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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17화 (117/200)

117화 특단의 조치

에르빈 주카노비치와 토니 슈니치는 보스니아의 중앙수비수다.

각각 189cm와 193cm의 피지컬을 가진 그들은, 눈앞에 선 작은 선수를 바라봤다.

간신히 180cm가 될 것 같은 남자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그 남자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는 2017-2018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을 한 팀, 토트넘 홋스퍼의 에이스이자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도 들었던 남자였으니까.

‘킴은 언제 슈팅을 때릴지 몰라.’

‘갑자기 창의적인 패스를 할 수도 있어.’

남자, 김상훈을 막아야하는 보스니아의 수비수들은 머리가 복잡했다.

슈팅만 뛰어난 것이 아닌, 돌파 능력과 패스까지 뛰어난 선수가 바로 김상훈이라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보스니아의 중앙수비수들의 생각은 굉장히 많았다.

반면, 김상훈은 별 생각이 없었다.

‘뚫는다.’

두 명의 수비수를 앞에 둔 그는, 기습적인 슈팅이나 패스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들을 돌파해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거대한 체격의 두 선수를 제쳐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선택을 한 그는, 지금 이 순간 이찬수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 지금의 너는 돌파를 하기가 너무 좋아. 왜 그러냐고? 당연한 거 아니냐? 슈팅은 차는 족족 유효슈팅이고, 패스는 사비가 생각날 정도로 정확해. 그럼 너를 막는 선수들은 머릿속이 어떻게 되겠어? 그냥 오지게 복잡해지는 거야. 양발로 때려대는 슈팅도 조심해야 되지, 패스도 신경 쓰여서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선수들도 신경 써야 돼. 그렇다고 네가 드리블이 구려? 아니잖아. 막말로 아자르보다 드리블 잘 치잖아. 물론 버프 스킬 없을 때는 속도가 좀 딸리지만.

이찬수의 말을 듣던 김상훈은 다시 질문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돌파를 쉽게 할 수 있냐고.

확실하게 말해달라고.

그때, 이찬수가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 어우~! 답답해.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슈팅페인팅이나 패스페인팅 한 번씩 넣어주고 돌파하면 되잖아.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중앙수비수들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톡-! 톡-! 휘익-!

매우 짧게 공을 치며 전진하던 김상훈이 다리를 살짝 휘둘렀다.

슈팅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단순 페이크였다.

하지만 보스니아의 중앙수비수 에르빈 주카노비치와 토니 슈니치에게는 너무나 위협적으로 보였다.

때문에 그들은 움찔거리며 김상훈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그 순간, 김상훈은 오른쪽으로 공을 밀었다.

툭!

그 순간, 토니 슈니치가 쓰러졌다.

김상훈의 돌파를 막기 위해 몸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은 쭈욱 뻗었던 오른발로 다시 공을 가져왔다.

동시에 왼발로 공을 치며 몸을 밀고 들어갔다.

간단해보이지만 실전에서 쓰기 아주 어려운 기술, 팬텀 드리블이었다.

하지만 보스니아의 중앙수비수 주카노비치는 김상훈에 대한 분석을 충분히 해온 상태였다.

때문에 그가 팬텀 드리블을 즐겨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리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주카노비치가 팬텀 드리블을 예상했다는 것.

그런 이유 때문에 주카노비치는 김상훈의 움직임에 반응을 할 수 있었다.

촤악-!

‘됐다.’

김상훈의 입장에서는 거의 다 돌파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습적인 태클을 당한 것이었다.

그만큼 주카노비치의 태클은 완벽했다.

하지만, 김상훈에게는 최근에 얻은 스킬이 있었다.

“본드.”

그는 본드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 순간, 김상훈의 발밑으로 태클을 한 주카노비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또 뭐야?!”

분명히 제대로 태클이 들어갔고, 태클에 당한 김상훈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 맞았다.

그의 슬라이딩 태클을 당하고, 쓰러지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카노비치의 눈앞에 있는 김상훈은 쓰러지지 않았다.

두 다리를 낮게 낮추고, 버티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그래, 중심을 낮추고 하체 힘이 강하다면 슬라이딩 태클에 넘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드라도 붙여놓은 듯, 김상훈의 발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공의 모습은 이해가되지 않았다.

주카노비치가 놀란 얼굴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때, 김상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뭘 놀라고 그래.”

중얼거림과 동시에 김상훈이 공을 몰고 전진했다.

두 명의 선수를 제쳐낸 김상훈, 이제 그의 앞에 있는 선수는 오직 골키퍼뿐이었다.

“드디어 일대일이구나!”

김상훈이 크게 소리쳤다.

그의 입 꼬리는 높게 치솟아있었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그건 김상훈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고, 가장 자신 있는 것이었다.

“와라!”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짧게 공을 치며 앞으로 전진 했다.

그의 앞에는 보스니아의 골키퍼 이브라힘 세히치가 달려오고 있었다.

- 왜 안차냐? 야? 야! 차면 골이잖아! 왜 시간을 끌어?!

옆에서 이찬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상훈은 여전히 공을 몰고 골키퍼를 향해 접근했다.

골키퍼와의 거리가 2m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가 되었을 때, 김상훈이 다리를 휘둘렀다.

휘익-!

정확히는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차는 것처럼 움직이며, 공의 앞쪽으로 발과 몸을 옮겼다.

스탭오버라고 불리는 기술이었다.

당연히 이브라힘 세히치도 이 기술을 알고 있었다.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훈련 때 선수들이 가끔씩 골키퍼를 제치기 위해 써먹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상훈의 스탭오버는 달랐다.

그는 다리를 휘두른 힘을 이용해 그대로 몸을 회전한 뒤, 왼발 뒤꿈치로 공을 끌고 왔다.

투욱-!

스탭오버를 활용한 턴이었다.

이런 기술은 풋볼 선수들이나, 동네 축구에서 종종 쓰여 지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 같은 실전, 그것도 프로선수끼리의 경기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그런데 지금, 김상훈은 그 기술을 완벽하게 시전 했다.

그 이후에 그가 할 것은 텅 빈 골대를 향해 공을 밀어 넣는 것뿐이었다.

투웅-!

“아…….”

이브라힘 세히치는 허탈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혼자의 힘으로 골을 만들어낸 김상훈을 바라봤다.

“말도 안 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세히치의 마음속에는 짙은 패배감이 심어지기 시작했다.

***

김상훈의 원더골로 인해 양 팀의 스코어는 3대 2가 됐다.

골을 먹힌 보스니아 선수들은 멘탈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것.

그 무게감이 그들의 집중력을 다시금 드높였다.

보스니아의 공격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그에 비해 대한민국의 수비는 불안했다.

계속해서 허점을 노출했고, 기회를 내줬다.

김상훈이 미친 듯 뛰어다니며 그 허점들을 지워냈지만, 그 혼자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남은 체력은 21입니다.]

왼쪽 미드필더로 공격부터 수비진형까지 전부 커버하던 그는, 체력적으로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의 눈앞에는 빠르게 떨어지는 체력 수치가 보였다.

그때, 공이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빡세네.”

그제야 김상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멀쩡한 척 뛰고 있었지만, 사실 굉장히 피곤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피곤해 보인다?

“……솔직히 피곤해요.”

- 당연한 거야. 리그 중간에 투입되긴 했어도 거의 매 경기 쉬지 않고 뛰어대고, 또 뛰는 거니까. 체력적으로 멀쩡하면 그게 이상한거지.

“그나저나, 보스니아가 생각보다 더 강하네요. 그리고…….”

김상훈은 굳이 뒷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하지만, 이찬수가 이어갔다.

- 한국의 수비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지.

“……예.”

김상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수비 조직력은 정말 처참한 수준이고, 선수들의 개인능력도 떨어져. 그렇다고 공격이 강한 것도 아니야. 손홍민은 고립됐고, 황희창은 판단력이 너무 아쉬워.

“월드컵 때까지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 그럴 거 같아?

“잘 모르겠어요.”

- 그래, 나도 모르겠다.

대화를 마친 김상훈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스킬을 사용했다.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4만큼 회복됩니다.]

어찌됐건, 오늘 경기에서는 이기고 싶었다.

때문에 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2018년 6월 2일 토요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보스니아 전을 마친 다음 날.

각종 포털사이트들에는 경기에 대한 기사들이 가득했다.

「김상훈 4골로 대한민국을 구하다.」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김상훈, 그가 없었다면?」

「김상훈,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신태웅 감독, ‘김상훈은 최고의 선수. 보스니아 전을 치르면서 부족한 점을 알게 됐다. 더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토트넘에서 훨훨 날던 손홍민, 대표팀에서 주춤하는 이유는?」

보스니아 전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4대 3이었다.

김상훈이 혼자 4골을 넣었고, 보스니아가 1골을 쫓아오며 아슬아슬한 경기가 펼쳐졌다.

대한민국의 수비는 이찬수의 말처럼 처참했다.

실수를 남발했고, 패스미스가 계속해서 나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경기에서 승리했음에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신태웅 감독과 코치진은 선수들을 전술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고, 선수들 역시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5일 뒤, 대한민국은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신태웅 감독은 보스니아 전과는 달리, 442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경기 내용은 좋지 못했다.

물론, 그건 신태웅 감독과 선수들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볼리비아.

대한민국과 경기를 펼친 그들은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한국이 공을 잡으면, 지독할 정도로 수비에만 매진했다.

올 수비 전술, 심지어 공격수까지 수비를 하며 문을 닫았다.

대한민국에게는 보스니아 전만큼이나 어려운 경기였다.

김상훈이 계속해서 중거리 슈팅과 돌파를 시도하며 골을 노렸지만, 볼리비아 선수들은 몸을 던져가며 대부분 막아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어떻게든 그 볼리비아를 뚫어냈고 기어이 한 골을 넣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대한민국은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김상훈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4일 뒤.

대한민국은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는 쓰라린 패배를 하고 말았다.

김상훈이 풀타임으로 뛰었음에도 겪은 패배였다.

피파랭킹 23위의 강팀, 세네갈은 시종일관 대한민국을 압도했고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김상훈과 손홍민이 계속해서 돌파와 슈팅을 시도하며 골을 노렸지만,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다만, 역습 상황에서 펼쳐진 김상훈의 단독 돌파에 의한 원더골.

그 골로 인해 대한민국은 2대 0이라는 굴욕은 면할 수 있었다..

- 큰일이다. 큰일이야,

이찬수가 답답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김상훈이 바로 반응했다.

“어쩌죠?”

- 내가 감독이냐? 왜 나한테 물어봐.

“아니, 진짜 이대로 가다간 16강도 못 올라갈 거 같아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

- 몰라 인마. 내가 선수였으면, 애들 빠따라도 쳐서 정신교육부터 다시 시킬 텐데, 네가 그럴 수는 없잖아.

“우와…… 대표팀에서 뛰는 게, 챔피언스 리그에서 뛸 때보다 더 힘들지 몰랐어요.”

- 어렵지 인마. 소속팀에서 날아다니던 손홍민이 괜히 대표팀만 오면 부진하겠냐?

“실제로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 하여튼, 대표팀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한 16강은 어렵다고 봐야지.

“진짜 방법이 없을까요?”

- 없긴 왜 없어. 네가 조오오올라 잘하면 되지.

네가 잘하면 된다.

그 말을 들은 김상훈이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 또 왜 그렇게 소름 돋게 웃고 그러냐.

“역시 그 방법밖에 없겠죠?”

- ……그래.

“그럼 일단 능력치를 올리든 스킬을 얻든 해야겠네요.”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 능력을 올려서 팀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것.

지금으로써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에,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선수들 정신교육도 좀 시켜야 되겠어요.”

- 뭐? 네가?

“예.”

- 미친놈!

거짓말이 아니었다.

김상훈은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을 개조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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