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14화 (114/200)

114화 보스니아전

김진하는 프리미어 리그를 좋아하는 축구팬이자, 토트넘 홋스퍼의 팬이다.

그는 오늘 열리는 대한민국과 보스니아의 평가전을 두고, 친구와 내기를 했다.

“치킨 값이랑 맥주 값 다 쏘기다?”

“하자니까! 근데 너 진짜 자신 있냐? 보스니아는 그렇게 약팀이 아니야.”

“김상훈이 있는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팀이야.”

“아니, 네가 토트넘 팬인 건 알겠는데…… 김상훈 혼자서 뭘 바꿀 수 있겠어?”

“온두라스 전, 못 봤냐? 혼자서 2골 넣고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는 거?”

“보긴 봤지.”

“근데 김상훈이 골을 못 넣을 것 같다고? EPL에서도 거의 매 경기 골을 넣는 선순데?”

“야 진하야. 같이 뛰는 선수들이 다르잖아. 김상훈이 EPL에서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건, 실력 있는 동료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두 남자의 내기는 간단했다.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이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냐는 것.

당연하게도 김진하는 골을 넣을 것이라는 것에 걸었고, 그의 친구는 넣지 못한다는 것에 걸었다.

그때, 김진하가 대답했다.

“아니! 나는 이번 시즌, 토트넘의 경기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본 사람으로서 확신할 수 있어.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골을 넣을 거야.”

“그래, 어디 한 번 지켜보자고.”

비록 치킨과 맥주 값을 계산하는 내기였지만, 대학생인 이들에게는 충분히 큰 금액이었다.

“어? 시작한다!”

“오케이! 일단 한 잔 하자고! 짜안!”

“짠!”

두 남자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치킨 집에 설치된 스크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대한민국과 보스니아의 평가전이 펼쳐졌다.

잠시 후, 김진하와 그의 친구의 입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어어어어!”

“오오오오? 어억!”

***

2018년 6월 1일 금요일.

대한민국과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이 열리는 날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양 팀의 관련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온두라스에게 승리한 대한민국, 보스니아에게도 승리할까?」

「에딘 제코의 보스니아는 온두라스보다 강팀이다.」

「에딘 제코, ‘김상훈은 강하지만, 보스니아가 한국보다 강팀이다.’」

「김상훈vs에딘 제코! 승자는?」

각종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굉장히 많았다.

축구황제김상훈 : 오늘 김상훈 해트트릭이다. 다들 내 말 잘 기억해라.

뽀시래기 : ㄴㄴ이승욱이 해트트릭 할 거임. 솔직히 김상훈은 거품 아님?

aohhhi1222 : ㅋㅋㅋㅋㅋㅋㅋ위에 뽀시래기 미쳤냐? 김상훈보고 거품이란다ㅋㅋㅋ

ppi998eem : 얘들아 근데 이건 알아야 돼.... 보스니아 랭킹이 우리보다 훨씬 높아.

메두사의다운펌 : ㅇㅇ위에 말이 맞음. 보스니아 랭킹이 지금 34위고, 한국 랭킹이 53위임. 보스니아 생각보다 강팀임.

mmasiwhh991 : 보스니아에 에딘 제코있잖아. 제코 정도면 월클아님? 온두라스한테 뻥뻥 뚫리는 한국 수비가 제코를 막을 수 있을 거 같냐?

nnun1231 : 에딘 제코 못 막을 듯. 내 생각엔 그냥 양 팀이 골 잔치 할 거 같음.

댓글들을 다는 축구팬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보스니아가 이길 것이라는 의견과 대한민국이 이길 것이라는 의견이 나뉘었다.

그리고 지금, 양 팀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몸을 푼 선수들이 준비를 마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 다시 올라섰다.

- 진짜 5골을 넣겠다고?

“예.”

-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전술이 너무…….

“좀 심하게 도전적이죠?”

- 그래. 많이 심하네.

김상훈과 이찬수는 전술을 걱정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의 전술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 신태웅 감독이 꺼내든 전술은 3-5-2 전술이다.

3명의 선수를 수비로 두고, 좌우 미드필더 자리에 윙백으로 뛰던 선수들을 넣는 것이 핵심인 전술이었다.

당연하게도 오늘 전술의 핵심은 좌우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민욱과 이용훈이었다.

신태웅 감독의 생각처럼 경기가 풀린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아주 강력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공격 시에는 좌우 미드필더들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릴 것이고, 수비 시에는 이들이 빠르게 후방으로 내려가, 총 5명의 수비수가 만들어지는 전술.

이론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전술이 맞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신태웅 감독의 전술에 회의적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전술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핵심이 되는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매우 뛰어나야했으니까. 게다가.

선수들의 호흡이 매우 좋아야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이었으니까.

때문에 팀워크가 부족하고, 개인능력이 떨어지는 대한민국이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전술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찬수와 김상훈도 그 점을 짚어내고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좋은 전술이지만, 저희가 사용하기에는 좀…….”

- 이 전술이 잘 쓰면 좋지만, 큰 단점이 있어.

“어떤……?”

- 어찌됐건 3명의 수비이기 때문에, 중앙 쪽으로 공격이 들어오는 것에 약해질 수밖에 없어. 그리고 역습에 당할 때는 3명의 수비들의 공간이 더욱 넓어지겠지. 그러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스루 패스에 뻥- 뚫려버릴 수 있겠죠.”

- 정답. 바로 그거야. 내 생각엔, 오늘 신태웅 감독의 전술은 실패로 돌아갈 것 같다.

“제 생각도 그래요.”

- 그런데도 5골을 넣을 수 있겠냐?

“예. 감독님의 전술은 실패하겠지만, 경기는 이길 거니까요.”

- 자신감 하나는 미쳤네.

“이찬수 선수 덕분에 실력도 많이 올라왔죠.”

- 내가 대단하긴 하지.

“다른 건 안 대단하시지만요.”

김상훈은 말과 함께 이찬수의 밑을 바라봤다.

그 즉시, 이찬수가 발끈했다.

- 미쳤냐? 네가 봤어? 어? 봤냐고!

“화를 내시는 거 보니까, 확실하네요.”

- 이 새끼가!

“크힠! 엇?!”

실실 웃으며 이찬수를 놀리던 김상훈의 표정이 바뀌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더욱 밝게 웃었다.

마치 즐거운 놀이기구를 타기 직전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 그 음흉한 표정 좀 안 지으면 안 되냐?

“그냥 웃은 건데, 이게 왜 음흉한 거예요?”

- 모르겠다. 나는 그냥 네가 너무 음흉해 보여.

“아오! 저 경기 집중해야하니까 장난 좀 그만치세요.”

- 내로남불 개쩌네? 지가 까불어댈 때는 언제고!

“저 집중합니다!”

- 야, 야!

말을 마친 김상훈은 공을 돌리기 시작하는 보스니아 선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보스니아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피지컬이 강하다.

때문에 공중 볼 경합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몸싸움도 잘한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대한민국의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보스니아의 하리스 둘제비치를 향해 달려든 그는, 강하게 어깨를 집어넣었다.

“뭐야?”

하리스 둘체비치는 몸싸움에 자신감이 있는 선수였다.

때문에 그는, 강하게 어깨를 집어넣는 김상훈을 보며 당황하지 않았다.

늘 하던 것처럼, 공과 함께 몸을 틀며 어깨를 들이밀었다.

그 순간, 김상훈이 자세를 낮추며 몸을 회전했다.

휘익-!

하리스 둘체비치의 힘을 흘려낸 그는, 발을 넣어서 공을 빼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일류 수비들이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으로 둘체베치의 공을 뺏어낸 김상훈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벌렸다.

투욱-!

그는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았다.

곧바로 근처에 있던 정우용에게 공을 넘겼다.

“다시!”

김상훈이 소리쳤지만, 긴장을 한 정우용은 안정적으로 공을 처리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툭-!

결국 그는 뒤에 있는 기성영에게 공을 넘겼다.

공을 잡은 기성영이 소리쳤다.

“우용아! 긴장 풀어!”

동시에 그는 김상훈을 향해 공을 보냈다.

투웅-!

기성영의 패스는 빠르고 낮게 깔려왔다.

김상훈은 너무나도 쉽게 그 공을 잡아냈고, 동시에 몸을 돌렸다.

그 즉시, 보스니아의 공격수 에딘 비스카가 강한 압박을 넣었다.

투웅-!

“압박 좋고!”

비스카의 압박을 손쉽게 이겨낸 김상훈은 상체페인팅을 넣은 뒤, 순간적인 스피드로 그를 제쳐냈다.

쉬익-!

한 명을 제쳐낸 김상훈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강철 체력(G)을 사용하셨습니다.]

[……를 사용하셨습니다.]

[…….]

그 순간, 버프 스킬을 전부 사용한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의 속도는 빨랐다.

그를 막기 위해 미랄렘 퍄니치와 무하메드 베시치가 달려들었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김상훈은 그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관중들이 일어났다.

무언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보스니아의 수비진 근처까지 전진한 김상훈은 계속해서 공을 몰았다.

주변에 동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는 공을 줄 생각이 없었다.

이기적인 플레이라고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면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좋은 결과를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막아!”

보스니아 수비수들은 빠르게 패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튀어나왔다.

지금 이 순간,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김상훈을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반칙으로라도 끊어내!”

보스니아의 수비수 토니 슈니치의 외침에 에르빈 주카노비치가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빠르게 접근한 그는 김상훈과 몸을 부딪치며, 옷을 잡아당겼다.

“어딜!”

에르빈 주카노비치는 김상훈이 넘어지거나, 공을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떻게든 김상훈을 끊어내기 위해 대놓고 반칙을 했다.

그런데.

“뭐, 뭐야?!”

김상훈이 넘어지지 않았다.

옷을 잡아 당겼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과 몸을 맞대고 있는 에르빈 주카노비치는 크게 당황했다.

마치 바위와 몸싸움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끌려가는 것은 주카노비치였다.

툭-! 툭-!

김상훈은 계속 전진했다.

뒤늦게 그를 향해 달려든 에르빈 주카노비치마저 화려한 개인기로 제쳐냈다.

쉬이익-!

커다란 덩치를 지닌 보스니아 수비수들을 상대로, 김상훈은 마치 탱크처럼 뚫고 나갔다.

그때였다.

보스니아의 풀백 엘다르 시비치가 반칙을 각오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 상훈아 태클 깊게 들어온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보통 선수라면 그대로 몸이 굳어서 태클에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의 표정은 침착했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실실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태클을 하는 엘다르 시비치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본드.”

본드, 그 단어를 내뱉자마자 엘다르 시비치의 발은 김상훈이 소유하던 공을 강하게 걷어찼다.

퍼억!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태클을 당한 김상훈은 휘청거리며 넘어졌지만, 공은 그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뭐야?!”

그 비상식적인 장면을 본 보스니아 선수들은 경악했다.

근처에 있던 대한민국 선수들 역시 놀란 얼굴로 김상훈을 쳐다봤다.

바닥에 쓰려졌던 김상훈이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휘익-!

그때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본드(L) 효과가 종료됩니다.]

[발에서 공이 떨어집니다.]

동시에 김상훈의 발에 붙어있던 공이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는 곧바로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

[본드]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초 동안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하루 3회 사용가능.)

본드, 그 스킬의 정보를 처음 봤을 때.

김상훈과 이찬수는 애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이게 좋은 거 맞아?

“……글쎄요. 네이비 박스에서 나온 스킬치고는 너무 실망스러운데요?”

- 그치? 나만 이상한 게 느낀 거 아니지?

“예. 저도 그래요. 솔직히 저는 이게 왜 레전드 등급 스킬인지도 모르겠어요.”

- 2초 동안 발에서 공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흐음…… 잘 쓰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스킬은 연습을 좀 해봐야겠네요.”

그 이후, 김상훈은 이찬수와 함께 본드 스킬에 대해서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본드 스킬은 레전드라는 등급에 비해서 좋지 않은 스킬이 맞았다.

레전드 등급 내에서도 순위가 있다면,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두 남자는 알 수 있었다.

본드 스킬은, 김상훈에게 아주 효율적인 스킬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만 쓴다면, 사기적인 스킬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을.

때문에 두 남자는 보스니아 전이 열리기 전날까지, 본드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지금, 그 연구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철렁-!

김상훈은 정확한 슈팅으로 보스니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 즉시, 보스니아의 골문을 향해 달렸다.

골키퍼가 공을 잡기도 전에, 먼저 공을 잡아낸 김상훈이 중앙 라인을 향해 달렸다.

평소 같은 세레머니는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피식 웃었다.

- 진짜 5골 넣으려고?

“당연하죠.”

경기 초반이었지만, 김상훈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아직 4골을 더 넣어야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경기가 재개됐다.

그리고 그때.

김상훈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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