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41950p입니다.]
보유 포인트를 확인한 김상훈은 곧바로 박스 선택 창을 바라봤다.
[레드 박스 ▷ 1,000포인트]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잠시 후, 마음속으로 선택을 마친 김상훈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무래도 저는 이걸로 사야겠어요.”
- 뭐? 너 미쳤어?!
“왜요?”
- 그 포인트면 다른 박스를 사면 실컷 깔 수 있잖아?
“그러면 재미없잖아요. 전 시원하게 한 번에 가려고요.”
말을 마친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블루 박스 1개, 레드 박스 1개를 구매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950p입니다.]
무려 4만 포인트짜리 블루 박스를 구매한 김상훈은 곧바로 레드 박스를 먼저 오픈했다.
[레드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할게.”
값비싼 파란색 박스가 눈앞에 있어서일까?
김상훈은 심드렁한 얼굴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레드 박스를 바라봤다.
이윽고, 제자리에 멈춘 레드 박스의 뚜껑이 열리며 하나의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풍선 터트리기]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각각 다른 보상이 들어있는 풍선을 향해 다트를 던지세요. 풍선에는 브론즈부터 히어로 등급까지의 스킬과 아이템이 들어 있습니다.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이건 또 뭘까요?”
- 그러게……? 일단 써봐야 알 것 같은데?
“그래야 되겠네요.”
[풍선 터트리기(G)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사용할게.”
풍선 터트리기 아이템을 사용하자마자 김상훈의 앞에는 반투명한 풍선들이 떠올랐다.
[라인에 맞춰 서 주세요.]
김상훈은 시스템의 요청에 맞춰 풍선과 5m가량 떨어진 검정색 선에 섰다.
그러자 김상훈의 앞에는 빨간색 다트 하나가 떠올랐다.
[풍선을 향해 다트를 던져주세요.]
- 이야~! 이런 것도 있어? 이거 그거 같은데? 놀이공원에 있는 그 풍선 터트리기 게임이랑 똑같네.
“그러네요. 어릴 때 해봤던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많이 해볼 걸 그랬어요.”
- 얼렁 던져봐.
“잠시만요. 이거 잘만 골라서 터트리면 히어로 스킬 뜰 수도 있는 거잖아요.”
- 풍선을 터트릴 수나 있겠냐?
“제가 설마 저걸 못 터트릴까요.”
- 꽤 어려워 보이는데?
“풍선이 꽤 많으니까, 신중하게 던지면 저 중에서 하나는 맞겠죠.”
- 알겠으니까. 그만 좀 떠들고 빨리 던져보라고오~!
“아으~! 알겠다고요.”
말을 마친 김상훈이 신중한 얼굴로 여러 개의 풍선을 바라봤다.
그 중에서 그의 눈에 띤 풍선은 여러 가지 색이 섞인 알록달록한 녀석이었다.
유난히 독특해 보이는 풍선을 바라보며, 김상훈이 팔을 휘둘렀다.
휘익-!
신중하게 휘두른 김상훈의 손을 떠난 붉은색 다트는 알록달록한 풍선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김상훈의 다트 실력은 좋은 편이 아니었고, 결국 허공을 나르던 다트는 원하던 풍선이 아닌, 다른 풍선을 향해 꽂혀버렸다.
퍼엉-!
다트가 꽂힘과 동시에 풍선이 터졌다.
그리고 풍선이 터지자마자 하나의 스킬이 떠올랐다.
[높은 점프력]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점프력이 좋아집니다.
짧은 설명이 담긴, 스킬.
그것을 바라보던 두 남자가 대화를 시작했다.
- 좀 애매하지 않냐?
“예. 설명이 너무 짧은데요? 점프력이 좋아진다라…….”
- 근데 또 등급은 골드니까, 점프력이 많이 좋아질 것 같긴 하다?
“일단 한 번 뛰어볼까요?”
- 그래, 얻은 김에 한 번 뛰어보자.
“후우! 기대되네요.”
자리에서 일어난 김상훈은 겉옷을 챙겨서 숙소 바깥으로 나갔다.
- 그냥 안에서 뛰면 되지, 뭐하러 밖으로 나가냐?
“혹시 천장에 머리 박을 수도 있으니까요.”
- 네가 무슨 농구선수냐? 무슨 천장에 머리를 박아.
“혹시 모르잖아요.”
- 퍽이나 모르겠다.
“일단 나왔으니까 뛰어볼게요.”
바깥으로 나온 김상훈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다리에 강하게 힘을 줬다.
이윽고 그는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내서 허공을 향해 점프했다.
부웅-!
“헉!”
- 헐!
김상훈은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평소 그의 점프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결코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점프력은 옆에서 지켜보던 이찬수가 놀랄 만큼 대단했다.
“점프 어땠어요? 제 체감 상으로는 말도 안 되게 높이 뜬 거 같은데.”
- ……솔직히 1m는 충분히 될 것 같던데?
“1m요? 그 정도면 높이 뛰는 편인가요?”
- 너는 프로축구 선수라는 놈이 왜 이렇게 지식이 없냐? 상훈아, 1m를 뛸 수 있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그 괴물들의 리그라는 NFL알지?
“그…… 미식축구요?”
- 그래. 그 괴물이라는 미식축구 선수들의 평균 점프 높이가 1m야.
“오오! 그럼 제 점프력이 되게 좋아진 거네요?”
- 그래 인마.
“상당히 마음에 드는 스킬이네요.”
실제로 김상훈은 높은 점프력 스킬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는 많은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지만, 상대 선수와의 헤딩 경합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 이제 가끔은 헤딩 경합에서 이기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는데?
“예. 이 정도 점프력이면 헤딩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 자, 이제 그거 깔 차례지?
“예. 바로 까려고요.”
블루 박스.
40000포인트라는 무시무시한 몸값의 박스.
영롱한 푸른빛을 띠는 박스를 바라보는 김상훈의 눈은 살짝 풀려 있었다.
- 너 지금 표정이 역겨운데? 너무 기대하는 거 아니냐?
“다른 박스도 아니고, 블루 박스잖아요. 기대가 될 수밖에 없죠.”
- 그러다 망하면 멘탈 다 나가겠네.
“제가 망하길 바라세요?”
- 당연하지.
“왜요? 어떻게 저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제자가 망하는 걸 바라실 수가 있어요?”
- 귀엽고 사랑스러운 제자라면 망하길 바라지 않았겠지. 하지만 너는 역겹고 싸가지 없는 제자니까 망하길 바랄게.
“내가 진짜 용한 무당을 찾아가던지 해야지…….”
인상을 쓰며 작게 중얼거린 김상훈은 무릎을 꿇었다.
더불어 그는 경건한 얼굴로 블루 박스를 바라봤다.
[블루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블루 박스를 오픈하겠냐는 말.
그런 시스템의 메시지에 김상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오픈할게.”
대답과 동시에 박스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
2018년 4월 22일 일요일.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팀들은 일반적으로 많은 관중들을 몰고 다니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일반적이지가 않았다.
관중석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무려 90,000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좌석이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이 많은 관중들로 인해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오늘 경기는 양 팀의 팬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잉글랜드 FA컵 준결승 경기!
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경기라는 것이 관중들로 하여금 직접 경기장을 찾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좋은 경기력으로 준결승에 오른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늘 펼쳐지는 경기는 양 팀에게 아주 중요한 경기였고, 두 팀 모두 서로를 높게 평가했다.
때문에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주전 선수들로 이뤄진 스쿼드를 들고 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린가드, 루카쿠, 산체스, 에레라, 마티치, 포그바, 발렌시아, 스몰링, 존스, 영, 데 헤아로 이뤄진 화려한 스쿼드를 들고 나왔고.
토트넘은 케인, 에릭센, 알리, 손홍민, 김상훈, 다이어, 데이비스, 산체스, 베르통언, 트리피어, 요리스라는 주전 멤버들이 선발로 출전했다.
양 팀 모두 프리미어리그에서 1위를 다투고 있는 상태여서일까?
두 팀의 선수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악수를 했다.
다만, 한 선수는 예외였다.
“오우! 포그바! 실물이 더 멋있네? 예전에 찍은 CF는 잘 봤어. 포그바~! 포그바~!”
어릴 적, 대한민국 축구 영웅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앰버서더인 박지석을 보고 자란 김상훈.
그에게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경기를 뛴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 야, 야! 창피하게 뭐하냐? 그러다가 ‘두유 노 박지석’도 하겠다?
이찬수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김상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 말을 거는 것을 멈췄다.
다만, 김상훈은 계속해서 신기한 눈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바라봤다.
- 왜 그렇게 쳐다봐? 도발하려고?
“아직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제가 도발을 왜 해요?”
- 그럼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신기해서 그렇죠. TV에서만 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실제로 보는 거니까요”
- 다른 팀들도 다 TV에 나오잖아.
“맨유는 좀 다른 느낌이에요. 어릴 때, 박지석 선수가 나오는 맨유 경기를 많이 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 같아요.”
실제로 김상훈은 이찬수의 팬이었지만, 박지석의 팬이기도 했다.
때문에 박지석이 오랜 시간 뛰었고, 지금은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런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그래서 박지석이 좋냐? 내가 좋냐?
“예?”
- 편하게 대답해봐. 누가 더 좋아?
“아니 무슨 질문이 그래요?”
- 왜 대답을 못해? 누가 더 좋냐고.
“아오! 무슨 애도 아니고 유치하게 진짜 왜 그러세요?”
- 우와~! 이걸 대답을 못한다고? 역시 싸가지 없는 제자는 거두는 게 아니었어…….
“아! 당연히 이찬수 선수가 더 좋죠.”
- 늦었어.
“삐졌어요?”
- 아닌데?
“삐지신 거 같은데.”
- 미쳤냐?
이찬수의 행동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김상훈은 이윽고, 곧 시작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상훈.
지금, 그의 마음가짐은 평소와는 달랐다.
- 눈빛이 왜 그렇게 살벌하냐?
“제가 좋아했던 팀과의 경기니까요.”
- 좋아했던 팀인데 왜 그렇게 죽일 듯이 쳐다봐?
“좋아했던 팀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싶어졌어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그는 평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과 많은 골을 넣는 것을 목표로 뛰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박살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때였다.
이찬수와 대화를 나누던 김상훈이 말을 멈추고, 주심을 바라봤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눈에는 휘슬을 부는 주심이 보였다.
삐익-! 삑!
이윽고 주심의 휘슬소리가 웸블리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김상훈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토트넘은 빠르고 안정적인 패스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진형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였을까?
해리 케인, 에릭센, 알리, 손홍민으로 이어지는 4명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했다.
거친 공격을 하던 토트넘에게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투욱-!
델레 알리의 리턴 패스를 받은 김상훈이 다이렉트로 슈팅을 때린 것이다.
“정확한 슈팅.”
하지만 그의 슈팅은 빠르게 몸을 날린 필 존스의 몸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탁-!
흘러나온 공을 잡아낸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스몰링이었다.
스몰링은 곧바로 앞에 있던 포그바를 향해 패스했다.
탓-! 휘익-!
폴 포그바는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받자마자 몸을 돌려서 전방을 바라봤다.
찰나의 시간에 패스를 줄 선수와 공간을 찾는 것에 성공한 그는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이윽고 포그바의 발끝에서 빠른 패스가 쏘아져나갔다.
퍼엉-!
빠르게 쏘아져나간 공은 토트넘의 수비수 산체스와 데이비스의 사이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파고든 선수가 있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였다.
괴물 같은 피지컬은 지닌 그는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포그바의 패스를 쫓았다.
휘익-!
이윽고 그는 움직이는 공을 향해 다이렉트로 다리를 휘둘렀다.
포그파의 패스 자체가 빠르고 강했기 때문에, 가볍게 공의 방향만 바꿔놓는 슈팅을 하려는 의도였다.
사실, 이런 슈팅은 루카쿠가 아주 좋아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훈련 때의 루카쿠는 이런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그는 지금 이 순간, 무조건 골을 넣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루카쿠의 귓전에 스쳤다.
“완벽한 태클.”
목소리의 주인공은 루카쿠의 뒤에서 위험천만한 백태클을 시도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이뤄지는 백태클이었기에, 이 순간 토트넘 선수들은 놀란 눈으로 태클을 한 남자와 루카쿠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남자의 위험한 태클은 정확히 루카쿠의 앞에 있는 공을 차냈다.
우당탕탕-!
그 즉시, 태클에 당한 루카쿠가 바닥을 한차례 뒹굴며 쓰러졌다.
“크헉!”
완벽한 골 기회를 놓친 루카쿠는 주심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거 반칙이잖아요! 페널티 킥이라고요!”
하지만 주심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루카쿠가 태클을 당할 때의 상황을 정확히 목격했고, 그 태클이 얼마나 정교하고 대단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심은 루카쿠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방금 태클은 반칙이 아니야. 완벽하게 공을 건드렸어.”
그리고 그 순간, 태클을 했던 남자는 빠른 속도로 역습을 하고 있었다.
타다닷-!
순식간에 화려한 드리블을 펼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를 제쳐낸 그 남자.
지금 이 순간, 그의 눈앞에는 최근 오픈한 블루 박스에서 나온 스킬 정보가 떠 있었다.
[완벽한 태클]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체력을 랜덤으로 1에서 10까지 소모해서 상대의 공을 빼앗습니다.(스킬 사용 시, 태클 성공 확률은 7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