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10화 (110/200)

110화 신태웅 감독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한 김상훈, 그에게는 그 기쁨을 누릴 시간이 길지 않았다.

축하파티를 하는 많은 동료들과는 달리, 김상훈은 그들보다 먼저 숙소로 돌아왔다.

“어우!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아무래도 출발을 조금 늦추는 게 맞았을 것 같은데…….”

미리 챙겨놓은 짐을 든 김상훈을 보던 에이전트 이서연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지금 김상훈을 걱정하고 있었다.

반면에 김상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안 간지 너무 오래돼서 가고 싶었거든요.”

“상훈 선수의 체력이 문제죠. 프리미어 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거의 매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잖아요. 그리고 당장 오늘도 경기를 뛰셨고요.”

“제가 생각보다 건강합니다.”

이서연은 여전히 불만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쭉 힘든 일정을 달려온 김상훈은 오늘 경기를 치르자마자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게다가, 평가전이 당장 내일이었다.

출전할 가능성은 적다지만, 그녀가 본 김상훈은 최소한 며칠은 쉬어야하는 게 맞았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정이에요. 상훈 선수가 이번이 첫 국가대표 소집이셔서 많은 흥분하신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절대 출전은 안 돼요. 아시겠죠?”

내일 있을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말.

그 말을 들은 김상훈이 씨익 웃으며 이서연을 바라봤다.

지금, 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건 제가 결정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이서연은 더 이상 출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꽤 오랜 기간 김상훈을 지켜봐온 그녀는, 그의 고집이 꽤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연 씨, 경기가 대구에서 열린다고 했죠?”

“예. 맞아요.”

“이야~! 대구도 진짜 오랜만에 가네. 따뜻하고 좋겠네요.”

“…….”

걱정이 가득한 이서연과는 달리, 김상훈은 몸을 들썩들썩 흔들며 잔뜩 신이 나 있었다.

***

찰칵-! 찰칵-!

수많은 기자들이 촬영을 시작했다.

공항에 도착한 김상훈은 커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우와! 이거 장난 아닌데요……?”

- 기자들이 제법 많이 왔네. 예전 나에 비하면 절반 정도는 되겠어.

“절반이요? 하긴, 이찬수 선수의 인기는 엄청났었으니까요. 근데 갑자기 왜 잘난 척을 하실까?”

- 뭐 이 새꺄? 좀 하면 안 되냐? 이제 귀신이 되어버려서 인기도 못 느끼는 몸이 됐는데, 죽은 몸으로 잘난 척 좀 하면 안 되냐? 엉?!

“아, 아니! 왜 또 말을 그렇게 하세요오오!”

- 잔인한 놈! 죽은 사람을 말로 두 번 죽이는 놈!

“어우! 누가 들을까봐 무섭네. 왜 또 사람을 그렇게 몰아가세요?”

꾸욱-!

이찬수와 대화를 하던 김상훈은 살짝 미끄러진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 그나저나, 어때? 내 말대로 선글라스 쓰고 오길 잘했지?

“예. 선글라스 안 쓰고 나왔으면, 진짜 표정관리가 안 돼서 개망신 당할 뻔했어요.”

- 근데 좀 빨리 좀 걸으면 안 되냐? 너 이것도 공항 직원들한테 민폐야 인마. 왜 이렇게 느리게 걸어?

“……인기를 좀 더 실감하고 싶어서요. 저 아시잖아요.”

- 관종인 거 알지. 근데 빨리 좀 가라. 정신없다.

“옙.”

그때였다.

빠른 발걸음으로 움직이던 김상훈의 귀에 커다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상후우우우우운! 자알 생겼다아아아아!”

“김상훈 멋있다아아~!”

“꺄아아아악! 너무 잘생겼어! 존! 잘! 김! 상! 훈!”

열정적인 팬들인 것 같았다.

그 즉시, 김상훈은 고개를 들어 팬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특유의 가식적인 미소도 지었다.

- 어떻게 네 얼굴을 보고 잘생겼다는 소리를 할 수가 있지?

옆에서 이찬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김상훈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 어이구! 월드 스타 납셨네요! 적당히 하고 좀 가지?

잠시 후, 기자들과 팬들을 떠나 미리 준비된 차에 탄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것에 집중했다.

“으흐흐!”

- 뭐하냐?

“기사 보는데요.”

- 진짜 할 수만 있다면 네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다.

“그러면 너무 깨끗하고 순수한 결과가 나오겠죠.”

- 이야~! 양심도 없고!

“크힠!”

대구에 도착한 김상훈은 호텔에서 짐을 푼 뒤, 트레이닝 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 근데 좀 쉬어야 되지 않겠냐? 몸 상태는 어때?

“생각보다 괜찮아요. 비행기를 타서 좀 피곤할 거 같았는데, 너무 멀쩡해요.”

- 그래 그건 그렇고, 미팅 시간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1시간 정도요.”

- 박스 깔 시간은 충분하겠네.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의 입 꼬리가 높이 올라갔다.

“그렇죠.”

대답을 한 김상훈은 곧바로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72,490p입니다.]

“이야! 이게 다 얼마야?”

- 진짜 미쳤네. 7만 포인트라니…….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 그래, 너 네이비 박스도 받았지?

“예. 사실 그게 진짜죠.”

- 그래서 이번엔 뭘 살 건데? 포인트도 많으니까 그냥 종류별로 사도 되긴 하겠다.

“일단 무조건 사야 할 건 블루 박스죠.”

- 그 4만 포인트짜리?

“예. 블루 박스에서 안 좋은 게 뜬 적이 없었거든요.”

- 그건 그렇지. 지금 바로 살 거야?

“예. 돈 맞춰서 다 사려고요.”

시간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빠르게 박스를 구매했다.

[블루 박스 1개, 그린 박스 1개, 옐로우 박스 1개를 구매하셨습니다.]

[남은 포인트는 2490p입니다.]

고민은 조금도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박스를 구매한 김상훈은 옐로우 박스와 그린 박스를 동시에 오픈했다.

블루 박스만큼 비싸지는 않지만, 그린 박스와 옐로우 박스도 각각 2만 포인트와 1만 포인트라는 비싼 녀석들이었다.

비싼 몸값 때문일까?

두 개의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은 김상훈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그 결과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철 같은 피지컬]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피지컬과 몸싸움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신의 손길]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장갑을 낀 뒤, 원하는 능력 위에 손을 가져다 대면 해당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멍하니 결과물을 바라보던 김상훈이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우오오옷! 대박! 이건 진짜……! 우와!”

강철 같은 피지컬은 골드 등급으로, 몸싸움 능력이 다른 능력에 비해 떨어지는 김상훈에게는 굉장히 필요했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이미 좋은 스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김상훈은 이 정도에 놀라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가 놀란 이유는 두 번째 아이템 때문이었다.

“신의 손길! 이렇게 또 보는구나!”

신의 손길은 그가 이미 한 번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때문에 이게 얼마나 사기적인 아이템인지도 잘 알았다.

- 이 사기템이 또 뜨네…….

“솔직히 사기템이긴 하죠.”

김상훈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원하는 능력치를 10만큼 올려주는 아이템은 확실히 사기템이 맞았으니까.

- 나는 이게 왜 레전드 등급이 아닌지 모르겠다니까?

“한 번밖에 못써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이찬수의 말에 대꾸한 김상훈은 곧바로 장갑을 손에 꼈다.

이윽고 그는 손가락으로 상태 창을 보며, 잠깐 고민에 빠졌다.

- 야 상훈아! 뭐 올리려고?

“아직 고민중이에요.”

- 슈팅이나 드리블을 올리는 게 어때? 그러면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이찬수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김상훈은 슈팅과 드리블을 자주 시도하는 선수였고, 그만큼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미 결정했어요.”

대답을 한 그는 가장 올리고 싶었던 능력치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시스템의 반응은 빨랐다.

[신의 손길(H)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체력 능력치는 97입니다.]

***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모인 호텔 내, 회의실로 향하는 자리.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워낙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건 일반인들을 상대할 때의 이야기였다.

지금 그가 만나러 가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들과 관계자들이었다.

느낌이 달랐다.

자꾸만 긴장이 됐고, 몸이 굳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과 함께 걷던 손홍민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와~! 상훈이 형. 형이 이렇게 긴장을 할 때도 있네요?”

“……졸라 떨린다.”

“크흐흐! 이래놓고 또 막상 사람들 많은데 가면, 이상한 춤 출 거죠?”

“홍민아, 네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야. 영어로는 샤이보이라고 하지?”

“그 말을 누가 믿겠어요 형. 사람들은 저보고 인싸라고 하는데, 사실은 형이 진짜 인싸잖아요.”

“……어우! 근데 진짜 왜 이렇게 떨리지?”

잠시 후, 김상훈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네 친화력은 연구대상감이다.

훈련장에서도 김상훈은 선수들과 어렵지 않게 친해졌다. K리그에서 뛰던 선수들과는 이미 안면이 있었기에 더욱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게다가 국가대표 팀에는 유난히 친화력이 좋은 손홍민과 기성영이 있었다.

성격이 좋은 걸로 유명한 그들은 선수들이 빠르게 친해지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이윽고 총 23명의 대표팀 멤버들은 빠르게 친해지며, 좋은 호흡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이 끝난 뒤, 김상훈은 신태웅 감독과 일대일 미팅 시간을 가졌다.

특별대우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이것은 신태웅 감독으로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은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뒤늦게 팀에 합류한 선수였다.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감독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신태웅 감독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 남자는 산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자꾸만 주변을 둘러봤고, 가끔씩 혼잣말을 했다.

그 남자를 지켜보던 신태웅 감독은 일부러 크게 기침을 했다.

“……흠흠!”

“예, 감독님! 방금 어떤 말씀을 하셨죠? 정말 죄송한데, 제가 잘 못 들어서요.”

“안 들은 거 아니고?”

“에이~! 설마 제가 그러겠습니까?”

“하여튼, 솔직히 나는 걱정이 돼. 자네가 잘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고, 훈련에서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해. 그런데…….”

“팀워크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죠?”

“그래. 상훈이 너는 토트넘에서 뛰고 있다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경험은 많이 없지. 데뷔를 K리그에서 했긴 하지만, 겨우 1시즌을 뛰었을 것뿐이고.”

신태웅은 젊은 감독답게,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마치 큰 형처럼 친하게 지냈다. 게다가 그는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배려해주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는 감독이었다.

지금 역시 그랬다.

신태웅 감독은 김상훈의 기분을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김상훈은 그 사실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제가 감독님이었어도, 그럴 거 같아요. 그리고 경기는 당장 오늘이잖아요.”

“그렇지.”

오는 말이 고와서일까?

김상훈 역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대로 호흡도 맞춰보지 못한 저를 투입하는 것은, 저 역시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신태웅 감독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다.

옆에서 자꾸만 떠들어대는 이찬수 때문이었다.

- 이야~! 너 10시간 넘게 비행기 왜 탔냐? 경기에 뛰지도 못하는데. 상훈아, 설마 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무리 신태웅 감독이 마인드가 깨어있다고 해도, 호흡도 안 맞춰본 너를 쓸 일은 없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김상훈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바랄 생각은 없었다.

그때, 신태웅 감독이 씨익 웃으며 김상훈의 눈을 바라봤다.

“그래서 말인데…… 자신은 있냐?”

“……예?”

“나도 눈치를 보긴 봐야 돼서, 상훈이 너를 선발로 내보내지는 못할 거 같아.”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15분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어때? 자신 있냐니까?”

15분 정도의 출전 시간을 약속하겠다는 신태웅 감독의 말.

그 말에 김상훈은 경악했다.

“예?!”

그리고 옆에 있던 이찬수 역시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 뭐?! 이 양반이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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