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23화 (123/200)

123화 물량 공세

[레드 박스 ▷ 1,000포인트]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박스를 구매할 수 있는 박스 선택 창.

그것을 바라보던 김상훈은 고민에 빠졌다.

“뭘 사지……?”

현재 그가 가진 포인트는 26,210P.

충분하지도, 그렇다고 적은 포인트도 아니었다.

눈을 낮춰서 레드 박스를 구매하면 26개를 얻을 수 있었고, 오렌지 박스를 구매해도 5개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높아진 그의 눈에는 계속해서 그린 박스가 맴돌았다.

- 뭘 그렇게 고민해? 걍 아무거나 사면 되잖아.

“아무래도 비싼 박스에서 좋은 게 나올 확률이 높으니까요.”

- 그럼 그린 박스 사던가. 아니면 옐로우 박스 2개 사고 남는 돈으로 싼 거 사도 되고.

“후. 고민입니다.”

- 근데 요즘 포인트 잘 모으다가 왜 생각이 바뀌었냐?

“다음 상대가 멕시코라서요.”

- 멕시코가 강팀이긴 하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약팀이고.

“약팀까지는 아니거든요.”

약팀이라는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발끈했다.

하지만 이찬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 약팀이지 뭐. 거의 너 원맨팀이잖아.

“홍민이랑 성영이형도 그렇고, 다들 잘하는데요.”

- 존나 쉴드 쳐주네. 상훈아 우리 솔직하게 가자. 홍민이 실력이 좋은 건 알지만, 토트넘에서 뛰던 때랑 역할이 달라서 제 기량을 발휘 못하고 있는 게 팩트잖아. 그리고 기성영도 안전하게 연결 잘 해주면 뭐해. 다른 선수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안 좋고, 패스가 안 되는데.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몇몇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을 봤을 때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나아지고 있잖아요?”

- 나아져봤자 얼마나 나아졌냐? 그리고 솔직히 월드컵은 이미 시작됐는데, 지금 개선하는 게 말이 되냐? 개선이 되겠어?

“큰 차이는 없겠죠…….”

- 그래. 그게 팩트야. 그리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를 쓰고 모았던 포인트를 죄다 쓰려는 거잖아?

“……휴.”

김상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짊어진 부담감은 굉장히 컸다.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인터넷을 켜면 김상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기사들과 댓글들이 가득했고.

TV를 틀어도 김상훈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많이 방영됐다.

- 부담이 좀 되지?

“예. 솔직히 부담되네요.”

- 근데 그렇게 부담되면 인터넷이랑 티비 좀 안 보면 안 되는 거냐?

“타고난 관종이라 그런지, 그게 안 되네요.”

- ……미친놈.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이런 사람인걸.”

- 그래. 그래서 어떤 박스를 사려고?

“이찬수 선수랑 얘기하다보니까 얼추 느낌이 오네요.”

이찬수가 궁금하다는 듯 김상훈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때, 김상훈은 씨익 웃으며 박스 선택 창을 바라봤다.

“물량으로 승부 보려고요.”

***

박스 선택 창을 보던 김상훈.

이윽고 그는 시스템을 향해 원하는 것을 말했다.

“시스템, 옐로우 박스 하나랑 레드 박스 16개 구매할게.”

말과 동시에 시스템이 반응했다.

[옐로우 박스 1개와 레드 박스 16개를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남은 포인트는 210P입니다.]

총 17개의 박스를 구매한 그는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 이야~! 물량 공세 오지네.

“오랜만에 물량으로 갔더니, 부자가 된 기분이네요.”

- 근데 이걸 다 언제 까려고 그러냐?

“한 번에 까야죠 뭐.”

말과 동시에 김상훈은 옐로우 박스를 제외한, 16개의 레드 박스를 동시에 오픈했다.

뾰로로로로로로로롱!

화려한 효과음과 동시에 회전하기 시작하는 16개의 박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 이야~!

“우와……!”

두 남자는 입을 쩍- 벌린 채 회전하는 박스들을 바라봤다.

- 비주얼 진짜 오지네.

“그러게요. 대박이네요 진짜.”

한참 감탄을 하던 도중, 붉은 빛을 내뿜던 박스들이 회전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김상훈의 눈앞에 그 결과가 주르르륵- 떠올랐다.

그런데.

그 결과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체력이 1만큼 상승합니다.]

[민첩이 2만큼 상승합니다.]

[체력회복 물약(S)]

[경기력 상승 물약(H)]

[근육통 방지 물약(B)]

[몸싸움이 2만큼 상승합니다.]

[드리블이 1만큼 상승합니다.]

[매력이 3만큼 상승합니다.]

[슈팅이 1만큼 상승합니다.]

[예리한 태클(G)]

[용가리 통뼈(H)]

[헤딩이 1만큼 상승합니다.]

[피지컬이 1만큼 상승합니다.]

[스피드가 1만큼 상승합니다.]

[차둘희의 달리기(J)]

[뛰어난 리더십(G)]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능력치 상승이 굉장히 많았고, 각종 효율적인 물약과 스킬들까지.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에, 김상훈의 입이 길게 벌어졌다.

“크히히힠! 대박이다! 대박!”

그러자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 이건 뭐, 물약이 왜 이렇게 많아? 뭔 약 파티야? 엉?

“에이~ 약 파티라뇨. 그리고 물약보다는 능력치 상승이 훨씬 많은데요?”

- 아니 이렇게 쉽게 능력치를 올려주는 게 말이 되냐고!

“최근에 잘 안 나온 거 아시잖아요. 나올 때가 되긴 했죠.”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기분은 최고였다.

스킬과 물약들도 좋지만,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이 바로 능력치 상승이었기 때문이다.

능력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능력치 상승 아이템은 얻기 힘들어졌고,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능력치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생각지도 않았던 레드 박스에서 많은 능력치를 얻게 된 것이다.

- 그럼 오랜만에 능력치 좀 보자.

“그럴까요?”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기쁜 마음으로 상태 창을 오픈했다.

[김상훈]

- 키 : 180cm

- 주발 : 양발

- 체력 : 98

- 민첩 : 93

- 패스 : 92

- 슈팅 : 93

- 개인기 : 85

- 헤딩 : 83

- 드리블 : 90

- 피지컬 : 85

- 몸싸움 : 91

- 매력 : 84

- 잠재력 : 103

(세부능력치를 볼 수 있습니다.)

- 스킬 : 정확한 슈팅(H),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G), 이찬수의 퍼스트터치(L), 캐논 슈터(G), 주닝요의 프리킥(L)…….

처음 K리그에 데뷔했을 때의 능력치가 대부분 60대였던 것을 생각했을 때.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능력치를 본 이찬수마저 작게 감탄했다.

- 호오! 능력치 멋진데?

“이 정도면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에서도 꽤 높은 능력치긴 하죠.”

- 꽤 높은 게 아니라, 정상급 선수의 능력치지.

“아직 최정상급은 아니네요.”

- 물론 게임 속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메시나 호날두의 능력치는 훨씬 더 높잖아?

“그건 그렇죠.”

두 남자의 말처럼, 오늘의 위닝-마스터 리그에서 가장 능력치가 높은 선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현재 김상훈의 능력치가 굉장히 높아졌지만, 그들은 더욱 높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실실 웃기 시작했다.

“크히힠!”

- 왜? 왜 또 그렇게 웃냐?

“능력치는 제가 더 낮지만, 저는 스킬이 있잖아요.”

- ……그치. 너는 개사기 스킬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

“하하! 인정합니다. 저 일단 스킬들 좀 확인해볼게요.”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

김상훈은 이찬수가 아무리 놀려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방금 얻은 따끈따끈한 스킬들의 정보를 차례대로 확인했다.

[예리한 태클]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태클 정확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스킬은 골드 등급의 예리한 태클이었다.

- 태클 정확도를 높여준다고? 좋기는 한데, 소폭 올려준다는 걸로 봐선 큰 차이는 없겠네.

“그래도 패시브 스킬이니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겠네요.”

- 그렇겠지. 빨리 다음 것도 보자.

“예.”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은 곧바로 다음 스킬을 확인했다.

[용가리 통뼈]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부상을 당할 확률이 30% 낮아집니다.

이번에는 무려 히어로 등급의 스킬이었다.

높은 등급이 매겨진 스킬답게, 확실히 그 효과가 대단했다.

- 개사기네! 부상 확률을 30%나 줄여준다고?!

“와~! 이건 진짜 완전 인정합니다. 진짜 좋네요!”

김상훈의 입이 점점 더 벌어졌다.

용가리 통뼈 스킬은 그만큼 좋았다.

축구선수에게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인 부상.

그 확률을 무려 30%나 낮춰준다는 것은 굉장한 효과였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이미 부상 확률을 낮춰주는 스킬이 하나 더 있었다.

[강인한 신체]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부상을 당할 확률이 20% 낮아집니다.

골드 등급의 강인한 신체 스킬.

부상 확률을 20%나 줄여주는 이 스킬을 가진 김상훈에게, 용가리 통뼈 스킬은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이찬수는 그 점을 짚었다.

- 너 이미 부상 확률 줄여주는 거 있지 않아?

“예. 있죠, 강인한 신체 스킬이요.”

- 이런 미친! 네가 진짜 터미네이터가 됐네.

“에이~ 그래도 조심해야죠.”

- 예~ 그러세요. 다음 스킬이나 봅시다.

“예. 바로 이어서 갑니다!”

이찬수는 이제는 모든 것을 해탈한 표정으로 김상훈의 앞에 떠있는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차둘희의 달리기]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스피드가 상승합니다.

전 국가대표 풀백, 차둘희.

그는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강인한 피지컬과 뛰어난 신체능력을 지닌 선수였다.

좋은 신체능력을 가진 선수답게 스피드 역시 빠른 선수였다.

물론 그런 차둘희만큼의 속도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스피드를 상승시켜주는 것은 김상훈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었다.

- 드리블을 많이 하는 너한테는 되게 좋은 스킬이네.

“진짜 너무 좋은 것들이 많이 떴는데요?”

- 너 원래 운 좋잖아.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네요.”

- 그래, 빨리 보고, 남은 박스도 까고 훈련이나 하러가자.

“알겠슴다!”

대답과 함께 김상훈은 마지막 남은 스킬을 확인했다.

[뛰어난 리더십]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20분간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립니다.(경기당 1번 사용가능)

김상훈과 이찬수, 두 남자는 16개의 레드 박스에서 나온 마지막 스킬을 바라봤다.

“골드 등급 스킬이긴 한데, 굉장히 좋을 거 같은데요?”

- 효과가 어떨지는 써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대표팀에게는 꽤나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네.

“제 생각도 그래요. 어차피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좋아지려면, 멘탈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 그치. 네가 악역을 자처하면서부터 선수들 승부욕이 강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어.

“예. 분명 승부욕은 강해졌는데,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금방 멘탈이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김상훈의 말처럼, 대한민국 대표팀의 문제점은 스웨덴 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승부욕이 강해진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초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급격히 실수가 잦아졌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뛰어난 리더십 스킬로 인해서 팀의 경기력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원했다.

“제발 실전에서 효과가 좋았으면 좋겠네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를 바라며, 그는 마지막 하나 남은 옐로우 박스를 오픈했다.

***

2018년 6월 23일 토요일 밤 12시.

일요일로 넘어가기 직전의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한국의 번화가는 불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각 지역의 번화가마다 많은 사람들이 붐벼있었다.

흔히 불토라고 말하는 토요일 저녁은 원래 많은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는 날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숫자가 달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은 러시아 월드컵 F조의 3경기가 열리는 날이었으니까.

경기를 치르는 팀이 대한민국과 멕시코였으니까.

늘 그렇듯, 월드컵 시즌의 대한민국은 축제분위기였다.

특히나 스크린이 있는 술집들은 자리가 없어서 손님을 못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우와아아아! 시작한다!”

“시작한다고? 야! 야! 조용히 좀 해봐! 경기 시작했어!”

“꺄아악! 오늘도 김상훈이 골을 넣겠지?”

“얘가 당연한 소리를 하네. 우리 상훈 오빠 실력이면 해트트릭을 할 거라고!”

“우리 홍민이도 골 넣을 거거든?”

어려운 상대인 스웨덴을 꺾었던 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사실, 전력으로 보면 멕시코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멕시코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카를로스 벨라, 이르빙 로사노라는 뛰어난 선수들을 필두로 한 좋은 경기력을 가진 팀이었다.

더군다나 멕시코는 앞선 경기에서 우승후보인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최상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듯 대한민국에게 멕시코는 이기는 것이 아주 어려운 강팀이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김상훈.

2017-2018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을 했고, 같은 시즌에 열린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우승을 기록한 토트넘의 에이스인 그가 있었으니까.

프리미어 리그 데뷔 1년차에 인간계 최강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김상훈이 대표팀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에이스 김상훈이 있는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시작됐다.

삐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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