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1)
「김상훈, 국가대표 소집 날에 불참?!」
김상훈은 스마트폰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바라봤다.
그때 이찬수가 투덜거렸다.
- 왜 저렇게 기사를 자극적으로 쓰는 거야?
“조회수를 뽑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겠죠.”
- 그건 알지만…… 에휴!
김상훈은 이찬수가 내쉰 한숨의 의미를 알았다.
현역시절, 자극적인 기사들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봤던 남자가 바로 이찬수였고 김상훈은 그런 기사들을 많이 봤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상훈은 대수롭지 않게 기사를 넘겼다.
“괜찮아요. 어차피 심각한 일이 아니잖아요?”
- 그래 뭐……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니까.
기사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김상훈은 바로 내일 있을 국가대표 소집일에 참여하지 못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오늘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을 치뤘고, 일주일 뒤에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치러야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오늘 풀타임으로 경기를 치른 선수가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가 훈련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때문에 김상훈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뛴 뒤에, 국가대표 팀에 합류하기로 이야기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침대에 편하게 누운 상태에서 오늘 경기에서 쌓인 피로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
유럽전역의 클럽들이 모여, 유럽 최고의 클럽을 결정하는 UEFA 챔피언스 리그.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트로피를 드는 것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명예와도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2018년 5월 27일 일요일.
그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긴 여정이었다.”
선수들이 모인 라커룸에서, 토트넘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진중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즌 내내 달려오느라 고생 많았다. 다들 당장이라도 침대에 눕고 싶을 정도로 지쳐있겠지……. 아마 내가 선수였다면, 연락두절을 하고 잠이나 퍼 잤을 텐데 말이야.”
포체티노 감독의 농담 섞인 말에 선수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선수들을 보며 눈웃음을 지은 포체티노 감독은 다시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윽고 그는 무겁게 바뀐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자네들이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은 마지막 경기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대회인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결승전이지. 우리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우리는 토트넘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포체티노 감독의 말에 선수들의 눈이 빛났다.
방금 전까지, 지쳐있던 선수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전술의 변화는 없다. 상대는 우리가 여러 번 상대해온 팀이다. 변화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다.”
모든 선수들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말에 집중했다.
가장 중요한 말이 나올 것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더 헌신적으로 뛰어라. 그러면 우리는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
확신에 찬 포체티노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동시에 그들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말을 마친 포체티노 감독은 더 이상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직 믿음이 담긴 눈빛으로 선수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와 리버풀 FC.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 올라섰다.
선수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악수를 나눴고,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갔다.
챔피언스 결승전은 양 팀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였다.
때문에 양 팀 모두, 팀 내 최고의 컨디션을 지닌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웠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 손홍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김상훈, 무사 시소코, 트리피어, 다빈손 산체스, 얀 베르통언, 벤 데이비스, 위고 요리스를 선발로 내세웠고.
리버풀은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조던 헨더슨, 제임스 밀너, 앤드류 로버트슨, 버질 반 다이크, 데얀 로브렌, 알렉산더 아놀드, 로리스 카리우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오늘, 경기가 펼쳐지는 올림피스키 스타디움.
이곳에 있는 7만 명의 관중들이 뜨거운 환호성을 터트려내기 시작했다.
- 워~! 분위기 장난 아닌데? 오늘 같은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집에도 못갈 거 같은데?
“분위기가 뜨겁긴 하네요. 아! 오늘은 진짜 이기고 싶어요.”
- 그럴 만도 하지. 토트넘이 챔스에서도 우승하면, 3개 리그를 다 우승하는 거잖아? 프리미어 리그, 잉글랜드 FA컵, 챔피언스 리그, 세 개.
“그렇죠. 그러면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겠죠.”
- 영광이라는 말로도 부족하지. 그건 진짜 상상만으로도 미친 일이야.
“문제는 선수들도 그걸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음…….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깊은 침음을 흘렸다.
선수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의식하고 있는 것. 그것은 좋지 않았다.
아직 경기는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이찬수는 알고 있었다.
지금은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그래야만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그의 눈에 보이는 토트넘 선수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흥분한 것이다.
- ……이대로는 위험해.
물론 이찬수는 토트넘이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토트넘에는 이제는 괴물이 되어버린 선수가 있었으니까.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그가 직접 가르친 괴물이었으니까.
토트넘 홋스퍼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 시스템으로 믿을 수 없는 능력을 펼치는 선수.
김상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 뭐, 저 녀석이 알아서 잘하겠지.
피식 웃어버린 이찬수는 김상훈을 바라봤다.
잔뜩 흥분하고 긴장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슬슬 어깨춤도 추고 있었다.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 ……미친놈.
그리고 지금, 토트넘과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시작됐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건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의 스트라이커 피르미누가 사디오 마네를 향해 공을 돌렸다.
툭-!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잡은 마네는 몸을 휙- 돌려서 뒤에 있는 바이날둠에게 패스했다.
그리고 토트넘의 움직임은 평소와는 달랐다.
전 경기인 첼시 전에서 펼쳤던 것과는 달리, 오늘은 무리한 압박을 펼치지 않았다.
김상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주 쓰던 패턴인, 경기 초반부터 압박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뛰며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 압박 안 하네?
“무리하게 압박하지 않으려고요. 첼시 전에서 고생하면서 배웠어요.”
- 크하하하! 아주 개고생했지. 그래도 경기를 통해 하나 더 배웠구만?
“예. 제대로 배웠죠.”
말을 마친 김상훈은 여전히 천천히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녔다.
그리고 지금, 리버풀 역시 신중하게 패스를 돌리며 기회를 노렸다.
툭-! 툭-!
바이날둠, 헨더슨, 밀너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토트넘의 압박을 벗어낫고, 압박이 강해질 때면 주저 없이 수비진을 향해 공을 돌렸다.
그때였다. 계속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던 리버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패스가 빨라지고, 적극적인 전진패스를 하기 시작했다.
퍼엉-!
조던 헨더슨은 오른쪽 사이드를 향해 과감한 패스를 뿌렸다.
그리고 그가 길게 뿌린 공을 향해 모하메드 살라가 달렸다.
모하메드 살라의 스피드는 엄청났다.
그는 엄청난 순간 가속도를 이용해서 토트넘의 풀백 트리피어를 벗어났다.
이윽고 살라는 공중에서 날아온 공을 손쉽게 잡아낸 뒤,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휘익!
그런 살라의 움직임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트리피어가 중심을 잃었다.
그 즉시, 살라는 토트넘의 수비진을 향해 파고 들었다.
툭! 툭! 툭!
마치 메시가 떠오를 정도로 짧고 간결한 드리블을 사용하는 그는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그런 살라를 향해 얀 다빈손 산체스가 달라붙었고,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상훈 역시 산체스와 함께 살라를 막아섰다.
‘오른쪽? 아니, 왼쪽으로 치고 들어갈 확률이 높아.’
베르통언의 옆에 선 채, 살라를 막아선 김상훈은 생각에 잠겼다.
왼발잡이인 살라는 본능적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 드리블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라가 무조건 왼쪽으로 드리블을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살라는 왼발을 주로 사용하지만, 오른발 역시 사용할 줄 아는 선수였고, 다양한 패턴으로 드리블을 하는 월드 클래스 선수였다.
때문에 김상훈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완벽한 태클 스킬은 체력조절을 위해 최소로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기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모하메드 살라는 두 명의 선수도 충분히 제쳐낼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선수.
김상훈이 긴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찬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잘하고 있어. 너는 살라의 왼쪽만 막아줘도 충분해. 발 뻗지 말고, 돌파만 허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러면 나머지는 베르통언이 알아서 할 거야.
이찬수의 말을 들으며, 김상훈의 눈빛이 변했다.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하메드 살라는 여전히 자신감 있게 두 명의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전진했다.
그때, 살라가 선택한 방향은 왼쪽이었다.
쉬익-!
순식간에 김상훈이 막고 있는 방향으로 파고든 그는 어깨를 집어 넣으며 돌파를 시도했다.
‘흡!’
순간, 김상훈은 당황했다.
체구가 작은 모하메드 살라의 몸싸움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만약 방심했더라면 어깨싸움에서 형편없이 밀려버릴 뻔했다.
하지만, 김상훈은 방심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모하메드 살라의 돌파를 막아낼 수 있었다.
김상훈과의 어깨싸움에서 밀리며 공을 빼앗긴 살라가 짜증을 내며 주심을 바라봤다.
하지만 주심은 정당한 수비로 판단했다.
“나이스, 킴!”
뒤에서 들리는 베르통언의 목소리에 옅은 미소를 지은 김상훈이 전방에 위치한 델레 알리를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뻐엉-!
김상훈의 패스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델레 알리가 서있는 공간으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터억-!
알리는 공을 잡은 뒤, 곧바로 에릭센에게 패스했다.
에릭센은 알 리가 준 공을 원터치로 해리 케인에게 넘겼다.
툭-! 휘익!
해리 케인은 공을 잡자마자 몸을 돌린 뒤, 슈팅을 때렸다.
오늘 경기에서 나온 첫 슈팅이었다.
퍼억-!
하지만 그의 슈팅은 데얀 로브렌의 몸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애초에 무리한 슈팅이었고, 해리 케인도 그걸 알았다.
하지만, 슈팅을 시도함으로써 분위기를 잡아가려는 의도였다.
튕겨 나온 공은 운이 좋게도 토트넘의 산체스에게로 흘러갔다.
김상훈은 그런 산체스와 눈을 마주치며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과 산체스를 바라보는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는 손홍민이었다.
‘그거구나?’
손홍민을 알고 있었다.
훈련에서 여러 번 연습한 상황이 곧 나올 것이라는 것을.
때문에 그는 산체스와 김상훈이 눈을 마주친 순간, 뛸 준비를 했다.
이윽고 산체스가 김상훈을 향해 빠르고 낮게 공을 뿌렸다.
보통 선수라면 받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패스였지만, 산체스는 김상훈을 의심하지 않았다.
퍼엉-! 투욱-!
그런 산체스의 믿음처럼 김상훈은 강렬하게 깔려오는 공을 보면서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짧은 순간에도 고개를 돌려, 동료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시야를 넓게 펼치며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김상훈은 공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퍼스트터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퍼스트 터치를 가진 남자, 이찬수의 퍼스트 터치를 가진 김상훈은 빠른 속도로 깔려오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발끝에서 믿을 수 없는 터치가 나왔다.
쉬이이익-!
빠르게 깔려오는 공을 향해 김상훈은 다리를 짧게 휘둘렀다.
그는 다리에 힘을 뺀 뒤에 공의 밑 부분을 찍었다.
퉁-!
그러자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많은 회전이 걸리며 리버풀의 수비라인 뒤 공간으로 날아갔다.
그 순간, 손홍민은 이미 그 공간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약속된 기습 공격에 리버풀 수비들은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나이스 패스!”
리버풀의 골키퍼 카리우스와 일대일 상황을 맞은 손홍민이 씨익 웃으며 강한 슈팅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