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16화 (116/200)

116화 호나우지뉴의 개인기

김상훈은 두 번째 플랜은 신선하거나, 대단한 게 아니었다.

늘 해오던 것을 그대로 하는 것.

하지만, 그 해오던 것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할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늘 하던 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레전드의 기억.”

그 즉시 시스템이 반응했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스페인의 레전드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에밀리오 부트라게뇨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에밀리오 부트라게뇨의 골 결정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인 에밀리오 부트라게뇨.

그는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공간침투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순간적인 침투로 골을 넣고, 드리블로 상대를 제친 뒤에 골을 넣는 부트라게뇨의 골 결정력을 얻었다.

“시스템, 정보 좀.”

김상훈은 솔직히, 부트라게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때문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능력의 효과였다.

[에밀리오 부트라게뇨의 골 결정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슈팅 시, 슈팅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 음…….

“이건 좀…….”

김상훈이 입맛을 다셨다.

이미 슈팅 능력치가 높고, 정확한 슈팅 스킬로 골대 구석을 노릴 수 있는 그에게는.

부트라게뇨의 골 결정력은 크게 도움이 되는 스킬이 아니었다.

- 별로 필요 없는 게 떴네?

“예. 근데 뭐, 괜찮아요.”

- 그래, 이거 없어도 충분하잖아?

“그렇죠.”

김상훈은 여전히 자신감이 있었다.

버프형 스킬들은 이미 제한시간이 끝이 나버렸지만, 괜찮았다.

그는 그런 것 없이도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양 팀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김상훈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좋지 못한 패스와 터치미스로, 자꾸만 보스니아 선수들에게 공을 헌납했다.

뻐엉!

빠르게 역습을 펼친 보스니아의 중거리 슈팅이 터졌다.

다행히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좋지 않아.’

당연하게도, 신태웅 감독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경기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오늘 경기가 평가전이라는 것.

신태웅 감독은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며, 선수들을 교체했다.

삐익-!

새로 투입된 선수는 중앙수비수 장형수였다.

정우용과 교체되어 들어온 장형수는 기성영이 맡고 있던 중앙수비수 자리로 들어갔고, 기성영은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올라갔다.

중앙수비수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영의 부담을 덜어주고, 수비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경기는 신태웅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불안한 수비를 보이며, 보스니아에게 기회를 내줬다.

보스니아의 에딘 비스카는 오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다.

평소보다 몸이 가벼웠다.

그는 고이토 시미로트가 찔러준 공을 잡아낸 뒤, 그의 앞에 선 오반식을 향해 전진했다.

오반식은 뒷걸음질을 에딘 비스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김민욱은 어디 있는 거야?!’

원래 전술대로라면 그 혼자 비스카를 막는 것이 아닌, 김민욱의 지원이 있어야했다.

하지만, 김민욱은 너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나머지, 수비진형으로 돌아오는 것이 늦어버렸다.

때문에 에딘 비스카와 오반식의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졌다.

‘젠장!’

오반식은 긴장했다.

그의 앞에 선 에딘 비스카는 빠른 발과 좋은 개인기로, 경기 내내 그를 괴롭혔던 선수였다.

더불어 비스카의 컨디션이 아주 좋아보였다.

자신감이 떨어져있었기 때문일까?

훈련 때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촤악-!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척, 페이크를 넣은 비스카의 움직임에 그대로 속아버린 것.

성급하게 슬라이딩 태클을 해버린 것.

그 실수로 인해 대한민국은 큰 위기를 맞았다.

오반식을 깔끔하게 제쳐낸 에딘 비스카는, 공을 몰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집중해!”

조연우 골키퍼가 소리쳤다.

다만, 그건 의미 없는 외침이었다.

좌우 미드필더들의 수비지원이 늦고, 오반식이 뚫려버린 지금은.

대한민국의 수비는 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막아야하는 선수는, 오늘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에딘 비스카와 에딘 제코였다.

투욱-!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침투하는 것에 성공한 비스카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에딘 제코를 향해 패스했다.

장형수를 등진 에딘 제코는 공을 받은 뒤,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퍼엉-!

“안 돼!”

장형수가 강하게 에딘 제코의 몸을 밀었지만, 제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양 선수의 피지컬차이, 힘을 쓰는 방법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결국 에딘 제코는 슈팅에 성공했고, 조연우 골키퍼는 골망을 흔드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철렁-!

양 팀의 스코어가 2대 2, 동점이 됐다.

***

“선수들이 전술 수행을 어려워합니다.”

코치의 말에 신태웅 감독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길게 보면 적응해나가야만 돼.”

“하지만, 당장 오늘 경기는 이겨야하지 않겠습니까?”

“…….”

신태웅 감독이 생각에 잠겼다.

코치의 말이 맞았다. 월드컵, 그 이후까지 바라보며 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성적을 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때문에, 무언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변화 없이 후반전을 시작하면, 결과가 좋지 못할 것 같습니다.”

코치의 말을 들은 신태웅 감독이 대답했다.

“알겠네.”

코치와 대화를 마친 신태웅 감독은 한 남자를 불렀다.

그 남자는 라커룸에서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었다.

‘왜 저렇게 혼잣말을 하는 거지?’

혼잣말을 하면서 인상을 쓰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료들과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혼잣말을 하다가도 동료들과 웃고 떠들기도 했고, 조언을 구하는 동료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남자를 바라보던 신태웅 감독이 입을 열었다.

“상훈아.”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다.

“예?”

남자, 김상훈은 이찬수와 이야기를 하다말고 신태웅 감독을 바라봤다.

“잠시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옙.”

신태웅 감독은 곧바로 본론을 말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훈아, 네가 가장 날뛸 수 있는 위치가 어디야?”

“예? 갑자기요?”

김상훈의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말이었다.

이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지? 코치들과 정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 잠겼을 때, 신태웅 감독이 말을 이어갔다.

“나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지만, 당장 오늘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

“아…….”

“부담이 된다면 미안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에이스는 너야.”

“……아직 부족하지만, 일단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겸손하군.”

“예? 생각보다요……?”

생각보다 겸손하다니?

김상훈은 황당한 얼굴로 신태웅 감독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찬수가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 크하하핫! 신태웅 감독이 사람 볼 줄 아는구만? 이 거만한 새끼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해버리네!

김상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 신태웅 감독을 바라봤다.

“그래. 나는 솔직히 EPL에서 네가 세레머니를 하고, 그…… 이상한 춤을 추는 것을 봤을 때는.”

말을 하던 신태웅 감독이 망설였다.

김상훈은 괜찮다는 듯 밝게 웃었다.

물론 속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괜찮으니까 말씀해주세요. 하하!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른 거잖아요?”

- 이 새끼 쿨한 척하네? 야, 야! 할 거면 제대로 해. 너 지금 입술 부들부들 떨린다. 크하하핫!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스스로의 입꼬리를 만졌다.

그때, 신태웅 감독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나는 솔직히 네가 거만한 성격인 줄 알았어. 그래서 내 말도 안 들을 줄 알았지.”

“와…… 감독님, 저 완전 순한 양입니다. 늘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김상훈이 입술에 침을 살짝 바른 뒤, 대답했다.

- 우와~! 이 새끼, 입술에 침 바른 거 봐? 너도 그짓말 하니까, 양심이 찔리긴 하나봐?

옆에서 이어지는 강한 공격을 이겨내기 위해, 잠시 심호흡을 한 김상훈이 말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아까 물어보신, 제가 날뛸 수 있는 위치는…….”

김상훈은 뒷말을 끌며, 생각했다.

보스니아를 상대로 어디에서 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어떤 위치에서 뛰어야 가장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어디서 뛰어야 골도 넣고,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한 그는, 이윽고 신태웅 감독의 눈을 바라봤다.

“오늘 경기에서는 사이드 미드필더 자리입니다. 좌, 우는 상관없습니다.”

김민욱과 이용훈이 제대로 전술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드 미드필더자리, 김상훈은 그곳을 원했다.

그리고 신태웅 감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알겠네.”

***

후반전이 시작됐다.

양 팀의 스쿼드에는 변화가 있었다.

보스니아는 미랄렘 퍄니치를 빼고 엘비스 사리치를 투입했고, 에딘 제코를 빼고 리아드 바이치를 투입했다.

전술에는 변화가 없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김민욱을 빼고, 이재선을 투입했다.

대한민국 역시 전술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선수들의 위치가 바뀌었다.

김상훈이 왼쪽 미드필더 자리로 들어갔고, 그 빈자리는 이재선이 메꾸었다.

- 수비 시에는 컨디션이 좋은 에딘 비스카를 막아내고, 공격 시에는 압박을 덜 받는 포지션을 선택했구나?

“예. 사이드 미드필더 자리가 딱이더라고요.”

- 괜찮은 선택이다. 선수들의 큰 실수만 없다면, 경기력이 많이 올라갈 거야.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전술이 바뀐 것이 아닌,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지만.

후반전, 대한민국의 경기력은 완전히 바뀌었다.

타앗-!

중앙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김상훈이 기성영에게 공을 넘긴 뒤, 질주했다.

기성영은 엄청난 속도로 뛰어 들어가는 김상훈에게 공을 뿌렸다.

뻐엉-!

김상훈이 공을 잡기 위해 달렸고, 보스니아의 풀백 토도로비치가 그것을 막기 위해 뒤쫓았다.

양 선수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의 스피드가 많이 빨라지긴 했지만, 그래봤자 평균보다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버프형 스킬들의 효과도 받지 않는 상태였다.

빠른 스피드를 가진 토도로비치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우~! 겁나 빠르네……!’

김상훈 역시 당황했다.

토도로비치의 속도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기 때문이다.

‘풀백이니까 빠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하지만, 공만 잡아낼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김상훈이 누구던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일대일 돌파를 밥 먹듯이 했던 선수였다.

더불어, 매일 밤 이찬수와 훈련을 하는 선수였다.

쉬이이익-!

김상훈은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발을 쭉- 뻗었다. 그러자 발끝에 공이 걸렸다.

발끝으로 공을 끌어온 그는 공을 툭- 쳐올렸다.

동시에 가슴으로 공의 힘을 죽이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등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크윽!”

빠르게 달려온 다코 토도로비치가 차징을 한 것이다.

하지만, 김상훈은 넘어지거나 밀려나지 않았다.

중심을 낮추고 다리에 힘을 주며, 미리 대비를 했기 때문이다.

등에 강한 힘이 느껴지는 순간, 김상훈이 몸을 휙- 돌렸다.

그러자 강한 힘으로 부딪친 토도로비치가 넘어져버렸다.

쿠당탕-!

완벽한 타이밍에 나온 턴이었다.

그 즉시 김상훈은 대각선으로 공을 몰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바깥쪽으로 빠지며 파고드는 움직임이었다.

슈팅을 때리기 위한 각도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보스니아의 수비진은 영리했다.

“막아!”

한 명을 제쳐낸 김상훈의 눈앞에는 2명의 수비가 서있었다.

김상훈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 허! 지들 동료를 아예 안 믿었구나. 그러니까 저렇게 미리 대비를 하고 있지.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보스니아의 중앙수비수들은 풀백인 다코 토도로비치가 뚫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그들은 김상훈이 슈팅 각을 만드는 것을, 미리 방해하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두 명의 보스니아 중앙수비수들 앞에 선 김상훈.

아무리 드리블 능력이 좋은 그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지금은 드리블 관련 버프효과도 없는 상태였다.

평소라면 이런 상태에서는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손홍민이 엘다르 시비치에게 집중마크를 당하고 있었고, 황희창은 공을 주기 힘든 위치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돌파한다.’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상훈은 자신감이 없다면, 돌파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두 명의 거인들 앞에 선 김상훈은 생각했다.

‘만약 호나우지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전성기의 호나우지뉴.

여러 명의 선수들을 손쉽게 제쳐내며 골을 넣던 그는,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미친 개인기와 드리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호나우지뉴의 개인기를 가진 상태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김상훈도 할 수 있었다.

‘그래, 해보자!’

짧은 생각을 마친 김상훈이 씨익 웃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공을 몰고 두 명의 수비수들을 향해 전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