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러시아 월드컵, 독일 전(3)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김상훈, 그는 독일의 골키퍼를 향해 달려들었다.
- 야, 야! 상훈아! 참아!
이찬수가 주변에서 날아다니며 소리쳤지만, 김상훈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 아오~! 노이어 쟤는 왜 이 미친놈을 도발해서……!
이윽고 독일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향해 다가간 김상훈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크힠! 너한테 골을 넣는 건 너무 쉬워. 아주 시시할 정도야.”
김상훈의 도발을 들은 노이어,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뭐 이 새꺄?!”
“팀을 위해서 도발하는 건 알겠는데, 사람 봐가면서 까불어.”
“킴! 네가 요즘 잘나가는 건 알겠는데, 너무 거만한 거 아니야?”
노이어의 성난 외침에 김상훈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김상훈은 노이어를 향해 손가락 하나 내민 뒤, 흔들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한 골 더 처넣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노이어를 도발한 뒤 자리로 돌아간 김상훈, 그에게 이찬수가 질문했다.
- 어우! 나는 또 네가 가서 싸울까봐 놀랐네. 웬일로 참았어?
“참았다뇨? 저 안 참았는데.”
- 네 성격에 이 정도면 많이 참은 거지.
“예? 제 성격이 어떤데요?”
- 더럽잖아.
“아! 또 무슨 말씀이세요?”
- 내가 널 모르냐? 나는 네 성격이 얼마나 사이코 같은지 다 알지.
“어우~! 억울해.”
- 상훈아, 그래서 한 골 더 넣겠다고?
“넣어야죠. 그 다음 또 도발해야죠.”
- ……너도 참 대단하다.
이찬수와 대화를 하던 김상훈이 주변을 둘러봤다.
전반전이 끝나기까지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방심을 할 수 없었다.
‘이제 스킬 효과가 끝나니까. 조심해야 돼.’
2대 1스코어를 만들며 경기가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시간동안 대한민국의 경기력은 많이 불안해질 것이 분명했다.
[미친 드리블(J)효과가 종료됩니다.]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효과가 종료됩니다.]
[뛰어난 리더십(G)효과가 종료됩니다.]
[경이로운 탈 압박(L)효과가 종료됩니다.]
주르륵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김상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힐링.”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4만큼 회복됩니다.]
남은 시간동안 팀이 크게 밀릴 것을 예상한 김상훈은 일단 체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 수비 참여를 많이 할 생각인가보네?
“예. 역시 바로 아시네요.”
- 당연한 거니까. 이제 독일은 전반전에 어떻게든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거칠게 들어올 거야.
“그렇겠죠.”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이 공을 돌리기 시작한 독일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는 독일을 압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전방에 보이는 붉은 화살표들을 향해, 김상훈이 몸을 날렸다.
촤악-!
상대 선수의 패스 방향을 미리 안다는 것.
그 능력으로 인해 김상훈은 많은 볼 커팅을 성공해왔고, 지금 역시 독일의 패스를 끊어냈다.
“뛰어!”
공을 끊어낸 김상훈이 크게 소리쳤다.
동시에 대한민국 선수들이 전방을 향해 쇄도했다.
그때, 김상훈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공을 띄웠다.
터엉-!
그의 발을 떠난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전방으로 뻗어나갔다.
독일의 수비진이 다급하게 라인을 재정비했지만, 김상훈이 뿌린 공의 속도가 더 빨랐다.
쉬이익-!
퍼스트 터치만 잘한다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패스였다.
하지만.
손홍민의 터치가 조금 길어지며, 시간이 지체됐다.
마츠 후멜스는 어깨를 집어넣으며 손홍민을 밀어냈다.
깔끔한 수비를 한 후멜스는 곧바로 조슈아 키미히에게 공을 넘겼다.
투욱-! 툭!
공을 받은 키미히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드리블로 전방을 향해 쭉쭉 치고 나갔다.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키미히의 움직임에 맞춰, 그의 동료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때, 키미히를 향해 김상훈이 달려들었다.
오늘 경기 내내, 키미히를 괴롭혔던 김상훈은 지금 역시 그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촤아악-!
“완벽한 태클.”
키미히가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공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전반전 내내 충분히 당했기 때문에 김상훈의 태클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상훈의 태클을 보자마자 뒤로 공을 넘겼다.
툭-!
“아오!”
김상훈의 태클이 실패로 돌아갔고, 공은 후방에 위치한 니클라스 쥘레에게 향했다.
툭!
쥘레는 원터치 패스로 사미 케디라에게 공을 넘겼다.
이후, 케디라는 토니 크로스와의 2대 1패스로 장형수의 압박을 벗어났다.
‘로이스!’
그때 그의 눈에 띤 선수는 마르코 로이스였다.
케디라는 곧바로 로이스를 향해 길게 공을 찔러 넣었다.
조금 먼 거리였지만, 공은 빠른 속도로 로이스가 위치한 사이드로 깔려 들어갔다.
탓-!
공을 잡은 로이스는 이용훈을 앞에두고 상체 페인팅을 한 뒤,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렸다.
이용훈은 이를 악물고 로이스를 쫓았다.
그때, 로이스는 반박자 빠른 타이밍에 다리를 휘둘렀다.
크로스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용훈이 길게 다리를 뻗었지만, 로이스가 노린 것은 헤더가 아니었다.
그가 노린 것은 뒤에서 달려오는 동료였다.
수비수를 속이는 깔끔한 컷백이었다.
로이스가 깔아준 공을 향해 달려오는 선수는 메수트 외질.
독일의 에이스이자, 월드 클래스 선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외질의 슈팅은 강하지는 않지만, 골문을 향해 정확하게 휘어 들어갔다.
철렁-!
조연우가 반응했지만, 공은 그의 손끝을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그 순간, 두 남자가 반응했다.
- 아오!
“아! 이렇게 먹히네.”
- 로이스의 센스가 너무 좋았다. 외질도 침착하게 잘 찼고.
“너무 깔끔하게 넣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 저런 건 막기 힘들지.
“그렇죠.”
김상훈은 독일의 공격력을 인정한 뒤, 다시금 스스로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동료들에게 질 좋은 패스를 공급했고 독일의 공격을 방해했다.
- 2대 2로 동점이 됐는데, 꽤 침착하다?
“먹힌 건 먹힌 거고, 저는 제 할 일을 해야죠.”
- 캬~! 많이 컸다. 상훈아.
“다 이찬수 선수의 가르침 덕분 아니겠습니까?”
- 입에 발린 소리도 잘하고. 참 잘 컸어. 싸가지가 없긴 하지만.
“잘 나가시다가 꼭 이러시더라.”
- 칭찬만 주고받으면 재미없잖아.
“가끔은 재미없고 싶네요.”
- 싸가지 없는 놈.
“예에~! 감사함다!”
김상훈이 이찬수와 대화를 나눌 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전반전 종료 신호였다.
***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 그라운드 위에 올라선 김상훈의 표정이 굳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찬수가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 크흐흐흐! 상훈아, 고생 좀 하겠다?
“아…… 제자가 고생하는 게 그렇게 좋습니까?”
- 아 고럼~! 제자가 고생을 거듭하며 좋은 축구선수가 된다면, 스승의 입장에서 그것만큼 좋은 게 없지!
“휴우……!”
- 크하핫!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는 진짜 개처럼 뛰어다녀야한다. 알지?
“아오! 압니다. 알아요!”
김상훈의 표정이 어두워진 이유는 간단했다.
전반전이 끝난 직후, 그는 라커룸에서 신태웅 감독의 지시를 받았다.
후반전부터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뛸 것.
많은 활동량을 유지하며 독일 선수들의 공격을 막아낼 것.
당연하게도 전반전 내내 많은 스프린트를 하고, 수비에 참여를 해온 김상훈에게는 버거운 임무였다.
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감독의 지시였고, 김상훈 역시 독일을 이기기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후반전이 시작된 지금.
김상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기 시작했다.
- 어차피 20분 정도만 뛰고 교체해준다고 했잖아?
“……그렇긴 하죠.”
- 근데 왜 엄살이야?
“이 포지션에서 20분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후반전에 그가 맡은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앙 미드필더보다 조금 더 밑에 위치하는 자리다.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중원을 넓게 돌아다니며 압박해야하는 포지션.
게다가 공격 시에는 팀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볼 배급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었다.
때문에 후반전에서의 김상훈은, 평소보다 훨씬 많이 뛰어야만 했다.
- 새꺄, 엄살 그만 부리고 집중해. 그리고 말로만 그러지 말고 실제로도 열심히 좀 뛰어봐.
“지금 열심히 뛰고 있거든요?”
이찬수가 장난스레 잔소리를 했지만, 사실 김상훈은 쉬지 않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때,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근데 그거 안 쓰냐?
“어떤 거요?”
- 레전드의 기억.
“억?!”
그 순간 김상훈의 눈이 커졌다.
- 너 설마 까먹고 있었냐?
“까, 까먹다뇨! 으하핫! 왜 또 그런 농담을 하실까?”
- 근데 말은 왜 더듬어? 우와! 너 진짜 까먹었나보네? 네가 무슨 붕어야? 엉? 맨날 쓰는 스킬을 왜 까먹어?
“아니 그게 아니라. 경기에 너무 집중하다보니까…….”
- 이젠 핑계도 대네? 스승 앞에서 제자가 핑계를 대게 돼있냐?
“예? 갑자기요? 왜 군대놀이를 하세요? 그리고 이찬수 선수 미필이잖아요.”
- 누, 누가 미필이야?! 엉? 그리고 너는 뭐 군대 갔다 왔냐?
“예. 전 군필이고요. 이찬수 선수는 군면제잖아요.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에 이찬수 선수가 군면제 받은 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요?”
- 내, 내가 인마! 나라에서 가지 말라고 해서 안 간 거야 인마!
“알고 있어요.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 크흠!
“하여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상훈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어차피 그가 뛸 시간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킬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레전드의 기억.”
동시에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리링!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세르비아의 레전드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네마냐 비디치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네마냐 비디치의 강인함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네마냐 비디치.
거칠고 투박하지만, 강인함과 투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벽이라고 불리던 선수.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를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던 선수로 그 강인함이 특히나 유명했던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그런 비디치의 능력을 얻었다.
[네마냐 비디치의 강인함]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몸싸움 능력치와 피지컬 능력치가 각각 12씩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능력의 효과를 살펴본 김상훈과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본 채 감탄했다.
“우오! 역시 비디치의 능력이네요.”
- 그 친구 피지컬이 대단하긴 했지.
“아드리아누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좋은 능력이네요.”
- 인마. 아드리아누는 피지컬로는 진짜 괴물이었어.
“그쵸. 하여튼 네마냐 비디치의 능력이 큰 도움이 되겠네요.”
- 그래. 징그러울 정도로 몸싸움이 강해지겠네.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김상훈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 쯧……! 독일 애들 이제 어떡하냐…….
이찬수는 김상훈과 부딪칠 독일 선수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
독일 선수들은 대부분 피지컬이 강하다.
물론 테크니션에 속한 선수들은 왜소한 체구를 가진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도 커다란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훈련을 거듭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강인한 피지컬을 지녔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런 독일 선수들이 한 선수와 부딪칠 때마다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쿠당탕-!
“크악!”
“으헉! 이건 반칙이잖아요!”
토니 크로스와 마르코 로이스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둘을 동시에 상대한 김상훈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유유히 공을 몰고 전진했다.
- 이야! 그냥 깡패네, 깡패야!
“요거 진짜 재밌네요.”
- 어떠냐? 피지컬이 세지니까 그냥 허수아비들이랑 부딪치는 느낌이야?
“그 정도는 아닌데, 확실히 상대 선수들이 가볍게 느껴져요.”
- 캬~! 이런 사기적인 능력이 있나.
김상훈은 여전히 공을 몰고 전진했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그의 움직임에.
4명의 독일 선수들이 순식간에 그를 에워싸고 압박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중얼거렸다.
“요거 될까요?”
- 뭐? 이걸 뚫겠다고? 4명인데?
“너무 궁금해서요. 한 번 해봐야겠어요.”
- 야, 야이 미친놈아!
김상훈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동시에 그는, 그를 에워싼 4명의 선수들의 틈을 향해 공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 4명의 독일 선수들 틈 사이로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촤아아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