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챔피언스 리그 4강(2)
챔피언스 리그 4강은 절대로 운으로 올라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많은 강팀들과 경쟁하고, 그런 경쟁에서 이겨내야만 올라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4강에 오른 팀들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강한 팀들이었다.
오늘 경기를 치르는 토트넘 홋스퍼와 바이에른 뮌헨 역시 그러했다.
물론 두 팀의 경기가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네임벨류 때문만은 아니었다.
리그 1위 팀이라는 것.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과.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 격돌한다는 것.
그 이유들이 전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양 팀의 선수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선수들과 악수를 하던 김상훈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 쟤네 쟤대로 열받았나본데?
“……그러게요. 설마 달려들지는 않겠죠?”
- 에이~ 설마. 근데 쟤들 표정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는데?
“도발 효과가 엄청나네요…….”
- 당연하지! 누구의 도발인데.
“……그나저나 저 만약에 쟤들한테 맞으면 어떡해요?”
- 뭐? 그러면 좋은 거지! 쟤들은 경기에 나오지도 못할 것이고, 자연스레 상대 전력은 약해질 테니까.
“제 잘생긴 얼굴이 망가질 수도 있잖아요.”
- 응? 네 얼굴? 이미 망가져 있잖아.
“아오! 뭔 소리에요? 제가 진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이찬수 선수한테 얼굴 얘기 듣는 건 어이가 없네요.”
- 네 얼굴을 매일 봐야하는 나는 얼마나 어이가 없겠냐?
“저도 빡세거든요?”
- 네가 왜 빡센데?
“막말로 저도 이찬수 선수 몸이 반투명해서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지, 만약에 이찬수 선수 얼굴이 선명했으면…… 어우! 끔찍하다.”
- 뭐 이 새끼야?
“솔직히 이찬수 선수보단 제가 훨씬 더 잘 생겼죠.”
- 뭔 개소리야? 정말 어이가 없네! 너 시스템빨로 매력 올리기 전 얼굴, 기억 안 나?
“그건 과거고요. 지금은 솔직히 제가 훨씬 낫잖아요.”
- 아닌데? 절대 아닌데?
“아~ 예. 알게습니다!”
- 그 반응은 뭐냐? 졸라 열 받네?
“크힠!”
- 왜 쪼개? 엉? 와~! 이젠 그냥 비웃어버리네?
“어? 경기 시작할 거 같아요!”
- 말 돌리지 마 인마!
“진짜에요!”
주심이 휘슬을 입에 물었을 때, 비로소 두 남자의 다툼이 끝이 났다.
동시에 두 남자는 언제 다퉜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삐익-!
바이에른 뮌헨은 초반부터 빠르게 공을 돌리며 빌드업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김상훈을 비롯한 해리 케인, 델레 알리, 손홍민이 그런 뮌헨을 향해 강하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선수들 모두 탈압박 능력이 좋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만큼 선수들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이다.
촤아아악-!
“아오! 아까워.”
토마스 뮐러의 패스를 끊어내는 것에 실패한 김상훈이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툭-! 타앗-!
프랭크 리베리가 토트넘의 오른쪽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했다.
특유의 낮고 저돌적인 드리블로 에릭 다이어의 압박을 벗어난 리베리는 다시금 하메스 로드리게스와의 2대 1패스로 키어런 트리피어까지 어렵지 않게 제쳐냈다.
투닷-!
빠르게 달리던 리베리는 순식간에 속도를 줄이며, 순간적으로 몸을 꺾었다.
그러자 그를 막으려 달려오던 토비 알더웨이럴트가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 그 즉시, 리베리는 전방으로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보냈다.
뻐엉-!
그런 크로스를 향해 달려드는 선수는 레반도프스키였다.
엄청난 골 결정력을 가진 월드 클래스 선수인 그는, 몸을 날려가며 리베리의 패스에 발을 갖다 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레반도프스키의 발을 스쳐지나갔다.
토트넘에게는 행운이었고,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운 좋게 위기를 넘긴 토트넘은 신중하게 공을 돌리며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툭-! 툭!
수비진부터 미드필더진까지 무리한 패스를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며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을 이겨냈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그런 토트넘을 가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천천히 빌드업을 해나가는 토트넘 선수들을 향해 강하게 압박을 했다.
퍼억-!
“아악!”
하비 마르티네스의 강한 차징에 당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심판은 마르티네스를 향해 구두로 주의를 준 뒤, 토트넘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중앙 라인 근처에서 벌어진 반칙이었고, 키커는 반칙에 당한 에릭센이었다.
- 직접 안 때려?
“너무 멀어요. 주닝요의 프리킥은 좀 더 확실할 때 쓰려고요.”
- 그래, 멀긴 하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직접 슈팅을 때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김상훈만큼 패스능력이 좋은 에릭센이 차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게다가, 에릭센은 전방을 향해 길게 공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삐익-!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에릭센은 공을 가볍게 옆으로 보냈다.
탓-!
그 패스를 받은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공을 받은 김상훈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는 여러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철 체력(G)을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미친 드리블(J)을 사용하셨습니다.]
[5분간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고, 5분 동안 드리블 능력치가 무려 10이나 상승해버린 상황.
게다가 최근 얻은 압도적인 드리블(H)스킬로 인해 김상훈의 드리블, 민첩, 몸싸움 능력치는 5씩 상승한 상태였다.
즉, 현재 김상훈의 드리블 능력치는 99가 된 것이다.
투욱-! 툭!
그의 달라진 움직임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이찬수였다.
- 이, 이런 미친!
이찬수의 눈에는 보였다.
단 5분에 불과하지만, 김상훈의 드리블은 괴물과도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 중, 지금의 김상훈을 막을 선수가 없다는 것이.
그런 이찬수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김상훈은 지금, 패스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에게 달려드는 선수들을 너무나도 쉽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제쳐내고 있었다.
휘익-! 휙!
“뭐야?! 끝까지 달라붙어!”
갑자기 미친 움직임을 펼치는 김상훈의 모습에 놀란 마츠 훔멜스가 소리쳤다.
그리고 훔멜스의 외침에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하비 마르티네스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김상훈에게 달려들고 있는 두 선수는 지금, 반칙으로라도 기세를 꺾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김상훈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 상훈아! 앞에 하메스 오는 거 보이지? 뒤에는 마르티네스도 오고 있다. 저 새끼 움직임 보면 반칙으로 끊으려는 거 같아.
눈치가 빨라도 너무 빠른 축구 도사, 이찬수가 그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 3m, 2m, 1m. 지금!
정확하게 뒤에서 달려드는 마르티네스의 거리를 계산해주는 이찬수의 목소리에, 김상훈은 그저 타이밍에 맞춰서 턴을 할 뿐이었다.
휘익-!
그런 김상훈의 움직임에 슬라이딩을 하며 들어오던 마르티네스의 태클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동시에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김상훈에게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하메스의 차징을 피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피지컬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고, 지금의 김상훈의 피지컬 능력치는 84로 매우 준수했고, 몸싸움 능력치는 무려 89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당연히 김상훈의 승리였다.
퍼억-!
“으헉!”
김상훈에게 달려든 하메스가 나가떨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계속해서 과감하게 전진했다.
툭! 툭! 휘익-!
엄청난 속도로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형까지 파고 든 김상훈의 앞에는 마츠 훔멜스와 제롬 보아텡이 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을 돕는 선수들이 있었다.
손홍민과 델레 알리가 각각 좌우로 파고 들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풀백들을 끌고 다녔고, 해리 케인이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파고들며 제롬 보아텡을 끌어냈다.
결국, 김상훈을 막는 선수는 마츠 훔멜스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여유 있게 미소를 지었다.
휘익-! 휙-!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 수비수이자 월드 클래스 수비수인 훔멜스를 앞에 두고, 헛다리를 짚기 시작했다.
동시에 상체 페인팅을 넣으며 훔멜스의 시야를 교란시켰다.
‘어떻게 제쳐줄까?’
김상훈은 월드 클래스 선수이자, 벽처럼 커다란 훔멜스를 앞에 둔 상태에서도 조금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드리블 능력치가 99인 상태였고, 그의 옆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이찬수가 꿀팁들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 훔멜스는 아무래도 덩치가 커서 민첩함이 떨어져. 하지만 판단력이 좋고, 양발을 쓰는 선수이기 때문에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돌파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선수야. 하지만, 페인팅만 잘 준다면 뚫는 것이 불가능한 선수는 아니지.
물론 그 꿀팁들은 이찬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지금의 김상훈에게는 수행 가능한 팁들이기도 했다.
판단을 마친 김상훈은 즉시 훔멜스를 상대로 더욱 화려한 페인팅을 넣기 시작했다.
휙! 휘익!
어깨를 흔들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언제든 패스를 줄 수 있다는 심리전을 펼쳤다.
동시에 계속해서 슈팅을 할 것처럼 페인팅을 넣으며 조금씩 전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리한 것은 수비수였다.
김상훈의 슈팅과 패스가 굉장히 위협적이란 것을 알고 있던 훔멜스의 입장에서는 김상훈이 다리를 휘두를 때마다 반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익!”
결국 훔멜스는 참지 못하고 김상훈의 다리 밑에 있는 공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그 순간, 김상훈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 상황은 그가 바라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훔멜스의 다리가 뻗어진 순간, 김상훈은 공을 뒤로 빼며 몸을 회전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터져 나오는 화려한 턴이었다.
더불어 김상훈은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몸을 돌림과 동시에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휘익-! 뻐엉!
5m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서 구석을 향해 날아가는 강력한 슈팅.
게다가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의 눈앞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캐논 슈터(G)가 발동됩니다.]
[슈팅 파워가 강력해집니다.]
캐논 슈터 효과까지 발동된 가까운 거리에서의 슈팅, 그것을 골키퍼가 반응해서 막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슈팅은 너무나도 깔끔하게 골대 상단 구석을 파고 들었다.
철렁-!
혼자서 50m가 넘는 거리를 드리블해서 5명의 선수를 제친 뒤에 넣은 원더 골이었다.
당연하게도 토트넘 팬들의 함성이 알리안츠 아레나(Allianz Arena) 안에 뜨겁게 울려 퍼졌다.
“우어어어어! 키이이이이임! 진짜 미쳤다아아아아!”
“무슨 메시도 아니고! 메시도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이 정도의 드리블은 하기 어려울 거라고!”
“미쳤다! 김상훈 진짜 미쳤다!”
“우아아아악! 난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
같은 시각, 대한민국의 팬들 역시 치킨을 뜯으며 경기를 시청하던 도중, 뜨거운 함성을 질렀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이름은 여러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1위로 올라섰다.
실시간 댓글들도 굉장히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킴 : 우리킴은 이미 월클이다....ㄷㄷ
킴날두킴메시 : 우리나라에서 이런 선수가 또 나오다니....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크....오늘도 국뽕 한 사발 제대로 들이키게 만들어주네ㅠㅠ
Ajji1211 : 어떻게 저런 드리블을 할 수가 있지? 방금 드리블만 봤을 때는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라고 해도 될 정도 아니야?
사네마네 : 위에 댓글 인정한다. 드리블 자세나 폼은 아자르랑 되게 비슷한데, 아자르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야. 그건 그냥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 중 하나라는 거지.
디디에돼지바 : 패스도 월클로 성장했고, 이젠 드리블까지.... 김상훈이 부족한 게 뭘까?
잠시 후, 실시간으로 많은 댓글들이 달리던 댓글창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댓글들이 한꺼번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짬짜면맛남837 : 미친 거 아님? 골 넣은 지 얼마나 됐다고.....
aiosin1822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매운떡볶이 : 아....진짜ㅠㅠㅠㅠㅠ김상훈......미쳤다.
…….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지금 이 순간, 흥분을 넘어 감동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축구팬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김상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반 8분, 미친 드리블을 보여준 뒤에 골을 넣은 김상훈.
그가 전반 12분에 다시 한 번 날뛰기 시작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