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98화 (98/200)

98화 리그 마지막 경기, 그리고 퀘스트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후반 50분, 뉴캐슬의 거친 압박을 이겨내며 골까지 터트린 김상훈 때문이었다.

- 이야~! 기어이 한 골을 넣는구나.

“제가 누구 제자입니까.”

- 그 말이 왜 나와? 방금 스킬 빨이잖아.

“에이~ 그래도 이찬수 선수의 가르침이 없었으면 스킬을 써도 골을 넣지 못했을 거예요.”

- 마인드가 제법 사람다워 진 것 같구만? 처음 봤을 때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저는 원래 사람이었어요. 이찬수 선수는 귀신이고요.”

- 싸가지는 점점 없어지는 것 같고.

“이찬수 선수한테 배워서 그런가 봐요.”

- 이 새끼가!

“죄송합니다!”

이찬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김상훈은 계속해서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뻐엉-!

조금 처진 위치에서 공을 잡은 김상훈은 앞에 있는 해리 케인을 향해 전진패스를 뿌렸다.

상대 선수들이 공을 끊어내려 했지만, 워낙 빠르고 예측하기 힘든 타이밍에 나온 패스였기에, 그들은 김상훈의 패스를 끊어내는 것에 실패했다.

그 순간, 이찬수가 소리쳤다.

- 어우! 너는, 깡이 좋은 건지 무감각한 건지 모르겠다.

“왜요?”

- 왜 전진패스만 고집하냐? 안정적으로 뒤로도 좀 돌리고 그러지. 보는 내가 간 떨어지겠다.

“이상하게 뒤로 패스를 하기가 싫더라고요.”

- 그래, 그게 네 성향인 거 같다.

“바꿔야 되는 거예요?”

- 아니! 오히려 현대 축구에서는 전진패스를 즐기는 선수들을 좋아해. 물론 패스 정확도가 높아야겠지만.

“그럼 문제없겠네요.”

김상훈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실제로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L) 스킬을 가진 그는 90%가 넘는 패스 성공률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 전진패스를 즐겨하고, 과감한 로빙 패스 또한 자주 시도하는 것치고는 굉장히 높은 패스 성공률이었다.

잠시 후, 김상훈은 또 다시 질 좋은 패스를 뿌렸다.

퍼엉-!

2명의 선수들을 끌고 다니던 그는 수비라인을 파고드는 해리 케인을 향한 로빙 패스였다.

짧게 찍어 찬 공은 정확하게 수비수의 키를 넘긴 뒤, 골키퍼 앞에 툭- 떨어졌다.

택배와도 같은 정확한 패스를 받은 해리 케인이 할 것은 간단했다.

골대를 향해 공을 차 넣는 것.

그리고 그것은 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해리 케인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는 반박자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때렸다.

뻐엉-!

***

신태웅 감독, 그는 대한민국 성인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그는 지금, 한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음…… 너무 많은 견제를 받는데?”

티비를 보던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지켜보는 선수가 상대팀인 뉴캐슬 선수들에게 강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상대팀 선수들은 반칙까지 서슴없이 해가며 집중견제를 했다.

때문에 신태웅 감독은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김상훈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인데…….”

신태웅 감독, 그가 보고 있는 선수는 바로 토트넘 홋스퍼의 김상훈이었다.

그는 월드컵에 데려갈 멤버를 구상했을 때, 김상훈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은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선수였으니까.

게다가 그는 그런 토트넘의 에이스였으니까.

“뽑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지.”

아마 전 국민들에게 욕을 먹고 협회에서 짤리지 않을까?

실없는 생각을 하던 신태웅 감독은 다시금 TV에 집중했다.

잠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크게 소리쳤다.

“이야~! 저기서 저렇게 넣는다고? 미친 거 아니야?!”

주먹을 꽉 쥔 신태웅 감독은 떨리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지금 미치도록 흥분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 그것도 현재 가장 강한 팀에서 에이스를 맡고 있는 선수를 이끌 생각에, 전율이 흘렀다.

이윽고 그는 숨을 크게 내쉬며 작게 중얼거렸다.

“……김상훈, 우리 빨리 보자.”

***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는 2대 1로 마무리되었다.

후반 60분에 교체된 김상훈의 활약으로 인한 승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상훈은 당연하게도 팀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숙소 안에서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현재 보유 포인트는 8610입니다.]

포인트를 확인한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물었다.

- 박스 살 거야?

그런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 왜?

“모아두었다가. 리그 우승하게 되면 한번에 사려고요.”

- 그렇구만. 그럼 저기 저 퀘스트는?

“예? 퀘스트요?”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좀 더 집중해서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는 퀘스트가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퀘스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다음 경기에서 70m 거리에서 골을 넣으세요.]

그 즉시 김상훈은 이찬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찬수 선수.”

- 왜 인마.

“이게 가능한 거예요?”

- 불가능할 건 없지. 너 종종 먼 거리에서 골 넣잖아.

“그래도 70m면 너무 먼데…….”

- 왜 또 엄살이야? 너 중앙선 라인에서도 넣은 적 있잖아.

“아~! 70m면 중앙선에서 때리는 거보다도 더 멀잖아요.”

-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뭐 해주실 건 없고요. 그냥 넣기를 바라주시면 안 될까요?”

퀘스트 성공을 응원해달라는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대답했다.

- 뭐라는 겨? 주접 떨지 말고 훈련이나 하러가자.

2018년 5월 13일 일요일.

오늘은 전 세계 축구팬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날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리그 1위인 토트넘 홋스퍼는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 위에 올라섰다.

토트넘으로서는 오늘 경기가 아주 중요했다.

리그 2위인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차이가 아주 적은 상황이었기에, 이번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우승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때문에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내세웠다.

해리 케인, 손홍민, 에릭센, 김상훈, 시소코, 완야마, 워커 피터스, 알더웨이럴트, 베르통언, 로즈, 요리스를 선발로 앞세운 토트넘과.

바디, 그레이, 이헤아나초, 마레즈, 이보라, 아드리엔 실바, 푸흐스, 맥과이어, 모건, 심슨, 야쿠포비치를 선발로 앞세운 레스터 시티.

양 팀의 경기가 지금 시작됐다.

선공은 토트넘이었다.

해리 케인의 공을 받은 에릭센이 뒤에 위치한 시소코에게 공을 넘겼다.

시소코는 다시 근처에 있던 완야마에게 짧은 패스를 보냈다.

그 순간, 레스터 시티 선수들은 토트넘 선수들을 향해 강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에릭센과 김상훈이라는 플레이메이커가 있는 토트넘을 상대하려면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달려오는 레스터 시티의 제이미 바디를 본 완야마가 다급하게 후방에 위치한 베르통언에게 패스했다.

그때였다.

공을 잡은 베르통언은 짧게 공을 돌리는 것이 아닌, 전방 사이드를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뻐엉-!

베르통언의 킥은 빠르고 정확하게 레스터 시티의 왼쪽 사이드까지 치고 나갔고, 그 공간을 향해 달리는 선수가 있었다.

전략질주를 하며 달리는 그 선수는 입으로 끊임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가속, 미친 드리블, 이찬수의 도발 전부 다 사용할게.”

그 순간, 김상훈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갑자기 스피드가 늘어난 그를 레스터 시티의 풀백 심슨은 따라잡는 것에 실패했다.

투다다다-!

마치 한 마리 말처럼 뛰어든 김상훈은 다리를 쭉 뻗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동작은 마치 백조와도 같은 우아함이 느껴졌다. 쭉- 뻗은 김상훈의 발에 공이 부드럽게 붙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 부드럽고 우아한 터치였다.

공을 잡아낸 김상훈은 곧바로 치고 들어갔다.

아직 해리 케인과 손홍민이 페널티 에어리언 안쪽으로 진입하지 못한 것을 봤기에, 시도한 돌파였다.

김상훈이 공을 몰고 빠르게 진입하자, 레스터 시티 수비진은 비상이었다.

“막아! 절대로 뚫리면 안 돼!”

레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모건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김상훈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금 겁을 먹은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김상훈은 리그 최고의 드리블러로 인정받고 있었고,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에 근접한 선수라는 말을 듣는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모건은 어떻게든 김상훈을 막아낼 생각이었다.

그의 팀에도 마레즈라는 뛰어난 드리블러가 있었고, 모건은 많은 훈련으로 인해 드리블러들을 막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다만, 드리블로만 봤을 때는 김상훈은 다른 급의 선수였다.

쉬익-! 휙!

모건의 앞에 선 김상훈은 어깨와 골반,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페인팅을 넣었다.

이윽고 그는 왼발 뒤꿈치로 공을 살짝 찍은 뒤, 공중에 살짝 뜬 공을 오른쪽 뒤꿈치로 차올렸다.

그러자, 공은 김상훈과 모건의 키를 살짝 넘기며 앞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이미, 김상훈이 모건을 지나친 뒤였다.

쉬익-!

사포와 비슷한 기술이지만, 그 누구도 쓰지 않는 이름 모를 기술로 모건을 제친 김상훈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을 향해 곧바로 발을 가져다댔다.

“정확한 슈팅.”

퍼엉-!

김상훈이 골대 앞에서 때려낸 슈팅은 캐논 슈터(G)스킬까지 적용된 상태였다.

때문에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엄청난 속도로 골대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김상훈의 슈팅에 레스터 시티의 골키퍼 야쿠포비치는 반응하지 못했다.

철렁-!

전반 2분 만에 터진 김상훈의 골이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 있는 토트넘 팬들은 김상훈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토트넘 동료들 역시 김상훈의 골을 축하하며 기뻐했다.

반면, 경기 초반부터 멋진 골을 넣은 김상훈의 표정은 어두웠다.

-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이야?

“아…… 망했어요.”

- 망하긴 뭘 망해? 골 넣었잖아.

“캐논 슈터를 이미 써버렸잖아요.”

- 그게 어때서? 아! 퀘스트?!

“……예. 캐논 슈터 스킬 없이 70M 골을 넣어야 되는 상황이에요.”

- 그럼 그냥 패스를 하지 그랬냐.

“빈 골대가 보이는데 어떻게 슈팅을 안 때려요.”

- 그러니까, 잘해놓고 왜 후회를 하고 난리야. 그래서 퀘스트는 포기하려고?

“아뇨. 포기 못하죠.”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은 침착함을 되찾고, 동료들을 도와 레스터 시티를 압박했다.

레스터 시티는 많이 전진하기보단, 진영 내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는 플레이를 했다.

천천히 공을 돌리다가 단숨에 제이미 바디를 노리는 롱패스를 찌르는 전술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토트넘은 그런 레스터 시티의 전술에 대비한 상태였다.

토트넘 선수들은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려는 레스터 시티를 방해했다.

필요하면 반칙도 했다.

퍼억-!

김상훈이 아드리엔 실바에게 강하게 차징을 했다.

몸싸움과 피지컬이 좋아진 김상훈의 차징에 피지컬이 좋지 않은 아드리엔 실바는 단숨에 나가떨어졌다.

“크윽!”

삐이익-!

주심이 김상훈의 반칙을 선언했다.

김상훈은 아드리엔 실바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줬다.

반칙이 선언된 위치는 중앙라인에서 멀지 않은 곳, 즉 직접 슈팅을 때리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때문에 공 앞에 선 그레이는 전방을 향해 길게 공을 찼다.

토트넘의 수비진형에 위치한 제이미 바디의 머리를 노린 킥이었다.

다만 토트넘의 알더웨이럴트는 제이미 바디를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퍼엉-!

알더웨이럴트의 머리에 맞은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공의 근처에 위치한 선수는 레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마레즈였다.

마레즈는 빠르게 공을 잡았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곧바로 슈팅한다.’

각이 충분히 열려있었고, 그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감아찰 수 있는 거리였다.

때문에 그는 곧바로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그때였다.

슈팅을 때리는 마레즈의 귓전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스쳤다.

“완벽한 태클!”

그 즉시, 마레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퍼억-!

바닥에 쓰러진 마레즈는 억울한 눈으로 주심을 바라봤다.

하지만, 주심은 정당한 태클로 인정했고 마레즈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스킬을 사용해서 마레즈의 공을 뺏은 김상훈은 전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나와 있네?’

레스터 시티의 골키퍼, 야쿠포비치가 다소 앞으로 나와 있다는 것을.

그의 뒤에 보이는 텅텅 빈 골대를.

그것을 본 김상훈의 행동은 빨랐다.

“정확한 슈팅.”

캐논 슈터 스킬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골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는 70M가 넘는 거리에서 공을 강하게 걷어찼다.

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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