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04화 (104/200)

104화 잉글랜드 FA컵 결승(4)

- 도와줄까?

“아뇨, 괜찮아요. 이미 충분히 도움을 받고 있는걸요.”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가 뛰고 있는 경기는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이었다.

물론 이찬수와 빙의를 한다면 조금 더 쉽게 경기에서 승리할 수도 있었다.

그가 지켜봐온 이찬수는 혼자 힘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고 싶었다.

이찬수의 도움은 마치 드론처럼 주변 상황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마음을 다잡는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정말? 정말 괜찮아? 빙의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진짜 괜찮습니다. 결승전만큼은 제 힘으로 이겨보고 싶어요.”

김상훈의 결의에 찬 말.

그 말에 이찬수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 새끼, 많이 컸다?

“제가 이찬수 선수보다 키는 원래 더 컸는데요? 다른 것도 그렇고.”

- 다른 거? 미쳤냐? 봤어? 네가 봤냐고 이 새끼야!

“아니면 아닌 거지, 왜 흥분을 하고 그러세요?”

- 아오!

그때, 이찬수와 장난을 치던 김상훈이 말을 멈췄다.

그에게 공이 왔기 때문이다.

타앗!

말을 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김상훈은 공을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동시에 그는 몸을 회전시켜 빠르게 전진했다.

팀이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고, 드디어 토트넘이 공격을 하는 상황이었다.

후반 초반에 들어간 알바로 모라타의 골로 인해 현재 스코어는 3대 2.

첼시의 분위기가 계속해서 좋아지는 상황에서 김상훈은 상황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최소한 유효 슈팅까지는 가져가야해.’

능력치로도, 경험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김상훈에게 선수 한 명을 제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상대가 어떤 팀의 선수든 상관없었다.

때문에 지금, 김상훈의 드리블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은골로 캉테.

그는 뛰어난 체력과 강인한 의지로 드리블을 하는 김상훈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왜 이렇게 끈질겨?’

캉테의 압박은 대단했다.

드리블 능력이 좋은 김상훈으로서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제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좀 더 그를 상대하면 제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캉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지금, 체력 소모가 너무 컸다.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고,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동료를 이용했다.

투욱-!

그를 도우러 달려온 라멜라에게 공을 넘긴 뒤, 캉테를 지나쳤다.

캉테는 그런 김상훈에게 끝까지 따라붙었다.

‘아오, 쫌!’

김상훈은 질려버린 표정을 지었다.

캉테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김상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 크하하하핫! 캉테 쟤 너 좋아하는 거 아니냐? 아주 미친 듯이 달라붙네!

“……힘들어 죽겠으니까 놀리지 마시죠.”

이찬수를 향해 뾰족하게 대답한 김상훈은 캉테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캉테는 계속해서 김상훈을 쫓아다녔다.

결국 김상훈이 할 수 있는 것은 빠른 원터치 패스로 동료들과의 연계를 하는 것뿐이었다.

툭!

김상훈은 지금도 에릭센이 건네준 패스를 리턴패스로 다시 넘겼다.

조금만 시간을 끌면 은골로 캉테에게서 발이 들어왔다.

‘어쩔 수 없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생각을 바꿨다.

조금 전까지 첼시의 중원과 수비진을 흔들며 유효 슈팅을 기록하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그 생각을 접었다.

대신, 공격을 하는 것보단 어떻게든 첼시의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을 펼칠 생각이었다.

김상훈은 포체티노 감독과 눈을 마주친 뒤, 눈빛으로 토트넘의 수비 진형을 가리켰다.

그 눈빛을 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의 뜻이었다.

그 즉시 김상훈은 아껴뒀던 스킬을 사용했다.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7만큼 회복됩니다.]

1부터 10까지 랜덤으로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힐링 스킬에서 7이 회복됐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체력을 회복한 김상훈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무사 시소코가 위치한 라인까지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위치변화에 캉테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은골로 캉테를 본 김상훈이 실실 웃었다.

“헷갈려 죽겠지?”

실제로 캉테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감독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지시는 간단했다.

후반전부터 김상훈만 쫓아다닐 것.

그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끝까지 막아낼 것.

다만, 그 지시는 김상훈이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 때 유효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토트넘 동료들 또한 당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첼시 선수들만큼 당황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 김상훈과 훈련을 하는 토트넘 선수들은 그의 수비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킴이라면 충분히 수비형 미드필더에 설 수 있지.’

‘그는 웬만한 수비수보다 태클을 잘하니까.’

‘팀에 안정감이 생기겠군.’

토트넘 선수들은 김상훈에 대한 의심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상훈은 지금,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첼시의 중원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

[완벽한 태클]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체력을 랜덤으로 1에서 10까지 소모해서 상대의 공을 빼앗습니다.(스킬 사용 시, 태클 성공 확률은 70%입니다.)

높은 확률로 상대의 공을 뺏어내는 완벽한 태클 스킬.

체력을 소모한다는 점만 빼면, 김상훈이 가진 스킬 중 가장 사기적인 스킬 중 하나로 뽑을 수 있을 정도였다.

김상훈은 지금도 완벽한 태클을 이용해, 아자르의 드리블을 막아냈다.

촤악-!

“아 진짜 뭐야?!”

에당 아자르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공을 거의 뺏기지 않는 선수였다.

첼시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알 수 있다.

아자르가 얼마나 공을 뺏기지 않는 선수인지.

무서울 정도로 기본기와 탈 압박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가 바로 에당 아자르라는 선수였다.

실전에서 이 정도이니, 훈련에서는 공을 아예 빼앗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런 아자르가 벌써 3번 째, 김상훈에게 공을 빼앗겼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자르가 공을 빼앗길 정도니, 다른 선수들은 오죽할까.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김상훈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첼시의 미드필더들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 진짜 그거 너무 사기 아니냐? 볼수록 당황스럽네.

“단점이 있잖아요.”

- 체력소모?

“예. 너무…… 후우! 체력소모가 너무 커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실제로 그는, 심한 체력소모로 인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시스템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현재 남은 체력은 21입니다.]

[체력이 0이 되면 기절하게 됩니다.]

완벽한 태클 스킬을 남발했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체력소모가 너무 컸다.

대신 효과는 확실했다.

김상훈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인해, 토트넘은 반코트 게임을 당하면서도 골을 먹히지 않고 있었다.

다만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 만큼, 위기는 계속해서 찾아왔다.

게다가 완벽한 태클의 성공률은 100%가 아니었다.

촤악-!

김상훈의 태클이 공을 건드리는 아닌, 파브레가스의 발을 걷어찼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위험한 태클이었던 만큼 카드를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후욱! 후욱!”

주심에게 옐로우 카드를 받은 김상훈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현재 시각 후반 43분, 김상훈에게 남은 체력은 11이었다.

더 이상 스킬 사용은 어려운 상황.

이런 상황에서 그의 반칙으로 인해 첼시에게 프리킥이 주어졌다.

프리킥을 차기위해 선 선수는 마르코스 알론소였다.

“후우!”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한 뒤, 공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늘 훈련한대로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훈련과 실전은 달랐다.

훈련에서는 매우 정확한 프리킥을 차는 그였지만, 지금은 실전이었다.

퍼엉-!

그가 찬 공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 힘이 너무 들어갔네.

이찬수는 그런 마르코스 알론소의 프리킥을 짧게 평가했고, 김상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알론소가 잘 못 차서 이번 위기는 넘겼네.

“예. 아슬아슬했어요.”

- 좀만 더 버텨. 스킬 사용은 자제하고. 너 체력 얼마 안 남았지?

“예. 스킬을 아예 쓰면 안 되는 수준이에요.”

- 첼시가 제대로 준비해왔네. 토트넘 애들이 너무 지치기도 했고.

“캉테가 문제예요. 쟤는 지치지도 않나 봐요.”

- 단단히 이를 갈고 나온 거 같다. 네가 수미 쪽에서 뛰는데도 떨어지질 않네.

“그러니까요.”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은골로 캉테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윽고 김상훈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오늘 경기에서 캉테의 눈에는 김상훈만 보이는 것 같았다.

첼시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퍼엉-!

아자르가 수비수를 흔든 뒤, 때려낸 슈팅을 위고 요리스가 가까스로 쳐냈다.

추가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첼시에게 코너킥이 주어졌다.

그리고 지금, 첼시 선수들은 수비수들까지 모두 나와서 골을 노렸다.

키커는 에당 아자르였다.

토트넘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는 양 팀의 선수들의 숫자는 비슷하게 맞춰진 상황.

첼시로서는 만약 골을 넣지 못한다면,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시간은 거의 끝나갔고, 지금 첼시에게는 한 골이 절실했기 때문.

토트넘 역시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체력적으로 힘든 여정에도 결승전까지 올라온 토트넘 선수들은 마지막 남은 체력을 쥐어짜내며 첼시 선수들을 막아섰다.

양 팀 모두 절실한 상황에서 아자르의 발을 떠난 공이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날아왔다.

- 마지막이야! 정신 차려!

눈이 거의 풀려버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호통을 쳤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김상훈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흡!”

숨을 참은 김상훈이 그가 막고 있던 바카요코와 몸을 붙인 뒤, 점프했다.

체력이 바닥난 김상훈은 바카요코의 차징에 거의 튕겨나가듯 했지만, 이를 악물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공은 그런 두 선수를 지나 게리 케이힐과 얀 베르통언이 있는 공간으로 날아갔다.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베르통언이 첼시의 수비수 게리 케이힐과 경합을 펼쳤다.

하지만 게리 케이힐은 몸싸움과 공중 볼을 따내는 능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였다.

퍼억-!

베르통언 역시 단단한 피지컬을 지녔지만, 지금 이 순간 게리 케이힐을 막아내는 것에 실패했다.

퍼엉-!

이마에 공을 맞추는 것에 성공한 케이힐은 공을 끝까지 바라보며 골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토트넘의 수호신, 위고 요리스의 반응이 엄청났다.

그는 게리 케이힐의 헤딩 슈팅을 향해 왼쪽 손을 휘둘렀다.

퍽!

불안정한 자세로 쳐냈기 때문일까?

그의 손에 맞은 공은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요리스의 근처에 떨어졌다.

투욱!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양 팀의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두른 선수는 에당 아자르였다.

그리고 그런 아자르를 향해 몸을 날리는 선수가 있었다.

촤악!

김상훈이었다.

“안 돼!”

그는 아자르가 때려낸 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소리쳤다.

- 야이 미친놈아!

이찬수는 강하게 슈팅을 때리는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김상훈을 걱정했다.

더군다나 지금의 김상훈은 체력이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퍼억!

운이 좋게도 아자르가 때려낸 슈팅은 김상훈의 몸에 맞고 튕겨나갔다.

그리고 그 공을 다빈손 산체스가 강하게 걷어냈다.

뻐엉-!

그 순간, 첼시 선수들은 패배를 직감했다.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그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익-!

***

경기가 끝난 직후, 토트넘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후반전에 투입된 선수를 제외하곤, 체력이 남아있는 선수가 없었다.

김상훈 역시 숨을 헐떡이며 눈앞을 바라봤다.

[현재 남은 체력은 2입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경기가 조금만 더 길어졌다면, 위험할 뻔했다.

그런 김상훈의 눈앞에는 보상 메시지들이 주르륵-떠올랐다.

[잉글랜드 FA컵에서 우승을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블루 박스와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드리블을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패스를 3회 성공했습니다.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98회 - 보상으로 98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1골 - 보상으로 1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32,580p입니다.]

잉글랜드 FA컵 우승으로 인해, 많은 포인트와 블루 박스까지 얻게 된 김상훈.

그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블루 박스를 오픈했고, 가진 포인트를 거의 다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그는 지금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의 제목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김상훈, 국가대표 소집 날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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