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맨체스터 시티 (3)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후반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불이 붙었다.
2대 2라는 스코어가 양 팀의 분위기를 달구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동점골을 넣은 주인공 김상훈이 세레머니와 함께 스킬을 사용했다.
[이찬수의 도발(J)을 사용하셨습니다.]
[귄도간, 델프, 오타멘디, 스털링이 도발에 걸렸습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는 약이 오르게 됩니다.]
무려 조커 등급인 이찬수의 도발 스킬.
그 스킬의 효과는 강력했다.
도발에 당한 선수들이 그 증거였다.
“저, 저 새끼가! 저런 감히 골을 넣고 덤블링을 해? 우리 앞에서?!”
“……내가 저 놈만큼은 꼭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저 놈은 얼굴이 왜 저렇게 거만하게 생겼어? 아! 열 받네?”
“아! 나는 왜 저 자식 얼굴만 봐도 화가 나지? 진짜 패고 싶다.”
덤블링을 하며 괴성을 질러대는 김상훈.
도발에 걸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그런 김상훈을 향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선수였던 만큼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간신히 참아냈다.
과연 뛰어난 축구실력답게 뛰어난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 참고 넘겼을 뿐, 그들의 마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남자가 있었다.
퍼억-!
오타멘디의 강력한 태클에 당한 김상훈이 발목을 붙잡고 쓰러졌다.
“으아악!”
인터넷 방송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섰던 경험 때문일까?
지금 김상훈은 그 누구보다도 불쌍하고, 고통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고통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그 고통에 비해 김상훈의 행동은 많이 과장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태클을 한 오타멘디는 잔뜩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진짜 주의로 끝날 수 있는 거잖아요! 이게 왜 카드냐고요! 쟤 저거 다 연기에요!”
김상훈은 오타멘디가 옐로우 카드를 받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김상훈을 향해 오타멘디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런 오타멘디의 뒤에는 어느새 귄도간, 델프, 스털링까지 붙어 있었다.
“너 이 새끼야. 적당히 좀 하지 그래?”
김상훈의 바로 앞까지 온 오타멘디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눈을 부라렸다.
“내가 뭘?”
“연기하지 말라고. 태클 살짝 들어간 거 다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추하게 행동하는 거야?”
김상훈은 오타멘디가 굉장히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오타멘디를 달래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도발을 할 생각이었다.
“네가 태클을 잘했으면 되잖아.”
“뭐?”
“네가 실력이 없어서 태클을 제대로 못해놓고 왜 나한테 짜증이야?”
“이 새끼가 미쳤나?”
“이렇게 짜증낼 시간에 경기에나 집중해. 아, 그리고 이따가 네 다리 사이로 알까기 할 거니까 미리 잘 대비하고 있어.”
오타멘디의 얼굴은 이제 터질 듯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김상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광역 도발을 시전 했다.
“근데 뒤에 떨거지들은 왜 데리고 온 거야?”
그 말과 동시에 이찬수의 도발 스킬에 걸린 4명의 선수가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4명의 선수들에게 밀쳐진 김상훈은 마치 무림고수의 장풍을 맞은 것처럼 허공을 날았다.
우당탕!
“으아악!”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김상훈.
다급하게 달려온 주심은 상황파악을 마친 뒤, 4명의 선수들에게 재차 카드를 내밀었다.
이미 옐로우 카드를 받은 오타멘디에게는 레드 카드를, 나머지 3명의 선수들에게는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4명의 선수가 동시에 카드를 받는, 아주 진귀한 광경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선수들을 향해 분노한 토트넘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잔디 위에 누운 채 경련을 하던 김상훈이 벌떡 일어났다.
이윽고 그는 흥분한 동료들을 다급하게 말리기 시작했다.
“케인! 알리! 홍민아! 디아라! 진정해! 나 괜찮으니까 진정하라고!”
그제야 토트넘 선수들은 화를 가라앉혔다.
방금까지 화를 내던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감정을 가라앉히는 모습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평소 김상훈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알고 있었고, 상대선수에게는 너무나도 야비한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형…… 저 선수 4명이 동시에 옐로우 카드 받는 거 처음 봐요.”
“어, 홍민아. 나도 처음이야.”
“정말 형은……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요.”
“운이 좋았지.”
“…….”
맨체스터 시티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온 오타멘디가 퇴장을 당해버렸고, 3명의 선수도 옐로우 카드를 받은 상황.
11명이 뛰는 토트넘을 상대로 맨체스터 시티는 10명으로 상대해야했고, 카드를 받은 3명의 선수는 조금은 위축된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상황을 만든 김상훈은 얼굴을 찡그린 채,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 너 표정이 왜 그러냐? 똥 마렵냐?
“표정관리 하잖아요.”
- 표정관리를 왜 하는데?
“안 하면 큰일 날 수도 있으니까요.”
- 응?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어으! 이찬수 선수는 그렇게 욕을 드시고도 모르세요?”
- 말을 해야 알지 인마! 짜증나려고 하니까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말해봐.
“표정관리 안하면 맨체스터 시티 팬들한테 SNS 테러 당할 수도 있어요.”
- SNS테러? 그 인스타나 페북 같은 거 말하는 거지?
“예. 인스타 댓글 테러요.”
- ……네가 악플을 신경 쓰긴 하냐?
“아~ 그럼요! 제가 알고 보면 얼마나 여린 사람인데요.”
- 허! 네가 여려? 넌 그냥 미친 악마새끼야. 인마. 그리고 악플 신경 쓴다는 놈이 태클만 당하면 헐리우드 액션을 해?
“……진짜 아프긴 아팠다고요.”
- 널 보면 그냥 다리가 부러진 사람 같던데?
“……경기 집중하겠습니다.”
***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서 경기를 하는 스포츠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훈련도 11명이서 하고, 전술훈련 또한 11명이서 진행한다.
그런데 만약 11명의 선수가 10명이 된다면?
당연하게도 전술은 무너지고, 경기력 또한 무너지게 된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 같은 강팀은 1명이 퇴장을 당했을 때의 상황도 대비하긴 한다.
하지만, 11명인 상대와 경기를 하기에는 전력에서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맨체스터 시티가 처한 상황이 그러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과 코치진은 다급하게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을 갈구했다.
결국 그들은 정석과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삐익-!
1명의 선수가 부족한 맨체스터 시티가 선수교체를 했다.
스트라이커인 제주스를 빼고, 체력이 좋아 열심히 뛰고, 볼을 지키는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를 투입했다.
전술 역시 또 한 번 바뀌었다.
스털링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수비수에 가깝게 내려와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이었다.
어떻게든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거나,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기회가 온다면 한순간의 역습으로 역전승까지도 노려보겠다는 전술.
그런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토트넘은 승점을 챙겨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런 토트넘의 의지는 경기력에서 나타났다.
퍼엉!
에데르손은 해리 케인이 때려낸 강력한 슈팅을 막아냈다.
이렇듯 골문으로 향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수비에 치중한 맨체스터 시티를 뚫기 위해, 토트넘 선수들은 조금의 틈만 보이면 곧바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첫 슈팅은 손홍민이었고, 두 번째가 해리 케인의 슈팅이었다.
다만, 첫 번째 슈팅은 콤파니의 몸에 맞았고, 두 번째 슈팅은 방금과 같이 에데르손의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에게 슈팅을 허용하면서도 맨체스터 시티는 지금 이 순간, 마치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거북이처럼 단단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토트넘은 가장 좋은 기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가 단단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골키퍼를 제외하면 9명의 선수가 뛰는 상황이었다.
토트넘은 그런 맨시티를 상대로 꾸역꾸역 틈을 만들기 시작했다.
툭! 투욱!
공을 잡은 김상훈이 돌파를 하는 척 페인팅을 넣고, 뒤에 있던 에릭센에게 공을 넘겼다.
에릭센은 좌우를 둘러보며 시야를 넓힌 뒤, 패스를 줄 곳이 여의치 않자, 다시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공을 잡은 김상훈은 가까이 붙은 귄도간을 상대로 플리플랩을 시도했다.
최근 드리블이 좋아진 김상훈의 움직임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귄도간은 그런 김상훈을 막아내지 못했다.
툭-! 투욱-!
깔끔한 개인기로 귄도간을 제쳐냈지만, 여전히 맨시티의 수비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옆에는 이런 상황에서 최적의 방법을 알려주는 스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 침착하게 조금씩 공을 끌고 들어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상대가 더욱 긴장한다는 거 알지?
“예.”
- 네 앞에 베르나르두 실바랑 카일 워커 보이지? 걔네 둘 사이에 잘 보면 슈팅 각이 나와. 보이냐?
“예.”
- 살짝 공을 민 다음에 그 각도로 감아 차봐. 골키퍼가 막기 힘들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도 틈이 없어 보이는 촘촘한 맨시티의 수비.
그런 상황에서 이찬수에게는 틈이 보였다.
그리고 이찬수에게 축구를 배운 김상훈도 이제는 그 틈을 볼 수 있었다.
생각을 마친 김상훈의 행동은 빨랐다.
툭!
살짝 공을 앞으로 밀며 드리블 페인팅을 넣은 뒤,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수비가 많긴 하지만, 김상훈과 골대와의 거리는 20m도 되지 않는,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였다.
그런 거리에서 정확한 슈팅 스킬과 함께 감아 찬 김상훈의 슈팅은 실바와 워커의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쉬이익-!
정확하게 감긴 슈팅은 두 선수 사이를 넘어 골대 오른쪽 구석을 향해 쇄도했다.
돌파 페이크로 완벽하게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은 슈팅.
당연하게도 에데르손은 김상훈의 슈팅에 반응하지 못했다.
철렁-!
현재 스코어는 3대 2였다.
***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3만큼 회복됩니다.]
힐링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은 작게 숨을 토해냈다.
“……후우!”
후반 80분, 김상훈은 크게 지쳐있었다.
[남은 체력은 12입니다.]
남은 체력은 12.
정확한 슈팅을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수치였다.
가장 중요한 무기 하나를 잃은 김상훈은 안정적인 짧은 패스 위주로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역전 골을 먹힌 맨체스터 시티는 무승부를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1명이 부족한 상황이라 역습에 약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털링!”
뻐엉-!
맨체스터 시티의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가 전방으로 쇄도하는 스털링을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스털링은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 공을 향해 달렸다.
그런 스털링을 베르통언과 산체스가 뒤쫓았다.
순식간에 찾아온 위기에서, 토트넘을 구한 선수는 산체스였다.
발이 빠르지 않은 베르통언과는 달리 굉장히 속도가 빠른 산체스는 스털링을 따라잡는데 성공했고, 위험을 감수한 태클을 시도했다.
퍼엉-!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산체스의 태클은 완벽하게 스털링의 발밑에 있던 공만을 빼냈고, 산체스는 곧바로 길게 패스를 뿌렸다.
뻐엉-! 쉬이익-!
산체스가 뿌린 공이 향한 곳에는 해리 케인과 뱅상 콤파니가 경합을 하고 있었다.
휘익-!
두 선수 모두 몸을 공중에 띠웠고, 공중볼 경합을 했다.
몸싸움이 좋은 두 선수, 하지만 미리 좋은 자리를 잡고 있던 선수는 케인이었다.
해리 케인은 콤파니와의 몸싸움에서 이겨내며 공을 동료에게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
퉁-!
바닥에 튕기는 공.
그런 공을 향해 달리고 있던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의 입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공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수의 눈앞에는 반투명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순간 가속(G)를 사용했습니다.]
[5초간 속도가 빨라집니다.]
순식간에 속도가 빨라진 남자, 김상훈이 바닥에 튕긴 공을 향해 다이렉트로 슈팅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