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90화 (90/200)

90화 왓포드 FC(2)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토트넘과 왓포드의 경기.

경기가 시작되기 전, 축구팬들은 토트넘의 우세를 점쳤다.

양 팀의 전력 차와 순위 차이가 났고, 최근에 토트넘의 기세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 토트넘이 당연히 이기겠지?”

“일단 내 생각은 그래. 토트넘은 최근 역대급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특히 김상훈이 크레이지 모드잖아.”

“김상훈의 경기력은 미쳤지. 리버풀의 살라가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지만, 김상훈은 그것보다도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잖아.”

“살라도 잘하지만, 솔직히 김상훈에게 비교하긴 어렵지.”

“맞아. 근데 왓포드가 김상훈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내 생각엔 김상훈의 컨디션이 정상이라면 처참한 결과가 나올 거 같아.”

“그치? 빨리 경기가 시작됐으면 좋겠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아온 팬들의 대화.

그 대화에서는 토트넘의 패배를 예상하는 내용은 조금도 없었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고 전반 5분 만에 김상훈의 장거리 슈팅 골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골을 넣은 김상훈은 손홍민과 함께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탓-!

두 남자는 손을 마주잡고, 똑같은 동작을 하며 가벼운 춤을 췄다.

“형! 경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운이 좋았어. 홍민아 그리고 나는 오늘은 골 욕심이 없어.”

“예? 형이 골 욕심이 없다고요?”

“그래. 오늘은 어시스트를 하려고.”

“그럼 저한테 어시 주시면 되겠네요. 저도 골 좀 넣게.”

“오케이. 쫌만 기다려봐. 기가 막힌 패스 줄 테니깐.”

“예!”

빠른 시간에 골을 허용했지만, 왓포드는 절대로 약팀이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왓포드는 차분한 빌드업으로 공을 빼앗기지 않고 토트넘의 사이드까지 파고드는 것에 성공했다.

타앗-!

토트넘의 오른쪽 사이드에서 공을 잡은 윌 휴즈.

왓포드의 미드필더인 그는 정확한 크로스를 지닌 선수는 아니었지만, 원하는 공간에 공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은 있는 선수였다.

그는 곧바로 왓포드의 공격수 리찰리슨이 있는 공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뻐엉-!

윌 휴즈의 크로스는 제법 정확하게 리찰리슨이 서 있던 공간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왓포드의 리찰리슨과 토트넘의 산체스가 공중에서 공을 따내기 위해 경합했다.

골대를 향해 헤딩 슈팅을 하려는 리찰리슨과 공을 걷어내려는 산체스의 경합.

그 경합에서 승리한 선수는 산체스였다.

텅-!

피지컬이 좋은 산체스는 리찰리슨을 튕겨내며, 머리로 공을 걷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산체스의 머리에 맞은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갔고, 주심은 코너킥을 선언했다.

코너킥 상황.

한 골 차이로 경기에서 지고 있는 왓포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노려야 했다.

때문에 왓포드는 수비 3명과 미드필더 1명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이 골을 노리기 위해 모였다.

“아! 밀지 말라고!”

“심판! 얘가 자꾸 옷을 잡는다고요!”

“거기! 좀 더 뒤로! 아니, 아니! 그래! 거기!”

토트넘의 패널티 에어리어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모여 있던 만큼, 양 팀의 선수들은 서로를 견제했다.

동시에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나 왓포드의 공격수 그레이와 리찰리슨과 토트넘의 산체스, 베르통언의 몸싸움이 치열했다.

그때였다.

주심이 코너킥을 차라는 신호를 보냈고, 왓포드의 페메니아가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공을 향해 왓포드 선수들이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에게는 여러 번 훈련했던 상황이었고, 이 순간을 위해 계속해서 상대를 속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왓포드의 리찰리슨이 페메니아가 넘겨준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베르통언은 리찰리슨의 페이크에 속아, 순간적으로 그를 놓쳐버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능력이 좋은 공격수를 놓친다는 것은 큰 실수였다.

때문에 놀란 베르통언이 소리쳤다.

“안 돼!”

그때, 토트넘을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리찰리슨을 향해 달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순간 가속.”

중얼거림과 동시에 남자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그 즉시,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리찰리슨을 향해 점프했다.

“촤아!”

보통의 경우라면,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점한 채로 점프한 리찰리슨이 헤딩을 따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남자의 점프력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 변수였다.

퍼억-!

남자, 김상훈은 리찰리슨에게 강하게 몸을 부딪치며 경합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 공에 머리를 맞추려고 하지 마!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리찰리슨이 정확하게 헤딩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만 한다고 생각해.

반투명한 몸을 가진 채, 허공을 날아다니며 폭풍 조언을 하는 귀신.

그런 이찬수의 말에 경청하며, 김상훈은 리찰리슨의 헤딩을 방해했다.

텅-!

결국 리찰리슨은 공을 머리에 맞히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김상훈의 방해 때문에 강력한 헤딩을 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젠장!”

회심의 헤딩 슈팅이 위고 요리스의 손에 잡히자, 리찰리슨은 신경질을 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동시에 그를 방해한 김상훈을 노려봤다.

그 순간, 리찰리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서있던 남자, 김상훈이 그 누구보다도 얄미운 표정으로 리찰리슨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한쪽 입 꼬리를 올린 채, 실실 웃고 있었으니까.

물론, 리찰리슨이 참을성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할정도로 약이 올랐다.

결국 참지 못한 리찰리슨이 김상훈을 향해 화를 냈다.

“뭘 봐?!”

“내가 뭘?”

김상훈은 그런 리찰리슨을 향해 피식 웃어 보인 뒤, 그의 포지션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 김상훈의 시야에는 메시지 하나가 떠있었다.

[이찬수의 도발(J)를 사용하셨습니다.]

[리찰리슨이 도발에 걸렸습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는 확정적으로 약이 오르게 됩니다.]

리찰리슨은 몰랐지만, 김상훈은 그와 공중볼 경합을 하면서 도발 스킬을 사용한 상태였다.

- 와! 진짜 악마 같은 놈! 언제 도발 스킬을 쓴 거야?

“아까 점프할 때, 슬쩍 썼죠.”

- 너무 야비한데?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우는 거야?

김상훈은 질문을 한 이찬수를 빤히 바라봤다.

- ·······너 뭐하냐? 왜 날 봐?

“다 이찬수 선수한테 배운 건데요?”

- 넌 불리하면 항상 나한테 배웠다고 하더라?

“사실인걸요? 어릴 때부터 이찬수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자라왔으니까요.”

- 아오! 진짜 어이가 없네.

짜증을 내는 이찬수를 애써 무시하며, 김상훈은 경기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는 아껴뒀던 스킬을 사용했다.

[레전드의 기억]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제한시간 10분.)

스킬을 사용하자, 곧바로 김상훈의 눈앞에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레전드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지네딘 지단의 볼 컨트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 ······?!

“뭐?!”

지네딘 지단의 볼 컨트롤.

그것을 본 두 남자의 눈이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네딘 지단이 누구던가?

최고의 미드필더,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라는 말을 듣던 그는 피지컬, 패스, 슈팅, 개인기 등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져야 할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던 선수다.

특히나 뛰어난 볼 컨트롤을 가진 그는, 오른발, 왼발을 가리지 않고 발의 모든 부분으로 볼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선수였다.

비록 10분이지만, 지네딘 지단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김상훈은 곧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지네딘 지단의 볼 컨트롤.]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지네딘 지단의 볼 컨트롤을 얻은 김상훈, 그는 10분간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치가 5씩 상승했다.

때문에 현재 김상훈의 개인기 능력치는 90이 됐고, 드리블 능력치는 94가 되었다.

순식간에 능력치가 상승한 김상훈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주변을 맴돌던 김상훈, 그에게 패스가 오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툭-!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은 김상훈이 공을 몰고 전진했다.

톡! 톡! 톡!

짧게 드리블을 치며 느리게 전진하는 김상훈을 향해 왓포드의 선수 두 명이 달라붙었다.

김상훈은 패스, 슈팅, 드리블 모두 위협적인 선수였기에, 왓포드 선수들은 강하게 압박을 넣었다.

그런 왓포드 선수들을 바라보던 김상훈은 빠르게 주변을 바라봤다.

동시에 판단을 내렸다.

‘돌파한다.’

두 명의 선수를 상대로 돌파하는 것.

그게 바로 김상훈의 선택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평소의 김상훈이었다면 돌파보다는 동료에게 패스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네딘 지단의 볼 컨트롤 능력을 얻은 상태.

즉, 물러설 필요가 없었다.

공을 컨트롤하던 김상훈은 평소보다 볼 컨트롤이 쉽게 느껴졌다.

‘확실히 개인기랑 드리블 능력치가 90이상이 되니까 체감이 다르네.’

때문에 자신감이 평소보다 훨씬 더 상승한 상태였다.

더불어 김상훈은 더욱 확실하게 왓포드를 뚫어내기로 결정했다.

[미친 드리블]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스킬 사용 시 5분간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5분간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하는 미친 드리블 스킬.

이것을 사용한 김상훈의 현재 드리블 능력치는 무려 104였다.

‘104라니!’

104라는 드리블 능력치는 굉장한 것이다.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에서 드리블이 뛰어난 메시, 호날두, 아자르 같은 선수의 드리블 능력치가 100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때문에 현재 김상훈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간결했으며, 민첩했다.

마치 공이 발에 달라붙어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드리블 능력치가 100이 넘어가자, 김상훈은 강한 압박에도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몸이 밀리고,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공을 절대로 김상훈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툭! 툭-! 휘익-!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조금씩 왓포드의 수비진을 뚫고 전진했다.

“절대 발을 쉽게 뻗지 마!”

왓포드의 수비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

중앙 수비수인 캐스카트와 카바셀레가 신중한 얼굴로 김상훈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다만, 현란하게 드리블을 하고 있는 김상훈에게 쉽게 태클을 하기는 힘들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반칙을 한다면 영락없는 페널티킥이었으니까.

패널티킥을 허용한다면 슈팅력이 정확한 김상훈에게 골을 먹힐 확률이 너무나도 높아질 테니까.

‘되게 신중하네?’

김상훈은 끝까지 태클을 하지 않는 상대 수비들을 보며, 공을 살짝 밀어서 슈팅 각도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했다.

그러자 아주 약간의 각이 열렸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어렵지만, 김상훈에게는 충분히 슈팅이 가능한 각이었다.

그 즉시, 김상훈은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때렸다.

쉽게 태클을 하지 못하는 수비의 심리를 이용한 플레이였다.

“젠장!”

이런 상황에서 왓포드의 수비수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결국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을 향해 왓포드의 중앙 수비수 캐스카트가 발을 집어넣었다.

그 순간, 김상훈은 슈팅을 하던 다리에 힘을 빼고, 공을 옆으로 밀었다.

투욱-!

그러자 자연스럽게 캐스카트의 발은 공이 없는 김상훈의 다리를 걷어차는 상황이 벌어졌다.

퍼억!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뒹굴었다.

더불어 그는 마치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그 즉시,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김상훈의 과한 액션이 아니었더라도, 당연히 반칙을 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후우······!”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 공 앞에 선 김상훈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그는 공을 찰 방향을 정했다.

‘왼쪽 구석 상단.’

사실, 공을 차 넣을 곳은 너무 많았다.

정확히 골대의 구석에 공을 차 넣을 수 있는 김상훈에게, 골키퍼의 다이빙 방향은 중요하지 않았다.

골키퍼가 어디로 다이빙을 하던, 상관이 없었다.

만약 방향을 읽혔다고 해도, 골키퍼는 그의 슈팅을 막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체력은 충분했고, 정확한 슈팅 스킬을 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

당연하게도 변수는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그런데.

-억?!

“헐?!”

변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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