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브라이튼(1) 그리고 부상?!
‘쓸까, 말까?’
공을 향해 달려드는 김상훈은 짧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정확한 슈팅]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체력을 랜덤으로 1에서 20까지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이 랜덤으로 1에서 20까지 소모되는 스킬.
이 스킬을 사용한다면 지금과 같이 슈팅을 때리는 상황에서는, 골을 넣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하지만 현재 김상훈의 남은 체력은 겨우 12.
체력이 0이 되어서 기절을 해버리면 피곤한 일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김상훈은 이번 슈팅에서는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자신감 갖고 때려 인마! 스킬 좀 안 쓰면 어때? 그동안 훈련 많이 했잖아!
이찬수의 호통에 김상훈이 집중했다.
그는 원래라면 거의 모든 슈팅을 때릴 때,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해왔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최대한 집중하며 공중에 떠있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라, 마음 같아서는 발리 슈팅이 아닌, 안정적으로 잡아놓고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공을 잡아놓는 그 짧은 시간이라면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충분히 김상훈의 슈팅을 방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결국 김상훈은 공의 회전과 공중에 떠 있는 높이를 계산하며 발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휘이익-!
임팩트에 최대한 신경을 쓰며 강하게 휘둘러진 발등에 공이 닿았다.
뻐엉-!
강력한 소리와 함께 공이 쏘아져 나갔다.
그 순간, 토트넘을 응원하던 관중들은 경악했다.
“뭐, 뭐야?!”
“이게 뭐야?”
“오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늘 믿기지 않는 정확한 슈팅을 보여줬던 김상훈의 슈팅이 골대를 한참 벗어나, 대기권을 돌파할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찬수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크하하하하하! 이게 바로 대기권 돌파 슛이냐? 어떻게 해야 이런 슈팅을 때릴 수가 있는 거야?
“……하! 발에 빗맞았어요.”
- 완전 개 스킬 빨이었네~! 스킬 없으니까 걍 덩팡저우인데?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세요. 안 그래도 쪽팔리니까요.”
슈팅을 때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을 뎀벨레와 교체해주었다.
오늘 경기에서 3골을 넣은 김상훈은 민망한 얼굴로 감독,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에 벤치에 앉았다.
***
김상훈이 교체되어 들어간 뒤, 토트넘은 계속해서 맨시티를 몰아붙였지만 추가골을 넣지는 못했다.
당연하게도 경기는 3대 2로 마무리가 되었다.
경기를 마친 후, 김상훈은 동료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숙소에 돌아왔다.
[환상적인 골을 3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1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92회 - 보상으로 92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3골 -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14800p입니다.]
“아오~! 한 10만 포인트만 있었으면 좋겠다.”
보상 메시지를 보던 김상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최근 포인트가 잘 모이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근데 저기 빛나는 건 뭐냐?
“예? 빛나는 거요?”
- 그래 인마. 저기 안 보이냐?
“어디요? 뭐가 빛나요? 화장실 불은 꺼놨는데…….”
- 그거 말고! 저기 시스템 창에 빛나는 거 있잖아!
“시스템 창이요? 잠시만요…….”
김상훈은 오늘의 위닝 시스템 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시스템 창의 오른쪽 상단 구석.
그곳에 아주 작게 빛나는 버튼(?)같은 것이 보였다.
“……이게 뭘까요?”
- 글쎄다.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거 같은데, 갑자기 생겼어.
“눌러볼까요?”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누르고 싶으면 눌러봐.
“갑자기 폭탄이 터지거나 그러면요?”
- 아주 아프겠지. 물론 너만. 나는 귀신이라 그런 거 상관없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사랑스러운 제자가 죽을 수도 있잖아요.”
- 사랑스러운 제자를 둔 적은 없고, 존나 싸가지 없는 제자를 둔 적은 있지. 그리고 네가 죽으면 같이 귀신이 돼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는 것도 재밌을 거 같은데? 귀신이 되어버린 스승과 제자의 여행 이야기. 크으~! 감성적이다. 참 감성적이야.
“……혹시 현역시절에 약물 같은 거 걸리신 적은 없죠?”
- 너 지금 나를 약쟁이 취급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생각하시는 게 조금 많이 특이하셔서요.”
-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너보다는 정상이야.
“그건 인정 못합니다.”
- 아오! 그래서 저거 눌러 볼 거야, 말 거야?
“당연히 눌러야죠.”
조금은 불안한 얼굴로, 김상훈은 눈곱처럼 작은 원에 손을 가져다댔다.
뽀옥-!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시스템 음성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퀘스트 : 다음 경기에서 5골을 넣으세요. 보상 - 20000포인트.]
간략하고 깔끔한 메시지였지만, 김상훈은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퀘스트라는데요?”
- 뭐야 이건? 갑자기 웬 퀘스트? 2만 포인트?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근데 5골은 좀 빡센데…….”
- 다음 경기 어디랑 하는데?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다음 경기 스케줄을 확인했다.
그때, 스케줄을 확인한 김상훈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어?”
- 응?
“잘하면…… 이거 되겠는데요?”
- 이런 젠장!
다음 상대를 확인한 김상훈은 퀘스트를 깰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
2018년 4월 18일 수요일.
오늘은 토트넘과 브라이튼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는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승격을 한 팀으로 2017-2018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난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팀이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브라이튼은 1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긴 하지만, 14위에서 16위 안쪽을 오가며 강등 위기까지는 맞지 않는 팀이기도 했다.
다만, 현재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는 토트넘으로서는 꼭 이겨야만 하는 팀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원래는 쉬게 해주려고 했건만…….”
포체티노 감독의 원래 계획은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을 쉬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가 본 김상훈은 팀 내에서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팀에 입단하자마자 많은 경기들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상훈이 출전을 원했다.
너무나도 출전을 원했기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결국 김상훈을 오늘 경기에 선발로 내세우기로 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을 따로 불렀다.
“킴.”
“예. 감독님.”
“혹시나 경기 중에라도 힘들면 말하게. 자네는 조금 쉴 필요가 있어.”
“예.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5골을 넣기 전까지 경기에서 빠질 생각이 없었다.
오늘, 그는 어떻게든 퀘스트를 깰 생각이었다.
브라이튼은 오늘 경기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평소 많이 쓰던 443 포메이션을 들고 왔다.
그런 브라이튼을 상대하는 토트넘은 케인, 손홍민, 에릭센, 루카스 모우라, 김상훈, 시소코, 데이비스, 베르통언, 알더웨이럴트, 오리에, 요리스를 투입했다.
꾸준히 경기를 뛰어왔던 델레 알리와 빅토르 완야마에게는 휴식을 주고, 루카스 모우라와 시소코에게는 경기감각을 살릴 수 있게 해주려는 포체티노 감독의 생각이 들어간 선수운용이었다.
삐익-!
경기가 시작되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상훈은 초반부터 강하게 상대 선수들에게 압박을 넣으며 공을 컷팅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 오우! 초반부터 박력 넘치는데? 오늘, 제대로 마음 먹었나보다?
“예. 오늘 무조건 퀘스트 깹니다.”
이찬수의 말에 대답을 하며, 김상훈은 브라이튼의 중앙 미드필더 노커트의 패스 길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예리한 볼 커팅 스킬로 인해 노커트의 패스 방향을 알 수 있는 김상훈은 최대한 타이밍에 신경 쓰며, 슬라이딩을 했다.
촤르르륵-!
꾸준히 연습을 거듭해서일까?
김상훈은 노커트의 패스를 컷팅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 노커트 쟤 패스가 왜 저러냐? 이름은 노커트인데 컷트 당하기 너무 쉬운 패스를 뿌리는데?
“그거 개그에요?”
- 아닌데?
“그럼요?”
- 그냥 한 말인데?
“그쵸? 실망할 뻔했어요.”
- 닥쳐라.
“크힠!”
- 웃지 마!
“쿠히힠!”
김상훈은 키득거리면서도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노커트의 공을 컷팅해낸 이후, 김상훈은 그에게 다가온 브라이튼의 미드필더 스티븐스의 압박을 부드러운 턴으로 가볍게 벗어났다.
그 순간, 김상훈은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은 무언가를 중얼거렸고, 그의 눈앞에는 몇 개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확한 슈팅(H)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9만큼 소모됩니다.]
[캐논 슈터(G)가 발동됩니다.]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엄청난 속도를 지닌 채, 골대 안으로 날아갔다.
쉬이이익-!
“……이 정도였어?”
브라이튼의 골키퍼 라이언은 토트넘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 김상훈에 대한 자료조사를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의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은 골키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라이언은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수많은 분석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있고, 막아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김상훈의 슈팅은 분석 같은 것으로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생각과 함께 라이언은 몸을 날렸다.
물론, 축구공이 골대 구석에 박히는 것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철렁-!
“촤르르르르~! 촤아!”
깔끔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김상훈은 밝게 웃으며 특유의 세레머니를 펼쳤다.
토트넘 팬들은 그런 김상훈을 보며 환호했고, 김상훈은 팬들을 향해 하트를 보냈다.
- 어우! 닭살 돋게 왜 그러는 거야?
“팬들이 있기에 제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그 멘트는 또 누구 꺼 베껴온 거냐?
“베끼다뇨. 제 진심입니다.”
- 지랄!
경기 초반부터 골을 먹힌 브라이튼 선수들은 흥분하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다.
다만, 토트넘은 브라이튼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게끔 만들 생각이 없었다.
브라이튼이 빌드업을 쌓아가는 것을 강한 압박으로 방해했다.
퍼억-!
“크악!”
시소코와 몸을 부딪친 스티븐스가 바닥을 뒹굴었다.
“반칙이잖아요!”
다만, 주심은 공정한 몸싸움이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시소코는 루카스 모우라가 쇄도하고 있는 오른쪽 사이드로 길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투욱-!
“나이스 패스!”
공을 잡으며, 작게 중얼거린 모우라는 특유의 리듬을 살리며 브라이튼의 수비진을 향해 파고 들었다.
루카스 모우라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프로선수였다.드리블 능력이 좋지만, 스스로 골까지 만드는 능력은 조금 부족한 선수.
때문에 그는 드리블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패스할 곳을 찾았다.
그때였다.
‘저기!’
루카스 모우라의 시야에는 수비들 사이로 파고드는 해리 케인이 보였다.
그 순간, 모우라는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해리 케인이 폭발적인 순간 가속도로 루카스의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골 냄새를 잘 맡는 선수답게 날카로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루카스 모우라의 패스는 정확하지 않았다.
때문에 골대에 너무 가깝게 파고든 모우라의 패스는 브라이튼의 골키퍼 라이언이 잡아냈다.
라이언은 곧바로 브라이튼의 왼쪽 공격수 카얄을 향해 길게 롱패스를 뿌렸다.
먼 거리였음에도 라이언의 패스는 정확하게 카얄이 자리 잡고 있는 공간으로 날아갔다.
퍼억-!
오리에가 그런 카얄과 함께 공중볼 경합을 했지만,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카얄에게 밀려버렸다.
공을 따낸 카얄이 몸을 돌렸다.
동시에 공간을 침투하는 브라이튼의 스트라이커, 머레이에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브라이튼이 훈려 때, 수 없이 많이 연습해왔던 플레이였다.
때문에 카얄의 패스는 정확했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나가는 머레이의 움직임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스트라이커인 머레이의 입장에서는 깔끔한 마무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머레이는 그의 앞에서 달려들고 있는 요리스를 향해 칩슛을 시도했다.
툭-!
깔끔한 칩슛이었다.
하지만, 위고 요리스가 머레이의 칩슛을 예상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퍼엉-!
머레이가 차낸 공을 요리스는 파리를 잡듯 팔을 휘둘러서 쳐내버렸다.
뒤늦게 달려온 베르통언이 그 공을 걷어냈다.
퍼엉-!
다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베르통언은 침착 했다.
멀리 걷어내는 것이 아닌, 멀지 않은 위치에 있던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툭! 투욱-!
어깨로 한 번, 무릎으로 두 번 터치를 한 김상훈은 안정적으로 공을 컨트롤해냈다.
그리고, 공을 잡아낸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가속.”
순식간에 속도가 빨라진 김상훈을 향해 노커트가 달려들었다.
노커트는 지금, 잔뜩 약이 오른 상태였다.
때문에 경기 초반에 그의 공을 뺏고 골까지 넣은 김상훈의 돌파를 어떻게든 막아낼 생각이었다.
“킴 이 새끼!”
노커트는 이를 악물고 김상훈에게 몸을 부딪쳤다.
피지컬이 좋은 편이 아닌, 김상훈을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카드를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노커트의 머릿속에는 김상훈에게 복수를 하려는 생각만이 가득했으니까.
이윽고 속도가 붙은 노커트와 김상훈이 어깨를 부딪쳤다.
뻐억-!
김상훈과 노커트의 강한 충돌.
누군가는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모습을 본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 동료들이 소리를 질렀다.
“키이이임!”
결국 커다란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튕겨져 나갔다.
튕겨져 나간 남자는 낙법조차 하지 못한 채, 잔디 위에 떨어져버렸다.
더불어 남자는 뒤틀린 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