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80화 (80/200)

80화 브라이튼(3)

이찬수의 왼발 슈팅.

그가 때린 왼발 슈팅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골대 구석을 향해 파고 들었다.

뻐엉-!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브라이튼의 골키퍼 라이언이 빼액-소리를 질렀다.

“미친! 킴이 왼발을 쓴다는 말은 없었잖아?”

하지만 라이언은 투덜거리면서도 빠른 속도로 이찬수의 슈팅에 반응했다.

다만, 정확한 슈팅 스킬까지 사용한 이찬수의 슈팅은 너무나도 막기 힘든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철렁-!

후반전이 시작된 지 7분 만에 들어간 추가골이었다.

그 순간, 매일같이 함께 훈련을 하는 토트넘 선수들 또한 놀란 눈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왼발은 또 언제 연습한 거야?”

포체티노 감독은 생각했다.

훈련 때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왼발을 갑자기 쓰는 이유가 뭘까?

오른발잡이인 줄만 알았던 김상훈의 왼발 슈팅이 왜 저렇게 환상적인 궤적으로 쏘아져 나가는 것일까?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선수야…….”

오늘 경기를 보러 온 토트넘의 팬들 역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떠들어댔다.

“킴이 양발을 쓸 줄 알았어?”

“아니, 나는 킴 경기를 매번 챙겨보는데, 왼발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어.”

“킴은 오른발을 쓰는 선수 맞지?”

“내가 알기로는 맞아. 훈련 때에도 오른발만 쓴다던데?”

“근데 지금 저 미친 왼발 슈팅은 뭐냐고? 한 40년간 왼발만 쓴 사람 같은데?”

“나도 모르지! 그러니까 킴이 미스터리한 선수라는 거야. 저기 다른 토트넘 선수들 표정 좀 봐. 다들 킴이 왼발을 쓰는 걸 처음 봤다는 표정이잖아.”

“하하하하! 정말이네?”

경기장 내, 모든 시선이 김상훈에게 집중되어 있을 때.

골을 넣은 이찬수는 한 남자의 폭풍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오! 왼발을 쓰면 어떡해요!’

“아니…… 왼발로 때리면 골 사이즈가 나오는 상황에서 나보고 어쩌라고!”

‘저는 앞으로 어떡하라고요? 저 오른발밖에 못 쓰는 거 아시잖아요.’

“이참에 왼발 슈팅도 연습하면 되지. 그리고 개인 훈련 때, 연습했었잖아.”

‘근데 못쓰잖아요.’

“아오! 오늘따라 잔소리가 왜 이렇게 심해? 골을 넣어줘도 지랄이야. 지랄이!”

‘어으~! 증말!’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이찬수와 함께하는 훈련 스케줄에는 왼발을 사용하는 연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왼발에는 조금의 재능도 없었던 것일까?

김상훈의 왼발 슈팅은 아무리 연습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골을 넣어달라고 했지, 왼발을 쓰지 말라는 말은 안했잖아.”

‘……그건 또 그러네요.’

“하여튼 이제 1골 남았다.”

그 후, 이찬수는 강철 체력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투욱-! 탓-!

손홍민과 리턴 패스, 해리 케인과 2대 1패스 등,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다만, 브라이튼 선수들은 더 이상 무너지기 싫다는 듯, 이를 악물고 뛰어가며 토트넘의 공세를 막아냈다.

[제한시간이 끝나, 강철 체력(G)효과가 사라집니다.]

강철 체력 효과가 끝났지만, 이찬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해서 부지런한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이찬수의 부지런한 움직임은 결국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퍼억-!

깔끔한 태클로 그로스의 공을 뺏어낸 이찬수가 곧바로 전방을 향해 길게 패스했다.

“상훈아, 이게 바로 택배 크로스야.”

이찬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의 패스는 마치 택배처럼 정확하게 브라이튼의 수비진으로 파고드는 선수의 앞 공간에 떨어졌다.

턱-!

공간으로 쇄도하던 손홍민은 그 공을 잡아내기 위해 집중했다.

이윽고 그는 침착하게 공을 트래핑했다.

하지만, 터치에 실수가 있었던 것일까?

손홍민의 발에 닿은 공은 조금은 멀리 떨어져 버렸다.

날아오는 공을 완벽하게 잡아둔 뒤에 슈팅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의 차이는 확실하다.

터치 한 번으로 골을 넣을 수도 있고, 넣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공격수에게는 퍼스트 터치가 더욱 중요했다.

“막아!”

손홍민의 퍼스트 터치가 길다는 것을 확인한 브라이튼의 수비들은 더욱 힘을 내서 달려들었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손홍민은 공을 지키기 위해 달렸다.

휘익-!

순간적으로 몸을 돌린 손홍민은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이미 그의 주변에는 브라이튼 수비수들이 가까이 붙은 상태였다.

‘안 되겠어.’

슈팅을 때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손홍민은 곧바로 근처에 있던 동료를 향해 공을 패스했다.

그 선수, 해리 케인은 기다렸다는 듯 손홍민이 넘겨준 공을 향해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아주 여유 있고, 부드러운 슈팅이었다.

뻐엉-! 철렁-!

“쏘니! 패스 좋았어!”

“케인! 축하해!”

손홍민의 어시스트에 이은 해리 케인의 골로 인해서 양 팀의 스코어는 5대 1까지 벌어져버렸다.

당연하게도 브라이튼의 분위기는 경기 초반과는 달리 차갑게 식어있었다.

너무나 큰 점수 차이에 실망을 했던 것일까?

브라이튼을 응원하러 온 팬들도 조금씩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

해리 케인의 골이 들어간 시점, 이찬수는 손에 병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건 아주 작은 병이었다.

[체력회복 물약]

- 등급 : 실버(S)

- 효과 : 섭취 시, 사용자의 체력이 20만큼 회복된다.

그것의 정체는 김상훈이 중요한 경기에서 쓰기 위해서 아껴둔 체력회복 물약이었다.

병을 든 이찬수가 질문했다.

“이거 먹는다?”

‘예.’

“근데 표정이 왜 그러냐? 내가 먹는 게 아까워?”

‘에이~ 아깝다뇨…….’

“아니라고 하기엔 표정이 너무 띠꺼운데?”

‘와…… 너무 억울하네요.’

“아니지? 그럼 먹는다.”

말을 마친 이찬수는 곧바로 물약을 마셨다.

꿀꺽-!

그 즉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체력회복 물약(S)을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20만큼 회복됩니다.]

[현재 남은 체력은 62입니다.]

“좋아~! 체력 넉넉하고, 컨디션 좋고! 시간도 아직 충분하고, 최곤데?”

‘화이팅입니다!’

“오냐~!”

후반 73분 상황에서 이찬수는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체력을 회복한 이찬수는 그 누구보다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브라이튼을 괴롭혔다.

탓-!

시소코의 패스를 받은 이찬수는 공을 잡기 무섭게 달려드는 브라이튼의 미드필더 마치와 스티븐스를 바라봤다.

퍼억-!

강하게 압박하는 두 명의 선수를 상대로 이찬수는 밀리지 않았다.

김상훈이었다면 버티기 힘든 강한 압박이었지만, 이찬수의 얼굴에는 조금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체능력은 똑같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수준이 달랐으니까.

무게 중심을 낮추며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는 법,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에는 도가 튼 선수가 바로 이찬수라는 선수였으니까.

툭-! 투욱-!

두 명의 선수의 압박을 이겨낸 이찬수는 루카스 모우라를 향해 길게 패스를 찔렀다.

루카스 모우라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서 공을 향해 달려 나갔다.

턱-!

훌륭한 트래핑으로 공을 잡아낸 모우라는 브라이튼의 수비를 앞에 둔 채, 자신감 있게 드리블을 펼쳤다.

크로스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상황이었지만, 점수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욕심을 냈다.

이윽고 루카스 모우라는 브라이튼의 왼쪽 풀백 가에탕 봉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툭! 투욱-!

하지만 가에탕 봉은 뛰어난 피지컬을 이용해 모우라의 돌파를 막아냈다.

퍼억-!

“으헉!”

체구가 작은 모우라는 거의 튕겨나가다시피 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 상황에서 심판은 반칙을 불지 않았고, 드디어 브라이튼의 역습이 시작됐다.

“스티븐스!”

가에타 봉은 팀 동료, 스티븐스를 향해 공을 길게 찔러 넣었다.

쉬익-!

스티븐스는 그에게 빠른 속도로 깔려 들어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그의 움직임은 공을 잡아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다.

탁-!

스티븐스는 센스 있게 가볍게 공의 방향만 바꿔버렸다.

그러자 그의 발에 맞은 공이 굴절되며 전방으로 쇄도하는 글렌 머레이에게로 향했다.

글렌 머레이는 7부 리그에서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하며, 오랜 시간동안 힘들게 선수 생활을 해온 노력파였고, 그만큼 뜨거운 열정을 가진

남자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동안 쌓아왔던 많은 경험들을 녹여내듯, 정확한 임팩트로 스티븐스가 넘겨준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뻐엉-!

발과 공이 정확한 임팩트로 맞자, 머레이의 슈팅은 레이저처럼 토트넘의 골대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멋진 선방을 자주 보여주는 위고 요리스였지만, 너무나도 잘 때린 글렌 머레이의 슈팅을 막아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후반 79분, 양 팀의 스코어는 5대 2가 되었다.

골을 먹혔지만, 이찬수의 움직임은 조금도 급하지 않았다.

열심히 뛰고 있기는 하지만, 쓸데없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잡으면 정확한 패스를 뿌리고, 드리블을 하며 브라이튼의 수비를 괴롭혔다.

결국, 그런 이찬수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겼다.

투욱-! 툭!

동료들과 짧은 패스를 이어받던 이찬수가 순간적으로 드리블을 하며 브라이튼의 수비수 브루노와 더피를 제쳐냈다.

이윽고 이찬수는 골대를 향해 슈팅을 때렸다.

뻐엉-!

체력을 아끼고자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찬수 정도의 클래스를 가진 선수는 지금처럼 가까운 거리에서는 매우 정확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실제로 이찬수가 때린 슈팅은 빠르고 정확하게 골대의 오른쪽 하단에 꽂혀버렸다.

철렁-!

“으어어어어!”

아무리 많은 골을 넣고, 많은 경험이 있는 선수라고 해도 골을 넣을 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곤 한다.

이찬수 역시 그랬다.

김상훈의 몸에 빙의를 한 뒤, 짧은 시간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는 해맑게 웃으며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카메라 앞에 도착한 이찬수는 밝게 웃으며 주먹을 쥐고, 스스로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나 이찬수야. 내가 여기에 있다고!”

비록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지금 이 순간 이찬수는 뜨겁게 포효하고 있었다.

***

6대 2스코어가 된 이후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오늘 미친 활동량을 보여준 시소코를 빼고, 빅토르 완야마를 투입시켰고 체력이 많이 떨어진 손홍민을 라멜라와 교체시켜 주었다.

새로운 선수들이 투입된 상황에서 토트넘은 계속해서 브라이튼을 몰아붙였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이찬수는 활동량을 대폭 줄인 뒤, 동료들을 향해 패스를 뿌리는 플레이를 펼쳤다.

툭-!

“케인!”

이찬수의 발끝에서 빠른 스루 패스가 뻗어나갔다.

그리고 해리 케인은 오늘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케인의 반응속도는 빨랐다.

턱-!

이찬수가 준 패스를 부드럽게 턴을 하며 받아낸 케인이 반박자 빠르게 슈팅을 때렸다.

퍼억-!

굉장히 잘 때린 슈팅이었지만, 브라이튼의 골키퍼 라이언이 멋진 선방을 해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라이언이 쳐낸 공은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달려간 해리 케인이 다시 한 번 슈팅을 때렸다.

철렁-!

2018년 4월 18일.

프리미어리그에서 펼쳐진 토트넘과 브라이튼의 경기는 7대 2라는 큰 점수 차이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토트넘이 넣은 7골 중 3골은 이찬수가 넣은 것이라는 것을.

오늘 경기에서 총 5골을 넣는 것에 성공한 김상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는 것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드리블을 5번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2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4번 넣었습니다. 보상을 2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97회 - 보상으로 97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5골 -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41950p입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본 김상훈 당연하게도 기쁨의 괴성을 질렀다.

“촤아~!”

- 이런 미친! 무슨 포인트를 이렇게 많이 줘?!

“이번에는 퀘스트까지 깼잖아요.”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촤앗~! 촤아아~!”

- 시끄러워! 상훈아, 그건 그렇고 대충 4만 포인트 정도 있는데 요걸로 뭐 살 거야?

“박스 사야죠 뭐.”

- 그러니까 어떤 거 살 거냐고?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이 턱을 쓰다듬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축구 실력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상훈은 신중하게 박스 선택 창을 바라봤다.

잠시 후, 그는 손가락으로 박스 하나를 찍었다.

“아무래도 저는 이걸로 사야겠어요.”

- 뭐? 너 미쳤어?!

이찬수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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