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75화 (75/200)

75화 맨체스터 시티(1)

“에릭센은 어떤가? 아직도 재계약을 원하지 않나?”

“생각 중이라고 합니다.”

“해리 케인의 만족도는?”

“풀타임으로 거의 매 경기 출전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케인은 팀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골을 많이 넣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습니다.”

“……킴은?”

“킴은 최근 경기들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훈련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문제죠. 팀에 대한 불만도 전혀 없다고 합니다.”

“알겠네.”

토트넘 관계자들과 대화를 마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표정이 밝았다.

선수관리에 자잘한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어떤 팀에서든 있는 일들이었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현재의 토트넘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 FA컵, 프리미어리그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었고, 경기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요즘, 포체티노 감독이 가장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선수는 바로 김상훈이었다.

경기가 시작되면 상대 선수들을 도발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세레머니를 펼치는 등,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상훈.

그를 떠올리던 포체티노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팀 내 선수들이랑 문제가 없는 게 신기할 정도야.”

그런 김상훈은 의외로 토트넘 팀원들과 굉장히 잘 지내며 뛰어난 친화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빠르게 훈련장에 나타난 김상훈이 포체티노 감독을 향해 걸어왔다.

“감독님~!”

“오! 킴? 오늘도 빨리 왔군.”

“당연하죠. 빨리 와서 남들보다 많이 훈련해야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자네는 더 이상 살아남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에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김상훈은 실제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그가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해도, 그의 근처에는 하늘처럼 높은 스승이 있었으니까.

비록 귀신이 되어버렸지만, 현역시절 신계 축구선수라는 말을 듣던 선수와 매일 훈련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사실을 모르는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괴물 같은 실력을 지녔으면서 이토록 겸손하다니!’

그렇게 김상훈에 대한 포체티노 감독의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

2018년 4월 15일 일요일.

오늘은 리그 최상위권에 속한 두 팀이 경기를 펼치는 날이었다.

양 팀 모두 너무나도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긴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경기.

그런 이유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오늘 열릴 경기를 보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였다.

오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제주스와 사네, 스털링을 필두로 한 공격진을 내세웠다.

전체적으로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을 공격진에 세우며 토트넘의 수비진을 흔들어 놓겠다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지였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을 맡으며 훌륭한 업적들을 세운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년도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직을 맡은 뒤, 꾸준히 영국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팀의 기량을 한층 끌어올리는 감독, 최고의 감독 중 하나라는 말을 듣는 과르디올라 감독.

그는 오늘 경기에서 한 선수를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킴.”

올해 데뷔를 한, 프리미어리그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예 선수.

그런 선수였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본 김상훈은 절대로 신예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다.

“그를 막아야해.”

언제 어디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토트넘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바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켜본 김상훈이었다.

그리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김상훈을 막기 위해서 충분히 준비를 해왔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오늘 경기에서 축구팬들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울 때,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시작됐다.

삐이익-! 삑!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토트넘 선수들은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며 빌드업을 시작했다.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주전 멤버를 대거 출전시킨 맨체스터 시티는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오늘 경기에서 미드필더로 출전한 일카이 귄도간과 오른쪽 풀백인 카일 워커가 김상훈을 강하게 압박했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2명의 선수들에게 압박을 받는 김상훈은 곧바로 빠른 패스를 하며 체력을 아꼈다.

- 이야~ 쟤들 두 명이 대놓고 너만 따라다니네.

“시작부터 압박이 장난 아니네요. 일단 전반에는 체력을 좀 아끼면서 해야겠어요.”

- 그래, 드리블을 자제하고 빠른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 결국 지치는 것은 쟤들이야. 과르디올라가 너를 막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긴 한데.

“결국 틈은 나지 않겠어요?”

- 그렇지. 아무리 잘하는 선수들이라고 해도 실수는 하기 마련이니까.

“그럼 저는 그 실수가 나올 때를 노려볼게요.”

- 그래, 바로 그거야.

“오늘, 맨체스터 시티 털고 오겠습니다!”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김상훈.

하지만, 그런 의지와는 달리 김상훈은 맨체스터 시티의 집중마크에 힘든 경기를 펼쳤다.

퍼억-!

“으억!”

계속해서 강한 압박을 받던 김상훈이 결국 귄도간의 강한 차징에 잔디밭에 쓰러졌다.

삐익-!

귄도간은 주심으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김상훈은 유니폼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작정했네. 작정했어. 멘탈 괜찮냐?

“……아직까지는요.”

- 성질 더러운 김상훈이가 웬일이래?

“저 성격 안 더러운 데요?”

- 네~ 다음 개소리.

“저 경기 집중해야 하니까 그만 해주실래요?”

- 프로 아니세요? 경기는 알아서 집중하시는 거고, 저는 제 할 말을 하는 건데요?

“……이런 젠장.”

- 와~! 너 지금 나한테 욕한 거야? 이젠 스승한테 욕도 한다고?!

“아오! 젠장이 왜 욕이에요?”

- 내가 느끼기엔 욕이었는데? 진짜 너무 충격적이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상훈아.

“…….”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을 무시하며 프리킥을 찰 준비를 했다.

최근 프리킥 연습을 많이 했고,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능력까지 가진 김상훈은 매우 정확한 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는 선수들의 위치와 동선을 확인 한 뒤, 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타닷-! 뻐엉-!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쭉쭉 뻗어나가는 공을 향해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과 토트넘 선수들이 몸을 날렸다.

부웅-!

공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선수는 토트넘의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와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테였다.

두 선수는 거의 같은 타이밍에 점프를 하며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 경합했다.

188cm의 다이어와 189cm의 라포르테.

두 선수 모두 헤딩 경합에 큰 강점을 보이는 선수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두 선수는 치열한 몸싸움을 하며 경합을 했다.

그리고 그 경합에서 이긴 선수는 라포르테였다.

텅-!

라포르테의 머리에 맞은 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뱅상 콤파니가 그 공을 멀리 걷어내기 위해 다리를 휘둘렀다.

퍼엉-!

콤파니가 걷어낸 공은 단순히 걷어내는 의도만 섞인 것이 아닌, 역습의 의도까지 섞여 있었다.

당연하게도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사네와 제주스, 스털링은 그 공을 향해 달려 나갔다.

터억-!

토트넘의 얀 베르통언 역시 공을 차지하기 위해 달렸지만, 가장 먼저 공을 잡은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의 르로이 사네였다.

공을 잡은 사네는 특유의 빠른 속도로 공을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툭-! 툭-!

토트넘의 오른쪽 수비수 트리피어 역시 빠른 발을 지닌 선수였지만, 마음먹고 속도를 내는 사네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역습이었다.

게다가 베르통언과 다이어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드리블을 하는 사네를 막을 선수는 산체스와 데이비스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데이비스는 제주스와 스털링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기에 산체스를 도울 수가 없었다.

- 야! 저거 안 막냐? 너무 위험한데?

“제 속도로는 못 쫓아가요.”

- 순간 가속 있잖아.

“그건 공격 상황 때 쓸 생각이에요. 지금은 그냥 팀을 믿으려고요.”

- 그래, 판단은 네가 하는 거지.

이찬수의 말처럼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은 날카로웠고, 토트넘의 수비는 불안했다.

사네는 산체스를 앞에 두고 화려한 드리블을 펼치며 조금씩 전진했다.

뚫리는 순간 골을 먹힐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기에 산체스는 쉽게 발을 뻗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치며 사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때, 왼쪽으로 치고 나가는 페이크를 넣은 사네가 오른발로 패널티 에어리어 라인 근처로 공을 보냈다.

투욱-!

그리고 그 곳에 서 있는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제주스였다.

브라질의 초신성 공격수로 꼽히는 그는 브라질의 미래라고도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영원할 것 같은 주전, 아구에로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움직임으로 그에게 깔려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하게 발의 안쪽에 공을 가져다 댄 제주스의 눈빛이 빛났다.

슈팅을 하자마자 골이 될 것을 확신한 것이다.

‘이건 무조건 골이다.’

제주스가 찬 공은 제대로 스핀이 걸리며 골대의 오른 쪽으로 휘어 들어갔다.

위고 요리스가 몸을 날리며 팔을 쭉-뻗었지만, 막아내는 것에 실패했다.

철렁-!

“우오오오오!”

전반 12분, 제주스의 골이 터지며 맨체스터 시티가 토트넘을 상대로 1대 0으로 앞서나갔다.

전반 초반부터 골을 먹힌 토트넘은 더욱 강하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끄는 것은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상훈이었다.

툭-! 투욱!

에릭센에게 빠르게 공을 넘긴 김상훈이 전방으로 쇄도했다.

귄도간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에릭센은 그런 김상훈에게 재차 패스를 했다.

공을 잡은 김상훈은 가볍게 공을 앞으로 한 번 친 다음,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 뒷공간을 향해 공을 찍어 찼다.

툭-!

김상훈이 패스를 뿌리는 것과 동시에 손홍민이 공간을 향해 뛰어들었고,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수비수 파비안 델프가 빠른 속도로 손홍민을 뒤쫓았다.

타닷-!

두 선수는 빠르게 달리며 어깨싸움을 펼쳤고, 그 싸움에서 이긴 선수는 손홍민이었다.

공을 지켜낸 손홍민은 몸을 돌린 뒤, 조금 뒤에 자리를 잡고 있던 해리 케인을 향해 공을 보냈다.

투욱-!

해리 케인은 안정적으로 그에게 오는 공을 트래핑했다.

슈팅 정확도와 파워가 뛰어난 케인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다만, 그런 케인을 향해 빠르게 달라붙는 선수가 있었다.

뱅상 콤파니.

맨체스터 시티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평가받는 그는 뛰어난 피지컬을 이용한 몸싸움, 수비 조율 능력이 훌륭한 선수다.

멘탈이 강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꼽히는 선수였다.

그런 콤파니가 지금, 해리 케인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퍼억-!

위험한 위치였지만, 콤파니는 과감하게 해리 케인의 다리를 향해 태클을 했다.

“크악!”

콤파니의 태클에 당한 해리 케인이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뱅상 콤파니가 정확하게 공을 먼저 건드리는 것을 봤기 때문.

“데 브라이너!”

공을 뺏어낸 콤파니가 전방에 위치한 케빈 더 브라위너를 향해 길게 공을 보냈다.

더 브라위너는 다리를 쭉 뻗어서 강하게 날아오는 공을 쉽게 컨트롤 해냈다.

투욱-!

케빈 더 브라위너.

다비드 실바와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책임지는 그는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다.

16-17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도움왕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패싱 능력을 지닌 그는 이제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꼽히는 선수였다.

그런 더 브라위너는 스털링과의 2대 1패스로 토트넘의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 들었다.

더 브라위너가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는 공격수를 향해 빠른 땅볼 패스를 시도할 때였고,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었다.

뻐엉-!

더 브라위너는 토트넘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쇄도하는 동료를 향해 공을 차냈다.

그의 패스는 강한 발목 힘을 증명하듯, 빠른 속도로 뻗어져나갔다.

더불어.

그의 패스는 부메랑처럼 휘어서 제주스와 베르통언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다리를 뻗은 선수는 르로이 사네였다.

퍼엉-! 철렁-!

전반 27분, 맨체스터 시티가 추가골을 넣었다.

***

우드득! 우득-!

김상훈이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바라봤다.

- 우와……. 인상 진짜 더럽다. 상훈아 화났냐?

“……화 안 났어요.”

- 근데 왜 그렇게 눈빛이 살벌해?

“전혀 안 살벌합니다.”

-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대로 가다간 경기 질 것 같은데, 어쩌냐?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어요. 역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요.”

- 역전할 방법은 있고?

다른 팀도 아닌,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역전을 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찬수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에 질문을 한 것이었다.

그때, 김상훈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이찬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골이죠 뭐.”

- 지금까지 못 넣었는데, 어떻게 넣으려고?

“가진 거 다 꺼내놓아야죠.”

김상훈은 대답과 함께, 가진 무기들을 전부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가 첫 번째로 꺼내든 무기는…….

“레전드의 기억(L)”

최근,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레전드의 기억 스킬이었다.

0