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국가대표 김상훈(2)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프랭크 램파드의 슈팅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을 사용하셨습니다.]
[몸싸움 능력과 피지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제한시간 20분.)]
[미친 드리블(J)를 사용하셨습니다.]
[…….]
[경이로운 탈 압박(L)을 사용하셨…….]
[…….]
[…….]
버프 스킬들을 전부 사용한 김상훈은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선수들을 보며, 김상훈은 씨익 웃었다.
“니들 다 뒤졌다.”
3명의 선수들이 달려들었지만, 김상훈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속도를 올렸다.
그 순간 온두라스의 마르티네스, 카를로스, 메히아가 김상훈을 둘러싸며 몸을 부딪쳐왔다.
“재밌네.”
3명의 선수에게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도 김상훈은 웃을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각종 스킬들로 인해 능력치가 대폭 상승된 상태였다.
지금 같은 몸 상태라면, EPL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어렵지 않게 돌파를 성공할 자신감이 있었다.
몸싸움 역시 자신이 있었다.
더불어 상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아닌, 온두라스 선수들이었다.
퍼억-!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마르티네스였다.
그 즉시 김상훈은 속도를 확- 죽인 뒤, 몸을 돌렸다.
마르티네스를 등지며 그의 압박을 이겨낸 그의 옆에는 카를로스가 달라붙었다.
어깨를 강하게 들이미는 그를 상대로, 김상훈은 더욱 강하게 어깨를 부딪쳤다.
퍼억-!
“크억!”
나가떨어진 것은 카를로스였다.
카를로스의 압박까지 이겨낸 그 순간, 김상훈은 발끝으로 공을 살짝 띄웠다.
툭-!
공이 가볍게 튀어 올랐다.
김상훈은 몸을 회전함과 동시에, 무릎까지 튀어 오른 공을 뒤꿈치를 이용해 투욱- 쳐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은 아껴뒀던 스킬을 사용했다.
“순간 가속.”
그 즉시 스킬 효과가 적용됐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시에 김상훈은 다리에 힘을 주고, 왼쪽 대각선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적인 힘으로 멀리뛰기를 하듯 몸을 띄운 김상훈의 밑으로, 온두라스의 중앙 미드필더 메히아의 태클이 지나갔다.
촤아아악-!
믿을 수 없는 움직임으로 3명의 압박을 벗어난 김상훈의 움직임에 관중들의 눈이 커졌다.
“방금 봤어?!”
“우와!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지금 3명 제낀 거지?”
“헐……!”
총 3명의 미드필더를 제친 김상훈의 눈앞에는 4명의 수비수들과 골키퍼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때, 김상훈의 눈에는 이미 빠른 속도로 스프린트를 하고 있는 손홍민이 보였다.
그 순간 4명의 수비 중 한 명이 손홍민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3명 남았네.’
자연스럽게 김상훈의 앞에 선 수비들은 3명이었다.
그 순간, 김상훈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홍민아! 더 빠르게 달려!”
그 목소리를 들은 손홍민은 더욱 빠른 속도로 온두라스의 수비 뒤 공간을 파고 들었다.
그 움직임을 본 온두라스 수비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상훈의 패스 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는 상태였고, 온두라스 선수들은 그것을 경계하라는 감독의 지시도 받은 상태였다.
때문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손홍민을 막을지, 김상훈을 막아야할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김상훈이 느끼는 압박은 헐거워졌다.
그리고 그건 김상훈이 노린 것이었다.
툭! 휘익-!
상체페인팅으로 온두라스의 중앙수비수 레베르손을 제친 김상훈이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그 순간, 공에서 커다란 소음이 터져나왔다.
퍼어엉-!
캐논 슈터 효과로 슈팅력이 강화된 상태였고, 프랭크 램파드의 슈팅 능력이 중첩된 상태.
그런 김상훈의 슈팅은 빠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쉬이익-!
20M거리에서 때린 슈팅이지만, 골키퍼인 에스코베르가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투입 된지 1분도 되지 않아서 터진 김상훈의 골이었다.
***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기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일까?
대구스타디움에 있는 관중들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우와아아아아아! 미쳤다아아아!”
“이게 김상훈이지!”
“김태식이 돌아왔구만?!”
“도대체 몇 명을 제친 거야? 진짜 오진다, 오져!”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은 그 분위기에 더욱 불을 붙이는 행동을 시작했다.
투다다-!
빠른 속도로 관중들을 향해 달려간 김상훈이 엉덩이를 쭉- 빼고 강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굉장히 흉측한 춤이었다.
하지만, 뜨거운 분위기 때문일까?
그런 김상훈의 댄스는 대구스타디움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단, 한 남자만 얼굴을 찌푸렸다.
- 이 미친놈! 그 더러운 춤 좀 추지 말라니까!
투입되자마자 터진 김상훈의 골.
그 골로 인해 양 팀의 기세가 바뀌었다.
전술 또한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전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노렸고, 온두라스는 완전히 수비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한 팀이 공격을 펼치지 않고, 오로지 수비만 하며 잠그는 경기를 할 때.
이러한 팀의 수비를 뚫어내고 골을 넣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경기가 그랬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김상훈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그는 경기가 답답하게 흘러가게 놔둘 생각이 없었고, 그럴 능력이 있었다.
- 빨리 해야겠는데?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예. 아예 밀집수비를 해버리니 조금 까다롭네요.”
- 별로 안 까다로워 보이는데?
“크힠!”
힘들다는 말과는 달리, 김상훈은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 어려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맞춰가네?
“그냥 안전하게 하는 거죠.”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동료들과 괜찮은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순전히 그의 노력 때문이었다.
툭-!
활발하게 중원을 돌아다니며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줬고, 최대한 받기 좋게 패스를 줬다.
감각적인 패스는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다.
쉬운 짧은 패스와 정확한 롱패스만을 뿌렸다.
다만, 김상훈이 유일하게 과감한 패스를 뿌릴 때가 있었다.
바로 손홍민을 향해 공을 줄 때였다.
지금이 그랬다.
터엉-!
길게 뿌려진 패스를 향해 손홍민이 빠르게 쇄도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손홍민이 달리는 공간으로 공이 정확히 떨어졌다.
데이비드 베컴도 울고 갈 택배 크로스였다.
온두라스 수비진은 순간적으로 파고든 손홍민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손홍민은 김상훈이 보낸 공을 좋은 터치로 잡아냈다.
턱-!
공을 잡아 놓은 손홍민은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워낙 슈팅에 자신이 있었기에, 그의 움직임에는 조금도 망설임도 없었다.
뻐엉-!
손홍민의 호쾌한 슈팅이 온두라스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철렁-!
후반 75분에 투입된 김상훈과 손홍민이, 후반 88분에 만들어낸 동점골이었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추가시간을 포함해도, 길어야 5분정도가 남았을 뿐이었다.
양 팀 선수들이 지친 상황, 멀쩡하게 뛰고 있는 선수는 후반전에 교체투입 된 선수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선수 중 하나인 김상훈이 빠른 속도로 온두라스의 사이드를 파고 들었다.
황희창과의 2대 1패스로 한 명을 제친 그는, 순간 가속도만으로 온두라스의 풀백 베켈레스까지 제쳐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다리를 휘둘러,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는 황희창을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뿌렸다.
퍼엉-!
김상훈이 뿌려낸 공은 정확히 골키퍼와 수비의 사이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황희창은 공을 향해 황소처럼 돌진했다.
촤아악-!
그는 슬라이딩까지 해가며 공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아슬아슬하게 공을 스쳐지나갔다.
- 아오! 저걸 놓친다고?
“아깝네요.”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뿌렸지만, 한 박자 늦게 반응한 황희창이 골을 넣는 것에 실패한 것이다.
- 이런 미친! 공격수면 이건 넣어줬어야지. 그냥 떠먹여주는 거였는데!
이찬수는 답답한 마음에 스스로의 가슴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본 김상훈은 피식 웃었다.
“제가 좀 더 천천히 줄 걸 그랬어요.”
- 인마, 천천히 주면 수비가 커팅을 하겠지.
“여기는 EPL이 아니니까요. 차라리 그게 나았을 거 같아요.”
- ……그래. 팀 애들이 따라오질 못하니, 네가 맞춰주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래도 호흡을 좀 더 맞춰보면 훨씬 나아질 거 같아요. 기량이 뛰어난 선수도 있으니까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그의 옆에선 선수를 바라봤다.
키가 크고 얼굴이 아주 잘생긴 선수였다.
‘기성영 선수.’
처음 그를 봤을 때는, 모델이나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홍민 다음으로 친해진 선수가 바로 기성영이었다.
퍼엉!
온두라스 골키퍼 에스코베르의 골킥으로 경기가 재개됐다.
온두라스는 더 이상의 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노골적으로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격수에게로 향하는 전진패스는 한 번도 없이, 오로지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에서 짧은 패스를 이어갔다.
당연하게도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우우우우우-!
“뭐하냐?! 우리가 공 돌리는 걸 보려고 여기에 온 줄 알아?”
“똑바로 하라고! 심판! 쟤네 공 돌리잖아!”
“더럽게 한다, 더럽게 해.”
그때였다.
야유를 보내던 관중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어어?! 눕긴 왜 누워?”
“아오! 여기서 침대축구를 한다고?”
“아 이 새끼들, 진짜 지저분하게 한다!”
한국 선수와 작은 접촉을 한 온두라스의 로페스가 갑자기 쓰러진 채,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실제로 고통스러울 만한 접촉은 아니었다.
심판 역시 로페스를 향해 일어나고 손짓했다.
하지만 로페스는 끝까지 일어나지 않고, 얼굴을 감쌌다.
“아오! 저 새끼, 침대축구 하네!”
황희창이 짜증스럽게 투덜댔다.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승리를 목표로 나온 대한민국 선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는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대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저 새끼가……!”
- 야! 진정해!
김상훈 역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찬수는 다급한 말투로 김상훈을 말렸다.
“……후우!”
- 진정해. 엉? 괜히 또 위험한 행동하지 말고!
“……제가 언제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그러세요?”
- 너 열 받으면, 앞뒤 안 가리잖아.
“가리는데요.”
- 구라치지 말고.
“…….”
김상훈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찬수의 말을 듣다보니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화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침대축구 같은 더러운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골 먼저 넣고…….’
때문에 김상훈은 침대축구를 한 로페스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놨다.
결국 꽤 많은 시간을 끄는 것에 성공한 로페스는 들 것에 들려,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는 주심이 경기를 재개하자마자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얄미운 행동을 했다.
우우우우-!
곧바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반면, 로페스는 뻔뻔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너스로 엄지를 세우고, 따봉까지 날려댔다.
그런 상황에서 공을 소유한 팀은 대한민국이었다.
투욱!
후반 늦게 투입된 젊은 공격수 이승운이 화려한 발재간으로 메히아의 압박을 벗어난 뒤,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그 순간 2명의 선수가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좋아.’
김상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그는 손홍민을 향해 공을 보냈다.
투욱! 툭! 툭! 툭!
공을 받은 손홍민은 짧게 공을 치며 각을 만들었다.
그의 전매특허인 중거리 슈팅을 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놀란 온두라스 수비들이 우르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건 손홍민이 노린 것이었다.
“형!”
크게 소리 친 손홍민은 왼발로 슈팅 페이크를 넣은 뒤, 대각선 뒤로 공을 살짝 밀었다.
그 즉시, 공을 향해 달려든 선수가 있었다.
“정확한 슈팅.”
공을 향해 달려들며 다리를 휘두르는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그의 슈팅은 빠른 속도로 온두라스의 골대로 쏘아져나갔다.
변수는 없었다.
김상훈의 슈팅은 잔인할 정도로 정확히, 골대 구석에 꽂혀버렸다.
철렁-!
추가시간이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골을 넣은 김상훈.
지금 이 순간, 골을 넣은 그는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세레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한 선수를 바라봤다.
시선이 향한 곳은, 온두라스의 로페스가 서있는 곳이었다.
그 순간, 이찬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 ……이 새끼 눈 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