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84화 (84/200)

84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미친 짓(?)

양 팀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잉글랜드 FA컵 결승으로 오르기 위해,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골을 주고받았기 때문.

다만, 한 남자에 의해서 뜨거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 분위기 봐라. 찬물이라도 끼얹은 거 같네.

“그러게요. 제 골이 제법 괜찮았나 봐요.”

- 아주 신나셨구만?

“벌써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니까요.”

- 그럼 이제 적당히 하고 교체해 달라고 하는 건 어때?

“그럴 순 없죠.”

- 왜?

“아직 더 넣어야 되거든요.”

툭-! 투욱-!

김상훈은 에릭센과 함께 공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반전에 과할 정도로 강한 압박 플레이를 했기 때문일까?

후반 72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많이 지쳐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토트넘 선수들에게 더 이상 강한 압박을 넣지 못했다.

그 순간,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툭-! 투욱-!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H)의 드리블을 가지고 있는 김상훈은 헐거워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어렵지 않게 휘저었다.

툭! 툭! 툭툭!

짧게 공을 치며 드리블을 하던 김상훈은 마티치의 앞에서 자신감 있게 드리블을 펼쳤다.

탓! 투욱-!

김상훈은 오른쪽으로 치고나가는 척을 한 뒤, 중심이 흔들린 마티치의 양쪽 다리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깔끔한 알까기였다.

“이런 젠장!”

하지만, 마티치는 알까기라는 굴욕을 당한 상태에서 김상훈을 멀쩡히 보낼 선수가 아니었다.

꾸욱-!

때문에 그는 김상훈의 유니폼을 붙잡고 당겨버렸다.

그 즉시, 김상훈은 기다렸다는 듯 바닥을 뒹굴었다.

우당탕-!

“으악!”

그런 상황에서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프리킥을 선언한 것이다.

- 상훈아! 프리킥 줬다. 쫌 일어나!

“아 그래요?”

이찬수의 말을 들은 김상훈은 슬쩍 주변 눈치를 본 뒤,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발목을 돌리며 근육을 풀었다.

“살짝 잡았어요! 헐리웃이라고요!”

“이걸 프리킥을 주는 건 좀 아니잖아요!”

확실히 반칙이란 것을 알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심판에게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김상훈의 프리킥 능력을 알고 있었고, 3대 2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여기서 추가골을 먹힌다면 준결승까지 올라온 잉글랜드 FA컵에서 탈락을 하는 것이었으니까.

김상훈은 프리킥을 차기 위해, 골대와의 거리가 35m 떨어진 곳에 공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이찬수가 질문했다.

- 어떻게 찰 거냐?

“예?”

- 감아 찰 거야?

“아뇨, 무회전으로 때리려고요.”

- 각도를 봐선 감아 차는 게 좀 더 좋을 거 같지 않아?

“그렇긴 한데, 거리가 좀 멀어서요. 오늘 데 헤아 컨디션으로 봤을 땐 감아 차면 막힐 것 같아요.”

- 하긴, 데 헤아 컨디션이 너무 좋은 것 같긴 하다. 정말 막을 수 없는 거 아니고선 죄다 막아내고 있으니까.

“후우……! 갑니다.”

공을 앞에 둔 김상훈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추진력을 얻기 위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는 스킬 적용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닝요의 프리킥(L) 효과가 적용됩니다.]

그 메시지를 본 김상훈의 입 꼬리가 꿈틀거렸다.

동시에 그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전방을 바라봤다.

선수들로 이뤄진 벽을 넘어…… 이윽고 김상훈의 시선은 다비드 데 헤아에게로 향했다.

‘오늘 잘 막던데, 이것도 한 번 막아봐.’

삐익-!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김상훈이 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실실 웃던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오로지 공과 스스로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

토트넘의 프리킥 상황.

키커로 나선 김상훈은 공을 향해 달리며 생각했다.

‘정확한 슈팅을 사용할 때처럼, 완벽하게 구석으로 차 넣는 것은 힘들어. 하지만.’

아무리 주닝요의 프리킥 능력을 얻었다고 해서 골대의 구석에 정확히 공을 꽂아 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훈련 때는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은 실전이었다.

때문에 김상훈이 선택한 것은 무회전 슈팅이었다.

최대한 구석에 가깝게 차되, 움직임이 지저분한 슈팅을 때려서 골키퍼로 하여금 막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강하게 휘둘렀다.

뻐엉-!

“흡!”

숨을 참고, 강하게 때려낸 슈팅은 35m라는 먼 거리였음에도 순식간에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회전이 거의 없는 공은 지저분하게 흔들리며, 데 헤아가 지키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노렸다.

쉬이익-!

“이까짓 거…… 막는다!”

다비드 데 헤아의 움직임은 좋았다.

김상훈의 슈팅 경로를 예상하고 있었고, 공의 속도에 맞춰 제대로 몸을 날렸다.

다만, 상하좌우로 강하게 흔들리는 공의 움직임이 문제였다.

“제에에엔장!”

결국, 엄청난 무브먼트를 보이며 뚝-떨어진 공은 데 헤아의 손을 스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비드 데 헤아.

세계 최고의 골키퍼인 그를 농락하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이었다.

그리고 골이 터진 즉시, 김상훈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촤! 촤! 촤으아~! 촤로로로로로로로~!”

그는 창피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몸을 흔들고 괴상한 노래를 하며 팬들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토트넘 팬들은 뜨겁게 환호하며 소리쳤다.

“으하하하하! 김상훈! 너는 최고의 선수야!”

“킴~! 절대로 다른 팀으로 가면 안 돼!”

“환상적인 골이었어! 앞으로 한 골만 더 넣자고~!”

그런 팬들을 향해 김상훈은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였다.

2골을 더 넣겠다는 뜻이었다.

당연하게도 팬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 너는 왜 지키기도 못할 약속을 하고 그러냐?

“예? 왜 못 지켜요?”

- 지금 후반 80분이 다 되어 가는데, 네가 두 골을 넣겠다고?

“아뇨? 제가 두 골을 넣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 뭐? 그럼 그 손가락의 의미는 뭔데?

“어시스트 하겠다는 건데요?”

- 응?

후반 76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토트넘을 강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 장의 교체카드를 더 사용하며 골을 노렸다.

오늘, 평소답지 않게 많이 뛰며 지쳐버린 산체스를 빼고 펠라이니를 투입했다.

키가 크고 피지컬이 좋은 펠라이니로 인해 공격 시, 제공권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다만, 4대 2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조급했다.

당연하게도 조급함은 실수를 불러왔다.

“젠장!”

포그바의 패스를 좋지 못한 터치로 놓쳐버린 래시포드가 신경질을 냈다.

이후, 그가 놓친 공은 라인 밖으로 넘어갔고, 토트넘의 드로잉이 선언됐다.

휘익-! 탓-!

김상훈은 데이비스가 던져준 공을 잡아낸 뒤, 곧바로 다가온 에레라의 압박을 버텨냈다.

무게 중심을 낮추고 에레라의 연속 태클에서 공을 지켜내는 김상훈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현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석에서도 감탄이 터져 나왔다.

“우오오! 미친 거 아니야? 무슨 모드리치야? 탈압박이 왜 저렇게 좋아?”

“김상훈의 탈압박이 저렇게 좋았었나?”

“원래 좋긴 했어. 뎀벨레가 떠오를 정도로 탈압박 능력이 좋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킴은 뎀벨레가 아닌, 모드리치가 떠오를 정도로 탈압박이 더 좋은데?”

“킴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선수야. 그는 매 경기를 거듭할수록 미친 듯이 성장하는 선수니까.”

“그건 그래.”

휘익-!

에레라의 압박을 벗어난 김상훈은 요렌테를 향해 전진패스를 찔러 넣었다.

터억-!

필 존스를 등진 채, 김상훈의 공을 받은 요렌테는 좌우를 둘러본 뒤, 다시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그 순간 김상훈은 굴러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안 돼!”

“막아!”

그 순간, 김상훈의 슈팅을 예상한 스몰링과 필 존스가 놀라서 몸을 날렸다.

김상훈에게 슈팅을 허용한다면 골을 먹힐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온 움직임이었다.

그 순간, 이찬수는 과할 정도로 몸을 날리는 두 수비수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 어우! 저 불쌍한 놈들. 완전 낚였네.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스몰링과 필 존스는 김상훈의 슈팅을 예상하고 과할 정도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것은 김상훈의 속임수였다.

휘익-!

휘둘러진 발이 공에 닿기 직전, 김상훈은 다리에 들어간 힘을 풀고, 가볍게 공을 찍어 찼다.

그 순간,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들을 넘어갔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페이크에 속은 스몰링과 필 존스의 반응은 늦었다.

그리고 그때, 김상훈의 패스를 받기 위해 처음부터 쇄도하고 있던 선수가 있었다.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었다.

“나이스 패스.”

작게 중얼거린 케인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툭-!

가볍게 공을 트래핑해낸 케인은 곧바로 골대를 향해 슈팅을 때렸다.

골대와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상황에서 때린 강력한 슈팅이었다.

철렁-!

“우오오오오!”

골을 넣은 해리 케인은 멋진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그런 케인의 등에는 어시시트를 기록한 김상훈이 업혀 있었다.

“케인! 멋진 골이었어.”

5대 2라는 스코어는 지고 있는 팀에게는 끔찍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그랬다.

승부욕이 가득했던 경기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다들 풀이 죽은 상태였다.

게다가 과한 활동량으로 인해서 체력까지 바닥나버렸다.

더욱 많은 골을 먹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실제로 해리 케인, 라멜라에게 2번의 슈팅을 허용하며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있었다.

데 헤아는 더 이상 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미친 듯한 선방쇼를 선보이며 모든 슈팅을 막아냈다.

하지만, 토트넘에는 그런 데 헤아를 뚫어낼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

- 슈팅 때릴 체력 남아있냐?

“아뇨. 없어요. 지금 체력 8밖에 안 남았어요.”

- 체력관리 조심해서해. 괜히 기절하지 말고.

“알겠슴다.”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이 에릭센과의 2대 1패스로 스몰링을 가볍게 제쳐냈다.

스몰링은 이렇게 쉽게 뚫릴 선수가 아니었지만,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어서 반응이 많이 느려졌다.

그 순간 김상훈은 강하게 몸을 부딪쳐오는 마티치를 피해냈다.

휘익-!

부드러운 턴을 이용한 회피였다.

그 즉시, 김상훈은 공에 스핀을 걸어 전방을 향해 강하게 때려냈다.

촤아아아-!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부메랑처럼 곡선을 그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그때,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며 쇄도하던 해리 케인이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촤악-!

발만 가져다대면 골일 정도로 완벽한 땅볼 크로스였고, 해리 케인은 슬라이딩을 하며 발을 쭉 뻗었다.

터억-!

해리 케인의 발에 살짝 걸린 공은 굴절되며 급격히 흘러가는 방향이 바뀌었다.

아무리 최고의 골키퍼인 데 헤아라고 해도 골문 앞에서 급격하게 굴절되는 공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철렁-!

해리 케인의 슈팅에 반응하지 못한 데 헤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추가 골을 먹힌 이후, 추가시간이 빠르게 흐르며 경기가 종료됐다.

총 스코어 6대 2.

토트넘은 압도적인 스코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FA컵 결승에 올랐다.

당연하게도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은 수많은 토트넘 팬들은 뜨거운 함성을 질렀다.

***

경기가 끝난 직후, 김상훈은 팀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며 함께 식사를 했다.

이후, 숙소에 돌아온 김상훈은 빠르게 샤워를 마친 뒤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질문했다.

- 뭐하냐?

“기사 보려고요.”

- 네 기사?

“예.”

- 너도 참…… 독특하다. 독특해.

“일단 저 집중 좀 할게요.”

- 예~! 예! 그러세요.

이찬수와의 짧은 대화를 마친 김상훈은 그와 관련한 기사들을 바라봤다.

「김상훈의 토트넘, 잉글랜드 FA컵 결승 진출! 이대로 우승까지?」

「김상훈, 4골 2어시스트! 맨유와의 경기에서 총 6개의 공격 포인트 기록!」

「김상훈이 세레머니를 하는 이유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김상훈은 세계 최고의 슈터다.’」

「K리그에 이어 EPL까지 점령하고 있는 김상훈! 그 다음은?」

하나같이 조회수를 뽑기 좋은 제목들이었다.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는 김상훈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크힠킥!”

- 왜 그렇게 재수 없게 웃어?

“이 기사들을 보고 어떻게 웃음이 안 나오겠어요.”

- 그게 그렇게 좋냐?

“예.”

- 그래서 이제 뭐할 건데?

“이거요.”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손가락을 펼쳐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 즉시, 이찬수가 반응했다.

- 뭐? 이걸 한다고? 갑자기 왜?

“슬슬 다시 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 그래, 왜 이렇게 오래 참나 했다. 결국 또 미친 짓을 하려는 구만.

“인생 한방이죠 뭐.”

- 아~ 예. 알아서 하세요.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하나의 스킬을 바라봤다.

그러자 곧바로 스킬의 정보 창이 떠올랐다.

[합성]

- 등급 : 골드(G)

- 효과 : 스킬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합성 성공확률은 랜덤입니다.

“시스템, 합성 스킬 사용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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