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러시아 월드컵, 독일 전(2)
[몬스터 슈터(H)가 발동됩니다.]
김상훈이 슈팅을 때린 순간 떠오른 메시지.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이찬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 골이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찬수는 알고 있었다.
김상훈이 새로 얻은 몬스터 슈터 스킬의 효과를.
그 사기적인 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슈팅이 엄청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정확한 슈팅 스킬까지 사용한 상태이지 않은가.
- 골대에 맞지 않는 이상은 골이지 뭐.
골대에 맞고 튕겨 나오지 않는 한, 무조건 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찬수는 골키퍼가 저 슈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 저건 못 막아.
그리고 지금,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엄청난 무브먼트를 만들어내며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쐐에에엑!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마누엘 노이어.
지금 이 순간, 그는 뻣뻣하게 굳은 채 서있었다.
‘무, 무슨?!’
김상훈이 슈팅을 때린 순간, 몸을 날려야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었다.
하지만, 공의 움직임을 조금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공의 움직임이 너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속도가 너무 빨랐다.
‘무슨 파워가 저렇게 강해……?’
챔피언스 리그에서 김상훈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그는.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슈팅 능력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슈팅은 더욱 빠르고 강력했다.
노이어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젠장!”
그의 시선에는 골망을 강하게 흔들고 있는 공이 보였다.
“촤르르르~! 촤아!”
김상훈이 큰 목소리로 포효했다.
그때, 이찬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 허허. 야 상훈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무슨 미사일이야?
“크힠!”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최근에 얻은 스킬을 바라봤다.
[몬스터 슈터]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하루에 한 번, 굉장히 강력한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 슈터는 첫 슈팅을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몬스터 슈터의 효과는 캐논 슈터와 아주 흡사한 스킬이지만, 그 격이 달랐다.
일단 등급부터 차이가 컸다.
골드(Gold)등급인 캐논 슈터 스킬과는 달리, 몬스터 슈터 스킬의 등급은 무려 두 단계가 높은 히어로(Hero)였다.
효과 역시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수식어가 달랐다.
강력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해주는 캐논 슈터 스킬과 굉장히 강력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해주는 몬스터 슈터 스킬.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몬스터 슈터 스킬의 효과를 처음 봤을 때, 실망했다.
- 이야~! 효과만 봤을 때는 별 차이가 없어보였는데, 막상 까보니까 이게 또 대박이네.
“그러게요. 사실 저도 좀 쫄렸었거든요.”
- 쫄릴 만도 했지. 캐논 슈터 스킬은 네 주력 스킬이었잖아. 그걸 갑자기 조합한다고 했을 때, 나는 네가 진짜 맛이 간 줄 알았어.
“저도 그 순간만큼은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그는 이틀 전, 도박성이 짙은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합성]
- 등급 : 골드(G)
- 효과 : 스킬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합성 성공확률은 랜덤입니다.
랜덤으로 확률이 결정되는 합성 스킬.
매우 위험한 스킬이었지만, 김상훈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스킬 보호기]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합성’스킬을 사용 시, 확률을 100%로 바꿔줍니다.(3회 사용 시 소멸.)
전에 얻어놨던 스킬 보호기가 있다는 것.
때문에 김상훈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인 캐논 슈터 스킬을 합성할 수 있었다.
다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합성이 성공한다고 해서 꼭 좋은 스킬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캐논 슈터 스킬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스킬이 나올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스킬의 효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합성을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캐논 슈터와 함께 합성한 스킬은.
[강력한 슈팅]
- 등급 : 실버(Silver)
- 효과 : 슈팅의 파워가 강해집니다.
5000포인트를 사용해서 구매한, 오렌비 박스에서 나온 강력한 슈팅 스킬.
물론 그 등급은 높지 않았다.
슈팅의 파워가 강해진다지만, 그 효과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가 비슷한 캐논 슈터 스킬과는 최고의 합성재료였고, 김상훈은 두 개의 스킬을 조합해서 몬스터 슈터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몬스터 슈팅 스킬이, 너무 좋았다.
- 아오! 개사기잖아!
***
대한민국은 선취점을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좋지 못했다.
선수들의 기세가 올라가며 본 기량을 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독일의 경기력이 너무 좋았다.
압박도 강했고, 패스도 정확했다.
“크윽!”
전방에서 공을 몰던 구자천이 공을 빼앗긴 뒤, 사미 케디라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케디라는 곧바로 토니 크로스에게 공을 돌렸다.
“베르너!”
토니 크로스는 손홍민의 압박을 가볍게 벗어난 뒤, 최전방에 위치한 베르너에게 빠르게 패스했다.
쉬이익!
베르너는 김영곤을 등진 채, 공을 받아냈다.
툭!
그는 공을 잡자마자 짧은 패스로 메수트 외질에게 공을 넘겼다.
메수트 외질은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동시에 원터치 패스로 사이드 공간을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공간을 향해 쇄도하던 선수는 마르코 로이스.
그는 빠른 속도로 파고들며 이용훈보다 먼저 공을 잡아냈다.
퍼엉-!
이어지는 강력한 크로스가 대한민국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공은 길게 뻗어나갔고, 그 공을 향해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몸을 띄웠다.
너무나 빠른 공격전개 때문이었을까?
고레츠카를 막아야하는 유홍철은 맡은 임무를 처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
투웅-! 철렁-!
고레츠카의 머리에 맞은 공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아오! 마크 제대로 했어야지! 정신 안 차리고 뭐하는 거야?
“독일의 공격이 날카롭긴 했어요.”
김상훈이 씁쓸한 표정으로 세레머니를 하는 고레츠카를 바라봤다.
‘너무 빨리 먹혔어.’
골을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먹힌 동점골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동점골을 허용하는 것은 독일의 기세를 끌어올려줄 수 있었다.
즉, 위험한 상황이었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어.’
전반전이 종료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그 말은 각종 스킬 효과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했다.
‘강철 체력 스킬이 끝나긴 했지만, 다른 것들은 살아있으니까 충분히 해볼 만 해.’
지금 그의 눈앞에는 효과가 적용되고 있는 스킬들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뛰어난 리더십(G),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 경이로운 탈 압박(L)]
이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상대를 흔들어놓을 때, 가장 효율적인 스킬이었다.
[미친 드리블(J)를 사용하셨습니다.]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5분)]
드리블 능력치를 무려 10이나 상승시켜주는 스킬.
이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의 드리블 능력치는 100이 된다.
즉, 최고의 드리블러 중 한 명이 된다는 것이었다.
김상훈은 미친 드리블 스킬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공을 잡았을 때 스킬을 사용했다.
때문에 그는 공을 얻기 위해 따로 뛰어다닐 필요가 없었다.
톡-! 톡! 톡!
그는 공을 몰고 독일의 중원을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 이야. 물 만난 물개가 따로 없네. 능력치 빨 오지게 받네?
그런 김상훈의 드리블 능력은 이찬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했다.
“진짜 누구나 다 제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러다 라모스한테 털렸었잖아.
“털리다뇨? 조금 고전하긴 했었지만, 제가 더 많이 이겼는데요?”
- 중요할 때 몇 번 털렸잖아. 그럼 털린 거지.
“아오~! 그게 무슨 논리예요! 헛!”
이찬수와 대화를 하던 김상훈이 놀란 얼굴로 공을 뒤로 뺐다.
토니 크로스의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걸 그냥 당해줘, 말아?’
김상훈은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토니 크로스의 태클에 당해서 반칙을 유도할 것인지.
그의 태클을 피한 뒤, 계속해서 전진할 것인지.
‘에이, 괜히 아프게 뭐하러 당해줘.’
결국 김상훈이 선택한 것은 토니 크로스의 태클을 피하는 것이었다.
휘익!
엄청난 순발력으로 몸을 돌린 김상훈은 태클을 피해냈다.
그 즉시 그는 다시 속도를 내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툭! 툭! 툭!
짧게 공을 치며 전진하는 그에게 피지컬이 뛰어난 독일 선수들이 강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뚫리지 마!”
“좀 더 달라붙어!”
“발 넣지 마!”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김상훈을 향해 니클라스 쥘레가 달라붙었다.
김상훈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던 쥘레는, 오늘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온 상태였다.
‘절대 안 뚫려!’
더군다나 지금은 요나스 헥토어가 그를 도와, 김상훈을 막고 있었다.
그 순간 니클라스 쥘레는 확신했다.
‘최소한 슈팅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상훈은 그런 두 선수의 압박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괴물 같이 변한 몸싸움 능력으로 두 명의 선수들을 밀고 전진했다.
팔을 펼치고, 자세를 낮춘 김상훈은 공도 빼앗기지 않았다.
휘익-!
그는 요나스 헥토어가 발을 찔러 넣을 때마다 얄미울 정도로 빠르게 공을 이동시켰다.
휘익! 휙!
김상훈은 몸을 회전하고, 무게 중심을 바꿔가며 공을 계속해서 이동시켰다.
그 화려한 움직임에 관중들이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 김상후우우운!”
“그대로 뚫어버려!”
“꺄아아아악! 김상훈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
당연하게도 그런 함성소리는 김상훈의 귀에 들어왔다.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응원소리였지만, 김상훈은 오히려 그런 응원을 즐겼다.
“더! 더 응원해줘! 더!”
오히려 신이 난 얼굴로 더욱 화려한 드리블을 펼쳤다.
투욱-! 툭!
마르세유 턴으로 쥘레의 압박을 벗어난 뒤, 뒤늦게 다가온 마츠 후멜스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휘익-!
- 이런 미친 관종놈!
이찬수가 한 소리를 했지만, 김상훈은 여전히 관중들의 응원을 즐기고 있었다.
쥘레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낸 그는, 몸을 집어넣으며 골문으로 접근했다.
“조아쓰! 정확한 슈…….”
스킬을 사용하려던 김상훈.
그는 순간적으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그는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렸다.
“으악!”
잔디 위에 쓰러진 김상훈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뭐예요?!”
- 반칙이야. 쥘레가 옷 잡아당겼어.
그 순간, 부심에게 확인을 받은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페널티 킥을 선언한 것이다.
***
페널티 킥을 차는 선수는 보통, 경기 시작 전에 감독이 정해준다.
신태웅 감독 역시 페널티 킥을 찰 선수를 미리 정해줬다.
그 조건은 간단했다.
슈팅이 정확할 것.
강한 멘탈을 가질 것.
그것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선수는 당연하게도 김상훈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골 결정력을 가졌고, 미친 멘탈을 가진 선수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이 골대 앞에 선 골키퍼를 바라보고 있었다.
- 어디로 찰 거냐?
“글쎄요. 근데 사실 방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 와~! 졸라 거만하네? 그러니까 네 말은 어디로 차든 못 막을 거라는 거잖아?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 그렇긴 하지. 근데 너무 재수 없다.
“크힠!”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얼굴로 이찬수와 대화를 나누던 김상훈.
그때, 그의 귓가에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어디로 찰 건데?”
김상훈이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노이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누엘 노이어였다.
그는 김상훈을 보며 한쪽 입 꼬리를 올린 채, 실실 웃고 있었다.
“어이! 킴! 안 들려? 귀 먹었어?”
김상훈은 그런 노이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지만 굳이 대답은 하지 않았다.
- 너 부르는 거 같은데?
“굳이 대답해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 왜?
이찬수가 되물었다.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원래 무시당하는 게 더 열 받거든요. 그리고 골까지 먹히면 더 빡치겠죠.”
- 역시…… 이런 사악한 놈!
마누엘 노이어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김상훈을 부르며 도발했다.
“킴! 깔끔하게 막아줄 게! 아마 너는 오른쪽으로 차겠지? 다 알고 있어!”
노이어의 필사적인 심리전에도 김상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주심의 휘슬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삐익!
그 즉시 김상훈이 공을 향해 달렸다.
“맞고 뒈져라! 이 새끼야! 정확한 슈팅!”
공의 앞에 도착한 김상훈이 풀파워로 다리를 휘둘렀다.
그가 선택한 방향은 노이어가 서 있는 정면이었다.
퍼어엉-!
김상훈의 발에 맞은 공이 엄청난 속도로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노이어는 그의 말과는 달리, 왼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당연하게도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그리고 그 즉시.
김상훈은 마누엘 노이어를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