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4)
토트넘 홋스퍼의 라커룸 안.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과 감독,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오늘 토트넘이 치르는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였고, 그 경기에서 2대 0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팀의 분위기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토트넘 홋스퍼는 프리미어 리그 2017-18시즌 우승을 차지한 팀이었다.
더불어 일주일 전에는 잉글랜드 FA컵에서도 우승을 한 팀이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토트넘에게 패배라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 냉정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최고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후반전 역시 지금처럼 경기를 한다면 자네들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어!”
선수들 역시 노래를 부르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당장이라도 우승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평소와는 달리,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던 김상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그는 크게 외쳤다.
“모두 주목해주세요.”
- 오! 카리스마 뭐야? 상훈아 다들 너 쳐다본다. 과연~! 우리 토트넘의 에이스, 김상훈 선수는 어떤 명언을 쏟아낼 것인가?!
김상훈은 옆에서 장난을 치는 이찬수를 무시한 채, 포체티노 감독과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는 커다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대 0스코어로 지금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평소 김상훈의 토트넘 내 입지는 큰 편이다.
팀에서 뛴 기간은 짧았지만, 결국 프로세계는 실력이 가장 중요했고 그는 팀원들과 감독,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상태였다.
때문에 라커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김상훈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흠흠!
잠시 목을 가다듬은 김상훈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 모두, 승리를 원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당연히 저도 승리를 원합니다. 우승을 원합니다. 하지만, 저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이 후반전에는 다른 전술을 들고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와 다른 김상훈의 진지한 말투와 분위기에, 그에 대한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그 때, 포체티노 감독이 질문했다.
“……게겐 프레싱을 말하는 건가?”
질문을 하는 포체티노 감독은 특유의 침착함을 되찾은 상태였다.
김상훈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선수들을 바라봤다.
“킴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리버풀은 후반전에 게겐 프레싱을 들고 올 가능성이 높아. 만약 리버풀이 게겐 프레싱을 들고 나온다면, 우리는 그것을 알고도 힘든 경기를 펼칠 것이다.”
이야기를 하던 포체티노 감독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하지만 상대의 전술을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우리는 만약 상대가 게겐 프레싱을 들고 나온다면…….”
포체티노 감독은 게겐 프레싱을 대비하는 전술을 빠르게 읊었고, 그 모습을 보던 김상훈은 이찬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이찬수가 투덜거렸다.
- 아…… 괜히 말해줬나?
***
삐이익-!
토트넘과 리버풀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이찬수의 예상대로였다.
리버풀은 게겐 프레싱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위르겐 클롭 감독은 전반전에 많이 뛰며 체력을 소모한 제임스 밀너를 빼고, 엠레 찬을 투입했다.
제대로 압박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게겐 프레싱 전술을 들고 온 리버풀.
그리고 토트넘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공을 잡았을 때, 시간을 끌지 않고 동료들에게 넘겼다.
빠른 패스 플레이로 게겐 프레싱을 이겨내라는 포체티노 감독의 지시였다.
툭! 툭-!
다빈손 산체스에게서 패스를 받은 김상훈이 곧바로 무사 시소코에게 공을 넘겼다.
공을 잡은 시소코는 공을 처리하기 위해 동료를 찾았다.
그리고 그 때, 리버풀 선수 3~4명이 시소코를 빠르게 둘러쌓다.
“시소코! 뒤!”
김상훈이 커다란 목소리로 시소코를 불렀지만, 그는 이미 리버풀 선수들에게 에워싸인 채,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무사 시소코는 피지컬이 좋고, 그 신체조건을 이용해서 공을 잘 빼앗기지 않는 선수였지만, 3~4명에게 동시에 받는 압박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휙-!
빠르게 공을 뺏어낸 리버풀 선수들은 사이드로 전진패스를 뿌렸다.
순식간에 이뤄진 역습이었다.
사이드로 파고 들며 공을 잡아낸 모하메드 살라는 특유의 부드럽고 빠른 드리블로 토트넘 수비진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토트넘 수비들과 시소코, 김상훈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파고들며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으로 파고든 살라는 공을 툭툭 치며 조금씩 전진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선 다빈손 산체스는 몸을 낮춘 뒤, 뒷걸음질을 치며 살라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다빈손 산체스는 지금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모하메드 살라는 순간 속도가 굉장히 빠른 선수였고, 드리블 돌파 능력이 톱클래스인 선수였으니까.
잠깐이라도 그의 움직임을 놓친다면, 곧바로 골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다들 달려!”
산체스의 귓전에 커다란 목소리가 스쳤다.
그 순간 산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킴!’
그의 예상대로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상훈이었다.
김상훈은 살라를 향해 깊은 태클을 넣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이었지만,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이었다.
“완벽한 태클이다 인마!”
촤르르륵-!
모하메드 살라는 반응속도가 굉장히 좋은 선수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살라는 태클이 들어오는 순간, 공을 뒤로 빼고 몸을 회전했다.
하지만 김상훈의 슬라이딩 태클은 일반적인 태클이 아니었다.
무려 히어로(Hero)등급의 스킬.
비록 체력을 소모하긴 하지만, 70%확률로 태클을 성공시키는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그것을 사용한 김상훈의 다리는 마치 뱀처럼 살라가 소유한 공을 노렸다.
절대로 살라의 다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촤아아악-!
김상훈의 몸이 잔디 위에서 미끄러졌다.
마치 비보잉 기술인 윈드밀을 하듯 몸을 휙휙-돌리며 살라 다리 밑의 공을 쫓았다.
“이건 뭐야?!”
살라의 눈이 커졌다.
눈앞에서 보이는 말도 안 되는 움직임에 너무 놀라버린 것이다.
그 순간, 김상훈이 대답했다.
“뭐긴 뭐야, 네 공 뺏으러 온 저승사자지.”
그때, 이찬수가 발끈했다.
- 뭐? 저승사자?! 시발, 끔찍한 소리할래? 새끼가 귀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김상훈은 그 말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크힠큭! 키힠힠!”
그 순간, 공을 빼앗긴 모하메드 살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저 새끼가 나를 도발해?!’
공을 뺏자마자 웃는 김상훈의 행동이 모하메드 살라에게는 강한 도발로 느껴졌다.
그 순간, 공을 동료들에게 패스하던 김상훈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찬수의 도발(J)이 발동되었습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는 모하메드 살라입니다.]
메시지를 본 김상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얼굴이 붉어진 채,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가 보였다.
“……왜 저러지?”
- 왜 저러긴 네 웃음소리에 제대로 당한거지.
“제 웃음소리가 뭐가 어때서요?”
- 듣는 사람 짜증나게 만들지.
“와~! 팬들은 제 웃음소리가 귀엽다고 했거든요?”
- 그거 팬 아니야. 지능적 안티야.
“아오!”
김상훈은 이찬수와 떠들면서도 전방으로 빠르게 달렸다. 이미 토트넘의 역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공을 잡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손홍민에게 공을 넘겼다.
역습 상황이기에, 리버풀의 게겐 프레싱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리버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들 역시 조금은 지쳐있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 토트넘의 역습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었다.
툭-! 툭!
손홍민은 공을 몰고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그 순간,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쇄도했다.
“쏘니!”
손을 흔드는 알리와 케인을 본 손홍민,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케인이 파고드는 공간을 향해 공을 찔러 넣었다.
투욱-!
패스는 날카로웠다. 해리 케인의 움직임 역시 좋았다.
정확히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 패스와, 그 공간을 파고드는 선수.
하지만 그런 손홍민과 해리 케인의 역습 플레이를 막아내는 선수가 있었다.
버질 반다이크, 그는 공간을 향해 파고드는 해리 케인에게 강하게 몸을 부딪치며 어깨를 집어넣었다.
퍼억-!
“으억!”
그 순간, 해리 케인이 밀려 넘어졌다.
하지만 휘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해리 케인은 억울한 마음에 땅을 주먹으로 내리쳤고, 공을 빼앗은 반다이크는 리버풀의 풀백 알렉산더 아놀드에게 공을 뿌렸다.
투웅-!
알렉산더 아놀드는, 공중에 붕-뜬 뒤 떨어지는 반다이크의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냈다.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낸 그는 곧바로 후반전에 투입된 엠레 찬을 향해 패스했다. 그리고 공을 받은 엠레 찬은 무리하게 공을 끌지 않았다.
그는 패스 능력이 좋은 조던 헨더슨에게 공을 넘겼고, 공을 잡은 헨더슨은 빠르게 주변 시야를 확인했다.
‘비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조던 헨더슨은 토트넘의 빈틈을 발견해냈다.
판단을 마친 그는 빠르게 달려오는 앤드류 로버트슨에게 공을 넘겼다.
탓!
앤드류 로버트슨이 공을 잡자마자 손홍민이 빠르게 압박을 했다.
하지만 로버트슨은 손홍민이 가까이 붙기도 전에 오른쪽 사이드로 뛰는 모하메드 살라에게 스루 패스를 찔렀다.
투욱-!
그 순간, 낮고 빠르게 깔려가는 패스를 향해 두 선수가 뛰었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토트넘의 트리피어였다.
트리피어 역시 빠른 발을 지닌 선수였고, 시즌 내내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모하메드 살라의 스피드는 수준이 달랐다.
투웅-!
엄청난 속도로 공을 쫓아간 살라는 공을 길게 쳤다. 흔히 말하는 치고 달리기였다. 그런 살라 속도를 트리피어는 따라가지 못했다.
속도만으로 트리피어를 제쳐낸 모하메드 살라는 토트넘의 코너킥 라인을 타며 아슬아슬한 드리블을 펼쳤다.
당연하게도 그를 막기 위해 토트넘의 다빈손 산체스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살라는 빠르게 다리를 휘둘렀다.
힘을 뺀 스윙이었다.
때문에 그의 발은 빠른 속도로 공을 차냈다.
“안 돼!”
기습 슈팅일 것이라고 생각한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살라가 차낸 공은 슈팅이 아니었다.
그는 조금 뒤에 위치한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향해 패스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리버풀의 스트라이커 피르미누는 이런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는 선수였다.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가진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정적인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대의 구석을 노렸다.
퍼엉-!
슈팅이 강력하진 않았지만, 그의 슈팅은 낮고 정확하게 골대 하단 구석을 향해 파고들었다.
반박자 빠른 슈팅도 아닌, 다이렉트 슈팅이었기에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제대로 된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철렁-!
토트넘의 골망을 흔든 피르미누는 뜨겁게 포효하며, 공을 들고 중앙 라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골을 노리겠다는 의미의 그 행동에 리버풀의 팬들은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우와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우오오오! 한 골 더 가자!”
“오! 오! 오! 오! 오!”
그야말로 광기에 젖은 응원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토트넘에게는 좋지 않았다.
단숨에 분위기가 넘어가버릴 수 있는, 자칫 잘못하면 역적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제는 토트넘의 에이스로 불리게 된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음…… 이거 위험한데…….”
- 분위기가 넘어가려고 하네. 빨리 잡아야 돼.
“예. 잡아야죠.”
토트넘의 에이스, 김상훈은 리버풀로 넘어가는 추를 바로잡기 위해 아껴뒀던 무기를 사용했다.
“레전드의 기억.”
시스템의 반응은 빨랐다.
스킬 명을 입 밖으로 내뱉자마자, 김상훈의 눈앞에는 그 결과가 떠올랐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드리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