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잉글랜드 FA컵 결승(1)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김상훈은 기뻐할 틈도 없이 눈앞에 생성된 메시지를 바라봤다.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그린 박스가 제공됩니다.]
무려 2만 포인트를 주어야 구매할 수 있는 그린 박스를 단숨에 얻게 됐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입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윽고 그는 주먹을 강하게 쥔 뒤, 허공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이~~~야쓰!”
- 뭐라는 거야? 그나저나 운 한 번 좋다. 어떻게 국대가 됐다는 걸로 2만 포인트짜리 박스를 주냐? 아직 국대에서 보여준 것도 없는데.
“명예로운 일이잖아요.”
- 가서 뭘 보여줘야 명예롭지 않겠냐?
“보여줘야죠. 근데 일단 국가대표에 뽑힌 것만으로도 꿈만 같아요. 아~! 저 어떡하죠?”
- 뭘?
“홍민이 말로는 처음 국가대표로 뛸 때는 너무 떨려서 볼 터치도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 네가 퍽이나 떨겠다. 인마.
“예? 제가 얼마나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은데요.”
-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하고, 박스 안 깔 거야?
이찬수는 김상훈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꾸준히 지켜본 만큼, 김상훈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본 김상훈은 만약 국가대표보다 훨씬 더 명예롭고 떨리는 자리에 서더라도, 긴장을 하지 않을 남자였다.
전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굉상한 춤이나 추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박스 까야죠.”
김상훈은 말과 함께 곧바로 그린 박스를 오픈했다.
이미 블루 박스와 네이비 박스를 경험한 뒤였기 때문일까?
그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표정으로 그린 박스를 바라봤다.
마치 레드 박스를 바라볼 때의 표정 같았다.
- 별로 기대를 안 하는 거 같다?
“저도 양심이란 게 있으니까요. 솔직히 블루 박스랑 네이비 박스에서 너무 좋은 것들이 나왔잖아요? 더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 구라 좀 치지 마.
“예. 사실 너무 좋아하면 시스템이 좋은 거 안 줄까봐, 표정관리 중이었어요.”
그때, 대화를 나누던 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 어? 나온다.
“헙!”
그린 박스가 움직임을 멈췄고, 그곳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는 것.
때문에 두 남자는 그곳에서 나온 결과물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은.
[재능의 술]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섭취 시, 잠재력이 영구적으로 5만큼 상승됩니다.
그것은 소주병 크기의 술병이었다.
다만, 초록색 병은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보라색으로 만들어진 병이었다.
게다가 등급은 무려 조커(Joker).
그 효과는 더욱 대단했다.
잠재력을 5만큼 높여준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는 박수까지 쳐가며 이찬수를 바라봤다.
“미쳤는데요?”
- 뭐해? 빨리 안 마시고.
“마셔야죠. 근데 술 마셔도 괜찮겠죠?”
- 모르지. 그게 어떤 술인지도 모르니까.
“뭐 별 거 있겠어요? 그냥 이름만 술이겠지······.”
손쉽게 병의 뚜껑을 연 김상훈이 곧바로 술병의 주둥이에 입을 가져다댔다.
꿀꺽-!
첫 맛은 시원했다. 마치 갓 녹인 얼음을 마셨을 때의 느낌처럼 차갑고 청량했다.
그런데.
‘……크흡!’
목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뱃속도 불에 타는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술을 뿜어낼 뻔했지만, 김상훈은 간신히 참아냈다.
오히려 그는 멈추지 않고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목과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내며, 꾸역꾸역 술을 삼켜냈다.
꿀꺽-! 꿀꺽-!
‘뭐가 이렇게 뜨거워……!’
결국 모든 술을 비워낸 김상훈은 바닥에 주저앉아서 고통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고통이 사라졌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재능의 술(J)을 마셨습니다.]
[잠재력이 영구적으로 5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잠재력은 103입니다.]
푸우-!
시스템을 확인한 김상훈은 비척비척 침대 위로 걸어갔다.
푹신한 침대 위에 철푸덕- 몸을 눕힌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
국가대표가 됐지만, 김상훈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매일 훈련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생활.
그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곧,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2018년 5월 20일 일요일.
오늘 경기가 열리는 곳은 웸블리 스타디움이었다.
무려 9만 석의 좌석이 있는 거대한 경기장.
이렇게 커다란 경기장이 선택된 이유는 간단했다.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으니까.
FA컵은 잉글랜드 축구협회에 속한 모든 클럽들의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였다.
잉글랜드 내의 챔피언을 가리는 리그이다보니, 세계 모든 클럽의 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스 리그보다는 그 영향력이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잉글랜드 FA컵에서 우승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축구팬들은 FA컵 결승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늘 펼쳐지는 결승전은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였다.
강팀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첼시 FC와 최근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을 한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라는 것.
그것은 축구팬들이 오늘, 경기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FA컵 결승은 처음이지? 어때? 졸라 떨려?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잔디를 밟으니까 생각보다 안 떨리네요.”
- 떨리긴 떨린다는 거네?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떨리죠.”
- 그런 놈이 어깨춤을 추고 있어? FA컵 결승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크힠!”
이찬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김상훈을 쳐다봤다.
그런 이찬수를 보며 김상훈은 실실 웃었다.
- 사람들은 네가 술이라도 마신 줄 알거야.
“실제로 그런 댓글이 많이 달리긴 하더라고요. 김상훈 술 마시고 경기하는 거 아니냐고. 크힠! 너무 웃기지 않아요? 저처럼 정상인 사람한테 술 취한 것 같다뇨.”
- ……하나도 안 웃긴데? 너, 만취한 사람 같아.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시네.”
- 존나 억울하네.
두 남자가 친근한 대화를 나눌 때, 주심은 휘슬을 입에다 가져다댔다.
경기시작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윽고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런 관중들의 함성과 동시에 오늘 선발로 출전한 첼시의 올리비에 지루가 에당 아자르를 향해 공을 넘겼다.
공을 받은 아자르는 일말의 지체 없이 뒤에 위치한 파브레가스를 향해 패스했다.
그 즉시, 김상훈과 델레 알리, 해리 케인은 공을 뺏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이뤄진 강한 압박이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경기 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시한 것이기도 했다.
오늘 경기에서 첼시는 3-5-2전술을 들고 왔다.
즉,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전술이이었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강한 압박을 통해 첼시와의 중원싸움에 맞불을 놓으려 한 것이다.
가장 빠르게 파브레가스를 향해 접근한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이제는 팀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된 그는 엄청난 스피드로 파브레가스의 공을 뺏어내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속도를 내던 김상훈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젠장.’
파브레가스의 몸 주변에 붉은 화살표가 한참이나 뒤에 있는 쿠르투아를 향했기 때문이다.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예리한 볼 커팅 스킬로 인해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끊어내려 했지만, 몸을 돌려 뒤로 돌리는 공을 끊어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첼시가 토트넘과의 경기를 제대로 대비했다고 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경기 초반, 상대의 공을 끊어내는 것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김상훈을 경계한다는 의미였다.
파브레가스가 내준 공을 잡은 첼시의 골키퍼 쿠르투아가 왼쪽에 위치한 수비수 게리 케이힐을 향해 패스했다.
첼시의 빌드업 시작이었다.
투욱-!
공을 잡은 케이힐은 전방으로 향해 조금 전진했다. 곧바로 델레 알 리가 달려왔지만, 케이힐은 발 기술에 자신이 있는 선수였다.
그는 침착한 얼굴로 전방을 넓게 바라봤다.
원래라면 미드필더인 바카요코나 캉테에게 공을 줬겠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전방으로 쇄도하는 올리비에 지루가 보였다.
‘지루! 받아라.’
그 즉시, 케이힐의 발에서 공이 뻗어나갔다.
퍼엉-!
최전방에 위치한 올리비에 지루는 영리하게 토트넘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내며 공을 받기 좋은 위치를 잡았다.
동시에 그는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점프했다.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산체스가 뒤늦게 점프하며 경합했지만, 미리 자리를 잡은 올리비에 지루는 어렵지 않게 공을 따냈다.
투웅-!
지루의 머리에 맞은 공은 힘을 잃고 잔디 위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공을 잡아낸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지루와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나온 에당 아자르였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잡아낸 아자르는 폭발적인 속도로 토트넘의 수비진을 향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툭-! 툭-! 툭-!
공이 좀처럼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파고드는 아자르.
그를 막기 위해 베르통언과 트리피어가 협동 수비를 펼쳤다.
그러나 드리블에 자신이 있는 아자르는 두 명의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계속해서 전진했다.
툭-!
그때, 아자르가 공을 조금은 길게 밀었다.
슈팅을 때리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눈치가 빠른 얀 베르통언이 슈팅을 막기 위해 발을 뻗었다.
퍼억-!
하지만 너무나도 민첩한 아자르는 베르통언의 타이밍보다 빠르게 파고 들었고, 베르통언의 태클은 아자르의 다리에 걸렸다.
“으억!”
아자르는 잔디 위에 쓰러졌고,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20M가 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서의 프리킥 선언이었다.
게다가 베르통언은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경기 초반부터 위험한 위치에서의 프리킥 허용과 카드 한 장.
토트넘에게는 좋지 않은 출발이었다.
***
첼시에는 뛰어난 프리킥 능력을 지닌 선수가 많았다.
다비드 루이스, 올리비에 지루, 윌리안, 마르코스 알론소 등, 많은 선수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프리킥을 차기 위해 나선 선수는 다비드 루이스와 마르코스 알론소였다.
위협적인 무회전 슈팅을 할 수 있는 다비드 루이스와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지닌 마르코스 알론소가 공 앞에 섰다.
당연하게도 프리킥을 막아야 하는 토트넘의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지금 이 순간, 마른 침을 삼킨 위고 요리스는 두 선수를 번갈아 쳐다보며 집중했다.
경기가 시작된 지 5분도 되지 않은 초반이었다.
골을 먹힌다면 오늘 경기가 어려워 질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벌어져선 안됐다.
오늘은 다른 경기도 아닌, 결승전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막는다.”
낮게 읊조린 요리스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양팔을 펼쳤다.
그리고 그 순간,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프리킥을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그 순간 먼저 움직인 선수는 다비드 루이스였다.
먼 곳에 서 있던 다비드 루이스는 전속력으로 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강력한 무회전 슈팅을 때릴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덩달아 요리스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때, 다비드 루이스가 공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는 슈팅을 때리지 않았다.
휘익-!
달리던 속도 그대로 공을 지나쳐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두른 선수는 마르코스 알론소였다.
퍼엉-!
그의 왼발은 강하게 공을 때려냈고, 공은 스핀을 먹은 채로 빠르게 휘어져 들어갔다.
쉬이이익-!
요리스는 이를 악물고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떻게든 공을 막아내기 위해 손을 길게 뻗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건 못 막아…….’
마르코스 알론소의 킥이 너무 날카롭고 빨랐기 때문에,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첼시에게 골을 내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토트넘에게 운이 따랐던 것일까?
마르코스 알론소가 때려낸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토트넘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고, 첼시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한 선수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 공을 잡아냈다.
투욱-!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로 부드러운 볼 터치였다.
이윽고 그 선수는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마치 래퍼가 랩을 하듯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가 첫 번째로 뱉은 말은…….
“경이로운 탈 압박.”
최근 무려 8만 포인트짜리 네이비 박스에서 얻은 스킬의 이름이었다.
무려 레전드 등급의 스킬인 경이로운 탈 압박.
그것을 실전에서 처음 사용한 김상훈의 눈앞에는, 빠르게 스킬의 정보가 스쳐지나갔다.
[경이로운 탈 압박]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0분간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