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97화 (97/200)

97화 관종의 선택

토트넘과 웨스트 브롬위치의 경기가 시작된 지금,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상대 선수들을 향해 달리는 김상훈 때문이었다.

“뭐, 뭐야?! 왜 저렇게 빨라?”

“킴이 원래 저렇게 빨랐었나?”

“아니 절대 아니야! 가끔 엄청난 가속도를 보여주긴 했지만, 지금처럼 빠르지는 않았어!”

“저 정도면 오바메양 급 아니야?”

“오바메양 보다 더 빠른 거 같은데? 근데 뭘 하려고 저러지?”

“슬라이딩! 공을 끊어내려 하고 있어!”

이윽고 웨스트 브롬위치의 공을 끊어낸 김상훈은 곧바로 슈팅까지 연결했다.

50m가 넘는 거리에서 과감히 중거리 슛을 때릴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김상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슈팅을 때렸다.

당연하게도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저기서 슈팅을 때려? 도대체 뭐야?”

“킴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거리야.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슈터잖아!”

“프리미어 리그 최고라니? 세계 최고의 슈터지!”

말도 안 되는 거리에서 때린 슈팅이지만, 관중들은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도 아닌, 김상훈의 슈팅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가 때려낸 슈팅은 엄청난 속도로 웨스트 브롬위치의 골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거리는 멀었지만, 공이 골대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만큼 슈팅의 속도가 빨랐다.

쐐에에엑-!

날아오는 공을 본 웨스트 브롬위치의 골키퍼 포스터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젠장.”

그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먼 거리에서 때린 슈팅이라고 해도, 저렇게 빠르고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은 막기 힘들다는 것을.

만약 저 공이 골대 구석을 찔러 들어온다면, 골이 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웨스트 브롬위치의 수문장인 그는 빠르게 날아오는 슈팅을 막아내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다만, 결과는 처참했다.

포스터는 공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은 간신히 공에 스칠 뿐이었다.

철렁-!

전반 1분 만에 터진 김상훈의 장거리 슈팅 골이 터진 직후, 포체티노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오늘 김상훈의 컨디션으로 보아, 편하게 경기를 지켜봐도 되겠다고.

김상훈이 있는 한, 오늘 경기는 절대로 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마친 포체티노 감독은 편안한 표정으로 지정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김상훈, 해리 케인, 델레 알리는 웨스트 브롬위치의 수비진을 초토화시켰다.

말 그대로 초토화였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그는 웨스트 브롬위치 수비진을 철저하게 괴롭혔다.

“정확한 슈팅.”

마구잡이로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을 웨스트 브롬위치 선수들은 막아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 김상훈을 상대하는 선수들은 오른발 슈팅을 막는 수비를 펼친다.

오른쪽 각을 잡으면서 슈팅 각을 내주지 않는 수비였다.

그런데, 오늘의 김상훈은 오른쪽 각을 먹힌 상황에서도 슈팅을 때렸다.

그 순간, 이찬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와…… 진짜 어이가 없다. 그냥 이건 오른발이랑 차이가 없는 수준이잖아?

이찬수가 당황한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김상훈이 그린 박스에서 얻은 스킬, 그것의 효과가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양발 잡이]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짧고 간단한 효과였지만, 히어로 등급답게 굉장히 유용한 스킬이었다.

사실, 오른발잡이인 김상훈에게 왼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굉장한 이점이었다.

양발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을 때, 이점이 생기는 것은 슈팅뿐만이 아니었다.

드리블과 패스를 할 때도 큰 이점이 생기는 것이었다.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은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고, 위협적인 슈팅과 패스를 뿌려댔다.

김상훈이 이끄는 토트넘은 웨스트 브롬위치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후반전에 역습을 허용해, 1골을 먹히기는 했지만 토트넘은 4대 1이라는 스코어로 웨스트 브롬위치에게 승리했다.

웨스트 브롬위치에게 승리하며 승점을 따낸 토트넘은 5일 뒤인 2018년 5월 10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치루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경기장에 입장한 토트넘 팬들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최근 토트넘의 분위기는 역사상 가장 좋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리그 1위에, 최근 무서운 경기력으로 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바로 토트넘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토트넘의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였다.

- 분위기가 굉장히 좋네.

“예. 진짜 너무 좋은 상태에요.”

- 5일간 쉬면서 애들 체력도 많이 올라왔을 거고?

“예. 다들 백프로는 아니지만,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 근데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지금 다들 되게 들떠있는 거 같은데, 마지막 두 경기 져버리면 우승도 날아가 버릴 수 있어. 알지?

“예. 알죠.”

- 그리고 너도 지금 너무 들떠있어.

“예? 제가요?”

- 그래, 내가 볼 때는 국가대표가 될 거라는 생각에 잔뜩 신난 거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기는 해요.”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에이전트로부터 국가대표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뒤로부터, 김상훈은 계속해서 들떠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매일 밤,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김상훈을 이찬수가 불렀다.

- 상훈아.

“예?”

- 네 눈에는 내가 졸라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다.

“에이~ 제가 언제 꼰대처럼 봤다고…….”

- 하여튼! 나는 국가대표에 소집되기 전, 부상을 당하는 선수를 많이 봤어. 너 역시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몸 관리 잘하라고.

이찬수의 걱정 어린 조언에 김상훈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는 이찬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조심할게요.”

5일 동안 경기가 없었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팀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상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발 잡이 스킬을 얻고 기량이 많이 좋아진 그는 팀 훈련 때마다 왼발을 갈고 닦는 것에 신경을 쏟았다.

때문에 아직 100% 왼발을 다루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제법 왼발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은 오늘 펼쳐진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홍민아! 뒤에 압박온다!”

“예!”

툭-! 투욱-!

김상훈은 동료들과의 빠른 패스로 뉴캐슬을 흔들며 빌드업을 쌓아나갔다.

상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오늘 경기에서 토트넘을 꺾기 위해, 게일, 케네디, 페레즈, 리치, 셸비, 디아메, 더밋, 르준, 라셀레스, 예들린, 두브라브카를 선발로 앞세운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문제는 포체티노 감독이 그런 뉴캐슬의 전술을 꿰뚫었다는 것이다.

뉴캐슬의 전술을 예상한 포체티노 감독은 그들과 같은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중원싸움에서 이기려는 전술을 들고 나온 뉴캐슬을 상대로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온 토트넘.

그 결과, 중원싸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팀은 토트넘이었다.

하지만 뉴캐슬은 오늘, 이기고자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나온 상태였다.

뉴캐슬 선수들은 개인 기량에서 밀리고, 점점 중원싸움마저 밀리는 것이 느껴지자마자 강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반칙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그러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퍼억-!

“으악!”

바닥을 구르는 김상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종아리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이었다.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선수에게 강하게 걷어차이며 생긴 고통이었다.

뉴캐슬의 압박은 계속하서 강하게 이뤄졌다.

특히 그들은 김상훈을 집중마크하며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게 방해했다.

퍽!

“아오! 진짜……!”

다시 한 번 바닥을 뒹군 김상훈이 짜증을 냈다.

- 괜찮냐?

“……아뇨. 쟤들 너무 거칠어요.”

-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더 줄여. 그냥 웬만하면 다 원터치 패스로 해결한다고 생각해. 쟤들 보니까 오늘 작정하고 너를 담그려고 하는 거 같은데, 이럴 땐 영리하게 플레이해야 돼.

“휴우……! 알겠습니다.”

양발을 모두 잘 쓰게 된 김상훈은, 공을 잡기만 하면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선수였다.

때문에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계속된 반칙으로 김상훈을 막아냈다.

김상훈은 공을 소유하지 않고, 원터치로 패스를 넘기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그것 역시 정답은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으니까.

그가 공을 잡기 전, 뉴캐슬 선수들은 그때부터 압박을 넣기 시작했으니까.

김상훈이 공을 잡는 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니까.

삐이익-!

결국, 전반 39분이라는 시간에 뉴캐슬은 무려 3명의 선수가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대신 뉴캐슬은 전반전 내내,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토트넘을 잘 막아냈다.

잠시 후, 후반전이 시작됐다.

요리스가 강한 골킥을 하기 위해 공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때, 오늘 경기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김상훈을 포체티노 감독이 불렀다.

“킴!”

“감독님?”

“나는 오늘 자네를 후반 60분 쯤, 교체할 생각이야.”

갑작스러운 말에 김상훈은 놀란 눈으로 포체티노 감독을 바라봤다.

“예?”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 뉴캐슬의 플레이가 너무 거칠어. 게다가 저들은 자네에게 유독 거칠게 하고 있지.”

“예. 반칙을 너무 심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자네를 쉬게 해줄 생각이야. 오늘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핵심 선수를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게.”

“서운한 거 없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볼게요.”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돌아선 김상훈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풀타임으로 뛰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는 다시금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역시 포체티노 감독이 현명하네.

“저를 되게 아껴주시는 거 같지 않아요?”

- 상훈아, 네가 감독이면 매 경기 골 넣는 선수를 안 아끼겠냐?

“그런 거 말고 뭔가 인간적인 느낌이 있어요. 감독님한테는.”

- 나는 귀신이라 비인간적이고?

“예? 갑자기요?”

-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은데?

“그냥 저를 갈구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 같은데요?”

- 날 뭘로 보는 거냐?

“귀신이요.”

- 이런 미친놈이!

“크힠! 장난이에요. 장난!”

- 와! 이제 그냥 스승을 놀려버리네?

“요즘 시대가 그렇잖아요. 스승과 제자가 친구처럼 지내는 시대.”

- 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크힠킄!”

- 구라였네! 구라네 이 새끼!

이찬수와 짧게 장난을 친 김상훈은 이윽고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생각했다.

무리를 하지 않고, 적당히 동료들과의 연계에만 신경 쓰는 플레이를 할 것인가.

아니면 교체되기 전까지 골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보여줄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김상훈이라는 남자의 성향은 심각한 관심종자.

그는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환호성을 듣고 싶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지금 이 순간, 마치 랩을 하듯 여러 가지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2만큼 회복됩니다.]

[미친 드리블(G)을 사용하셨습니다.]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5분)]

[강철 체력(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제한시간 10분)]

시스템 메시지와 동시에 김상훈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졌고, 더욱 날카로워졌다.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은 2명의 뉴캐슬 선수들의 압박을 버텨냈다.

김상훈이 2명의 압박을 버텨내자, 다른 토트넘 동료들이 압박에서부터 한층 자유로워졌다.

투욱-!

두 명을 상대로 버텨낸 김상훈은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공을 받은 에릭센은 해리 케인을 향해 패스했다.

그때, 김상훈이 빠른 속도로 오른쪽 사이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킴!’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라셀레스를 등진 채, 패스를 줄 공간을 찾던 케인은 사이드로 달리는 김상훈을 향해 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리고 사이드에서 공을 받은 김상훈은 빠른 속도로 뉴캐슬의 풀백 더밋을 제쳐냈다.

더불어 그는 지금 이 순간, 마치 리오넬 메시처럼, 에당 아자르처럼 공을 짧게 치며 드리블을 하기 시작했다.

간결하면서 빠른 드리블이었다.

그를 향해 뉴캐슬의 플로레스 르준이 달려들었다. 김상훈은 상체 페인팅 이후 빠른 방향전환으로 그를 쉽게 제쳐냈다.

르준이 제쳐지자, 슈팅을 할 수 있는 각도가 생겼다.

더군다나 뉴캐슬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는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패스를 할 수 있는 위치에 2명의 동료가 있었고, 슈팅 각이 열린 상황.

이런 상황에서 김상훈의 선택은 간단했다.

“정확한 슈팅.”

직접 슈팅을 때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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