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맨체스터 시티(2)
[레전드의 기억(L)]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제한시간 10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스킬.
팀이 2대 0으로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김상훈이 가장 처음 꺼낸 무기는 바로 레전드의 기억 스킬이었다.
“시스템, 레전드의 기억 사용할게.”
- 결국 사기 스킬을 쓰는구만.
김상훈이 말을 마치자마자 시스템이 스킬 사용을 알렸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다는 말.
그 말에 김상훈과 그 옆에 있던 이찬수, 두 남자가 시스템 메시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스템이 선수 선택 결과를 알렸다.
[포르투갈의 레전드이자 SL벤피카의 레전드, 에우제비우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에우제비우의 드리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에우제비우.
흑표범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순간적인 속도와 뛰어난 드리블 실력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부숴버리며 골을 넣는 선수였다.
특히 수비수와의 1대 1대결에서 강점을 보인 그는 반 박자 빠른 슈팅, 뛰어난 슈팅력까지 가진 명실상부 포르투갈의 레전드 선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능력을 얻게 된 김상훈의 움직임 바빠졌다.
제한시간은 10분.
최대한 그 시간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상훈은 공을 받기 위해 활발하게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능력을 얻었지만, 김상훈의 움직임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김상훈이 공을 잡자마자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움직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일단 드리블 속도자체가 달라졌다.
툭! 툭! 투욱!
김상훈은 지금까지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속도로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 들었다.
그 속도는 순간 가속 스킬을 사용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드리블을 하며 다가오는 김상훈을 본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이 당황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그들은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게다가.
김상훈의 무기는 에우제비우의 드리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패시브 효과로 항상 발동되고 있는 에당 아자르의 드리블(H)과 안정적인 드리블(G), 낮은 무게 중심(G)과 같은 드리블 관련 스킬들이 에우제비우의 드리블(L)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또한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 들던 김상훈은 하나의 스킬을 더 사용했다.
“미친 드리블.”
5분간 드리블 능력치가 10이 상승하는 미친 드리블(J)스킬.
그 스킬마저 사용한 김상훈의 움직임은 5분 한정이지만, 말 그대로 미친 드리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드리블이 이렇게 쉬웠나?’
드리블 관련 스킬을 효과가 잔뜩 겹친 지금, 김상훈에게 어려운 것은 조금도 없었다.
너무나도 쉽게 공을 치고 나가는 김상훈의 속도는 너무 빨랐고, 안정적이었다.
무게중심 또한 낮고, 작고 큰 페이크 동작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은 쉽게 발을 뻗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델프는 강하게 몸을 부딪치며 최대한 빠르게 김상훈의 드리블을 끊어내려 했다.
김상훈과 몸을 부딪치던 델프는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뭐야?!’
김상훈은 델프와 부딪히는 순간, 몸의 중심을 낮추고 빠른 순발력으로 몸을 회전했다.
그의 몸이 회전할 때, 공은 마치 자석처럼 따라왔다.
때문에 델프는 제대로 김상훈을 밀어내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김상훈의 뒤를 쫓아갈 뿐이었다.
델프를 쉽게 제친 김상훈의 앞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라포르테가 벽처럼 서 있었다.
라포르테는 기량이 굉장히 뛰어난 수비수였지만, 지금의 김상훈에게는 조금의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선수가 앞에 있더라도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상훈은 라포르테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툭! 툭! 툭! 툭!
짧게 공을 여러 번 치는 드리블이었지만,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때문에 라포르테는 잔뜩 긴장을 한 채, 김상훈의 움직임에 극도로 집중했다.
그때, 라포르테는 김상훈의 얼굴을 힐끗 바라봤다.
동시에 그는 경악했다.
‘……웃고 있어?’
억지 웃음이 아니었다.
라포르테, 그의 앞에서 드리블을 하며 다가오는 김상훈은 아주 즐겁게 웃고 있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온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김상훈.
라포르테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앞에서 감히 웃음이 나온다는 거지?’
김상훈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라포르테는 눈을 부라리며 더욱 집중했다.
절대 뚫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당연히 슈팅 또한 허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라포르테가 모든 신경을 김상훈을 막는 것에 쏟아 부었다.
***
“짜식, 잔뜩 긴장했네.”
라포르테를 향해서 드리블을 하던 김상훈은 여유가 있었다.
물론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스킬의 제한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효율을 뽑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상훈은 라포르테를 상대로 화려한 발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상체 움직임과 볼 컨트롤만으로 라포르테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휙! 휘익-!
김상훈은 상체를 흔들며 페이크를 넣은 뒤, 가볍게 공을 밀어낸 뒤에 슈팅 페이크까지 넣었다.
라포르테는 김상훈의 첫 움직임에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슈팅 페이크에는 어쩔 수 없이 공을 뺏기 위해 다리를 뻗었다.
일대일 수비에 좋은 능력을 가진 라포르테의 태클은 과감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젠장!”
휘익-!
라포르테의 발은 허공을 스쳤다.
슈팅 페이팅을 넣은 김상훈은 발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빠르게 공을 옮겨, 반대쪽 방향으로 치고 나갔다.
에우제비우의 드리블 능력을 얻은 김상훈의 순발력은 굉장했다.
그런 굉장한 순발력을 바탕으로 치고 나가는 김상훈을 라포르테는 순식간에 놓쳐버렸다.
남은 수비수는 콤파니와 카일 워커.
하지만 그들은 김상훈을 막으러 달려올 수 없었다.
그들은 해리 케인과 손홍민을 막느라 김상훈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됐다.’
라포르테를 제친 김상훈은 망설임 없이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퍼엉-!
김상훈이 때린 슈팅은 여지없이 골대의 구석에 꽂혔다.
골을 넣은 김상훈은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공을 들고 중앙 라인을 향해 달려갔다.
- 세레머니 안하냐?
“저도 하고 싶어 죽겠어요.”
- 근데 왜 안하는데?
“시간이 없잖아요.”
제한 시간, 특히 미친 드리블의 스킬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스킬 효과가 적용되어 있을 때, 최대한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했기에 김상훈의 마음은 급했다.
그때, 이찬수가 소리를 질렀다.
- 차분하게 해! 상훈아, 아직 전반전이야.
“하지만 스킬 제한 시간이…….”
- 네가 언제부터 드리블로 상대를 휘저어놨다고 그래? 그냥 제한 시간 끝나면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야.
“……예. 제가 너무 신이 났었나보네요.”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잔뜩 흥분했던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는 김상훈의 모습에 이찬수가 황당한 얼굴로 질문했다.
- 우와~ 태세전환이 어떻게 그리 빠르냐?
“다른 사람말도 아니고 이찬수 선수 말이잖아요. 연애문제면 몰라도 축구에 관련된 것이라면 도사라고 해도 될 정도시잖아요.”
- ……잠깐! 연애문제? 내 연애문제가 어때서? 나 인기 많았다니까?
“그건 좀…….”
-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나는 나름 연예인도 만나보고, 인마! 내가, 어?! 얼마나 연애를 많이 해봤는지 알아?
“돈보고 만난 거 아닐까요?”
- 뭔 개소리야?! 내가 잘 생겼단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아…… 그건 진짜 아니죠.”
- 야! 내가 유럽에서는 꽤 잘 먹히는 얼굴이거든?
“전혀 못 믿겠는데요?”
- 아오! 이걸 증명할 수도 없고!
“증명이요? 어?! 잠시만요!”
- 또 뭐하려고? 야!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을 무시하며 주심이 경기를 재개하기 전에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제주스에게 다가갔다.
“제주스!”
“……?”
“너 혹시 이찬수 알아?”
“……리? 당연히 알지. 그는 내 우상이야.”
“오…… 그래?”
자신의 우상이라는 제주스의 말.
그 말에 이찬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크하하하! 제주스라고 했나? 이 친구 이거, 크게 될 친구네!
그때였다.
김상훈의 다음 질문이 가브리엘 제주스를 향했다.
“그럼 너는 이찬수 선수가 잘 생겼다고 생각해?”
“뭐? 뭔 개소리야? 경기에나 집중해. 우린 경쟁중이라고!”
“그럼 이것만 대답해줘! 잘 생긴 건 아니라는 거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우상을 욕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외모만을 봤을 때는…… 솔직히 별로지.”
- 제주스 이 미친놈아! 우와~! 내가 사람 잘못 봤네. 쟤가 브라질의 초신성이라고? 웃기고 있네!
제주스와의 대화를 마친 김상훈이 실실 웃으면서 화를 내고 있는 이찬수를 바라봤다.
“이찬수 선수, 별로라는데요?”
- 아까 내 말 못 들었냐? 나는 유럽에서 먹히는 얼굴이라고! 제주스 쟤는 남미잖아!
“그럼 유럽 사람인 케인한테 물어볼까요?”
- ……경기 재개됐다.
“옙!”
이찬수와의 대화를 마친 김상훈의 얼굴에는 더 이상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재개됐고, 그는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툭-! 투욱-!
맨체스터 시티는 강팀인 것을 증명하듯, 정확한 패싱 능력과 안정적인 볼 트래핑 능력을 보여주며 빌드업을 쌓아나갔다.
김상훈을 포함한 토트넘의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이 강하게 압박을 넣었지만,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결국, 토트넘은 더 이상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무리 지었다.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머릿속에 맴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자네, 도대체 갑자기 그런 드리블은 어떻게 한 건가?”
질문을 받은 김상훈은 잠시 고민을 한 뒤, 대답했다.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좋은 거 같아요. 평소라면 안 됐을 드리블이 되더라고요.”
“자네의 드리블 능력이 최근 들어서 좋아진 것은 알고 있었다만, 오늘 보여준 움직임은 차원이 달랐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컨디션이 좋은 거 같아요. 감독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훈련 때에는 이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하지만 김상훈은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에우제비우의 드리블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시스템에 대해서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냥 저는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감독님.”
“알겠네. 내가 너무 질문이 많았던 것 같군.”
포체티노 감독은 더 이상 김상훈의 움직임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정해져있었고, 그 시간동안 포체티노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에게 역전을 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해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코칭스태프,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해가며 팀의 승리를 위해 시간을 썼다.
삐익-!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 양 팀 모두 선수교체 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김상훈은 스킬을 사용했다.
“시스템, 강철 체력 사용할게.”
- 초반부터 날뛰려고?
“예.”
-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적으로 전술을 바꿀 테니까.
이찬수와의 대화를 마친 김상훈이 동료들과 패스를 돌리기 시작했다.
에릭센과 김상훈, 다이어가 이끄는 토트넘의 중원은 맨체스터 시티에 크게 밀리지 않고 골을 넣기 위한 빌드업을 쌓아나갔다.
툭! 툭-!
김상훈은 다이어가 넘겨준 패스를 원터치 패스로 에릭센에게 보냈다.
공을 받은 에릭센 역시 공을 길게 끌지 않고, 델레 알리에게 패스했다.
탓!
델레 알리는 공을 잡자마자 주변을 둘러본 뒤, 직접 돌파를 할 것처럼 움직였다.
당연하게도 곧바로 그에게 맨체스터 시티의 귄도간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알리는 빠르게 손홍민을 향해 패스했다.
탁-!
손홍민은 조금은 둔탁한 터치로 공을 잡았지만, 뒤에서 압박을 넣는 델프에게 밀리지 않으며 공을 지켜냈다.
하지만 델프의 강한 압박을 받으며 슈팅 기회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손홍민은 뒤에 서 있던 김상훈에게 공을 돌렸다.
그리고 강철 체력 스킬로 인해 10분간 체력 소모가 없는 김상훈은 그 공을 향해 과감하게 다이렉트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뻐엉-!
완벽한 임팩트로 공에 발을 맞춘 김상훈은 씨익 웃었다.
이 느낌의 결과를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웅-!
에데르손이 짐승 같이 빠른 반응속도로 몸을 날렸지만, 그럼에도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
정확하게 골대 구석에 꽂혀버리는 슈팅을 막는 것은 애초에 미리 예측하고 있지 않는 이상,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철렁-!
골을 넣은 김상훈은 쉬는 날, 열심히 연습했던 덤블링을 하며 세레머니를 펼쳤다.
“촤아!”
동시에 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이찬수의 도발]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도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사용 시, 상대 선수는 확정적으로 약이 오르게 됩니다.(경기장 내부에서만 사용가능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스킬이었다.
이윽고, 시스템은 이찬수의 도발 스킬 효과가 적용된 선수 명단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찬수의 도발(J)을 사용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