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네이비 박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네이비 박스와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프리미어 리그 데뷔시즌에 우승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드리블을 2회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2회 넣었습니다. 보상을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68회 - 보상으로 68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2골 - 보상으로 2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44480p입니다.]
보상을 본 김상훈과 이찬수는 입을 쩌억-벌렸다.
- 헐…… 이렇게 많이 준다고?
“이건 제 생각보다 더 많은데요……?”
두 남자가 놀랐을 정도로 보상은 대단했다.
보유 포인트는 44480P으로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메인은 포인트가 아니었다.
- 네이비 박스? 상훈아 저게 얼마짜리지?
“……8만 포인트요.”
- 미쳤네.
“진짜 미쳤죠. 그동안 구매할 엄두도 나지 않았던 건데, 이렇게 얻게 되네요.”
- 그나저나 이런 페이스면 다음 시즌에는 득점왕도 노려볼 수 있겠다?
“그러게요. 아~ 솔직히 이번에도 골을 적게 넣은 건 아니었는데, 살라가 너무 잘했어요.”
- 살라가 제법 많이 넣긴 했더라.
김상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3월에 데뷔하여 5월까지, 2달 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24골을 기록하는 미친 활약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득점왕에 오르는 것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차이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 그가 올 시즌에 32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김상훈의 아쉬움은 길지 않았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활약이었고, 그에게는 다음 시즌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무려 8만 포인트라는 비싼 값의 네이비 박스까지 얻었으니까.
숙소에 도착한 김상훈은 경건한 마음으로 박스 선택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 네이비 박스 먼저 안 까려고?
“예, 마지막에 까려고요.”
- 그래서 4만 4천 포인트면 웬만한 거 다 살 수 있는데, 뭘 살 거야?
어떤 박스를 살 것이냐는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잠시 뜸을 들였다.
잠시 후, 생각을 마친 김상훈이 대답했다.
“당연히……!”
***
[블루박스를 구매하시겠습니까?]
무려 4만 포인트라는 비싼 몸값을 지닌 블루 박스.
녀석을 구매하겠냐는 시스템의 메시지에 김상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구매할게.”
- 이야~ 통 크네!
“4만 포인트가 한 번에 날아가 버리니 좀 허무하네요.”
김상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고급스러운 푸른빛을 띤 박스가 생성됐다.
블루 박스를 지켜보던 김상훈이 이내 주먹을 꽉 쥔 뒤, 시스템을 향해 중얼거렸다.
“블루 박스, 오픈할게.”
비록 8만 포인트라는 비싼 몸값을 지닌 네이비 박스를 얻었지만, 블루 박스 역시 김상훈에게는 엄청난 박스였다.
때문에 지금, 김상훈은 떨리는 마음으로 박스를 바라봤다.
쉬이이이익-!
블루 박스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조금씩 속도를 잃어가던 박스가 움직임을 멈췄다.
“제발 스킬 나와라!”
최근 능력치관련 아이템이 잘 나오지 않았기에, 김상훈이 바라는 것은 실전에 유용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박스가 사라지며 튀어나온 결과물은…….
붉은 색감을 뿜어내는 아이템이었다.
[능력 UP! 주사위]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주사위의 면에 원하는 능력을 적으세요.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면에 적힌 능력치가 7만큼 상승합니다.(능력을 중복해서 적을 수 없습니다.)
붉은 빛을 띠는 주사위를 바라본 김상훈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엄청난 녀석이 나와 버렸네요.”
- 능력치 상승 아이템이라니…….
“크힠!”
- 아오! 지금 네 능력치에서 7을 올려주는 건 너무 개사기 아니냐?
“레전드 등급이잖아요. 솔직히 레전드 등급치고는 좋지 않은 편인 거 같은데요?”
- 대신 네가 원하는 6개의 능력 중 하나를 올려주는 거잖아. 졸라 좋은 거지.
“그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이윽고 김상훈은 펜을 들고, 주사위에 원하는 능력을 적기 시작했다.
주사위의 모든 면에 원하는 능력을 모두 적자, 시스템이 반응했다.
[체력, 민첩, 드리블, 패스, 몸싸움, 개인기를 선택하셨습니다. 맞으면 확인버튼을 눌러주세요.]
시스템을 본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인 뒤, 확인버튼을 눌렀다.
마음 같아서는 패스 능력치보단 슈팅 능력치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현재 그의 슈팅 능력치는 92였고, 주사위는 능력치를 7만큼 올려준다.
하지만 김상훈의 잠재력은 98, 오늘의 위닝-마스터 리그는 잠재력보다 높은 능력치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슈팅 능력치는 주사위에 넣을 수가 없었다.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한 김상훈은 양손에 주사위를 들었다.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그리고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주사위를 던졌다.
휘익-! 데구르르르르-!
“제발! 잘 떠라!”
- 뭐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당연히 체력이죠!”
- 내가 볼 때는 다른 게 나올 거 같은데? 어? 어어?!
말을 하던 이찬수의 눈이 점점 커졌다.
바닥을 구르던 주사위가 천천히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밍 상, 체력이 적혀진 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덩덜아 김상훈 역시 반응했다.
“어어? 뜨, 뜨겠는데요?”
- 이런 젠장!
기어코 체력이 적혀진 면이 가장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전혀 힘이 남아있지 않아보이던 주사위가 한 번 더 움직였다.
데굴-!
“뭐야?! 거기서 왜 또 움직여?”
야속하게도 주사위는 그제야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다.
[주사위에서 나온 능력은 패스입니다.]
[패스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7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패스 능력치는 92입니다.]
무려 7이나 상승해서 85였던 패스 능력치가 92가 되었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장 바랐던 체력 능력치가 아닌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게다가 김상훈에게는 아직 박스 하나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 드디어 가냐?
“예. 갑니다.”
두 남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레전드 등급 아이템이 나올 만큼 엄청난 블루 박스를 깐 뒤였고, 지금은 그 블루 박스의 두 배 가격인 네이비 박스를 오픈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상훈은 네이비 박스를 처음 오픈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더욱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비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김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픈할게. 제발 좋은 거 떴으면 좋겠다.”
김상훈의 말과 동시에 시스템이 반응했다.
네이비 박스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쉬이이익-! 위이이잉-!
점점 회전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덩달아 김상훈의 긴장감도 커져갔다.
잠시 후, 네이비 박스가 회전을 멈췄다. 동시에 커다란 효과음이 터져 나왔다.
빠밤빰빰빰-!
귀를 울리는 효과음과 함께 박스가 완전히 모습을 감췄고, 그곳에서는 붉은 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우와……!”
- 워……!
두 남자가 입을 벌린 채, 네이비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을 바라봤다.
예상은 했지만, 더욱 대단한 것이 나와 버렸다.
네이비 박스에서 나온 것은.
[경이로운 탈 압박]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0분간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경기 중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스킬(Active Skill)이었다.
그것도 무려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었다.
그때, 말없이 감탄만 뱉어내던 김상훈이 이찬수에게 질문했다.
“이거 엄청 좋은 거겠죠?”
- 탈 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된다잖아. ‘대폭’. 당연히 좋겠지.
“하긴, 레전드 등급이니까 그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 일단 사용해보는 게 어때?
“잠시만요.”
자리에서 일어난 김상훈은 방금 얻은 레전드 등급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질문했다.
- 스킬 얻었는데 뭔가 느껴지는 건 없어? 공을 빼앗기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같은 거.
“아뇨. 그런 느낌은 없어요. 체감으로 느껴지는 건 전혀 없네요.”
- 경기를 뛰어봐야 알려나?
“그럴 거 같아요. 아~! 빨리 뛰고 싶네요.”
- 하여튼, 저 스킬이 진짜 효과가 좋다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겠네.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겠다는 이찬수의 말, 그 말에 김상훈이 킥킥대며 웃었다.
- 왜 그렇게 웃냐?
“너무 좋아서요.”
- 뭐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 ……변태냐?
“크힠킼!”
이찬수는 인상을 쓰며 김상훈의 얼굴을 쳐다봤다.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
레스터 시티와의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다음 날.
정확히는 2018년 5월 14일 월요일인 오늘, 김상훈은 스마트폰을 든 채로 계속해서 숙소 안을 빠르게 돌아다녔다.
- 정신없게 왜 자꾸 돌아다녀? 쉬는 날이면 좀 쉬지 그래?
“오늘 그 날이잖아요!”
이찬수의 핀잔에 김상훈이 소리를 빼액 질렀다.
지금 김상훈의 상태는 이상했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인마. 진정 좀 해.
“후우……! 진정이 안 돼요. 떨려서 미칠 것 같아요.”
- 거참…….
이찬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김상훈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이해가 잘됐다.
이찬수, 그 역시 국가대표가 되기 전, 명단이 발표되는 날에 김상훈 만큼이나 불안해하고, 긴장했었기 때문이다.
- 근데 너 핸드폰으로 뭐하냐? 아직 발표나려면 시간 좀 남았잖아?
“기사보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스마트폰으로 본인 관련된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 국가대표 명단, 곧 발표!」
「프로데뷔 2년차 축구선수, 김상훈을 월드컵에서 볼 수 있을까?」
「신태웅 감독은 평가전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김상훈을 뽑을 것인가.」
「손홍민, ‘김상훈은 최고의 선수, 그와 함께 뛴다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기사를 보는 김상훈의 표정이 수시로 변화했다.
전부 다 맞는 이야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하지만, 이제 겨우 한 시즌을 뛰었을 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시즌을 뛰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실제로 뛴 것은 불과 네 달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게다가 김상훈은 단 한 번도 국가대표 팀에서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 이제 겨우 프로 2년차인 신인이었다.
‘신태웅 감독의 입장에서도 불안한 마음이 있겠지.’
때문에 김상훈은 국가대표에 승선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했다.
이찬수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막상 발표 날이 다가오니 너무 신경이 쓰였다.
기사들을 쭉-훑어본 김상훈이 이번엔 댓글을 확인했다.
eiqhqun990 : 김상훈을 국대로! 만약 신태웅이 김상훈 안 뽑으면 진짜 미친 짓이다.
김상훈훈하다 : 안 뽑을 수도 있지. 지금 폼이 좋다고 해도 김상훈은 경험이 너무 적으니까.
soccerking : 위에 미쳤냐? 데뷔 시즌에 리그에서 24골이야. 그것도 네 달 만에 넣은 거다. 그리고 챔스나 fa컵에서 넣은 골까지 합치면 50골을 넘게 넣었어. 이런 미친 선수를 안 뽑는다고?
mmwoh1231 : 김상훈이 골을 많이 넣은 건 알았지만….. 그렇게 많이 넣었다고…?ㄷㄷㄷ
oook1991 : ㅇㅇ김상훈 리그 다 합치면 50골 넘게 넣었음. 정확하게 몇 골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미친놈처럼 넣었음. 안 뽑으면 신태웅이 미친 거임.
댓글을 읽는 김상훈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 ……하여간 이상한 놈이라니까.
기사와 댓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한 김상훈은 그제야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아……! 시간이 안 간다.”
- 있는 주접은 다 떨어대는 구만? 왜 그러는 건데?
“시간이 안 가요. 빨리 발표했으면 좋겠는데…….”
- 얼마 안 남았네. 조금만 참아.
“……예. 그래야죠.”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
명단발표를 기다리는 것은 김상훈에게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잠시 후, 긴 기다림이 끝이 났다.
명단발표 시간이 됐다는 것을 확인한 김상훈이 빠르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때,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지이이잉-!
“으악!”
- 아오! 쉬바, 깜짝이야! 또 왜 그러는데?!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놀랐어요.”
- 어으! 진짜……! 그래서 누군데?
“서연 씨네요.”
- 아 에이전트구나. 안 받아?
“받아야죠. 아 근데 왜 이 타이밍에 전화를 하셨지?”
김상훈은 의문을 가진 채, 에이전트 이서연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때, 스마트폰 스피커를 통해서 이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훈 선수, 축하드려요! 국가대표 되셨어요!”
“자, 잠시만요!”
그 말에 김상훈은 전화를 끊은 뒤,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따로 검색을 할 필요는 없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1위가 ‘김상훈’이었으니까.
스스로의 이름을 클릭해서 들어가자, 수많은 기사가 보였다.
그 중에서 김상훈의 눈을 사로잡는 기사는 오직 하나였다.
「김상훈, 국가대표 발탁! 신태웅 호에 승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