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15화 (115/200)

115화 두 번째 플랜

본드 스킬을 활용해서 골을 넣은 김상훈은, 빠른 경기 재개를 위해 세레머니까지 생략했다.

당연하게도 주심은 빠르게 경기를 재개시켰다.

툭-! 툭!

보스니아 선수들이 짧게 패스를 하며 빌드업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 했다.

그 순간, 어느새 달려온 김상훈이 그들 사이를 누비며 미친 듯 뛰어다녔다.

그냥 뛰어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촤악-!

강철 체력 스킬로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 그는, 계속해서 보스니아의 패스를 끊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때문에 보스니아 선수들은 조금 더 다급하게 공을 돌렸다.

커팅에 실패했을 때도 김상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뛰어다녔다.

그런 김상훈을 본 동료들도 더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3번 째 커팅 시도를 했을 때, 보스니아의 공을 끊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촤악-!

공을 끊어낸 김상훈은 손홍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홍민아!”

그 즉시, 김상훈은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빠르고 날카로운 롱패스였다.

그런데, 그가 뿌려낸 롱패스는 손홍민이 아닌, 황희창을 향해 날아갔다.

바라보는 방향의 반대편으로 패스를 하는, 호나우지뉴의 시그니처 기술 중 하나인 노룩 패스였다.

패스 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의 능력을 가진 김상훈.

그의 패스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황희창이 달리는 공간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속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너무나도 받기 좋은 패스였다.

소위 말하는 꿀패스였다.

기본기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선수라면 누구라도 받아낼 수 있는 패스.

기본기가 준수한 황희창은 어렵지 않게 공을 잡아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판단력이 문제였다.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면, 골이 되거나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는 슈팅을 때리지 않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투욱-!

황희창은 슈팅을 때리는 척을 한 뒤, 그를 막으러 달려오는 주카노비치를 제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주카노비치는 그 움직임에 속지 않았다.

그는 빠른 슬라이딩 태클로 황희창의 공을 뺏어냈다.

그 순간 이찬수가 이마를 탁- 하고 쳤다.

- 아이고~! 저기서 왜 끌고 그러냐…… 바로 때렸어야지!

김상훈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런 행동으로 굳이 팀의 기세를 낮출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 때, 황희창의 공을 뺏어낸 보스니아의 역습이 시작됐다.

퍼엉-!

주카노비치가 뺏어낸 공을 토니 슈니치가 멀리 걷어냈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에딘 제코가 달려갔다.

기성영이 제코와 헤딩 경합을 펼쳤지만, 승리를 한 것은 제코였다.

투웅-!

제코는 하리스 둘제비치에게 공을 보냈다.

툭-!

둘제비치는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잡아낸 뒤, 전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대한민국의 수비진은 공간이 너무나도 넓게 벌어져 있었다.

즉, 이찬수가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리스 둘제비치는 망설임 없이, 대각선 위로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퍼엉-!

그 공을 잡기 위해 쇄도하는 선수는 보스니아의 에딘 비스카였다.

그는 준수한 속도를 지닌 선수로, 오늘 경기에서 윙어로 출전한 선수였다.

공을 향해 달려간 그는, 흘러가는 공을 향해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빠른 타이밍에 때린, 다이렉트 슈팅이었다.

퍼엉!

조연우 골키퍼의 반응은 빨랐다.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그는 에딘 비스카가 슈팅을 때리자마자 몸을 날렸다.

어지간한 슈팅이라면 전부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다만, 비스카의 슈팅이 너무 좋았다.

그의 슈팅은 강력했고, 골대를 맞고 굴절됐다.

그리고 굴절된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렁-!

조연우는 운이 나빴고, 비스카는 운이 따랐다.

전반 9분, 양 팀의 스코어는 1대 1로 동점이 됐다.

***

김상훈은 솔직히 당황했다.

황희창이 그 좋은 기회를 날릴 것이라고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렇게 빨리 동점골을 허용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자.”

멘탈을 유지해야했다.

실제로 그는 조금 당황했을 뿐,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을 이찬수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 아주 좋은 자세야.

제대로 키웠군, 아주 제대로 키웠어.

짧은 생각을 마친 이찬수는 다시금 그라운드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시각, 김상훈은 손홍민에게서 리턴 패스를 받았다.

그러자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온두라스 전에서 미친 활약을 펼친 김상훈, 그가 공을 잡자마자 보스니아 선수 3명이 달라붙었다.

그 순간, 김상훈은 삼각형으로 진을 친 채 압박하는 선수들을 힐끗- 바라봤다.

동시에 그의 한쪽 입 꼬리가 높이 치솟았다.

“재밌네!”

- 네가 무슨 무사 뎀벨레야? 이제 압박을 즐겨버리네.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투덜댔다.

그리고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상훈은 탈 압박 능력이 좋아진 뒤로부터, 상대 선수들의 압박을 즐기기 시작했다.

더불어 지금은, 레전드 등급의 스킬인 ‘경이로운 탈 압박’ 효과가 적용되고 있기까지 했다.

[경이로운 탈 압박]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0분간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20분간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하는 스킬.

이 스킬은 설명 그대로, 가뜩이나 뛰어난 김상훈의 탈 압박 능력을 대폭 상승시켜준다.

즉, 김상훈은 보스니아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빼앗길 확률이 굉장히 적었다.

실제로 그는, 3명의 선수들의 압박을 어렵지 않게 버텨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있었다.

퍼억! 퍽-! 꾸욱-!

밀고, 부딪치고, 잡아당기는 보스니아 선수들의 압박을 받던 김상훈.

그는 자세를 낮춘 뒤, 상체페인팅과 화려한 발기술, 순간적인 방향전환으로 3명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휘익-!

순간적으로 많은 숫자의 선수들을 제쳐내자, 자연스럽게 보스니아의 수비진은 헐거워졌다.

4명의 수비수가 골문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가 김상훈을 막으러 올 수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손홍민, 황희창, 김민욱이 그들의 주변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특히, 손홍민은 보스니아가 집중적으로 경계해야 할 선수였으니까.

“집중해!”

“마크 놓치지 말고 좀 더 빠르게 움직여!”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지만, 보스니아의 수비진은 우왕좌왕하며 집중력을 잃어갔다.

그들 역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팀이 아니었던 만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맞고 뒈져라! 정확한 슈티잉!”

말 그대로였다.

그는 앞에 수비가 서있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맞고 죽으라는 듯 풀파워로 슈팅을 때려냈다.

강철 체력 스킬의 지속시간은 끝이 났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의 김상훈의 체력 능력치는 97.

그는 풀타임동안 뛰어다녀도 쉽게 지치지 않을, 아주 강력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정확한 슈팅 스킬을 쓰는 것에도 큰 부담은 없었다.

퍼엉! 쉬이이익-!

35m에서 때린, 자칫 무모해보일 수 있는 슈팅이었다.

하지만 그의 슈팅 능력치는 92로 아주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정확한 슈팅까지 사용했다.

때문에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를 향해 엄청난 기세로 쏘아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으헉!”

보스니아의 중앙 수비수 토니 슈니치, 그는 얼굴로 날아오는 공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도 위협적인 궤도로 날아오는 그 슈팅을, 얼굴로라도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그의 몸은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휘익!

슈니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그 순간, 공을 그를 빠르게 지나쳤다.

보스니아의 골키퍼 이브라임 세히치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김상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을 상대하기 전, 보스니아 관계자들은 가장 조심해야 할 선수로 김상훈을 뽑았으니까.

게다가 김상훈은 엄청난 슈팅 능력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선수였으니까.

엄청난 속도와 날카로운 궤적으로 날아오는 공을 본 순간.

긴장감이 이브라임 세히치의 몸을 옥죄었다.

하지만, 그는 슈팅을 막아야하는 선수였다.

바보처럼 굳어버릴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

커다란 기합과 함께, 세히치가 몸을 날렸다.

***

골대의 아주 구석진 곳.

야신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그곳으로 공이 향하면, 그 어떤 골키퍼도 막기 힘들었다.

미리 예측을 하고, 가까운 곳에서 위치하거나, 팔이 비정상적으로 길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막을 수 없는 슈팅이었다.

지금 김상훈의 슈팅이 그랬다.

철렁-!

“촤르르르르르르르~! 촤으아!”

크게 환호성을 지르던 그는, 또 다시 공을 들고 중앙 라인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은 조금 전처럼 환호성을 보내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괴물인가……?”

“3명을 한 번에 제치고, 중거리 슈팅으로 골이라니…… 저런 게 가능한 거였어?”

“무슨 리오넬 메시인가? 아니, 메시도 저렇게는 못할 것 같은데…….”

사람은 너무나도 놀라운 장면을 보면, 말문이 막히곤 한다.

지금,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있는 관중들이 그랬다.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공을 들고 뛰어가는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작게 중얼거렸다.

“어때요? 저 지금 멋있어 보여요?”

- 아니? 그냥 똥폼 잡는 놈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시는 거 보니까 제법 멋있어 보이나보네요.”

- 아닌데? 진짜 아닌데?

“크힠!”

- 아! 아니라고오!

아니라고 하는 이찬수의 말과는 달리, 현재 김상훈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와 함께 뛰는 대한민국 선수들은 버프 효과라도 받은 듯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고, 보스니아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그리고 그건 김상훈이 바라던 것이었다.

그는 보스니아 선수들의 표정을 살펴본 뒤, 이찬수를 바라봤다.

“이제 좀 더 쉬워질 것 같네요.”

- 아오! 쟤들은 왜 저렇게 쫄아있어? 이제 겨우 2골밖에 안 먹혔는데.

“절망적이겠죠.”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보스니아 선수들은, 지금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편에 3명의 선수들이 달려들어도 막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

그 사실은, 계속해서 경기를 풀어가야 할 선수들에게는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지 않을 수도 없었다.

보스니아 선수들은 김상훈이 공을 잡을 때마다, 잔뜩 경계를 했다.

툭-!

김상훈이 공을 잡을 때마다, 보스니아 선수 두세 명이 붙었다.

빠르게 달라붙은 그들은 태클을 자제하고, 몸을 부딪치며 강한 압박만 넣었다.

발을 뻗었다간, 순식간에 제쳐 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상훈은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다.

여러 명의 선수들에게 견제를 받는 순간부터, 그는 영리한 경기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굳이 선수들과 몸을 부딪쳐가며 경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보스니아 선수들이 달라붙기도 전에 동료들을 향해 공을 보냈다.

지금도 그랬다.

툭-! 투욱!

손홍민과 2대 1패스로 압박을 벗어난 김상훈은 사이드로 파고드는 이용훈을 봤다.

그 즉시, 그는 그의 앞 공간으로 공을 보냈다.

투욱-!

짧게 찍어 찬 공은 정확하게 이용훈이 달리는 공간 앞쪽에 떨어졌다.

급속도로 힘을 잃은 공을, 이용훈은 그저 잡고 차기만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크로스가 좋은 편인 그는,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강하게 공을 뿌려냈다.

뻐엉-!

이용훈의 크로스가 좋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 순간, 몇 명의 선수들이 보스니아의 패널티 에어리어로 쇄도했다.

손홍민, 황희창, 구자천이었다.

- 좋은데?

이찬수의 눈이 반짝였다.

“크로스가 굉장히 좋아요.”

두 남자의 짧은 대화가 끝나기도 전, 날아오는 공을 향해 양 팀의 선수가 높게 점프했다.

공중에 뜬 선수들은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경합했다.

“걷어내!”

보스니아 수비진은 필사적이었다.

비록 평가전이었지만, 그들은 패배할 생각으로 한국까지 날아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승리를 바라고 있었다.

퍼억-!

손홍민, 황희창, 구자천이 헤딩 경합을 펼쳤지만, 피지컬이 좋은 보스니아 선수들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에르빈 주카노비치가 머리를 이용해 공을 걷어냈고, 무하메드 베시치가 멀리 공을 차냈다.

-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그러게요. 되게 필사적으로 막네요.”

- 5골 넣을 수 있겠냐? 아직도 3골이나 남았는데?

“가능할 거 같아요.”

- 어떻게?

“두 번째 플랜을 가동해야죠.”

김상훈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며 웃었다.

- 두 번째 플랜? 뭔데? 그냥 스킬 하나 더 쓰겠다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멋이 없잖아요.”

- 멋은 개뿔. 너 원래 멋없어.

“요즘 제가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 그거 다 거품이야. 경기에서 몇 번 실수하면 바로 욕먹을 걸?

“잘하면 되죠.”

- 예~ 예~! 그러세요. 그래서 그 플랜이 뭔데?

두 번째 플랜의 정체가 내심 궁금했던 이찬수, 그가 질문했다.

그 순간, 김상훈이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킬 하나 더 쓰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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