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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21화 (121/200)

121화 세계 최고의 슈터

전반 20분, 대한민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주전 풀백인 박주후가 햄스트링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기 때문.

그리고 그 분위기 저하는 곧바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미친 듯 훈련을 했기 때문일까?

분명히 경기 초반, 대한민국의 경기력은 준수했다.

패스 실수도 나오지 않았고, 공격과 수비 때의 집중력도 좋았다.

하지만, 분위기 저하가 된 뒤로는 대한민국 대표팀 특유의 고질병이 튀어나왔다.

“집중해! 쉽게쉽게 가라고! 압박을 두려워하지 말고 똑바로 보고 패스해!”

주장인 기성영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선수들은 몸이 굳은 듯 뻣뻣한 움직임을 보였고, 스웨덴 선수들이 압박을 하면 허둥지둥하며 불안한 볼 처리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때.

김상훈이 스킬을 사용했다.

[몸싸움 능력치와 피지컬 능력치가 각각 15씩 상승합니다.]

[몸싸움 능력과 피지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아드리아누의 피지컬과 드로그바의 피지컬 효과는 대단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김상훈은 달라진 힘을 느꼈다.

- 어때?

“미쳤어요. 진짜 몸에 힘이 넘쳐요!”

- 상대 선수 너무 세게 밀지 않게 조심해. 괜히 반칙이 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활발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선수들 역시 잦은 실수가 나왔지만, 열심히 뛰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스웨덴의 패스는 정확했고, 실수가 없었지만.

강한 압박이 계속되니, 결국엔 스웨덴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틱-!

스웨덴의 왼쪽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가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터치미스를 범했다.

그의 발을 맞은 공은 조금 멀리 튀어나갔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 공을 향해 달렸다.

포르스베리 역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김상훈을 향해 뛰어들었다.

준수한 스피드를 지닌 그는 김상훈에게 빠르게 달라붙었다.

강하게 압박을 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벗어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다.

개인기가 좋아졌고, 드리블이 좋은 김상훈에게는 그것이 어렵지 않았다.

물론 선수들의 수준에 따라 그 난이도가 달라지겠지만, 오늘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김상훈은 아무런 개인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별다른 기술 없이, 몸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투웅-!

“흐억!”

김상훈을 압박하기 위해 달려든 에밀 포르스베리가 마지 매트리스에 부딪친 듯, 튕겨져 나갔다.

“뭐야?”

포르스베리는 큰 체격을 지닌 선수는 아니었지만, 엄청난 피지컬을 지닌 스웨덴 선수들에게도 크게 밀린 적이 없었다.

이렇듯 체격에 비해 몸싸움 능력이 좋은 그였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해가되지 않았다.

반면, 그를 밀어낸 김상훈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 계속해서 전진했다.

주변에 동료들이 있었지만, 아직은 줄 때가 아니었다.

‘확실한 기회일 때 줘야 해. 지금처럼 트래핑이랑 패스가 좋지 않을 때 패스 플레이를 하는 것은 좋지 않아.’

패스 플레이가 효과적일 때는, 선수들의 패스 정확도와 공을 받아내는 능력이 좋을 때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터치와 패스는 형편없었다.

물론 김상훈의 기준이었다.

이찬수의 퍼스트 터치(L) 스킬과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L) 스킬을 지닌 그는 대표팀 선수들보다 몇 단계는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확실한 기회를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일단 부딪쳐보자.’

김상훈은 공을 몰고 전진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드리블을 했고, 자유롭게 방향전환을 하며 스웨덴 선수들의 압박을 피해갔다.

그때, 스웨덴 선수 두 명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쿠웅-! 퍼억-!

동시에 두 명의 선수의 압박을 받은 김상훈은 몸에 힘을 준 채,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스웨덴의 미드필더 에크달과 수비수 루스티그의 몸이 튕겨나갔다.

그들은 끈질기게 김상훈에게 달라붙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질질 끌려 다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피지컬을 이용한 돌파로, 스웨덴의 오른쪽 사이드로 파고든 김상훈은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했다.

휘익-!

이윽고 그는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쇄도하기 시작했다.

***

김상훈이 스웨덴의 수비진형으로 파고든 순간, 당연하게도 스웨덴의 중앙수비수 폰투스 얀손이 수비를 하기 위해 튀어나왔다.

얀손이 발을 뻗는 순간, 김상훈은 몸을 돌려서 피해냈다.

동시에 그는 가까운 곳에 있던 김신훅에게 공을 넘겼다.

다리를 적당한 힘으로 휘둘러서 공을 차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

당연하게도 김신훅에게는 그런 실력이 있었다.

투욱-! 철렁-!

김신훅의 골로 인해서 양 팀의 스코어는 2대 0이 되었다.

점수에서 차이가 생기자, 선수들의 자신감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골을 넣은 것도 잠시, 좋지 못한 장면이 나왔다.

박주후 대신 투입된 김민욱이 스웨덴의 윙어 빅토르 클리에손의 돌파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김민욱을 제쳐낸 클리에손은 곧바로 높은 크로스를 띄웠다.

퍼엉!

그 순간 대한민국의 중앙수비수 김영곤과 장형수가 스웨덴의 공격수들과 함께 몸을 띄웠다.

하지만 불안했다.

최근 물이 오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영곤과는 달리 장형수는 매 경기마다 중요한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김영곤은 마르쿠스 베리를 제대로 마크해냈다.

장형수 역시 그동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스웨덴의 공격수를 막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막은 선수가 올라 토이보넨이었다는 것이다.

190cm의 장신인 그는 어렵지 않게 장형수와의 헤딩 경합에서 승리했고, 그의 이마에 맞은 공은 잔디를 향해 강하게 떨어졌다.

투웅-!

잔디에 맞은 토이보넨의 슈팅은 바운드가 된 뒤, 골대 안으로 파고들었다.

뛰어난 반사신경을 지닌 조연우 골키퍼였지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가 되는 공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철렁-!

그렇게, 스웨덴의 역습이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삐익-!

전반전이 종료됐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전반전부터 휘둘리기 시작한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스웨덴의 공격에 휘둘렸다.

퍼억-!

“큭!”

김상훈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스웨덴 선수들은 그를 피지컬로 누를 수 없다는 것을 안 뒤로, 교묘한 반칙을 섞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팔꿈치로 찍고, 할퀴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들은 카드가 두렵지 않다는 듯, 김상훈을 막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손홍민과 기성영이 그 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2골을 먹힌 스웨덴의 수비는 쉽게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상훈은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투욱-!

공을 받으면 어떻게든 돌파 후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가 많을 때에는 그들을 등진 채 동료들에게 공을 넘겨줬다.

중앙과 사이드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많은 공간을 커버했다.

김상훈은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특출 난 모습을 보였다.

촤아악-!

그는 완벽한 태클 스킬과 강해진 피지컬을 이용해서 스웨덴의 빌드업을 방해했고, 선수들의 돌파를 몇 번이나 막아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위기를 맞았다.

또 한 번 구멍이 생겼다.

김민욱이 뚫려버린 것이다.

구자천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수비에 많은 참여를 했지만, 그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기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김민욱은 오늘 경기에서 훈련 때의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패스는 불안했고, 훈련 때는 좋았던 공격력 역시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 수비력에서는 처참한 모습을 보이며 계속해서 스웨덴의 공격수들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스웨덴의 전술은 간단했다.

사이드로 돌파한 뒤, 중앙에 위치한 장신 공격수들에게 공을 띄워주는 것.

매우 간단한 전술이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역시 돌파에 성공한 빅토르 클리에손이 높은 크로스를 올렸다.

퍼엉-!

“집중해!”

조연우 골키퍼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동시에 양 팀의 선수들이 공을 따내기 위해 몸을 띄웠다.

투웅-!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김영곤이 먼저 좋은 위치를 잡은 뒤에 공을 따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그 공을 잡은 것은 기성영이었다.

그는 공을 잡은 뒤,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나 스웨덴 선수의 압박이 들어왔다.

하지만 기성영은 탈 압박 능력이 아주 좋은 선수였다.

즉, 쉽게 공을 뺏기지 않는 선수라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의 실력을 증명하듯, 간결한 턴으로 스웨덴 선수의 압박을 벗어났다.

그 즉시, 그는 오른쪽 사이드로 길게 공을 뿌렸다.

뻐엉-!

강하고 빠르게 날아간 공은 조금은 길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뛰는 선수는, 윙어로 출전한 김상훈이었다.

공을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김상훈.

하지만 기성영의 공이 조금 멀리 뻗어져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잡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순간 가속!”

작은 중얼거림이 끝나자마자 시스템이 반응했다.

[순간 가속(G)을 사용하셨습니다.]

[5초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됩니다.]

그 순간, 김상훈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민첩 능력치가 91인 김상훈의 속도는 이미 빠른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 순간 가속을 사용한 김상훈의 속도는 EPL에서도 최고 수준이었고, 단거리 육상선수와도 비슷한 속도를 내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공을 향해 달려간 김상훈은 이내 몸을 바닥에 눕혔다.

슬라이딩을 한 것이다.

촤아악-!

‘발에만 닿으면 돼!’

어떻게든 공이 발에만 닿는다면, 어지간해선 잡아낼 수 있는 스킬이 있었다.

그것도 두 가지나 가지고 있었다.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퍼스트터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본드]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초 동안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하루 3회 사용가능.)

이찬수의 퍼스트 터치와 본드.

그 두 가지 스킬을 지닌 김상훈은 과감하게 몸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그는 코너킥 라인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공을 발끝으로 터치했다.

“본드.”

투욱!

그의 발에 걸린 공은 마치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그것이 스킬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모르는 관중들은 경악했다.

“저런 터치가 가능한 거야……?”

“저걸 살린다고? 저런 게 되는 거였어?”

“자석이라도 붙여놓은 거 아니야? 어떻게 공이 저렇게 달라붙지?”

두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터치로 공을 살려낸 김상훈, 그가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는 뒤늦게 달려온 스웨덴의 풀백, 미카엘 루스티그와 패널티 박스 주변을 바라봤다.

‘박스에 파고드는 선수는 손홍민 한 명, 스웨덴 수비는 두 명.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해.’

순간적으로 생각을 마친 김상훈은 공을 양쪽 발로 빠르게 옮기며,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루스티그는 그 움직임에 속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만큼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은 언제든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

공간을 내준다면, 언제든지 믿기 힘들 정도로 날카로운 슈팅을 때리는 선수였으니까.

때문에 미카엘 루스티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어디냐?!’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복잡한 생각을 가진 루스티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때, 김상훈이 돌파를 시도했다.

“여기다 인마.”

상체를 흔들며 페인팅을 넣던 김상훈이 선택한 것은 오른쪽도, 왼쪽도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곳은 바로 가운데였다.

툭-!

미카엘 루스티그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은 김상훈은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을 준 뒤, 땅을 박차고 달렸다.

“제에에엔장!”

루스티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해버렸다.

김상훈의 돌파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알까기에 당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한 것이다.

돌파를 허용한 루스티그가 빠르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정확한 슈팅.”

세계 최고의 슈팅 정확도를 가진 선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을 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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