“젠장……!”

김상훈은 주변을 둘러보며 몸을 일으켰다.

돌파가 막혔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반칙을 불어줘서 다행이네.’

주심이 독일에게 반칙을 선언했다는 것.

그 사실은 쪽팔림 속에서도 김상훈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 아, 프리킥 위치 너무 꿀인데?

이찬수가 투덜댔다.

실제로 프리킥 거리는 29M로 직접 프리킥을 차기에 좋은 거리였다.

더불어 그 위치가 너무 좋았다.

오른발로도 찰 수 있고, 왼발로도 찰 수 있는 위치였다.

당연하게도 양발을 쓸 수 있는 김상훈에게는 골키퍼와의 심리전에서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긴 하네요.”

- 어느 발로 찰 건데?

“그냥 순간적으로 느낌 오는 발로 차려고요.”

- 골키퍼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겠네.

“크힠! 바로 그거죠.”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은, 프리킥을 차기 위해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

2대 2로 동점인 상황.

한국 관중들이 뜨거운 함성을 질렀다.

“골 가즈아!”

“할 수 있어! 보여줘!”

“진짜 이거 넣으면 대박이야!”

그들의 기대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프리킥을 차기 위해 나선 선수가 김상훈이었으니까.

그는 최고의 프리킥 정확도를 보여주는 선수였으니까.

- 아직도 안 정했냐?

“뭘요?”

- 어디로 찰지 안 정했냐고.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정했죠.”

대답을 마친 김상훈이 조금은 왼쪽으로 치우쳐서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독일의 골키퍼 노이어가 움직였다.

‘오른쪽으로 찰 생각인가보네.’

마누엘 노이어는 경기 전, 김상훈에 대한 분석을 마친 상태였다.

‘녀석은 양발을 모두 잘 쓰지만, 프리킥 상황에서는 대부분 오른발로 슈팅을 한다.’

김상훈이 거의 모든 프리킥 상황에서 오른발로 슈팅한다는 것.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노이어의 머릿속은 오른발 슈팅을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실제로 김상훈은 오른발로 차기 좋은 위치를 잡았다.

‘온다!’

마누엘 노이어가 자세를 낮추고 다리에 힘을 줬다. 언제든지 몸을 날릴 수 있게 준비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이 공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이윽고 공 앞에 도착한 김상훈이 다리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뭐?!”

노이어의 눈이 커졌다.

마누엘 노이어, 그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김상훈이 오른발로 차기 좋은 위치에서,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는 것.

그것도 아웃프런트 킥을 시도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뻐엉-!

김상훈의 발에 강하게 맞은 공이 거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왼발의 바깥부분에 맞은 공은 노이어가 예상한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당연하게도 마누엘 노이어는 타이밍을 조금 놓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상훈이 때려낸 공은 이미 골대까지 도착한 뒤였다.

철렁-!

예술 같은 아웃프런트 킥으로 골을 넣은 김상훈을 향해,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멋진 프리킥 골로, 동점이던 스코어에 균형이 생긴 상황.

스코어는 3대 2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이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향해 다가갔다.

“어이~! 노이어.”

“……뭐냐?”

노이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상훈을 노려봤다.

- 야, 야! 또 왜 그래? 이미 도발했잖아. 왜 또 싸우려고 해?

현역시절 싸움닭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던 이찬수, 그 역시 지금 당황한 얼굴로 김상훈을 말렸다.

그런데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을 무시한 채, 노이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야! 때리면 징계야! 하지 마!

놀란 이찬수가 소리쳤지만, 김상훈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 응?

이찬수가 움직임을 멈췄다.

- 너 뭐하냐?

그의 앞에 선 김상훈은, 노이어에게 손을 내민 채 서 있었다.

더불어 김상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까 도발해서 미안하다. 노이어 넌 최고의 골키퍼야.”

- 악수 신청이었던 거야……?

갑작스러운 화해 신청이었고, 노이어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뭐, 뭐냐?”

“잘 지내보자고. 어차피 앞으로 챔피언스 리그 같은데서 또 볼 거잖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미는 손을, 노이어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 일단 경기에 집중하자.”

김상훈과 손을 맞잡은 노이어가 고개를 훽 돌리며 손을 휘저었다.

잠시 뒤, 자리로 돌아온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 갑자기 뭐하는 거야?

“뭐하다뇨?”

- 아깐 서로 죽일 것처럼 도발하더니, 이제 와서 웬 화해?

“어휴~! 이래서 이찬수 선수가 현역시절에 인기가 없던 거예요.”

- 뭔 개소리야?

“주변반응 안 보이세요?”

- 응?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제야 그는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미친 듯이 환호하며 김상훈을 외치고 있는 관중들의 모습을.

“김상후우우우운! 어떻게 인성까지 좋냐? 진짜 너는 나의 워너비야!”

“싸가지 없는 노이어한테 먼저 손 내미는 저 넓은 마음! 저게 진짜 멋진 거지!”

“꺄악! 상훈 오빠! 마음까지 따뜻하면 나보고 어떡하라고요!”

김상훈에 대한 착각에 깊게 물든 사람들의 외침을.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어휴~! 다들 진짜 단단히 속고 있네.

골이 들어간 이후, 신태웅 감독은 동시에 두 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체력을 많이 소모한 김상훈 대신, 고요함을 투입했고.

역시 많은 활동량을 보였던 정우용을 주세준과 교체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상훈을 빼는 것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팀의 에이스를 무리하게 기용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었으니까.

신태웅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 경기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반면에 독일 대표팀은 비상이 걸렸다.

월드컵 챔피언 출신인 독일에게, 대한민국은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상대였다.

더군다나 오늘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독일은 16강에 오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독일 역시 선수를 교체하며 골을 노렸다.

새로 투입된 선수는 베테랑인 마리오 고메즈와 토마스 뮐러.

독일은 월드컵 우승 멤버인 두 명의 공격수를 투입하며, 더욱 적극적인 공격을 예고했다.

***

벤치에 앉은 김상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후. 힘드네요.”

그러자 그의 앞에 둥둥 떠 있는 이찬수가 말했다.

- 고생했다.

“고생은요 뭘. 맡은 임무를 한 건데요.”

- 어우! 느끼해. 무슨 인터뷰하냐? 멘트가 왜 그 모양이야?

“인터뷰라뇨. 진심을 말한 건데.”

- 지랄!

“왜 또 욕을 하고 그러실까? 하여튼, 이찬수 선수가 보기엔 이제 어떻게 될 거 같아요?”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경기를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보셨잖아요. 저는 계속 뛰어다니느라 판단이 안 돼서요.”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후반전부터 이를 악물고 뛰어다녔다.

체력이 좋아진 그에게도, 전반전과 후반전을 미친 듯 뛰어다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그는, 정확한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때, 이찬수가 대답했다.

- 둘 중 하나지 뭐.

“예? 둘 중 하나요?”

- 그래. 독일은 이제부터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총 공격을 할 거고, 한국은 수비에 집중하겠지.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지 뭐. 독일이 골을 넣거나 한국한테 역습을 당해서 골을 먹히거나.

“그냥 이대로 끝날 가능성은요?”

- 물론 있지. 근데 내 느낌상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

“흐음. 일단 지켜봐야겠네요.”

- 그래. 좀 보자.

대화를 마친 두 남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라운드 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남자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가자! 가자! 가버려어어엇!”

- 때려! 때려! 바로 때려어어엇!

두 남자만 흥분한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신태웅 감독과 관계자들, 더 나아가 국민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대한민국의 역습이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주세준의 패스를 받은 손홍민이 홀로 공을 몰고 독일의 골대까지 드리블을 하고 있었으니까.

- 좋아! 이제 바로 때려!

“좋았어 홍민아!”

뜨거운 응원을 받았기 때문일까?

손홍민은 너무나 침착하게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를 제쳐낸 뒤, 골대를 향해 공을 밀어 넣었다.

투욱-! 철렁!

***

대한민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국민들은 독일에게 4대 2로 승리했다는 것에 열광했다.

특히나 그들은 독일 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상훈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신태웅 호, 독일 격파!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를 일구어내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 이대로 4강 노리나?」

「독일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상훈, 그의 원맨쇼는 어디까지?」

「마누엘 노이어, ‘김상훈의 슈팅은 막을 수가 없었다.’」

김상훈과 관련된 각종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에 깔렸고, 검색어의 순위에도 전부 김상훈과 관련된 것들뿐이었다.

1. 김상훈

2. 김상훈 골

3. 김상훈 공항패션

4. 김상훈 노이어

5. 김상훈 악수

6. 김상훈 인성

7. 김상훈 하이라이트

…….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기사들과 댓글들을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오! 이 분도 내 팬이라고? 실화야? 어우! 이 기자님은 또 뭐 이렇게까지 좋게 기사를 써주시고 그럴까?”

- 너 뭐하냐?

“이찬수 선수? 여기 이것 좀 보세요. 되게 유명한 모델인데, 제 팬이래요. 저랑 데이트하고 싶대요. 크힠힠!”

- 어휴. 그게 그렇게 좋냐?

“꼭 이거 때문만은 아니고요. 사람들이 저를 다 좋게 봐주잖아요.”

- 찾아보면 안티도 있을 걸?

“당연히 있겠죠. 아니, 많겠죠. 근데 괜찮아요.”

- 괜찮다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

- 근데 다음 경기에서 못하면 다 네 안티로 변할 수도 있는 거 알지?

“당연하죠.”

- 다음 경기도 쉽지는 않을 텐데. 그냥 하던 대로 하려고?

“당연히 아니죠.”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늘 하던 대로 경기를 해도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자신감을 더욱 높이고 싶었다.

- 그럼 뭐하려고? 박스 까려고?

그래서 김상훈이 선택한 것은.

“합성 파티 한 번 해보려고요.”

가진 스킬들을 합성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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