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03화 (103/200)

103화 잉글랜드 FA컵 결승(3)

히바우두.

브라질의 레전드인 그는 왼발의 마술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왼발을 이용한 크로스와 슈팅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왼발을 사용하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비록 동시대에 뛰던 다른 브라질 선수들에게 항상 밀려, 2인자라는 말을 듣던 그였지만, 그의 왼발만큼은 일인자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히바우두의 왼발]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브라질의 히바우두, 그의 왼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악마의 왼발이라고도 불리는 히바우두의 왼발을 얻게 됐다.

10분간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김상훈은 공을 받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토트넘 선수들은 그런 김상훈에게 공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김상훈은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더불어 토트넘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였으니까.

투욱-!

공을 받기 전부터 주변 시야를 확인하던 김상훈은 원터치 패스로 손홍민에게 공을 넘겼다.

주변에 첼시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때문에 아직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공을 잡은 손홍민은 사이드로 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특유의 뛰어난 드리블과 빠른 속도를 이용해 다비드 루이스를 제쳐냈다.

돌파에 성공한 손홍민은 크로스를 올리는 것이 아닌, 다시 한 번 돌파를 시도했다.

투욱-! 툭!

코너킥 라인을 따라 골대를 향해 달리는 그를 어느새 달려온 캉테가 막아섰다.

휘익-!

그때, 헛다리로 캉테의 시선을 분산한 손홍민은 뒤에서 달려오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낮고 빠른 패스를 넣었다.

퍼엉!

빠른 속도로 깔려오는 공을 본 에릭센은 다이렉트로 슈팅을 때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골대와의 거리가 멀지 않았고, 킥 능력이 좋은 에릭센이 곧바로 슈팅을 때린다면 충분히 골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첼시는 에릭센이 마음껏 슈팅을 때리도록 놔두지 않았다.

퍼억!

다리를 휘두르려는 에릭센을 향해 바카요코가 강하게 어깨를 넣었다.

에릭센은 튕겨나갔고, 바카요코는 곧바로 공을 걷어냈다.

투웅-!

다만, 바카요코는 강하게 공을 걷어내지 않았다.

전방에 있는 파브레가스를 노리며 최대한 정확하게 롱패스를 했다.

하지만, 바카요코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뭐, 뭐야?!”

토트넘에는 그의 패스 경로를 화살표로 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김상훈에게는 상대의 패스 경로를 읽을 수 있는 예리한 볼 커팅 스킬이 있다는 것을.

마침 바카요코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던 김상훈은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예측했다.

때문에 그는 높은 점프력을 이용해 바카요코에게 가는 공을 끊어낼 수 있었다.

투웅-!

김상훈은 공중에 뜬 채, 부드럽게 이마로 공을 받아냈다.

이마, 가슴, 무릎 순으로 공을 이동시킨 김상훈은 그를 향해 태클을 하는 바카요코를 피해냈다.

휘익!

민첩하고 정확한 턴을 이용한 회피동작이었다.

이윽고 김상훈은 전방을 향해 공을 투욱- 찼다.

그러자 공은 그의 몸과 1m가량 떨어졌다.

그 순간, 김상훈은 오른발로 바닥을 찍었다.

동시에 왼쪽 다리를 휘둘렀다.

[캐논 슈터(G)가 발동됩니다.]

[슈팅이 강력해집니다.]

[히바우두의 왼발(L)이 발동중입니다.]

[왼발 슈팅 시, 파워와 정확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며, 김상훈은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히바우두의 왼발을 얻게 된 이후 첫 슈팅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김상훈이 35M 거리에서 때려낸 공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골대 구석을 향했기 때문이다.

쿠르투아는 굉장히 훌륭한 실력을 지닌 골키퍼였지만, 김상훈이 때려낸 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슈팅이었다.

철렁-!

골을 넣은 김상훈은 곧바로 관중들을 향해 달렸다. 이윽고 그는 슬라이딩을 하며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우와아아아아아!”

“킴! 멋지다!”

“넌 최고의 슈터야!”

팬들의 애정어린 환호를 받으며, 김상훈은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했다.

그런데,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억! 으억!”

어느새 달려온 토트넘 동료들이 그를 깔고 뭉갰기 때문이다.

“으하하하! 킴! 너는 진짜 미친놈이야!”

“아, 아니, 내가 왜 미친놈이야? 그나저나 좀 비키지?”

처음엔 해리 케인이.

“형! 진짜 너무 멋있어요!”

“그래, 홍민아. 알겠으니까 좀 비켜주지 그래?”

두 번째는 손홍민이.

“키이임! 도대체 어떻게 그런 슈팅을 때릴 수가 있는 거야? 약이라도 하는 거야?”

“아니, 에릭센 너는 평소에 과묵한 애가 갑자기 왜 이래? 좀 비켜 너도!”

세 번째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김상훈을 깔아뭉갰다.

끝이 아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토트넘 선수들은 다 함께 김상훈을 깔아뭉개며 골을 축하해줬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워할 때, 김상훈은 즐겁지 않았다.

“아니! 비키라고오오오! 숨막힌다고!”

***

전반 39분, 양 팀의 스코어는 2대 1.

1골 차이로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나가고 있는 팀은 토트넘 홋스퍼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오히려 첼시가 토트넘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경기력 또한 더 좋았다.

선수들의 패스 정확도가 더 좋았고, 기본기 역시 첼시 선수들이 대부분 더 좋았다.

다만 토트넘에는 그런 첼시 선수들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었다.

상대 수비를 꾸준하게 힘들게 만드는 해리 케인, 번뜩이는 패스와 뛰어난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지닌 에릭센, 좋은 기본기와 개인기량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델레 알리, 뛰어난 슈팅 능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지닌 손홍민.

마지막으로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김상훈까지.

토트넘에 있는 이 5명의 선수들의 활약으로 양 팀의 경기력은 균형이 맞춰지고 있었다.

지금 역시 5명의 선수들이 첼시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며 전방에서 빌드업을 쌓아가고 있었다.

툭-! 툭! 툭!

5명의 선수들은 상대의 압박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뤄지는 빠른 패스플레이를 펼쳤다.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만큼 이들의 호흡은 완벽했다.

다만, 시즌이 끝난 뒤였기 때문에 이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지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타앗-!

유난히 지쳐있는 손홍민에게서 실수가 나왔다.

“아!”

스스로의 실수에 놀란 손홍민이 다급하게 그의 공을 가로챈 다비드 루이스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공을 뺏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루이스는 유유히 손홍민의 압박을 벗어난 뒤, 전방을 향해 공을 뿌리려했다.

하지만 이미 루이스의 근처로 달려드는 선수가 있었다.

김상훈이었다.

손홍민에게서 곧 실수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촤악-!

놀란 루이스가 빠르게 몸을 돌렸지만,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상태였다.

[완벽한 태클(H)를 사용하셨습니다.]

[70% 확률로 태클에 성공합니다.]

루이스의 반응은 빨랐지만, 김상훈의 슬라이딩 태클은 마치 뱀처럼 그의 발밑에 있는 공을 쫓았다.

그 순간 루이스는 경악했다.

“이런 미친! 무슨 태클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받는 다비드 루이스였지만, 지금 김상훈이 펼치는 태클을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김상훈은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였으니까.

“무슨 수비수보다 태클을 잘해?”

스킬의 도움을 받은 태클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다비드 루이스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멘탈이 나간 것이다.

그리고 공을 뺏어낸 김상훈은 넘어져있던 상태로 발바닥으로 공을 살짝 밀었다.

그 순간, 공을 뺏겼던 손홍민이 다시 그 공을 향해 달려들며 슈팅을 때렸다.

퍼엉-!

손홍민의 슈팅은 골대 구석으로 향하진 않았지만, 워낙 빠르고 강한 슈팅이었기 때문에 골키퍼가 막기 어려웠다.

게다가 거리도 너무 가까워서 첼시의 골키퍼 쿠르투아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반응했다.

다만, 반응을 하고 손을 뻗었을 때는 이미 공이 골망을 흔들고 있었다.

철렁-!

김상훈의 어시스트에 의한 손홍민의 골이었다.

스코어는 3대 1이 되었다.

이윽고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다른 경기였다면, 안정적인 경기력을 위해 후반 초중반까지는 교체 없이 후반전을 시작했겠지만, 첼시는 변화를 꾀했다.

그만큼 오늘 경기는 첼시에게도 중요한 경기였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첼시로서는 FA컵만큼은 꼭 우승을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은 선수교체였다.

첼시는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곧바로 선수교체를 했다.

교체된 선수는 2명이었다.

먼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고 카드가 한 장 있는 다비드 루이스를 빼고 아스필리쿠에타를 투입했다.

이후 첼시는 경기 초반을 제외하곤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올리비에 지루를 빼고, 알바로 모라타를 투입시켰다.

당연하게도 전술도 변화가 있었다.

전반전의 첼시가 올리비에 지루를 노리는 크로스 위주의 전술을 펼쳤다면, 후반전은 모라타와 아자르를 이용한 역습과 수비 뒤 공간을 한 번에 뚫어내는 전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덩달아 토트넘 수비진은 비상이 걸렸다.

“좀 더 강하게 압박해! 수비 라인 신경 쓰고!”

위고 요리스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토트넘의 수비진형에 울려 퍼졌다.

토트넘 수비수들이 바뀐 첼시의 전술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자, 골키퍼인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런 요리스의 외침 때문일까?

당장이라도 뚫릴 것처럼 불안하던 토트넘의 수비가 조금씩 집중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첼시는 토트넘 수비가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툭-! 툭!

새로 투입된 모라타가 전방에서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았고, 첼시의 에이스 아자르는 계속해서 돌파를 시도하며 토트넘 수비진을 흔들었다.

로테이션 멤버가 적은 토트넘은 후반전에 들어서 많이 지친 모습을 보였지만, 첼시는 달랐다.

선수층이 탄탄한 첼시 선수들은 꾸준한 관리로 인해서 후반전에도 체력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토트넘은 중원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지친 나머지 빌드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첼시 선수들이 공을 잡는 시간이 길어졌고, 금방 위기가 찾아왔다.

- 이거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아니, 토트넘은 이게 문제야. 왜 선수 영입을 안 하는 거야? 애들 다 퍼졌잖아?!

“……그러게요. 진짜 너무 빡세네요.”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동의했다.

거의 매 경기 풀타임으로 출전하고 있는 김상훈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선수들은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달려온 것이 아닌가.

시즌 도중에 이적한 김상훈이 이 정도로 지쳤으니, 다른 동료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때였다.

심각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홍민을 불러들였다.

“고생했다.”

“……형. 남은 시간, 부탁할게요.”

김상훈은 녹초가 된 채, 그라운드를 떠나는 손홍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줬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폭발적인 속도를 내는 플레이를 많이 하는 선수였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빨리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손홍민을 대신해 들어온 선수는 라멜라였다.

토트넘의 윙어인 라멜라는 공격적인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기가 좋아서 동료와의 연계를 잘하고, 윙어치고 수비력도 좋은 편인 선수였다.

다만, 라멜라는 혼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 토트넘에게는 큰 위기가 찾아왔다.

툭! 투욱-!

이미 경기는 반코트 게임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첼시는 계속해서 공을 돌리며 토트넘을 흔들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몸을 날려가며 첼시 선수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첼시의 미드필더 파브레가스의 발끝에서 위협적인 패스가 뿌려졌다.

토트넘의 수비수 산체스를 등진 모라타가 내준 리턴패스, 그 공을 파브레가스는 가볍게 찍어 찼다.

그리고 그 즉시 모라타는 몸을 회전해서 산체스를 벗겨냈다.

휘익!

산체스를 벗겨낸 모라타는 발을 길게 뻗어, 파브레가스가 찍어 차준 공을 받아냈다.

모라타와 파브레가스의 환상적인 호흡이 만들어낸 좋은 기회였다.

첼시의 스트라이커 알바로 모라타, 그는 좋은 기회를 많이 놓치며 첼시 팬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과 같이 골키퍼와 1대 1인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알바로 모라타는 위고 요리스가 지키는 골문을 향해 강한 슈팅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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