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92화 (92/200)

92화 바이에른 뮌헨(1)

화려한 효과음과 함께 회전하는 오렌지 박스와 레드 박스.

그 두 개의 박스가 회전을 멈추 순간, 박스가 사라지며 그 안에서 아이템 하나와 스킬 하나가 튀어나왔다.

[체력회복 젤리]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섭취 시, 사용자의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준수한 몸싸움]

- 등급 : 실버(Silver)

- 효과 : 몸싸움이 강해집니다.

체력회복 아이템과 몸싸움과 관련된 스킬 하나.

그 결과를 본 김상훈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아, 젤리랑 몸싸움 스킬 나왔네.”

- 응? 상훈아, 반응이 왜 그러냐?

“예? 뭐가요?”

- 왜 그렇게 시큰둥해? 꽤 괜찮은 거 뜬 거 떴잖아.

“젤리는 어차피 아껴둘 생각이고요. 준수한 몸싸움 스킬은 아직 써보질 않았잖아요.”

-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네.

“대박이 아닌 이상, 이런 거에 신나 있을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요. 다음 경기가 워낙 중요하니까.”

- 내일 바이에른 뮌헨이랑 붙는 거?

“예. 그것도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이니까요.”

당장 내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긴 했지만,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경기를 펼쳤던 그는 2차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음먹었다.

- 바로 내일 경기니까, 오늘은 개인 훈련은 좀 빼자.

“예.”

- 대신 분석을 빡세게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은 두 남자가 다음날 열릴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2018년 5월 2일 수요일.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이 펼쳐지는 날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토트넘 홋스퍼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였기 때문일까?

경기가 열릴 경기장 안에는 관중들이 가득했다.

경기 시작 전, 바이에른 뮌헨의 하인케스 감독은 신중한 얼굴로 양 팀의 선수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

사실 하인케스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직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일흔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 감독직을 더 이상 수행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뮌헨은 전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시켰고, 이후에 하인케스 감독에게 팀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결국 그는 위기의 바이에른 뮌헨을 맡는 것에 동의했고, 이윽고 그는 뮌헨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구해내고 있었다.

다만, 그런 하인케스 감독조차 얼마 전에 열린 토트넘과의 1차전에서 패배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

1차전에서는 패배했지만, 오늘 열리는 2차전에서는 질 생각이 없었다.

하인케스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할 생각이었다.

토트넘에게 승리한 뒤, 챔피언스 리그 결승으로 올라가겠다는 것.

그게 바로 하인케스 감독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 순간, 한 남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1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패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남자.

혜성처럼 나타나서 프리미어리그를 휩쓸고 있는 남자.

그 남자를 바라보던 하인케스 감독은,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허허, 소문대로 이상한 친구로군.”

그가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몸을 풀던 도중에도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그리고 그의 동료들은 익숙하다는 듯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덧 웃음기를 지운 하인케스 감독은 그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김상훈…… 저 친구를 막아야 돼.”

그 시각,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역시 입술을 깨물며 선수들을 바라봤다.

바이에른 뮌헨의 하인케스 감독만큼이나 포체티노 감독의 걱정도 많았다.

물론, 오늘 경기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홈경기라는 것은 토트넘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의 주전 선수들은 어제 경기를 뛴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선수들은 피로가 쌓여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할 수도 없었다.

선수층이 얕은 토트넘 특성상 주전선수들과 비 주전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1차전에서 4대 2스코어로 승리한 토트넘에게, 오늘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진출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욕심이 나는 경기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는 강한 의지를 담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무조건 이긴다.”

그렇게 양 팀의 감독들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잠시 후, 바이에른 뮌헨과 토트넘의 2차전이 시작됐다.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오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해리 케인이 손홍민을 향해 공을 넘겼다.

탓-!

공을 잡은 손홍민은 뒤에 위치한 김상훈을 향해 안전하게 공을 넘겼다.

‘일단, 빌드업.’

김상훈은 전술에 맞게 동료들과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그런 토트넘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토트넘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퍽-!

공을 몰고 전진하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티아고 알칸타라의 강한 압박에 바닥을 뒹굴었다.

삐익-!

심판은 곧바로 반칙을 선언했다.

슈팅을 할 수 없는 거리였고, 전진패스를 하기에는 상대팀 선수들이 너무 많은 상황.

때문에 에릭센은 근처에 있는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툭-!

부드럽게 공을 받아낸 김상훈은 공을 몰고 빠르게 전진했다.

역시나 바이에른 뮌헨의 코렌틴 톨리소가 김상훈을 강하게 압박했다.

다만, 김상훈은 그런 톨리소의 압박을 너무나도 쉽게 벗어났다.

툭-! 투욱-!

단 두 번의 볼터치로 톨리소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김상훈은 곧바로 사이드로 쇄도하는 손홍민을 향해 길게 패스를 보냈다.

뻐엉-!

조금은 투박한 트래핑으로 공을 잡아놓은 손홍민은 빠르게 달라붙는 조슈아 키미히의 앞에 섰다.

이윽고 그는 공을 툭툭- 친 뒤, 코너킥 라인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다만, 키미히는 쉽게 돌파를 허용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손홍민의 돌파 패턴을 읽고 있었다.

“어딜!”

촤르륵-!

키미히는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로 손홍민의 돌파를 막아냈고, 주심은 코너킥을 선언했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 나선 선수는 손홍민이었다.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는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한 뒤, 손홍민이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토트넘에는 헤딩 능력이 좋은 몇몇 선수들이 있다.

해리 케인, 다이어, 베르통언을 비롯해, 최근 헤딩 능력이 굉장히 좋아진 김상훈까지.

다만, 바이에른 뮌헨은 전통적으로 수비수들의 공중볼 경합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팀이었다.

지금 역시 그랬다.

190cm가 훌쩍 넘는 장신의 수비수 훔멜스와 니클라스 쥘레는 손홍민이 보낸 공을 향해 점프했다.

공이 향한 것은 니클라스 쥘레와 다이어가 위치한 곳이었다.

두 선수는 공중에서 볼 경합을 펼쳤고, 승리한 선수는 니클라스 쥘레였다.

다이어 역시 헤딩 능력이 좋은 선수였지만, 195cm라는 장신 선수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퍼엉-!

니클라스 쥘레가 머리를 이용해 공을 걷어냈고, 걷어낸 공을 잡아낸 선수는 뮌헨의 스트라이커, 레반도프스키였다.

툭-!

공을 잡은 레반도프스키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프랭크 리베리를 향해 패스했다.

빠른 템포로 이뤄지는 바이에른 뮌헨의 역습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빠르게 진형을 회복하기 위해 달렸지만, 리베리의 속도는 그것보다 더 빨랐다.

투욱-! 툭!

리베리는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였음에도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순식간에 토트넘의 오른쪽 사이드로 파고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베리는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레반도프스키를 향해 강한 땅볼 크로스를 뿌려냈다.

뻐엉-!

레반도프스키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스트라이커다.

월드 클래스로 분류되는 그는 빠른 패스를 향해 안정적으로 발을 가져다댔다.

정확한 타이밍에 좋은 임팩트로 때려낸 슈팅이었다.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그런 레반도프스키의 슈팅에 반응을 하지 못했고, 그대로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전반 8분 만에 터진 바이에른 뮌헨의 선제골이었다.

***

“이런…….”

김상훈은 씁쓸한 얼굴로 세레머니를 하는 레반도프스키를 바라봤다.

- 너무 빨리 골을 먹혔는데? 이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아.

“그러니까요.”

- 확실히 이틀 연속 경기를 뛰니까 애들이 정신을 못 차리네.

“평소라면 이렇게 쉽게 역습을 허용하지 않았을 텐데, 확실히 선수들이 지쳐있긴 한 거 같아요.”

- 안 지치면 이상한 거지.

“역시나 힘든 경기가 되겠네요.”

- 애초에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힘들어하지 않는 팀은 없어. 당연한 거니까, 너는 네 플레이에 집중해.

“예.”

이찬수의 말을 들은 김상훈은 다시금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김상훈의 눈빛이 변했다.

빠른 속도로 멘탈을 잡은 것이다.

김상훈은 타고난 정신력이 강한 편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경기가 지고 있을 때, 김상훈의 정신력에 도움이 되는 스킬이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의지]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됩니다.

꽤 오래전에 얻었던 뛰어난 의지 스킬.

이 스킬은 경기에서 지고 있는 상황일 때, 김상훈의 정신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지금 역시 그랬다.

김상훈은 언제 흔들렸냐는 듯, 실실 웃으며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경기 초반이야! 하던 대로 하자. 다들 지친 건 알지만, 좀 더 집중해보자고!”

인터넷 방송 경험 덕분이었을까?

김상훈의 목청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더 컸고, 그라운드 위에 있던 많은 선수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많은 시선들이 그에게 집중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즉시, 그는 얄밉게 웃으며 더욱 크게 소리쳤다.

“저번에 한 번 붙어봐서 알잖아. 쟤네 별거 아니야!”

광역 도발을 시전한 김상훈.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반응은 빨랐다.

겉으로는 듣지 않는 척을 했지만, 김상훈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이 증거였다.

[이찬수의 도발(J)을 사용하셨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프랭크 리베리, 티아고 알칸타라, 니클라스 쥘레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들은 확정적으로 약이 오르게 됩니다.]

4명의 선수가 도발에 걸린 후,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이 조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발의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난 것은 패스였다.

잔뜩 흥분한 티아고 알칸타라는 그답지 않은 부정확한 패스로 토트넘에게 공을 헌납했다.

“젠장! 이거 왜 이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알칸타라가 짜증을 냈다.

그런 알칸타라를 향해 토마스 뮐러가 다가왔다.

“알칸타라.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어 보여.”

“아, 나도 아는데 이상하게 저 놈을 볼 때마다 화가 나.”

“오늘 경기에서 지면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떨어지는 거야. 반대로 이기면 결승이고. 알고 있지?”

“……알지.”

“개인적인 감정은 숨겨. 우린 1차전에서 패배한 상태고, 지금은 1대 0으로 분위기가 오른 상태야. 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토마스 뮐러는 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 채곤, 빠르게 행동했다.

그는 평소 과묵한 편이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많은 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 토마스 뮐러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도발에 걸렸던 선수들은 빠르게 집중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완벽하게 집중력을 되찾기 전, 김상훈은 이미 공을 몰고 전진하고 있었다.

화려한 드리블을 펼치며 전진하는 김상훈을 향해 도발에 걸린 니클라스 쥘레가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발이 높게 올라간 위험한 태클이었다.

- 상훈아! 피해!

이찬수의 목소리를 들은 김상훈은 재빠르게 턴을 했다.

니클라스 쥘레의 위험한 태클을 피해내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리가 긴 쥘레는 결국 김상훈의 발목을 걷어차는 것에 성공했다.

퍼억-!

“으악!”

발목을 가격당한 김상훈이 바닥에 쓰러졌다.

주심은 곧바로 니클라스 쥘레를 향해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고, 프리킥을 선언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지만, 토트넘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김상훈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야! 야야! 괜찮냐? 상훈아! 괜찮냐고!

이찬수 역시 평소와는 달리 장난을 칠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니클라스 쥘레의 발이 김상훈의 발목에 찍히는 것을 똑똑히 봤으니까.

그의 눈앞에 쓰러져있는 김상훈이 엄살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김상훈은 지금, 그런 이찬수의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을 참아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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