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
9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을 수용 가능한 웸블리 스타디움.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중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허탈한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도대체 저런 선수를 토트넘은 어떻게 찾은 거야?”
“이미 한국에서는 데뷔시즌에 대단한 선수였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저런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킴은 토트넘에서 가장 잘나가는 선수인데, 우리한테 오겠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때서! 맨유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요즘엔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잖아.”
“에잇! 그래도 곧 살아날 거라고!”
믿을 수 없는 원더 골을 넣은 김상훈을 바라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진한 갈증을 느꼈다.
저런 선수가 우리 팀에 있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무너지지는 않았을 텐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엄청난 골을 넣은 남자를 바라봤다.
그 순간, 포체티노 감독의 표정이 이상한 것이라도 본 듯, 멍해졌다.
“쟤는 또 왜 저러는 거야·····?”
그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골을 넣은 김상훈이 엉덩이를 씰룩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새로 개발한 세레머니였다.
그런 김상훈을 보던 포체티노 감독이 스스로의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 미친놈아 그건 또 뭔 짓거리야?!
“신상 세레머니입니다.”
- 이 관종 새끼······ 내가 매일 너를 보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돼.
“크힠큭! 그게 제 매력이죠.”
- 그 이상한 웃음소리도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아.
“사실 저도 이찬수 선수의 독특한 외모에 아직 적응을 못했어요.”
- 뭐 이 새끼야?! 내 외모가 어때서?
“그동안 그렇게 많이 말했는데, 또 말씀드려야 되나요?”
- 우와~! 진짜 어이없네? 내가 귀신만 아니었어도 당장 너 데리고 사람들한테 외모 배틀이라도 해보고 싶다.
“얼마나 더 큰 충격을 받으시려고요…….”
- 진짜 이 새끼가?!
얼굴이 붉어진 이찬수가 계속해서 이죽거리는 김상훈의 뒤통수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하지만, 반투명한 그의 팔은 김상훈의 몸을 통과해버렸다.
“사랑의 매를 맞고 싶어도, 맞을 수가 없네요…… 너무 슬프다.”
- 후우! 진짜 패고 싶다…….
“제가 죄송해요.”
김상훈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놀리면 이찬수가 삐져버릴 것이라는 것을.
한 번 삐지면 꽤나 오래 가버리기 때문에 여기서 멈춰야한다는 것을.
때문에 김상훈은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전반전이 거의 다 끝났네요.”
- 왜 갑자기 말을 돌리냐?
“라커룸 들어가야 하니까요.”
- ……뭔가 좀 당한 느낌인데?
“그런 거 아닙니다. 어? 지금 휘슬 부네요.”
실제로 지금, 주심이 전반전을 종료하는 의미로 휘슬을 불고 있었다.
***
삐익-!
그라운드에 울리는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10만큼 상승합니다.]
[강철 체력(G)을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오! 대박!”
- 오늘 운이 좀 따르나본데?
“그런가 봐요. 체력이 10이나 회복된 건 처음이네요.”
- 개처럼 뛰라는 시스템의 메시지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개처럼 뛰어드려야죠.”
말과 함께 김상훈은 활발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팀 동료들에게 신뢰가 가득한 그는 당연하게도 집중적으로 공을 받으며 토트넘의 빌드업을 이끌었다.
툭-! 투욱-!
실수가 없는 깔끔한 패스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원을 갉아먹던 김상훈에게 기회가 왔다.
“킴!”
크게 외치며 리턴 패스를 하는 에릭센을 본 김상훈이 그에게 오는 공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였다.
동시에 생각했다.
‘패스? 슛?’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시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 뒷 공간으로 파고드는 해리 케인과 손홍민이 보였다.
더불어 수비를 달고 다니는 케인과 손홍민으로 인해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도 보였다.
때문에 고민했다.
패스를 할 것이냐, 슈팅을 할 것이냐?
아주 짧은 시간동안 고민에 빠졌던 김상훈은 결국, 더욱 확실하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리 케인과 손홍민은 달고 있는 수비수의 압박을 이겨내며 골을 넣은 능력이 충분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선수들은, 오늘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들이었으니까.
그래서 김상훈은 그에게 굴러오는 공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물론 빠르게 굴러오는 공을 다이렉트로 때리는 슈팅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당연하고, 슈팅 능력이 좋은 프로선수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정확한 슈팅]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체력을 랜덤으로 1에서 20까지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히어로 등급의 정확한 슈팅 스킬.
이것이 있는 한, 김상훈에게 슈팅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슈팅을 때려냈다.
퍼엉-!
그 순간, 전반전에 김상훈에게 1골을 허용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데 헤아는 2018년인 지금,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였다.
그만큼 그는 빠른 반사 신경, 핸들링, 수비라인 지휘 능력 등, 골키퍼로서 가져야 할 능력들을 가진 선수였다.
그런 능력 때문일까?
다비드 데 헤아는 다른 골키퍼들은 막을 수 없을만한 슈팅을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런 데 헤아의 능력이 빛났다.
쉬익-!
동물적인 감각으로 김상훈의 슈팅 경로를 향해 몸을 날린 데 헤아는 팔을 쭈욱-뻗었다.
김상훈의 슈팅은 정확히 골대 상단 구석을 향해 날아갔지만, 다비드 데 헤아는 그 공을 쳐내는 것에 성공했다.
터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점을 막아내는, 믿을 수 없는 슈퍼 세이브였다.
“우와……!
- ……쟤 진짜 뭐냐? 저걸 막아?
“제 눈으로 봐도 믿기지가 않네요.”
- 훈련 때, 요리스는 저런 거 막은 적 없잖아?
“예.”
- 요리스도 굉장히 좋은 골키퍼이긴 하지만, 데 헤아 저 녀석은 차원이 다르네.
“전 당연히 골인 줄 알았어요.”
- 나도 그래. 공이 야신 사각지대로 날아갔으니까.
“아~! 너무 아깝네요.”
- 멘탈은 괜찮냐?
“당연하죠. 아무리 데 헤아가 잘 막아도, 방금 같은 선방을 계속 하지는 못할 거니까요.”
- 참 멘탈 하나는 단단하다니까~?
“다 이찬수 선수 덕분이죠.”
- 그건 맞지.
“·······.”
데 헤아의 엄청난 선방이 있었지만, 그의 손을 맞은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가버렸기 때문에, 토트넘은 코너킥 기회를 얻게 됐다.
때문에 김상훈 역시 이찬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김상훈을 막기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발렌시아가 달라 붙었다.
“어우! 적당히 좀 잡아!”
김상훈은 짜증을 내며, 발렌시아의 압박에 힘겨워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 순간, 이찬수가 감탄했다.
- 와~! 연기력 봐라. 누가 보면 레슬링 기술이라도 건 줄 알겠어.
실제로 김상훈은 크게 엄살을 부리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발렌시아를 방심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 순간, 코너 키커로 나선 손홍민이 몰려있는 선수들을 향해 공을 띠웠다.
뻐엉-!
해리 케인, 다이어, 델레 알리, 김상훈이 동시에 점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역시 그들을 막기 위해 같이 점프를 했다.
그때였다.
코너킥 라인과 가장 가깝던 김상훈을 막던 발렌시아가 당황했다.
“뭐야?!”
당연한 일이었다.
분석 상, 헤딩에 약한 모습을 보였어야 할 김상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무, 무슨 점프력이?!”
그 순간, 발렌시아는 마치 미식축구 선수가 떠오를 정도로 높게 점프한 김상훈을 막기 위해서 그의 옷을 잡아챘다.
하지만, 김상훈의 몸은 이미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그는 날아오는 공에 정확하게 머리를 가져다댔다.
그와 동시에 발렌시아는 또 한 번 경악했다.
“이건 또 무슨?!”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상훈의 이마에 맞은 공이 마치 발로 차낸 것처럼 강력한 소리와 함께 골대를 향해 내리 꽂혀버렸으니까.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다비드 데 헤아가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강력한 헤딩(S)이 발동됩니다.]
[헤딩의 파워가 강해집니다.]
골망을 강하게 흔드는 엄청난 헤딩 골이었다.
***
김상훈의 골로 인해 양 팀의 스코어는 2대 1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역전 골을 허용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더욱 적극적으로 토트넘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골을 넣기 위해 선수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린가드를 빼고, 빠른 속도를 지닌 마커스 래시포드를 투입했다.
래시포드는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활발한 움직임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슈퍼스타, 폴 포그바의 발에서 엄청난 패스가 터져 나왔다.
퍼엉-!
특유의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차낸 폴 포그바의 패스는, 오른쪽 사이드부터 중앙으로 달리는 래시포드를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산체스와 베르통언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달리는 래시포드를 놓쳐버렸다.
한순간에 공격수를 놓쳐버린 것에 대한 대가는 컸다.
타닷-! 탓!
공을 컨트롤하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요리스를 향해 달리던 래시포드가 오른발로 반박자 빠른 슈팅을 때렸다.
요리스가 막아보려 했지만, 대각선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가는 래시포드의 슈팅을 막아내는 것에 실패했다.
철렁-!
“예에에에에쓰~!”
후반 62분에 터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점 골이었다.
이윽고 후반 65분이 되자마자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교체를 지시했다.
그는 무려 두 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손홍민을 빼고 라멜라를 투입시켰고, 델레 알리를 빼고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찬수가 씨익 웃으며 김상훈을 바라봤다.
- 슬슬 기회가 올 것 같다?
그런 이찬수의 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을 훑어본 김상훈이 대답했다.
“예. 다들 많이 지쳐 보이네요.”
- 상대 선수들은 지쳐서 전과 같은 압박을 펼치지 못할 것이고, 너는 아직 체력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네. 에이~! 게임 쉬워지겠네.
“에이~! 쉬워지다니요. 그래도 상대는 맨유인데요.”
- 지랄! 겸손한 척 하지 마. 너 지금 웃음 참고 있는 거 뻔히 알거든?
그때였다.
이찬수의 말에 웃음을 참던 김상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큽!”
- 이런 사악한 새끼! 또 어떤 더러운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쪼개는 거야?
“······더럽다뇨. 저는 그냥 경기가 쉽게 풀릴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 건데.”
- 영악한 새끼.
“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 뭐? 내가 뭐?!
“좋은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라고요.”
- 뭐? 또 개소리할래?
“크힠힠!”
실실 웃던 김상훈이 상대팀 선수들을 바라봤다.
땀을 쏟아내고, 입을 벌린 채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그들을 보던 김상훈이 목을 좌우로 꺾었다.
뚜둑-! 우드득-!
이윽고 그는 천천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완벽한 태클 스킬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체력 부담이 컸다.
때문에 김상훈은 상대 선수들을 무리하지 않고 압박만 넣으며 기회를 노렸다.
그때,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던 산체스가 다이어와 트리피어의 협동수비에 공을 빼앗겼다.
“크리스티안!”
공을 잡은 다이어가 곧바로 에릭센에게 공을 패스했다.
에릭센은 부드러운 원터치 패스로 근처에 있던 에릭 라멜라에게 공을 넘겼다.
라멜라는 짧게 드리블을 한 뒤에 돌파가 여의치 않자, 다시 뒤에 있던 에릭센에게 공을 패스했다.
툭! 툭!
가볍게 공을 치며 전진하던 에릭센이 슈팅 페이크를 한 뒤, 근처에 있던 김상훈에게 공을 패스하며 외쳤다.
“킴!”
슈팅을 때릴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리는 외침이었다.
김상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에릭센이 넘겨준 공을 향해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압박이 헐거워진 상황에서 김상훈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슈팅을 때릴 수 있었다.
“정확한 슈팅!”
뻐엉-!
강력하게 쏘아져나가는 김상훈의 슈팅에 데 헤아가 몸을 날렸지만, 그 역시 야신 사각지대에 정확하게 꽂히는 공을 항상 막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한 다비드 데 헤아는 허탈한 얼굴로 골대 안을 굴러다니는 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이 크게 소리쳤다.
“촤아!”
이윽고 그는 방정맞은 춤까지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찬수의 도발(J)이 발동됐습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는 데 헤아, 스몰링, 필 존스, 애슐리 영, 마티치, 포그바, 루카쿠입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들은 확정적으로 약이 오르게 됩니다.]
무려 7명의 선수가 도발에 걸렸다는 메시지.
그 사실을 알게 된 김상훈의 입가에 더욱 사악한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 어우~! 소름 돋아!
“크힠킥!”
- 미친놈이 제대로 미쳐버렸네.
“보여드릴게요.”
- 뭘?
닭살이 돋았다는 행동을 하던 이찬수가 눈을 크게 뜨며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때, 김상훈이 환하게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친놈이 만드는 미친 골 잔치를요.”
- 이런 젠장! 뭘 어쩌려고?!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박살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