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96화 (96/200)

96화 국가대표?!

바이에른 뮌헨과의 2차전이 펼쳐진 다음 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으로부터 하루 휴가를 받은 김상훈은 그동안 못 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김상훈이 기지개를 펴며 소리쳤다.

“아~ 한국 가고 싶다!”

- 갑자기?

“한국 안 간지 좀 됐잖아요.”

- 그래봐야 얼마나 됐다고. 1년도 안 됐잖아.

“으…… 영국에만 있으니까 너무 심심해요.”

- 곧 시즌 끝나잖아. 그때 가면 되지.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있습니다. 아! SNS로 소통이라도 해야겠다.”

- 뭔 소통? 너 지금 뭐하냐?

“SNS로 방송하려고 하는데요?”

- 그걸 왜 하는데?

“제가 지금 한국에 안 간지 오래됐고, 심심하니까 한국 팬들이랑 소통을 하면 좀 괜찮아질 거 같아서요.”

- 그래, 근데 이미지 관리는 잘해야 돼. 괜히 악플러랑 싸우거나 그러면 네 손해다.

“알죠.”

말을 마친 김상훈은 스마트폰으로 SNS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방송을 켜고, 셀카 모드로 얼굴을 찍었다.

잠시 후, 김상훈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100명, 200명…….

이윽고 시청자 수는 1000명을 돌파했다.

방송을 켠지 3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김상훈입니다.”

김상훈은 최대한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러자 곧바로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ohhiw11 : 헐? 리얼 김상훈임?

sjsoooq : 김상훈 맞아요? 사칭 아님?

…….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김상훈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2018년인 지금, 한국에서 김상훈의 인기는 굉장히 높았으니까.

손홍민과 더불어 가장 인기 많은 축구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상훈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갑자기 SNS로 방송을 하니, 믿기가 힘든 것이었다.

다만, 김상훈은 스스로의 인기를 100% 체감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었다.

영국에 살고 있는 그는 기사나 댓글을 확인하며, 제법 인기가 높아졌을 거라고 예상을 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김상훈 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반응에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김상훈이 누구던가.

인터넷 방송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던 그는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사칭 아닙니다. 저 김상훈 맞아요.”

오랜만에 하는 방송은 즐거웠다.

팬들의 질문에 적당히 답을 하며, 시간을 보낸 김상훈은 이윽고 방송을 종료하고자 했다.

방송을 시작한지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애초에 길게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미련은 없었다.

“그럼 다음에 시간나면 또 한 번 방송 할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김상훈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응?’

그대로 방송 종료버튼을 누르려던 그는, 움직임을 멈췄다.

시청자들의 채팅 때문이었다.

sjwjinnn1 : 김상훈 선수! 이번에 월드컵 나오시나요?

a12nnqoi : 월드컵에 꼭 나와주실 거죠?

sqDN23 : 김상훈 선수 안 나오면 진짜 월드컵 안 볼 거예요.

월드컵에 관련된 채팅을 본 김상훈은 표정관리에 신경 쓰며 말을 돌렸다.

“저를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방송이 종료된 뒤, 김상훈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물었다.

- 갑자기 왜 감성적인 척을 하고 그러냐?

“제가 언제 감성적인 척을 했다고 그러세요.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 그럼 훈련이나 하러 가자.

“……오늘 쉬는 날이잖아요.”

유난히 힘이 없어 보이는 김상훈의 모습에 이찬수가 짜증스럽게 질문했다.

- 너 진짜 왜 그러냐? 뭐 잘못 먹었어?

“……이찬수 선수.”

- 왜?

“국가대표가 되면 기분이 어때요?”

- 갑자기?

“방송할 때, 팬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번 월드컵에서 꼭 보고 싶다고.”

- 그거 때문에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구만?

“아니! 제가 언제 불쌍한 척을 했다고 그러세요?”

- 졸라 불쌍해보였는데? 근데, 너는 왜 그런 쓸데없는 걸 걱정하냐?

“쓸데없다뇨? 국가대표가 되는 게 쓸데없는 거예요?”

- 아니, 그거 말고. 너는 지금 국가대표가 안 될까봐 걱정하는 거잖아.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침묵했다.

정확히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 그 걱정이 쓸데없다는 거야.

“……왜요?”

- 너 지금 프리미어리그에 와서 몇 골 넣었냐?

“……모르겠는데요? 딱히 세고 있지 않아서요.”

- 하여튼 졸라 많이 넣었잖아?

“많이 넣긴 했죠.”

- 어시스트도 꽤나 기록했고?

“예.”

- 영국으로 오기 전에 K리그에서는 시즌 기록이 어땠지?

“골이랑 어시스트요?”

- 그래. 그건 기억하지?

“예. 대충은요. 아마 59골 19어시스트일 거예요.”

- 너도 그 기록이 얼마나 미친 건지 알지?

“알죠.”

- 그럼 간단하게 생각해봐. 네가 만약에 감독이면, 너를 안 뽑겠냐?

“당연히 뽑겠죠. 근데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은 게 없잖아요.”

- 때가 되면 오겠지 인마. 무슨 그런 걸로 시무룩해있어?

“저는 아직 국가대표로 뽑힌 적이 없잖아요. 저한테는 꿈만 같은 일이라고요.”

- ……그렇기도 하겠네. 근데 일단 기다려봐. 시기상 곧 연락이 올 거니까.

그때, 김상훈의 귀에 진동소리가 들렸다.

지이잉-! 지이이잉-!

“응? 이서연 씨?”

전화를 건 사람은 그의 에이전트인 이서연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본 김상훈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서연 씨, 안녕하세요.”

“상훈 선수, 잘 쉬고 계셨어요?”

“예. 푹 쉬고 있었죠. 근데 무슨 일이시죠?”

“좋은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떠오르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뭔데요?”

“신태웅 감독님 아시죠?”

“예. 알죠. 지금 국가대표를 맡고 계신 분이잖아요. 근데 그분이 왜요?”

“신태웅 감독님한테 오늘 연락이 왔었거든요.”

“예?!”

놀란 김상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반응이 재밌었는지, 이서연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놀라실 줄 알았어요.”

“내용은요? 예? 통화 내용은 어떤 거였어요?”

“당연히 국가대표에 관련된 얘기죠.”

“우와악!”

김상훈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그때, 보다 못한 이찬수가 한마디를 던졌다.

- 적당히 해 인마. 귀 아프다.

그제야 김상훈은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스린 그는 이서연의 말에 집중했다.

“신태웅 감독님은 상훈 선수의 바쁜 스케줄을 걱정했어요. 팀이 지금 챔피언스 리그와 FA컵 결승에 오른 상황이고, 그런 이유로 상훈 선수가 팀 훈련에 참여하기 힘든 점을 걱정하셨죠.”

이서연의 말 그대로였다.

현재, 김상훈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는 챔피언스 리그와 잉글랜드FA컵 결승에 오른 상태였다.

때문에 김상훈은 5월 21일에 있을 국가대표 소집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근데 소집에 좀 늦어도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는 상관이 없겠죠?”

“그렇죠. 신태웅 감독님은 상훈 선수를 뽑고 싶다고 했어요. 물론, 선택은 상훈 선수가 하셔야 하는 거예요.”

“제가 국가대표가 된다는 게 확정이 난 것은 아니죠?”

“네. 아직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상훈 선수의 의견을 알기 위해서 전화 드린 거예요.”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가?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것인가?

생각은 길지 않았다.

김상훈은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이서연에게 말했다.

“저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

그런 김상훈의 말에 이서연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협회 쪽에 그렇게 전달할게요.”

***

토트넘 홋스퍼는 2017-2018 프리미어 리그 시즌에서 단 3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현재 리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토트넘에게 남은 3경기는 정말 중요했다.

안정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3경기 모두 승리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오늘 열리는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기용했다.

상대인 웨스트 브롬위치 역시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토트넘보다 더 절박한 팀이 웨스트 브롬위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웨스트 브롬위치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순위인 20위였으니까.

즉,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지 않으면 2부 리그로 강등을 당하는 상황이었으니까.

2018년 5월 5일 토요일.

그 누구보다도 승리가 절박한, 리그 1위 팀과 리그 20위 팀의 경기가 시작됐다.

삐익-! 삑!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그 역시 긴장을 하고 있었다.

비록 상대 팀이 리그에서 가장 약한 전력을 가진 팀이라고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공은 둥글고,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구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잡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늘은 상대팀인 웨스트 브롬위치의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였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조금도 안심하지 못한 채,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지, 1분 만에 포체티노 감독은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

김상훈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실실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그렇게 좋냐?

“당연히 좋죠. 아~! 내가 국가대표라니!”

- 아직 확정 안 났거든? 상훈아, 명단이 발표돼야 국가대표가 되는 거야.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요.”

- 아니 그건 그런데 안 될 수도 있다니까?

“그럼 되게 만들어야 하겠네요.”

- 그게 뭔 소리야?

이찬수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

그런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신태웅 감독님이 저를 뽑을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고요.”

이윽고 경기가 시작됐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웨스트 브롬위치의 로드리게즈가 옆에 서 있던 론돈을 향해 공을 넘겼다.

툭!

공을 잡은 론돈은 몸을 돌려 중앙 미드필더 브런트에게 패스했다.

그리고 그때, 김상훈은 이미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오늘 왼쪽 윙어로 출전한 그는 지금, 스킬까지 사용하며 달리고 있었다.

[순간 가속(G)를 사용하셨습니다.]

[속도가 빨라집니다(제한시간 5초)]

그리고 지금, 브런트는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리버모어에게 패스를 하는 중이었다.

브런트는 김상훈의 볼 커팅 능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여유 있게 공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뭐야?!”

브런트는 놀라서 소리쳤다.

김상훈의 속도가 믿기 힘들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조심해!”

갑작스러운 외침에 공을 받으려던 리버모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김상훈이 슬라이딩을 하는 것을.

브런트가 보낸 공을 끊어내는 것을.

“무슨 스피드가……!”

리버모어나 브런트는 알지 못했다.

최근 빠른 속도(H) 스킬을 얻은 김상훈의 속도는, 이제 EPL에서 빠른 편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을.

게다가 지금은 순간 가속(G)까지 사용한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촤아아아악-!

멋진 슬라이딩으로 공을 끊어낸 김상훈은 몸의 중심을 잡았다.

빠르게 몸을 일으킨 김상훈은 곧바로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조금도 망설임이 없는,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그는,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정확한 슈팅.”

쉬이익-!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김상훈의 다리가 공에 맞았을 때, 그의 앞에는 메시지가 주르륵-떠올랐다.

[오늘 경기에서 첫 슈팅입니다.]

[캐논 슈터(G)가 발동됩니다.]

[슈팅 파워가 강력해집니다.]

경기가 시작된 지 1분 만에, 김상훈이 때려낸 공은 50M가 넘는 거리에서부터 골대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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