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88화 (88/200)

88화 챔피언스 리그 4강(4)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이자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마누엘 노이어.

그런 노이어가 부상이 당한 뒤, 그의 빈자리를 누구도 메우지 못할 것이라는 팬들의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벗어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스벤 울라이히였다.

노이어라는 벽에 가려져 있던 그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절대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은 빈자리를 메워가는 중이었다.

때문에 최근 울라이히는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였다.

굴절이나 골대에 맞고 들어가는 슈팅이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도 반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오늘 경기 역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다.

그런 스벤 울라이히가 지금 이 순간, 절망하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한 남자 때문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 35m에서 과감하게 때린 슈팅.

그런 김상훈의 슈팅에 몸을 날린 스벤 울라이히는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거리가 멀었고, 그는 최근 아주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팅이 너무 빠르고 강력했다.

결국 울라이히는 허탈한 얼굴로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김상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얄미울 정도로 까불거리며 세레머니를 하고 있었다.

“촤아~! 촤라라랄라라~!”

다만, 김상훈의 세레머니는 평소보다 간결한 느낌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으니까.

[호마리우의 골 감각(L)의 제한시간이 3분 23초 남았습니다.]

슈팅 능력치를 10만큼 올려주는 호마리우의 골 감각 능력이 겨우 3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 때문에 김상훈은 세레머니를 짧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김상훈을 지켜보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어떤 거 같냐?

“예? 뭐가요?”

- 슈팅 능력치 100은 처음이잖아. 느낌이 어떠냐고.

“말도 안 돼요. 그냥 슈팅을 때릴 때, 자신감부터 달라져요.”

- 그래? 제한시간 보니까 잘하면 한 번 정도는 더 때려볼 수 있겠네.

“예. 그래서 기회 오면 바로 때려보려고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다시금 진지한 얼굴로 주심을 바라봤다.

이윽고 주심은 휘슬을 불며 경기 재개를 알렸다.

삐익-!

바이에른 뮌헨의 움직임은 전반전과는 달리 조금은 급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후반전인 지금, 본래의 템포 대로 경기를 이끌어나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으니까.

다만 바이에른 뮌헨은 빠른 템포로 경기 운영을 하는 것이 가능한 팀이었다.

프랭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

바이에른 뮌헨이 자랑하는 양쪽 윙어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시작은 리베리였다.

투욱-! 툭!

토마스 뮐러의 패스를 받은 프랭크 리베리가 키어런 트리피어를 상대로 특유의 빠른 순발력을 이용한 드리블을 펼쳤다.

휘익-!

“이익!”

리베리를 놓쳐버린 트리피어는 이를 악물고 그의 뒤를 뒤쫓았다. 하지만 이미 속도가 붙어버린 리베리를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프랭크 리베리는 드리블만을 고집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트리피어가 뚫려버린 상황에서 그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움직였다.

그런 상황에서 리베리의 판단은 매우 빨랐다.

툭-!

그는 그저 가볍게, 뒤에서 달려오던 토마스 뮐러를 향해 패스를 줬다.

그리고 기본기가 탄탄하고 득점력이 있는 토마스 뮐러는 리베리의 패스를 놓치지 않았다.

철렁-!

3대 1스코어라는, 2골 차이로 밀리고 있던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천금과도 같은 골이었다.

***

후반 15분, 3대 2스코어라는 팽팽한 스코어답게 양 팀은 대등한 경기력을 펼치고 있었다.

다만, 그 대등함이 성립되는 것은 몇몇 선수의 영향이 컸다.

사실, 뛰어난 조직력과 선수들의 개인능력이 좋은 바이에른 뮌헨에 비해 토트넘은 모든 면에서 조금은 부족함이 있었다.

게다가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체력적으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좋은 확약으로 양 팀의 균형을 맞춰주는 선수는 토트넘의 김상훈,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이었다.

4명의 선수들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중원싸움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탄탄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전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손홍민을 빼고 라멜라를 투입시켰다.

교체된 에릭 라멜라가 그라운드 위로 올라서고 있을 때, 이찬수가 평소답지 않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컨디션은 괜찮아?

“후우…… 오늘 좀 많이 뛰었더니 피곤하긴 하네요.”

- 체력 몇 남았는데? 좀 많이 뛴 수준이 아니야. 내가 봤을 땐 평소보다 거의 1.5배는 더 뛴 거 같더라. 그리고 너 완벽한 태클도 몇 번 썼잖아.

“그건 맞죠. 잠시만요, 확인 좀 해볼게요. 체력이 지금…… 21밖에 안 남았네요.”

- 너무 많이 떨어졌네. 체력관련 아이템을 먹어야 할 거 같지? 그렇다고 네가 지금 빠지면 역전 당할 거 같은데.

“……예. 아이템을 먹어야겠어요.”

- 그래, 아낄 때가 아닌 거 같다.

바이에른 뮌헨의 강력한 미드필더진과 공격을 막기 위해, 김상훈 역시 수비 가담에 신경을 많이 쏟을 수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강하게 토트넘을 몰아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상훈은 다른 경기 때처럼 체력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김상훈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후우~!”

숨을 크게 몰아쉬던 김상훈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체력회복 젤리]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섭취 시, 사용자의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조그만 크기의 젤리를 잠시 바라본 김상훈은 이윽고 단숨에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적당히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혀를 감싸는 것을 느끼며, 김상훈은 눈앞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체력회복 젤리(G)를 섭취하셨습니다.]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50만큼 체력이 회복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김상훈은 거칠게 내쉬던 호흡이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였다.

물 흐르듯이 흐르던 땀들도 사라졌고, 무거워졌던 몸이 다시금 가볍게 느껴졌다.

“오……!”

- 어때? 한 번에 체력 50이 회복되면 어떤 느낌이야?

“조금 과장하면, 경기를 뛰기 전으로 돌아간 거 같은 느낌이에요.”

- 조금 과장한 게 아닌데?

“하여튼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어요.”

- 오~ 기대해도 돼?

“보여드릴게요.”

- 뭘?

“이찬수 선수의 제자가 어떤 경기를 펼치는지.”

- 존나 오그라드네. 그냥 하던 대로 해.

“……꼭 분위기를 깨신다니까?”

3대 2스코어 상황.

후반 20분이 넘어간 지금, 점수에서 밀리고 있던 바이에른 뮌헨은 계속해서 토트넘을 몰아세웠다.

리베리와 로번의 돌파, 게다가 레반도프스키와 토마스 뮐러에게서 종종 나오는 슈팅까지.

바이에른 뮌헨은 골을 넣겠다는 의지로 계속해서 토트넘을 몰아쳤다.

거듭된 위기 속에서 토트넘을 구하고 있는 것은 김상훈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툭! 투욱-!

아르연 로번은 특유의 패턴으로 ㄱ자로 몸을 꺾으며 왼발 슈팅 각도를 만들었다.

감아차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그는 망설임 없이 골대의 왼쪽 방향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그리고 그 순간.

퍼억-!

“으억!”

빠르게 달려온 김상훈이 완벽한 태클을 사용해서 슈팅이 나오기 직전, 로번을 막아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완벽한 태클(H)를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8만큼 소모됩니다.]

메시지를 무시한 김상훈은 곧바로 전방에 있던 에릭센을 향해 공을 찍어 찼다.

그의 앞에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의식한 패스였다.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에릭센을 향해 떨어졌다.

툭-!

에릭센은 그 즉시, 창의적인 패스를 뿌렸다.

그리고 그의 의도를 깨닫고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뒷 공간을 향해 달리는 선수가 있었다.

델레 알리였다.

트래핑 능력이 뛰어난 그는 긴 다리를 쭉-뻗어 에릭센이 뿌린 공을 잡아냈다.

투욱-!

공을 부드럽게 잡아낸 델레 알리는 곧바로 중앙을 향해 공을 뿌렸다.

퍼엉-!

조금은 힘이 들어간, 실수가 섞인 패스였다.

그 순간, 델레 알리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이윽고 그의 표정은 풀릴 수 있었다.

중앙으로 달려오던 해리 케인이 넘어지면서까지 공에 발을 가져다대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투욱-!

다만,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스벤 울라이히의 슈퍼 세이브가 터져 나왔다.

“아……!”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동시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계속해서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역습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토트넘의 기회는 끝이 아니었다.

스벤 울라이히가 케인의 슈팅을 선방했지만, 코너킥을 허용하는 것은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의 코너킥 상황.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토트넘 선수들을 마크하며, 좋은 위치를 내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들로서는 이번 세트피스 상황을 잘 넘겨야만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후반 30분으로 경기종료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여기서 골을 먹힌다면 역전의 불씨가 꺼져버리는 것이었으니까.

반면, 바이에른 뮌헨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위치한 토트넘 선수들의 숫자는 비교적 적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토트넘은 3대 2스코어를 지키는 운영을 하고 있었고, 코너킥 상황에서 역습을 맞는 것을 대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때문에 대부분의 토트넘 선수들은 세트피스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평소 세트피스에서 골을 잘 넣는 편인 얀 베르통언 역시 지금은 수비진형을 지키고 있었다.

“자! 다들 집중하자! 여기서 골을 넣으면 4대 2야! 그럼 남은 시간동안 아주 편해진다고!”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낸 김상훈은 슬쩍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응?”

조슈아 키미히는 그가 막고 있던 김상훈이 갑자기 페널티 에어리어를 벗어나자,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쫓아나갔다.

그때, 키커로 나선 에릭센이 공을 차냈다.

퍼엉-!

높고 빠른, 게다가 조금은 짧게 느껴지는 코너킥이었다.

그리고 에릭센이 공을 차기 직전,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빠지던 김상훈이 몸을 틀었다.

동시에 그는 조슈아 키미히가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금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에릭센이 짧게 코너킥을 찰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김상훈은 정확한 위치를 찾아 높게 점프했다.

뒤늦게 따라붙은 키미히가 점프를 하려 했지만, 김상훈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타이밍으로 점프를 했다.

자칫 너무 이른 타이밍에 점프를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김상훈은 자신이 있었다.

[높은 점프력]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점프력이 좋아집니다.

높은 점프력 스킬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자신감의 원동력이었다.

빠른 타이밍에 점프를 한 김상훈은 짧게 날아오는 공을 향해 머리를 휘둘렀다.

집중력을 유지한 김상훈은 끝까지 공을 보며, 이마에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

동시에 강력한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퍼엉-!

[강력한 헤딩(S)이 발동되었습니다.]

[헤딩 파워가 강해집니다.]

그의 이마에 맞은 공은 강력한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정확하게는 골대의 바로 앞, 잔디에 찍히며 골대 안으로 튕겨 들어갔다.

바운드가 된 볼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골키퍼 입장에서는 더욱 막기 어렵다.

지금 역시 그랬다.

스벤 울라이히는 김상훈의 헤딩 슈팅의 경로를 읽는 것에 실패했다.

결국 그는 팔다리를 벌린 채,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철렁-!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진 김상훈의 골로, 양 팀의 스코어는 4대 2가 되었다.

***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며 경기 종료를 알렸다.

4대 2스코어가 된 이후, 포체티노 감독은 에릭센과 델레 알리를 각각 시소코와 완야마와 교체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선수교체를 적극 활용하며 계속해서 골을 노렸지만, 마음먹고 전원 수비에 들어간 토트넘을 뚫어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결국 양 팀은 스코어 변화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숙소로 향하는 도중, 김상훈의 옆에 있던 이찬수가 툭-말을 던졌다.

- 고생했다.

갑작스러운 말에 김상훈이 이찬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 왜 그렇게 쳐다보냐? 기분 나쁘게.

“……제가 잘못 들었나 해서요.”

- 잘못 듣긴 뭘 잘못 들어?

“원래 이런 말 잘 안하시잖아요.”

- 뭐? 나도 인마! 은근히 정이 많은…….

“감사합니다.”

- 뭐?

“감사하다고요.”

- 뭐라는 거야……?

얼굴이 조금 붉어진 이찬수가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김상훈이 질문했다.

“이찬수 선수.”

- 왜 인마.

“다음 경기까지 시간이 좀 많은데, 특훈 가능할까요?”

- 특훈?

“예. 특히 체력 쪽으로요. 오늘, 체력회복 젤리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요. 체력훈련을 더 빡세게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 구를 준비는 됐고?

“당연하죠.”

- 그래, 숙소 도착하자마자 나갈 준비해.

“예, 그전에 박스만 까고 가도 될까요?”

- 그러시던지.

이윽고, 숙소에 도착한 김상훈은 빠르게 박스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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