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29화 (129/200)

129화 러시아 월드컵, 독일 전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 국가를 가리는 대회다.

당연하게도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 했고, 우승을 하는 국가는 엄청난 명예를 얻게 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열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우승 국가는 바로 독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은 독일을 만났다.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한국 선수들과 독일 선수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 와~ 선수 스쿼드 빵빵한 것 좀 봐. 이거 되겠냐? 상훈아?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베르너, 로이스, 외질, 고레츠카, 크로스, 케디라, 쥘레, 후멜스, 키미히, 노이어 등.

독일의 선발진은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선수들이 많았다.

사실, 유명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독일 대표팀은 후보로 나온 선수들도 각 리그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독일 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 네임벨류가 실력이랑 관계가 없진 않잖아?

“그렇기 한데, 저희가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 어차피 2승으로 16강 진출도 확실한데, 그냥 살살 하는 건 어때?

이찬수가 실실 웃으며 질문했다.

그러자 김상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그렇게 하면 제일 싫어하실 거면서.”

- 요거 안 통하네?

“제가 누구 제자입니까?”

- 모르겠고, 경기 시작하려하니까 집중이나 해.

“또 부끄러워하시네.”

- 시끄러.

두 남자가 대화를 하던 순간,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삐익!

양 팀은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패스를 안정적으로 돌렸고,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가 있었다.

“촤르르르!”

오늘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한 김상훈은, 독일의 풀백 조슈아 키미히를 상대로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

휘익-! 퍼억!

다만 키미히는 쉽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피지컬이 좋진 않았지만, 끈질기게 김상훈에게 달라붙으며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더불어 조슈아 키미히는 김상훈이 턴을 시도할 때, 날카로운 태클로 그의 공을 뺏어내기까지 했다.

촤악-!

- 크하하하! 뭐하냐? 그렇게 뻔히 보이게 움직이니까 뺏기는 거 아니야!

“다시 뺏어올 겁니다.”

표정을 굳힌 김상훈이 빠른 속도로 키미히의 뒤를 뒤쫓았다.

너무 완벽하게 공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더군다나, 다른 동료들이 그를 믿고 전진한 상황이었다.

지금 키미히를 막지 않으면, 역습에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투욱-! 툭!

키미히는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전진했고, 김상훈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발이 빠른 키미히지만, 김상훈 역시 스피드가 굉장히 발전한 상태.

어렵지 않게 키미히를 따라잡은 김상훈이 슬라이딩을 했다.

자칫 위험한 태클이 될 수 있는 백태클이었지만.

김상훈의 발은 정확히 공을 건드렸다.

촤악!

“젠장!”

조슈아 키미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김상훈을 쫓았지만, 따라잡지 못했다.

오히려 두 선수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다.

[순간 가속(G)을 사용하셨습니다.]

[속도가 빨라집니다(제한시간 5초)]

김상훈이 스킬을 사용했다는 것을 모르던 키미히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

공을 빼앗은 김상훈은 곧바로 독일의 왼쪽 사이드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손홍민을 향해 낮게 공을 깔았다.

파앙-!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쇄도하던 손홍민이 공을 향해 발을 뻗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발만 뻗으면 될 수 있게 뿌려낸 패스였고, 손홍민은 그것을 마무리 짓는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

다만, 독일에는 마누엘 노이어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수호신인 그는 괴물 같은 반응속도로 손홍민의 슈팅을 막아냈다.

퍼억!

노이어가 펀칭으로 튕겨낸 공을 마츠 후멜스가 잡아냈다.

후멜스는 강하게 압박하는 구자천을 따돌린 뒤, 사미 케디라를 향해 공을 보냈다.

턱-!

그때, 공을 잡은 사미 케디라가 토니 크로스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천천히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만, 두 선수의 호흡은 좋지 못했다.

팀워크가 좋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압박에도 힘들어했다.

그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선수는 정우용과 장형수였다.

미드필더치고 수비력이 좋은 정우용과, 이전 경기까지 중앙수비수로 출전했던 장형수.

두 선수의 압박에 독일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원하는 플레이를 쉽게 하지 못했다.

그때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 오호! 신태웅 감독이 전술을 제대로 준비했는데? 수비력이 강한 정우용이랑 장형수를 중앙미드필더에 박아놓으니까, 독일 애들이 되게 힘들어하네.

“확실히 아직까지는 효과적이네요.”

- 그래, 아직까지는.

신태웅 감독의 전술이 독일에게 잘 통하고 있었지만, 김상훈은 기뻐하지 않았다.

‘이제 경기 초반이야. 체력이 떨어진 뒤에는 달라질 수도 있어.’

대한민국 대표팀은 모든 경기에서 초반에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 뒤부터 급격히 집중력을 잃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김상훈은 기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독일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점유율은 압도적으로 대한민국이 낮은 상태였다.

토니 크로스는 정우용의 압박에 힘겨워했지만, 공을 빼앗기진 않았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토니 크로스는 메수트 외질을 향해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다.

툭-!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받은 외질은 윤영석과 김영곤의 압박을 벼텨내며 공을 지켰다.

이윽고 그는 몸을 돌리며 독일의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를 바라봤다.

‘저기다.’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

지금 이 순간, 그에게는 대한민국 수비의 빈틈이 보였다.

그리고 그는 그 빈틈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투웅!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중앙수비수들의 아주 작은 틈.

그곳을 향해 외질이 뿌린 패스가 파고든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것을 알았다는 듯 쇄도한 베르너가 공을 향해 가볍게 발을 가져다댔다.

투욱-!

완벽한 일대일 상화에서의 슈팅.

당연하게도 골키퍼로서는 너무나도 막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독일에 마누엘 노이어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조연우 골키퍼가 있었다.

조연우는 믿기 힘든 몸놀림으로 베르너의 슈팅을 막아냈다.

간신히 펀칭을 해낸 것이 아니다.

그는, 엄청난 반응속도로 베르너의 슈팅을 잡아냈다.

투욱!

독일의 위협적인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조연우.

관중들은 그런 조연우 골키퍼를 향해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우와아아아! 빛연우!”

“역시 빛!”

“저걸 어떻게 막았지? 우와!”

조연우 골키퍼는 길게 킥을 하는 대신, 가까이에 있던 김영곤에게 공을 던졌다.

툭!

공을 받은 김영곤에게 레온 고레츠카 빠르게 달라붙었다.

김영곤은 곧바로 풀백으로 출전한 유홍철에게 공을 넘겼다.

그럼에도 독일의 강력한 압박은 계속 지속됐다.

풀백, 미드필더, 공격수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압박을 했다.

멈추지 않고 강한 압박을 하는 독일의 움직임은 마치 도르트문트의 게겐 프레싱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좋지 않은데…….”

신태웅 감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독일이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들고 올 줄이야.”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한 압박을 받으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을 훈련에서도 많이 지켜봐온 신태웅 감독이었다.

그는 지금 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압박을 이겨내야 할 텐데…….”

신태웅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독일의 압박에 휘둘렸다.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니, 미드필더 진에서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고.

계속해서 수비진형으로 공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김영곤이 전방을 향해 롱패스를 뿌렸다.

패스로 풀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뻐엉-!

하지만 김영곤의 판단은 좋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야만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롱패스 뿌렸을 때, 독일과의 헤딩경합에서 이겨낼 수 있는 공격수가 없었으니까.

오늘 공격수로 출전한 선수는 헤딩 능력이 좋지 않은 손홍민과 구자천이었으니까.

“안 돼! 패스로 풀어나가야지!”

신태웅 감독이 크게 소리쳤다.

다만, 그 역시도 경기를 풀어나갈 좋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량 차이가 너무 심해.’

슬프게도 대한민국 선수들과 독일 선수들의 개인 기량 차이가 많이 났고, 그 차이가 경기력에서도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선수들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른 신태웅 감독이 이내 씁쓸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

- 상훈아 이거 위험한데?

이찬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 뭐, 16강은 확정됐다지만 그래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은데.

“…….”

- 좀 더 분발해봐. 할 수 있잖아?

“……알겠습니다.”

분발하라는 이찬수의 말.

그 말을 들은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아무래도 네가 분위기를 바꿔야 될 것 같다.

“후반 가서 쓰려고 했는데, 아끼면 안 되겠네요.”

- 그래 인마. 이거 지금 아낄 때가 아니야. 팬들한테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줘야지. 그리고 너 어차피 후반에 교체된다며.

“예.”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후반 70분 정도에 교체될 예정이었다.

체력관리 때문이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었고,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기에 나서야 되는 그를, 신태웅 감독은 최대한 쉬게 해줄 생각이었다.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아껴뒀던 스킬들을 동시에 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뛰어난 리더십(G)를 사용하셨습니다.]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립니다.(제한시간 20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을 사용하셨습니다.]

[몸싸움 능력과 피지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경이로운 탈 압박(L)을 사용하셨습니다.]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강철 체력(G)를 사용합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후우.”

능력을 상승시켜주는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

그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동시에 그는 동료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다들 눈빛이 변했네.’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그들에 눈빛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뛰어난 리더십 스킬의 효과였다.

선수들의 기세가 달라진 것.

그 효과는 곧바로 경기력에 드러났다.

자신감이 생긴 선수들은 더 이상 공을 뒤로 돌리지 않고, 과감한 패스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한국 선수들은 실전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개인기량도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툭-! 투욱!

미드필더진으로 내려온 구자천이 화려한 턴으로 토니 크로스의 압박을 벗어났다.

“뭐?!”

토니 크로스가 놀란 눈으로 구자천을 쳐다봤다.

구자천은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손홍민을 향해 과감한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다만, 독일에는 그런 구자천의 패스를 미리 예측한 선수가 있었다.

촤아악!

“어딜!”

구자천의 패스와 동시에 튀어나온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손홍민보다 먼저 공을 낚아챈 뒤, 요나스 헥토어에게 던졌다.

투욱-!

안정적인 트래핑으로 공을 잡아낸 요나스 헥토어가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근처에 있던 니클라스 쥘레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요나스! 조심해!”

목소리를 들은 요나스 헥토어가 다급하게 뒤를 돌아봤지만, 그땐 이미 한 선수가 그의 발밑을 파고든 상태였다.

촤악! 퍼억-!

과감한 태클로 헥토어의 공을 노린 선수는 이재선이었다.

- 나이스 태클!

그 순간 이찬수가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그만큼 이재선의 태클은 깔끔했다.

- 크하핫! 스킬이라도 사용한 줄 알았네.

헥토어에게서 공을 뺏은 이재선은 빠르게 고개를 움직이며 주변을 훑었다.

‘어디야?!’

그는 한 선수를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가 찾는 선수는 중요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없던 기회도 만들어내는 선수였다.

‘저기다!’

원하던 선수를 찾은 이재선이 빠르게 패스를 뿌렸다.

그리고 김상훈은 이재선이 건네준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다이렉트 슈팅 시도였다.

“정확한 슈팅!”

이윽고 김상훈의 발이 공에 맞는 순간.

그의 눈앞에, 실전에서는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몬스터 슈터(H)가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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