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11화 (111/200)

111화 국가대표 김상훈(1)

“저를 출전시키시겠다고요?”

“상훈이 너만 괜찮다면 그러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

그 말에 김상훈과 이찬수는 놀란 얼굴로 신태웅 감독을 쳐다봤다.

- 대단한데? 호흡도 제대로 안 맞춰본 너를 출전시킨다니…… 네 실력을 되게 높게 보고 있나보네.

김상훈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15분이라는 것이 짧아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감독 입장에서 호흡을 맞추지 않은 선수를 출전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를.

그런데도 신태웅 감독은 그를 출전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말한 것이다.

때문에 김상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괜찮으시겠어요? 그…… 욕 엄청 많이 드실 텐데…….”

그러자 신태웅 감독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되물었다.

“나 욕먹게 할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래서 물어봤잖아. 자신 있냐고.”

여전히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신태웅.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가대표 팀 감독의 모습에, 김상훈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최소한 실망은 시켜드리지 않을게요. 감독님.”

신태웅 감독과의 개인 미팅을 끝낸 김상훈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허공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김상훈의 옆에는 분명히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지금, 재밌다는 듯 실실 웃고 있었다.

- 신태웅 감독이 확실히 마인드가 특이하긴 하네. 어떻게 어제 경기를 뛴 선수를 오늘 내보내려고 하는 거지? 그것도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선수를 말이야.

“저도 놀랐어요. 당연히 쉴 줄 알았는데…….”

- 그만큼 급하다는 거겠지. 성적을 내긴 내야 되겠고, 선수들 하는 거 보면 불안하고.

“그런 건 뭐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감독님 성격이…….”

말을 끌며, 망설이는 김상훈을 보며, 이찬수가 툭 말을 내뱉었다.

- 우리 과지?

“예?”

- 너 그 말 하려고 했잖아. 성격이 우리 과라고.

“아니, 우리라뇨? 제가 왜 이찬수 선수랑 같은 과입니까?”

- 솔직히 나는 내가 조금 특이한 걸 인정하거덩.

“예. 많이 특이하시죠.”

- 근데 너도 미친놈이잖아?

“예? 제가 왜 미친놈에요?”

- 토트넘 애들은 다 알 걸? 그리고 재미없으니까 모르는 척 그만해.

“……예.”

- 그래, 인정하니까 얼마나 좋아. 하여튼 저 신태웅 감독은 우리랑 비슷한 성격인 거 같다.

“미친놈이라는 건가요?”

- 아오! 또 말을 왜 그렇게 하냐?

이찬수와 대화를 나누던 김상훈은 갑자기 뒷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인상을 쓰기도 하고, 묘한 표정으로 웃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 너 뭔 생각 하냐?

“출전했을 때, 어떻게 뛸지 머리가 복잡해져서요.”

- 뭘 어떻게 해. 호흡을 맞춘 적도 거의 없는데, 그냥 뛰어야지.

“그게 제자한테 할 말입니까?”

- 뭐 어쩌라고. 그리고 나한테 배웠으면, 그냥 뛰어도 어지간한 애들 상대로는 쉽게쉽게 해야지.

“……그것도 맞긴 하죠. 아 근데…… 너무 걱정이 돼요.”

- 뭐가 그렇게 걱정인데?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까지 씹어 먹은 제자 놈이, 걱정을 하고 있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그런 이찬수를 보던 김상훈이 대답했다.

“골을 넣지 못할까봐 걱정이에요.”

골을 넣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는 말. 그 말에 이찬수가 곧바로 반응했다.

- 너 15분 뛰잖아.

“그렇죠.”

- 인마, 15분 뛰면서 무슨 골 걱정을 해? 그리고 네가 무슨 스트라이커냐? 출전해도 미드필더로 나갈 텐데, 별 걱정을 다 하네.

“……그런가요?”

-그래.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부상이나 조심해. 상대 애들이 거칠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이찬수와 대화를 마친 김상훈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대한민국 국민들은 축구에 관심이 많다.

특히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다.

당연하게도 오늘 열리는 경기도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오늘은 그 관심의 정도가 달랐다.

축구관련 기사들의 숫자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두 남자 때문이었다.

「김상훈과 손홍민의 합류! 토트넘 듀오를 얻은 신태웅 호의 경기력은?!」

「김상훈과 손홍민은 오늘 경기에서 출전할 수 있나?」

「신태웅, ‘나는 선수들을 기용하기 위해 소집했다. 그 누가됐건 언제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김상훈, ‘국가대표가 된 것은 처음이라서, 너무 떨린다. 하지만 출전했을 때는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손홍민,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 하지만 프로는 언제든 뛸 수 있어야 한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 잉글랜드 FA컵 우승을 기록한 토트넘 홋스퍼에서 날아온 두 선수, 김상훈과 손홍민.

이 두 남자로 인해 대한민국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시즌동안 좋은 활약을 보인 손홍민과, 최고의 선수 활약을 펼친 김상훈.

이 둘의 합류에 한국 축구팬들은 주말이 아닌 월요일임에도, 직접 경기를 보기 위해 대구로 찾아왔다.

대구스타디움.

6만 5천 석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는, 각자의 나라를 응원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홈경기였기 때문일까?

압도적인 숫자의 한국 팬들이 벌써부터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2018년 5월 28일,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대한민국과 온두라스의 평가전이 펼쳐졌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늘 경기에서 김신훅, 황희창, 구자천, 기성영, 이재선, 정우용, 김민욱, 김영곤, 장형수, 박주후, 조연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먼 길을 날아온 손홍민과 김상훈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때, 허공을 날아다니던 이찬수를 향해 김상훈이 작게 속삭였다.

“어떨 거 같으세요?”

- 뭐가? 경기 내용?

“예.”

- 온두라스가 약팀이긴 한데, 내가 볼 때는 지금 한국 축구도 약팀이야.

“그 말씀은…….”

- 양 팀의 경기력이 비슷할 것 같다는 거지.

김상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본 이찬수는 경기를 보는 눈이 매우 뛰어나다. 예측을 할 때마다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오늘만큼은 이찬수 선수의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네요.”

-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잠시 후,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찬수의 예상처럼 온두라스에게 크게 고전하며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기성영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구자천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패스 미스가 계속되고, 역습을 허용하면서 대한민국은 전반 20분 만에 벌써 2번째 유효 슈팅을 허용했다.

퍼엉-!

오늘,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조연우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미 2골을 먹혔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 순간, 이찬수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 야 이 새끼들아! 제대로 안 해? 어떻게 된 게 국가대표라는 놈들이 패스도 제대로 못해?! 엉? 야! 야! 희창아! 거기서 왜……! 아오! 침착하게 좀 해. 침착하게!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를 말리지 않았다.

사실, 그 역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스가 툭툭 끊기고, 빌드업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직접 본 대한민국의 경기력은 절망적이었다.

‘아…… 이거 큰일 났는데?’

당황스러웠다.

경기력의 수준이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온두라스의 경기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양 팀 모두 형편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상훈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졌다.

삐이익-!

결국 양 팀은 부진한 경기를 펼치며, 0대 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지었다.

좋지 못한 경기력을 펼쳤기 때문일까?

라커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평소 밝은 성격을 지닌 신태웅 감독 또한, 지금은 얼굴을 굳힌 채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희창아 좀 더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하고, 패스할 때 조금만 더 침착하게 하면 좋을 거 같아. 그리고 민욱이는 수비 할 때…….”

김상훈은 그런 신태웅 감독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홍민을 바라봤다.

그 역시 심각하 표정이었다.

“홍민아.”

“예 형.”

“원래 이런 거야?”

“……하하.”

손홍민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상훈은 그 웃음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홍민이가 그동안 고생 엄청 많이 했구나.’

손홍민이 국가대표 팀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를.

얼마나 많은 답답함을 안고 뛰었는지를.

때문에 김상훈은 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작게 소근거렸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에이, 고생은요.”

“이제 좀 쉽게쉽게 가보자.”

“진짜 형이 오셔서 너무 든든해요.”

“홍민이 너, 오늘 출전해?”

“아마도 경기가 계속 답답하게 흘러가면 짧게나마 뛸 거 같은데요.”

“잘하면 후반에 같이 뛰겠네.”

“형도 뛰세요? 형은 체력적으로 좀 힘드실 텐데?”

“체력이고 뭐고, 경기 보니까 당장 뛰고 싶다.”

김상훈은 당장이라도 신태웅 감독에게 출전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냈다.

그때, 이찬수가 다가왔다.

- 얼굴 벌게진 거 봐라. 왜 이렇게 뿔이 나있어?

“뛰고 싶어서 미칠 거 같아요.”

김상훈은 이찬수에게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찬수는 짓궂게 웃었다.

- 네가 뛴다고 뭐 달라지겠냐? 아예 패스 플레이가 안 되는데.

김상훈의 대답은 빨랐다.

“예. 달라질 거 같아요.”

혼자서 경기력을 바꿀 수 있다는 말. 거만하게도 느껴지는 그 말을 들은 이찬수가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린 그가 김상훈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내 생각도 그래.

***

후반전이 들어선 뒤에도 양 팀의 경기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태웅 감독은 황희창과 구자천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전술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경기는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때였다.

답답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환호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열정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몸 풀자.”

“예. 형.”

토트넘 듀오인 김상훈과 손홍민, 그 두 남자가 몸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탓-! 타앗-!

두 선수는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뛰며, 경직됐던 근육들을 풀었다. 그러던 도중,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때였다.

몸을 풀던 손홍민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아……!”

“왜?”

그 순간, 김상훈도 고개를 돌려서 손홍민이 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 어이구~! 한 골 먹히겠네.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지금, 대한민국 수비진은 온두라스의 공격수 카스티요에게 돌파를 허용한 상태였다.

공격수와 골키퍼의 일대일 상황.

조연우 골키퍼가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을 막아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카스티요는 침착하게 골문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퍼엉-!

조연우가 몸을 날렸지만, 카스티요의 슈팅은 그보다 더 빠르게 골대를 파고 들었다.

후반 12분에 터진, 온두라스의 선제골이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김상훈 넣으라고! 도대체 언제 넣을 건데?”

“이따위 경기력을 보여주려고 감독이 된 거야?! 미쳤냐?”

“야! 손홍민이랑 김상훈 좀 넣으라고! 언제까지 몸만 풀게 할 거야!”

신태웅 감독의 귀에도 관중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여전히 몸을 풀고 있는 김상훈과 손홍민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무리한 일정을 달려온 선수들에게, 웬만하면 오늘 경기는 쉬게 해주고 싶었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승리를 가져올 때였다.

때문에 그는 미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코치진에게 교체를 지시했다.

잠시 후, 김상훈과 손홍민이 출전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중앙라인의 끝에 선 채, 경기장 안을 바라봤다.

토트넘 듀오가 동시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중들 역시 답답한 마음을 참아내며, 다시 응원을 펼쳤다.

분위기가 갑자기 바뀔 만큼, 두 선수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아주 컸다.

그때였다.

열정적인 응원을 하던 대한민국 축구팬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경기장 안을 바라봤다.

“어어……?!”

“어……? 어어?! 아, 안 돼!”

“뭐야?! 뭐해! 정신 차려!”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중앙수비수 장형수가 말도 안 되는 패스 미스를 범한 것이다.

안일하게 처리한 장형수의 공을, 온두라스의 공격수 로하스가 끊어낸 뒤 곧바로 카스티요에게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당황한 장형수가 카스티요를 쫓았지만, 이미 속도가 붙은 선수를 따라잡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카스티요는 이미 한 골을 넣으며 골 맛을 본 선수였다. 긴장이 풀린 그는 어렵지 않게 조연우가 지키고 있는 골대 안으로 공을 집어넣었다.

철렁-!

그 순간, 대한민국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태웅 감독 역시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후반 15분에 2대 0스코어가 되어버린 것. 그것은 대한민국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때였다.

삐익-!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그 순간, 김상훈과 손홍민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두 선수가 들어오며 김신훅과 정우용이 벤치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경기장에 들어온 두 선수는 동료들에게 감독의 지시를 공유한 뒤,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들어갔다.

- 벌써 쓰려고?

“예. 시간이 없으니까요.”

- 많이 답답했나보네.

“…….”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이 충분히 대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그는 빠르게 스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레전드의 기억, 드로그바의 피지컬, 미친 드리블…….”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버프형 스킬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사용했다.

동시에 그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떠올랐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쉰 김상훈이 주변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패스가 왔다.

투욱-!

조금은 부정확한 패스였지만, 공은 마치 자석에 달라붙는 쇳덩이처럼 김상훈의 발에 달라붙었다.

공을 잡은 그는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많이도 오네.’

그의 눈에는 빠르게 달려오는 많은 숫자의 온두라스 선수들이 보였다.

그 순간, 김상훈이 새하얀 치아를 드려내며 환하게 웃었다.

동시에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니들 다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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