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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20화 (120/200)

120화 피지컬에는 피지컬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지켜보는 거대한 축제다.

물론,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던 사람들은, 경기시작과 동시에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어어……?!”

“응……?”

“뭐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김신훅에게 공을 받은 김상훈은, 곧바로 달려오는 스웨덴의 토이보넨을 가볍게 제쳤다.

휘익-!

별다른 개인기도 사용하지 않고, 바디페인팅을 이용해서 쉽게 제쳐냈다.

이찬수에게 꾸준히 배우고, 훈련에서 꾸준히 연습해왔기 때문일까?

김상훈의 상체페인팅은 월드 클래스라 불리는 수비수들에게도 통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공격수인 올라 토이보넨을 제치는 일은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

투욱-!

중앙 라인 근처에서 토이보넨을 제친 김상훈은, 공을 가볍게 앞으로 밀며 전진했다.

그런 김상훈을 막기 위해 스웨덴의 중앙 미드필더 알빈 에크달이 달라붙었다.

그 즉시 김상훈은 자세를 낮게 낮추며, 몸에 힘을 줬다.

그의 다리 근육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그는 에크달과 부딪혔다.

쿠웅!

에크달의 차징을 버텨낸 김상훈은 오른쪽으로 턴을 하는 척, 페이크를 넣은 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짧은 순간이 이뤄진 동작에, 에크달은 꼼짝없이 제쳐졌다.

툭-!

공을 툭 쳐낸 김상훈은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보통 선수들은 슈팅 시도를 하지 못하는, 너무나도 먼 거리였다.

다만, 김상훈에게는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거리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캐논 슈터(G)가 발동됩니다.]

[슈팅력이 강해집니다.]

첫 슈팅을 할 때 발동되는 캐논 슈터 스킬이 발동되었으니까.

[캐논 슈터]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하루에 한 번, 강한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캐논 슈터는 첫 슈팅을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스킬 효과로 인해 슈팅력이 훨씬 더 강해졌으니까.

게다가.

현재 그의 슈팅 능력치는 92로 굉장히 높은 상태였으니까.

“정확한 슈팅!”

뻐어엉-!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총알처럼 쏘아져나갔다.

말 그대로 그의 슈팅은 총알 같았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스웨덴 진영을 가로질렀다.

수비수들이 몸으로 공을 막을 수도 없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공은 그들의 몸을 지나쳤다.

쉬이이이익-!

스웨덴 선수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에는 커다란 바람소리를 내며 빠르게 날아가는 공이 보였다.

그 공의 궤적과 속도를 본 모든 선수들의 팔에 닭살이 돋았다.

소름이 돋은 것이다.

그 순간, 스웨덴의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라르손이 크게 소리쳤다.

“안 돼!”

FC 코펜하겐의 주전 골키퍼인 로빈 올센은 날아오는 공을 향해,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는 이탈리아의 명문 팀인 AS로마와의 이적설이 뜰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김상훈이 쏘아낸 슈팅을 향해 몸을 날렸다.

타앗!

***

김상훈의 무모해 보이는 슈팅이 스웨덴의 골망을 흔들었을 때.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악!”

“김상훈! 김상훈! 김상훈!”

“대~한~민~국!”

경기장 내부를 쩌렁쩌렁 울리는 함성소리.

그 소리를 듣는 김상훈은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 야, 야! 표정관리 좀 해라!

“예? 제 표정이 왜요?”

- 너무 음흉하고 더러운 표정이잖아.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이 함성이 안 들리세요? 제 감동을 깨지 마세요.”

- 아니 감격적인 순간인 건 알겠는데, 네 표정이 너무 역겹다고.

“아 그래요?”

히죽 웃고 있던 김상훈이 표정을 굳혔다.

동시에 주변을 훑어봤다.

그 순간,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에게 다가온 선수가 기성영과 손홍민뿐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동료들은 고개를 돌린 채, 형식적인 박수만 칠뿐이었다.

“진짜 좋은 슈팅이었다 상훈아.”

“형! 형은 진짜 최고예요!”

두 남자의 축하를 받은 김상훈은 다시금 경기에 집중했다.

‘이제 초반일 뿐이야.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야 해.’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골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때문에 그는 그 어떤 경기 때보다도 집중력을 높였다.

그때,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근데 스킬 안 쓰냐? 요즘 맨날 초반에 몰아 쓰더만.

“그랬는데, 해보니까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 그걸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다행이네. 그래서 언제 쓰려고?

“지금이요.”

- 지금? 아직 경기 초반인데?

“예. 적당히 나눠쓰려고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경이로운 탈 압박(L)를 사용하셨습니다.]

[미친 드리블(J)을 사용하셨습니다.]

두 개의 스킬을 사용함으로서, 김상훈은 20분간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했고, 5분간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한다는 것.

그 의미는 굉장히 컸다.

오늘 경기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김상훈에게는, 스웨덴의 오른쪽 수비진을 흔들어 놓아야하는 미션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탈 압박과 드리블 능력 상승은 가장 도움이 되는 효과였다.

- 오~! 괜찮은데? 스웨덴의 오른쪽을 흔들어 놓으려는 거지?

축구의 도사라고 할 수 있는 이찬수.

그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듯 물었다.

그때, 김상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아닌데요?”

- 응? 아니라고? 그럼 뭔 생각인데?

“흔들어 놓으려는 게 아니고, 박살내려는 건데요?”

- ……그러냐?

이찬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직접 훈련을 시키고 가르쳤지만, 여러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었다.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은 활발하게 뛰어다녔다.

윙어로 출전했지만,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중앙까지 내려가서 빌드업을 돕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김상훈을 싫어했지만, 꾸준히 공을 넘겨줬다.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경기에서 승리하고자하는 의지가 더 컸기 때문이다.

툭-! 투욱!

지금 역시 김상훈은 중앙까지 내려와서 이재선과 공을 주고받았다.

이재선은 깔끔한 2대 1패스로 스웨덴의 압박을 벗어나는 것에 성공했다.

그때, 이찬수가 이재선을 칭찬했다.

- 이재선 기량이 좋은데?

“그쵸? 확실히 같이 뛰면 편해요.”

- 그래, 저 친구는 꽤 기대가 되네.

이재선은 김상훈 역시 높게 보고 있는 선수였다.

실제로 그는 92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에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프리미어 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중하위권 팀들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유럽으로 이적을 한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됐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였다.

“기술이 좋고, 많이 뛰고, 영리하죠.”

- 보는 눈이 좀 생겼네?

“다 이찬수 선수 덕분이죠.”

- ……알면 됐다.

“뻥인데요?”

- 뭐? 미쳤냐?

“크힠!”

- 웃어? 엉? 내가 우습냐?

“크히힠!”

- 아오!

이재선은 공을 오래 끌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돌리며 시야를 확인했다.

이윽고, 그는 최전방에서 버티고 있는 김신훅을 향해 패스했다.

탁!

패스를 받은 김신훅은 스웨덴의 중앙수비수 그랑크비스트의 압박을 받으며, 빠르게 이재선을 향해 다시 공을 넘겼다.

공을 넘긴 김신훅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무슨 힘이……!’

김신훅, 그는 K리그에서 최강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선수였다.

2m에 가까운 키에 100kg가량의 몸무게를 지닌 그는, 스스로의 피지컬에 큰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김신훅은 당황했다.

‘이 정도 피지컬이라니…….’

원래의 계획은 스웨덴의 압박을 이겨낸 뒤, 사이드로 침투하는 김상훈이나 손홍민에게 공을 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압박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버텨내거나 뒤로 돌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스웨덴의 중앙수비수들은 김신훅보다 키가 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190cm가 넘는 장신을 가지고 있었고.

덩치와 힘은 오히려 김신훅보다 더욱 좋았다.

김신훅이 막히자, 대한민국의 공격은 답답하게 흘러갔다.

손홍민 역시 김신훅이 수비의 시선을 제대로 끌지 못하자, 계속해서 고립됐다.

더군다나 선수가 부상까지 당했다.

부상을 당한 선수는 박주후였다.

장형수가 부정확하게 준 패스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다리를 뻗다가 생긴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아…….”

김상훈은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박주후를 보며,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 아이고, 어쩌냐? 박주후만큼 해줄 선수가 없을 텐데?

“아쉽네요. 일단 김민욱 선수가 있기는 한데…….”

- 김민욱은 수비가 구리잖아. 패스도 개못하고. 솔직히 나는 신태웅 감독이 왜 쓰는지 모르겠어.

“……경기가 어려워지겠어요.”

김상훈은 짙은 아쉬움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골을 먼저 넣으며 기세를 올려야할 타이밍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버렸다.

덩달아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동료들의 얼굴을 살핀 김상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네.’

***

[미친 드리블(J)의 효과가 종료됩니다.]

스킬 효과가 종료됐다는 메시지.

그것을 본 김상훈이 혀를 찼다.

“아,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네.”

말 그대로였다.

그는 스킬 효과로 드리블 능력치를 99까지 올려놓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공이 오지를 않았으니까.

그에게 공이 가기도 전에 전부 끊겨버리거나, 선수들이 의미 없는 백패스를 남발했으니까.

“젠장!”

김상훈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 상훈아, 진정해.

“초반에는 잘 풀어나갔는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 왜 이렇게들 멘탈이 약한지…….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요.”

- 뭐가?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이 한숨을 푹- 내쉰 뒤 대답했다.

“제가 더 뛰어야죠 뭐.”

동시에 그는 스킬을 사용했다.

원래는 후반전에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지금 분위기를 바꿔놓지 않으면, 경기가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생성됐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

잠시후, 그는 레전드의 기억 스킬에서 나온 능력을 바라봤다.

[아드리아누의 피지컬]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몸싸움 능력치와 피지컬 능력치가 각각 15씩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아드리아누.

비운의 천재이자 제 2의 호나우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던 선수.

그런 선수가 바로 아드리아누였다.

그가 인터밀란에서 활약하던 당시, 그는 세계최고의 피지컬과 최고의 운동능력으로 결점이 없는 스트라이커였다.

유일한 단점으로는 오른발을 잘 못쓴다는 것이었는데, 그 단점조차 괴물 같은 왼발로 상쇄시켰다.

최고의 피지컬과 최고의 슈팅력을 지녔던 선수이자 미친 운동능력을 지녔던 남자.

김상훈은 지금, 그의 능력을 얻었다.

- 워~! 피지컬이랑 몸싸움을 15나 올려준다고? 이런 미친…… 그럼 능력치가 지금 몇인 거야?

“음…… 피지컬이 99가 됐고, 몸싸움이 104가 됐네요.”

- ……미친, 개높네.

“아직 끝이 아닙니다.”

김상훈은 말과 동시에 스킬 하나를 더 사용했다.

아드리아누의 피지컬과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을 사용하셨습니다.]

[몸싸움 능력과 피지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그 즉시, 김상훈은 공을 따내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 이야~! 그냥 인간 탱크가 됐네. 이제 어떤 식으로 플레이할 거냐?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이 낄낄대며 웃었다.

- 아오! 웃지 말고, 말 좀 해봐!

“말할 게 있나요? 이제 그냥 갖다 박아야죠.”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지금, 피지컬이 좋은 스웨덴 선수들을 더 강한 피지컬로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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